오우삼 VS 하드타겟 제작에 관련된 나머지 인간들
반담비화 시리즈 두번째 시간으로 [하드타겟]편을 공개합니다.
[하드타겟]은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중에 하나로 [더블팀][맥시멈 리스크]와 함께 최고의 반담영화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하드타겟]은 오우삼의 헐리웃 진출작이죠. [첩혈쌍웅][영웅본색]으로 이미 외국에까지 그 명성을 퍼트리던 오우삼은 헐리웃 진출의 제의를 받게됩니다.
올리버 스톤, 쿠엔틴 타란티노와 같은 유명감독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오우삼은 헐리웃 진출을 성공적으로 할수 있게 될 기회를 잡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하드타겟]입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선 오우삼을 그냥 "홍콩에서 온 액션영화 감독" 쯤으로 생각했습니다. 오우삼 감독이 미국에서 얼마나 어필을 하게 될지 불안해했죠. 유니버설은 오우삼에 대한 불신때문에 이 영화의 다른 부분에 신경을 썼습니다. [유니버설 솔져]의 대흥행으로 떠오르던 액션스타 반담을 주연으로 기용했고, [이블데드]시리즈와 [다크맨]의 전설적인 감독 샘 레이미를 제작자로 투입시켰죠.
스튜디오와 제작자들은 [하드타겟] 촬영 내내 오우삼에게 간섭을 해댔습니다. 오우삼의 열렬한 팬이었던 제작자 샘 레이미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의 간섭이 워낙 심해 오우삼은 가끔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촬영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오우삼은 반담과도 약간의 충돌이 있었다고 하는군요. 반담은 맨손 격투 중심으로 가길 원했고, 오우삼은 총싸움 중심으로 가려고 했기 때문이죠. 결국 두사람의 의견이 적절히 절충되서, 어느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최고의 액션장면들이 연출됩니다. 두사람의 충돌때문인지는 몰라도, 반담이 악당에게 총 9발을 쏜 후 안해도 되는 공중 뒤돌려차기로 마무리를 해대는 등 현실세계에선 결코 볼수 없는 장면들도 꽤 나옵니다만, 무슨 상관입니까. 멋있으면 그만이지(사실 인간이 총알 9발을 맞을때까지 제대로 서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하드타겟]의 격투장면과 총싸움 대결은 정말 예술의 경지라 할수 있습니다.
[페이스 오프]에서 존 트라볼타와 니콜라스 케이지가 양면 거울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서 총을 쏴대는 장면이 있는데, 이건 이미 오우삼이 [하드타겟]에서 써먹은 겁니다. 두 영화의 장면을 비교하면 [페이스 오프]의 맞대결 씬은 초라하기까지 하죠.
[페이스 오프]종반부, 달리는 보트 위에서의 격투씬 기억하십니까? 사실 이건 오우삼이 [하드타겟]때 찍으려고 계획했던 장면입니다. 제한된 예산과 스튜디오의 여러가지 압력으로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죠.
오우삼은 폭발씬 하나를 찍는데 8대의 카메라로 각기 다른 앵글에서 촬영, 편집 후, 거의 "완벽"한 폭발씬을 창조해 냈습니다. 오우삼의 그와 같은 노력들은 이 영화를 최고의 액션대작으로 끌어 올리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스튜디오는 오우삼을 계속 무시했습니다. 촬영을 마친후 유니버설은, 영화가 폭력적이다며 [하드타겟]을 무지막지하게 가위질 해댔습니다. 원래는 2시간짜리 영화였는데 90분으로 상영시간이 줄어 들었고, 나머지 30분 분량의 필름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영국판 필름에는 잘려져 나간 일부분을 더 볼 수 있다던데요). 저로서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드타겟]이 생각보다 흥행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해, 오우삼의 피터지는 노력들은 별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버립니다.
그러나 3년후, 그는 [브로큰 애로우]를 들고 나타나 비로소 흥행감독이 되죠. 지금은 두말할것 없이 헐리웃 최고의 감독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그의 다음 작품은 [미션 임파서블2]라고 하는군요(우.. 전 별로 보고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탐 크루즈는 액션이 절대 안되더군요 -.-;).
힘겹게 만들어진 [하드타겟]은 우리나라로 건너올 때 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멍청한 짓만 골라하기로 유명한 [공연예술 진흥협의회] 녀석들이 수입불가 판정을 먹여버린 겁니다. "너무 폭력적이다"라는 이유로 2번이나 수입판정을 안내려 줘서 만들어진지 3년이 지나서야 [하드타겟]은 한국에 상륙합니다(하드타겟 보신분들 알겠지만 하나도 안 잔인합니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데 왠 말들이 많어!).
현재 [하드타겟]은 이미 컬트영화의 반열에 올라있습니다. 수많은 액션팬들이 [하드타겟]을 사랑하고 있지요.
평론가들은 오우삼이 헐리웃 건너가서 사람 버렸다고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저도 오우삼이 만든 영화들은 거의 다 봤는데 [종횡사해] 빼고는 다 그저 그렇더군요(심지어 최고작이라고들 말하는 [첩혈쌍웅]도 그냥 그랬습니다).
오우삼과 반담의 근황을 볼때 둘은 앞으로 다시 만날것 같지가 않습니다. 오우삼의 다른 영화에서 반담을 볼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하드타겟] 한편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워낙 영화가 뛰어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