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 모레 새벽에 비행장에 가야 하는데.... 연말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나머지 일을 하러 나가던 참이었습니다.
오전 9시.... 30분 정도 되었을 겁니다.
조금 빨리 도착하려면 급경사의 골목길을 구불구불 올라가야 하는데.... 그것도 아주 좁은 길을....
운전 경력이 좀 되다보니... 폭이 좁은 것은 이젠 개의치 않게 되더라구요.
경사가 40도 정도 되는 골목길의 커브를 진입하는데...
내가 올라가려고 골목을 들어서는 순간... 위에서 오토바이가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오토바이 뒤에는 검정색 그랜저가 따라 내려오고 있었고....
나는 워낙 좁은 골목일이라서... 후진을 하려면...일단 서서 좌우를 살펴야 하길레... 일단 섰지요.
그 때 오토바이가 서려고 하는 것을 알았는데... 워낙 급경사인데다가 염화칼슘을 뿌려 아서 미끄러웠나 봅니다.
뒤따라오는 검정 그랜저 때문에 속도를 줄이지 못한 것도 같고...
결국 토바이는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내 차 앞 범퍼에 부딪힌 거죠.
오토바이가 쓰러지고, 오토바이 운전수가 일어나더니 나더러 차를 옆으로 빼라는 겁니다.
나는 괜찮으냐고 물어보고... 한쪽에 차를 세웠더니... 이게 잘못이었습니다.
차를 빼지 말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현장을 보전한 담에 차를 뺐어야 하는 건데요...
오토바이 운전수가 나더러 보험처리를 하라는 겁니다. 자기 오토바이를 수리해야한다면서....
과실이 나한테 있는 게 아니라고 했더니... 누다 부딪혔던간에.... 쌍방과실이라면서...
눈빛도 좀 이상하고... 내가 큰 소리 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서...
일단 112에 신고하고 경찰,남편,보험회사를 불렀습니다. .
경찰...이 가장 빨리 왔습니다. 면허증을 복사하고.... 면허 확인하는데 남편이 오고, 나중에 보험회사가 왔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은 사건 현장에 빨리 달려오기는 합니다. 얼굴을 보니, 낯이 익었습니다. 이동네 담당이라 오다가다 본 모양입니다.
그러나, 내가 사건 현장을 보존하지 못 했기 때문에 커다란 도움은 되지 못 하였습니다.
두번째 달려온 남편은... 내 대신 추운 길에 서 있었습니다.
내가 고혈압이라는 지병을 앓고 있는데, 평소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가...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와지면...
갑자기 혈압이 위험수위까지 뜁니다. 그래서, 도를 닦아 이젠 웬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습니다....ㅎㅎㅎ
가장 늦게 온 보험회사 직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물론 그 보험회사 직원은 직업이니까... 분쟁 해결에는 전문가... 완전 프로페셔날하였습니다.
보험회사 직원이 11시에 도착했는데... 길도 못 찾는다구 구박한 거에 비해.... 순식간에 해결을 해 내더군요.
면허증 확인, 사고 현장 조사 후 곧바로 이루어진 질응와 응답.....
나는 너무 추워서 차에 들어가 앉아 있고, 남편을 밖에 세워 놓았었는데....
보험회사 직원이 뭐라고 했길레 오토바이 운전수가 술을 마셨다고... 자백하는 겁니다.....
9시에 잠깐 마신 술이라고 하는 소리를 하자 보험회사 직원이 가서 음주 측정하자고.... 보험회사 직원이...
그랬더니.. 갑자기 쫄더군요. 잠깐 집에 갔다 온다고 하고.... 그냥 가겠다고 하고....
경찰이 다시 왔습니다.
그런데... 보험회사 직원이 잠깐 나를 옆으로 부르더니...음주사실 이야기 하면... 오토바이 운전수 처벌받게 되니까...
술 마셨다는 이야기 하지 말라고... 그냥 보내 주자고...
그런데, 지금은 합의 봤다고 하구선... 낼이나 모레 아프다고 누워버린다던지 나를 뺑소니로 신고하면
경찰이랑 보험회사랑 모두 불러서 이야기 한 것이 이미 기록이 되어 있어서... 뺑소니도 아니고...
피검사 하면 일주일 안에 먹은 술이 모두 나오게 되기 때문에....
오토바이 운전수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는다고... 걱정 안 해도 되니 그냥 보내주자고 하는 겁니다.
어쩐지... 병원에 가 보자고 했더니... 몸은 괜찮다고 했거든요. 자꾸 안 간다고......
과실 여부야 어째튼... 오토바이랑 소렌토랑 부딪혔음.... 분명히 다쳤을 텐데.... 자꾸 돈만 달라고.... 하였는데....
그래서 눈빛이 좀 이상했나 봅니다.
하긴 망년회를 어제 심하게 하셨겠지요... 연말에 주말이니까... 모르긴 해도 새벽까지 하지 않았을까...도 싶고...
암튼 술이 덜 깬 상태로 40도의 경사를 신나게 내려온 겁니다.
본인이 술이 덜 깬 걸 아니까... 병원에 안 간다고 우겼던 거구요. 음주로 걸릴까봐...
결론.... 첫째, 운전수가 고래고래 소리지를 수 있을 정도로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과일 가게 아저씨한테 증인을 서달라고 부탁했더니... 오토바이 시동걸고 가던데 무슨 이야기냐고... 허허허
어째튼 사람이 다치거나 혹은 죽기라도 했으면.... 정말 잠 못잘 것 같은데.... 내가 평소에 좋은 일을 많이 한 모양입니다.
둘째... 음주운전은 절대로 하면 안 되겠습니다. 나도 세번 정도 음주 운전해 봤는데... 본인은 멀쩡한 거 같거든요.
사실 운전도 잘 하기는 합니다만....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셋째, 미국의 명문가인 카네기가의 가훈은 '1등을 하면, 무시당하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오늘 보험회사 직원
마음에 들었습니다. 교원나라 에듀카.... 보험회사 직원인데... 아침 당직이라서 보험회사 출근하자마자...
달려나왔다고 합니다. 전문가라서.... 일을 해결하는 것도 빠르고...
무엇보다도 전문가이면서도 인정이 있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도 어떤 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더라도 너무 칼처럼 짜르지 말고.... 인정을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마음이 정리가 되지않아서.... 주절주절 늘어놓습니다.
짜장면 배달원이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입니다.
파스값이라도 주었어야 하는 건데... 싶어 내알 오후엔 짜장면 먹으러 가야할까 봅니다.
첫댓글 이전에 이연걸이 주연한 무협영화 방세옥에서 나온 대사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방세옥이 부자집에 딸이랑 좋아하는데 부자집 주인 이름이 린라오우든가 그 사람이 자꾸 하는 "我要以德服人"(워야오 이더 푸런)이란 말을 했는데 "나는 덕을 많이 쌓아서 사람을 납득시키겠다"는 뜻입니다. 제가 가끔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는 이 대사를 말하면서 진정시켜요^^
워 야오 이더 푸런... 좋네요. 난 먼~ 산 이나 바라보곤 했는데... 외워야지.
我要以德服人^^ 화화공자님^^나나나님^^ 아침에 좋은 말씀 듣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