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 조의 승리 뒤에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이 있었다. 관중들은 경기 내내 이효정과 이용대를 연호했다. 1999년 대회부터 코리아오픈 선심으로 활동한 이재원(65) 씨는 “장충 체육관 시절을 포함해 서울에서 열린 대회에서 가장 많은 관중이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대도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아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배드민턴 열기에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금빛 남매’ 이용대-이효정의 선전이 큰 몫을 차지했다. 특히 이용대는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날려 ‘국민 남동생’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 때문에 혼합 복식이 끝나고 바로 이어진 팬 사인회장에는 이용대를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한꺼번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사인회는 별다른 사고 없이 진행됐지만, 팬들이 예상보다 많은 팬들이 몰려들어 예정 보다 10분 가량 늦게 끝났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이번 코리아 오픈을 “박주봉 이후 오랜만에 탄생한 이용대라는 스타를 활용해 배드민턴을 홍보하기 위한 적기”라고 판단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한우구 사무차장은 “지난 대회 때보다 홍보에 역점을 뒀다”며 “한 편의점 체인과 연계해 이용대를 모델로 한 홍보 포스터를 제작 활용했고, 이번 팬 사인회도 개최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드민턴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선 이용대를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용대는 올림픽 이후 방송 출연 제의 쇄도로 몸살을 앓았다. 이번에도 혼합복식이 끝나고 약 3시간 30분 뒤에는 이용대가 출전하는 남자복식 결승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주최측은 남자복식 결승을 앞두고 있는 이용대 선수를 데려다 사인회를 개최했다. 이용대 선수 조는 남자복식 결승에서 덴마크 조에 패하며 2관왕 달성에 실패했다.
남자 복식 경기에서 패한 뒤 인터뷰에서 영향이 있었냐는 질문에 이동수 코치와 이용대 본인은 “팬 사인회가 경기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사인회가 끝나고 손용성(40)씨는 “경기를 앞두고 손목을 계속해서 사용하다 보면 아무래도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경기가 모두 끝나고 진행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사무차장은 “경기 끝나고 팬 사인회를 열 경우 팬들이 돌아가 자칫 행사장이 썰렁해질 우려가 있었다”며 “모처럼만에 찾아 온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팬들의 자세도 도마에 올랐다. 사진 촬영과 개인 물품에 사인을 받지 말라는 협회 관계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또한 다음 경기 준비를 위해 이용대가 사인회장을 떠나자 미처 사인을 받지 못한 사람들과 협회 직원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