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팅힐 (Hollywood 1999, 'Notting hill') 맛좋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것 같은 만족감을 주는 영화, 남의 행복에 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 귀에 착착 붙는 목소리를 가진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의 노래 'She'가 끝나감과 함께 영화도 끝나고 내 입엔 함지박만한 웃음이 걸렸다.
내 일도 아닌데 너무 잘됐다 싶게 맘이 온통 따뜻해지는 영화, 갓지은 따끈한 밥에 내가 젤 좋아하는 반찬을 얹어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난 것같은 만땅 포만감이 드는 영화, 오늘 또! '노팅힐'을 보았다. 케이블TV 채널을 돌리다가 무심코 OCN이나 MBC무비에서 낯익은 장면을 보게되면, 한번 보게되면 무조건 끝까지 보게되는 영화들이 있다. 러브어페어, 패밀리, 쇼생크탈출, 세렌디피티, 봄날은 간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어느 멋진날, 가을의 전설, 소림축구, 파앤드어웨이, 러브엑츄얼리, 노팅힐... 아픈 머리를 식히려 무심히 TV를 켰다가 내 입안 가득 흐뭇한 미소. 몇 번을 봤음에도 여전히 두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가슴이 묵직하다.매년 유명한 카니발이 열리는 영국 런던의 노팅힐(Notting hill).
그리고 너무나 영국적인 배경과 너무나 영국적인 캐릭터들로 채워져 만든 동명의 헐리우드 영화 노팅힐(Notting hill). 이 영화로인해 더 유명해진 이곳은 당시 영화 속에 등장하는 파란 책방도 그대로 보존되어져 있고, 그 아름답고 고풍스런 마을 풍경도 여전하여 유럽배낭여행객들이 영국에 가면 꼭 들르게 되는 코스가 되었다. 런던의 불국사 정도라고나 할까... 지금도 헐리웃에서도 유독 영국을 배경으로하는 영화를 많이 찍는 영국귀족 출신인 휴 그랜트는 이 영화로 인해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이후 근5년만에, 영화계 데뷔 10년만에 흥행배우로 자리잡게 되었는데 역시나 이 영화에서도 영국인 특유의 엑센트를 멋스럽게 소화해내며, 미국인보다는 좀 순수하고, 여유있어서 굼떠 보이고, 덜 계산적이여서 조금 손해보는.. 뭐 소위 청교도로 대변되는 그런 착한 영국인 특유의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뭐, 줄리아 로버츠야 워낙 히트작이 많은데다가 외모가 출중하여 영화속에서 배우로 나오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것도 영화의 주된 줄거리인 환타지를 보다 자연스럽게 현실적으로 안착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 되어진다. 물론 이 영화를 보니 줄리아 누나가 많이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의 생활은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노총각이기에 어머니께 채근 당하고, 평범한 친구들을 만나고.. 뭐 나쁘진 않으나 딱히 특별할 것도 없고 시간만 조용히 흘러가는 지극히 평균적인 일상속에서 큰 불평없이 살아가고 있다. 또 어쨌거나..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윌리엄 태커에게 작은 사건이 생긴다. 모퉁이를 돌다 부딪혀 오렌지쥬스를 쏟은 윌리엄은 상대를 집까지 데리고와 샤워를 시키고, 그동안 옷을 세탁하는데.. 그 상대는 다름아닌 희대의 명배우 안나 스캇(줄리아로버츠 분)이였던 것이다. 당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최고 여배우로서 미모와 인기가 하늘을 치솟아 전세계 남자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은 여배우, 사실 당시의 실제 줄리아로버츠에 버금가는 정도의 인기를 표현했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윌리엄의 파란대문을 나서며 기습적인 키스를 해 윌리엄의 넋을 뺀 안나는 며칠 후 전화를 걸어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윌리엄을 초대한다.
헐리웃스타의 느닷없는 키스.. 어.. 날 좋아하는 건가... Surreal but nice..
마침 인터뷰 중이였던 안나는 그녀의 매니저에 의해 기자로 오인 받고 들어선 윌리엄이 경마잡지 기자인척 마주앉아 엉뚱한 질문들을 둘러대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안나는 매니저 몰래 그날 저녁 윌리엄의 여동생 생일파티에 함께 가기로 약속한다. 생일파티에 온 안나를 본 가족과 친구들은 그녀가 진짜 헐리웃 스타인 것을 한참 뒤에야 깨닫고 소리를 지르며 그녀에게 유난한 친절을 보인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특별한 관심에 익숙한 안나에게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지극히 소시민적이여서 평범한 파티가 훨씬더 인상적으로 남는다. 생일파티와 식사가 끝난 후 안나는 윌리엄과 노팅힐을 산책하고.. 둘은 서로에게 남자와 여자로서 끌리게 된다. 일련의 로맨틱한 분위기로 인해 둘의 마음이 무르익어 가게되고 결국 안나는 윌리엄을 자신의 호텔로 데리고 올라가는데 그녀의 방에는 뜻밖에도 미국에서 갑자기 찾아온 그녀의 남자친구(알렉볼드윈 분)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어쩔 줄 몰라하는 안나를 위해 윌리엄은 자신은 룸서비스라고 얼버무린 후 그녀의 방을 나선다.
시간은 흘러 윌리엄은 평소처럼 타블로이드나 신문을 통해 안나의 소식을 접하게되며, 그렇게 인연이 마무리되는가 싶게 그녀와의 시간을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 무렵, 스파이크와 점심식사를 하던 어느날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그 앞에는 안나가 서 있었다. 젊은 날의 누드사진이 공개되어 마음의 도피처로 윌리엄을 찾은 안나. 다시 찾아와 울먹이는 안나를 딱히 달래줄 재주가 없던 윌리엄은 생뚱맞게 샤워를 권하고.. 안나란 여자는 그렇게 멋대가리 하나 없는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건지 이런 윌리엄에게 점차 편안함을 느낀다.
둘은 사진스캔들은 잊은채 마치 오랜 친구사이처럼 차를 마시고, 제임스의 소설을 이야기하고, 샤갈의 작품을 논하며 서로간의 공감대가 형성됨에 어린애처럼 기뻐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만큼, 둘 사이에 놓인 현실의 격차 역시 점점 좁혀져 가고..
영화대사를 연습하는 상대가 되어주는 윌리엄.. 배우들이 정말 대사를 외우는구나..
영화배우인 그녀를 위해 옥상에서 그녀의 대본상대역이 되어주는 편안한 윌리엄에게 고마움과는 또다른 감정을 느끼는 안나. 그 날밤 아래층 소파에서 잠을 못이루는 윌리엄을 찾아가 자신의 진심어린 눈빛에 마음을 실어 윌리엄을 바라본다. 그리고.. (알지?) 그렇게 만리장성을 쌓고 맞은 아침의 정겨움과 달콜함은 못내 점심도 채 되지않아 어떻게 알았는지 떼거지로 몰려든 기자들로 인해 산산히 요절나 버린다.
안나 ; "당신은 몰라요, 이 일은 십년, 아니 평생 내 뒤를 따라다니며 날 괴롭힐 거예요.. 게다가 난 공식적으로 남자친구가 있단 말예요.. 혹 떼려다 혹을 붙이다니.. 이건 최악이예요.." 윌리엄 ;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런건.. 오늘이 지나면 또 잊혀질 거예요.. 그리고 난.. 오늘을 고마워할 거예요.. 평생.."
영화속에서 안나와 헤어진 후 덧없이 시간이 경과함을 표현하는 장면. 그 평범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윌리엄이 웃옷을 벗었다, 손에 걸쳤다, 다시 입고 옷깃을 여몄다하면서 걸어가는 변함없는 노팅힐의 거리에 꽃이 피고, 눈이 오고, 남자와 여자가 헤어지고, 다시 꽃이 피고, 과일을 팔곤 하는 일련의 흐름은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는 장면임에도 Ain't No Sunshine 노래 한곡을 배경으로 사운드를 처리하며 상당히 깔끔하고 간결하게 영화를 이어준다.
불경기로 인해 손님이 없어 장사가 안된다는 토니의 빈 레스토랑에서 저녁만찬을 갖는 윌리엄과 그의 친구들. 해고된 친구를 격려하고, 그런 친구를 위해 건배를 하고, 친구의 피아노에 맞춰 노래를 하고 나머지는 편안한 자세로 맥주를 들이키고.. 윌리엄은 반년간을 안스럽게 살았던 자신에 대한 걱정을 해준 친구들에게 그간 미안했다는 말과 이젠 괜찮아졌다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친구들의 몇번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소개팅자리도 모두 윌리엄의 마음을 달래주지 못하고, 털어놓아도 역시 지울 수 없는 안나를 향한 그리움을 친구들을 못내 걱정스럽게 하는데.. 얼마지않아 제임스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기위해 촬영차 영국에 왔다는 그녀의 소식을 들은 윌리엄의 동생은 스탭들의 연락처를 알아낸 쪽지를 윌리엄에게 전한다. 꼭 찾아가라며 전해준 촬영장의 연락처를 휴지통에 버리고는, 잠시의 망설임 끝에 결국 안나를 찾아간 윌리엄은 뜻밖에 촬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그녀의 부탁에 맘이 잔뜩 설레인 채로 멋진 재회를 상상하며 촬영을 지쳐보던 중, 그녀가 다른 배우에게 자신과의 사랑을 부정하는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된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잊기로 결심한다.
윌리엄의 책방을 찾아온 안나는 오해였음을 말하며, 세상 속물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말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달라고 윌리엄을 설득하고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만, 윌리엄은 더 이상 그녀와의 차이를 극복할 자신이 없음을 말하고 그녀의 사랑을 거절한다.
윌리엄은 친구들을 모아 그날의 이야기를 하고, 친구들에게 그녀가 남기고간 선물, 윌리엄과 나누었던 그날밤의 기억이 묻어있는 샤갈의 그림을 보여준다. 모두의 위로속에 늦게 도착한 친구 스파이크. 스파이크의 깨는 한마디에 솔직하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윌리엄은 그녀가 영국을 떠나기전에 마지막으로 그녀를 볼 수 있을 기자회견장으로 달려간다.
친구들의 애정어린 노력 덕분에 늦지않게 사보이호텔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선 윌리엄. 자신의 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택한 이 무모한 모험이, 극복하기엔 너무 많은 장애와 거리를 가진 둘의 관계가 과연 행복한 결말로 이루어 질 수 있을까.. 영화임에도 그게 가능한 일 일까..
"영국에 언제까지 머무르실건가요..?" "인..데피니틀리.."
전혀 멋을 고려하지 않고 풀어헤친 윌리엄의 남방셔츠나 무늬없는 티셔츠, 덥수룩한 머리에서 볼 수 있듯이 윌리엄은 전형적인 일반인, 평범한 남자이고, 안나는 바로 그 모습의 윌리엄을 좋아하는 것이고 윌리엄 역시 스타가 아닌 여자로 안나를 좋아함을 확인하게 된다. 다신 영국을 떠나지 않겠다는 헐리웃 스타 안나스캇의 마지막 답변으로 기자회견은 끝이나고..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곧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바로 그날 오후 윌리엄의 책방에 찾아와 자신도 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일 뿐이라던 안나는, 그저 평범한 남자와 여자로서 지인과 친구를 불러 살림집 마당정원에서 그야말로 소박한 영국식 결혼식을 올린다.
친절하게도 영화는 에필로그로 안나와 리무진에서 내려 행사장으로 깔린 카페트를 어색하게 걸어가는 스타의 남편이된 윌리엄의 모습과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와 공원에 드러누운 유유자적한 보통 부부의 모습들을 잔잔한 음악 She 한곡을 덧붙여줌으로써 보는 이의 흐뭇함을 더해준다. 노래도 아름답고.. 사람도 아름답고.. 참 아름다운 밤이다.. 내 맘에도 만족스런 행복이 전염된다. 아.. 부럽다기보다는 둘이 참 잘됐다하는 착한 마음도 우러나온다..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영화.. 머리가 다 개운하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부럽기보다는 잘 됐다 싶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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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석기 HeStory 원문보기 글쓴이: 박 석 기
첫댓글 지농아! 니 한테는 벅찬 감동일게다..우리들 한테는 지난날의 추억인데..니두 감동이 될 수 있는 지집애를 찾아 봐라..근데..나두 저런 감동의 스토리로 만났는데..지금은 감동을 주신 그분이 무섭다..왜일까?
이영화 넘 좋아.. 나두 밨떠.. 근디 표현을 어캐 해야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