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웅진 주니어 문학상 심사평
[단행본 > 웅진주니어] 제5회 웅진문학상 심사평 안내 2011-12-06
제5회 웅진문학상은 2011년 10월 31일에 마감되었다. 응모편수는 장편동화 127편, 단편동화 450편, 총 577편이 응모되었다. 응모자수도 383명이나 될 정도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었다. 작년까지는 기성부문과 신인부문으로 나누어서 공모를 했으나 올해는 기성부문과 신인부문을 통합하였고, 대신 단편부문을 신설하여 작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로 했다. 사실 어린이문학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단편동화를 쓸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신춘문예나 몇몇 잡지에서 단편동화를 모집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 활성화가 되어 있는 편은 아니다. 신춘문예야 이미 이벤트가 된 지 오래이다. 그래서 단편동화를 써서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어도, 그 뒤를 받쳐 주는 매체나 출판사가 따르지 않기 때문에 작가들은 또 다른 공모전에 응모를 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아동문학 잡지 또한 일반문학 잡지에 비해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대중성을 가지고 자립하는 잡지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동문학을 오랫동안 출판해 온 웅진주니어 같은 출판사에서 단편동화를 공모전에 추가한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더구나 여기에서 수상한 작가들은 출판사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한다고 하니, 이 작은 길이 수많은 작가들에게 숨통을 틔워 줄 수 있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어쨌거나 기성부문을 없앴는데도 불구하고 장편동화가 127편이나 응모된 것을 보고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제4회 웅진문학상 총 응모편수가 기성부문과 신인부문을 합쳐 110편이었으니까 올해 얼마나 많은 작품들이 응모되었는지 알 수 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문학상 심사를 하다 보면 심사평을 쓸 때 “예년에 비해서 어쩌고저쩌고했다.”는 말이 꼭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이때 대부분은 듣기 좋은 말을 하려고 한다. 전체적인 작품의 질이 예년에 비해서 하락했어도 문학상의 권위나 출판사측을 배려하여 예년에 비해서 작품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그냥 형식적인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말을 농담 삼아 하는 것은, 다음에 하는 말이 그냥 형식적인 인사말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서 작품의 질이 상당히 높아졌다. 예심을 담당한 김기정 선생님, 박정애 선생님의 총평이 “올해는 재미가 있었다.”는 말이었다. 작품의 수는 늘어나서 힘들었지만 작품의 수준이 향상되었고 재미가 있어서 보람찼다는 뜻이다. 두 분의 예심을 거쳐서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다음과 같다. 장편동화 <우주목욕선 푸른고래호> <못골 뱀학교> <램프에서 나온 아이> <신비한 귀이개> <모자란 발명가의 특별한 발명품> <하늘을 나는 들쥐> <사비성에 뜬 무지개꽃> <신발 찾는 아이와 소년> <쿤타와 하이네> <말발타살발타 서커스단>이고 단편동화는 <딸꾹질하는 아이> <올드&보이 선생님> <내 이름은 ‘모험을 끝내는 법’> <책이 된 어느 날> <억새와 갈대를 구별하는 방법> <불타는 집> <가면 할머니> <괴물난동 사건의 진실> <안녕! 명탐정> <아토피맨> <초원의 소녀> 등이다. 본심은 동화작가 송언, 아동문학 평론가 이주영, 그리고 동화작가 이상권, 세 명이 진행했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장편동화 <우주목욕선 푸른고래호> <램프에서 나온 아이> <신발 찾는 아이와 소년>이고 단편동화에서는 <내 이름은 ‘모험을 끝내는 법’> <책이 된 어느 날> <괴물난동 사건의 진실> <아토피맨> 이렇게 4편이었다. 심사위원 세 명이 최종심에 올린 작품은 거의 일치했다. 장편동화의 경우 심사위원들은 쉽게 세 편의 작품으로 압축했고, 각 작품들을 하나씩 거론하면서 토론을 했다. 먼저 <우주목욕선 푸른고래호>는 SF동화로서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강하다. SF문학의 장점이 잘 드러나 있다. 가상의 세계인 우주목욕선과 그 밖의 무대 장치를 꾸며내는 데 공들인 흔적이 느껴진다.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우주선, 외계인 등이 제법 실감 나게 묘사되어 있어서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여기까지는 성공을 했지만 디테일은 허술하다. 완벽하게 작가가 작품을 소화해 내지 못한 것 같다. 도입 부분이 너무 길다.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끌어가기 위해서 이러저러한 무대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길어져 버렸다. 이것은 중요한 능력이다. 도입 부분을 지루하지 않게 설명을 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본론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아쉬움은 결말에 있다. 다 읽고 났을 때 드는 생각은 “그래서 대체 작가가 뭘 말하려고 한 거지?” 하는 의문이 든다. 분명히 재미는 있는데 감동도 없고, 우주목욕선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왜 그런 장치를 했는지가 딱 잡히지 않는다. 결국 SF문학의 전형적인 틀에 너무 묶여 있다는 점도 아쉽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SF동화가 제법 창작이 되고 있으니 너무 그 틀에 얽매이지 말고 그 틀을 자유롭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끌어안아서 때로는 과감하게 해체할 필요도 있다. 특히 이 작품 같은 경우가 SF라는 형식에 많이 구속을 당한 느낌이다. <램프에서 나온 아이>도 램프라는 기발한 상징을 동원하여 작품 속으로 빨아들이는 힘이 강하다. 과중한 학습 노동에 시달리는 초등학생의 마음을 사이버 게임과 연결시켜 흥미롭게 전개한 점이 높게 평가된다. 현실과 가상 세계의 조화도 잘 되었다.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내가 가짜인지 가족이 가짜인지 헷갈리는 상황을 끝까지 긴장감 있게 끌고 가는 것을 보면 작가의 능력이 탁월함을 알 수 있다. 한 가족이 한 아이를 오직 공부로 몰아가는 우리 현실의 풍속도를 그리고 있으나, 그것을 확실하게 풍자해 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지적되었다. 모든 부분에서 1등을 하고 있는 아이의 캐릭터가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하고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면의 울림과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결말이 주는 감동이 약하다. 이야기의 흐름을 밀고 당기는 힘도 떨어진다. <신발을 찾는 아이와 소년>은 단종의 삶을 다룬 역사동화이다. 단종의 애달픈 삶이야 우리 문학에서 이미 숱하게 다뤄졌다. 당연히 특별할 것은 없지만 이 이야기를 풀어 가는 구성이 기발하다. 영혼의 세계에 있는 주인공이 잃어버린 자신의 기억을 찾아서 이승으로 내려와서 유배당한 단종을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 가다가, 단종이 바로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처음 읽었을 때 그런 눈치를 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읽다 보면 되풀이되는 복선을 알게 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영혼과 등장인물인 단종이 같은 인물임을 알게 된다. 이런 장치와 더블어서 곳곳에 배치된 복선과 힘 있는 문장이 이 작품의 완성도를 돋보이게 한다. 단종의 삶 전체를 재해석하지는 못했으나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단종의 죽음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점도 높이 평가되었다. 역사적인 사실을 다룬 문학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역사를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게 없으면 그건 힘을 받을 수 없다. 자기의 영혼이 자기의 전생을 돌아본다는 특이한 발상이 심사위원들에게 주목을 받았지만, 소설적인 문장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받았고, 단종의 삶을 좀 더 적극적으로 작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또한 도입부가 어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작가의 말이 지문에서 지나치게 강한 것도 흠이다.
심사위원들은 이런 토론 끝에 <우주목욕선 푸른고래호>와 <신발 찾는 아이와 소년>으로 당선작 후보를 압축하였고, 다시 토론을 하였다. <우주목욕선 푸른고래호>는 잘 읽히고 재미가 있지만 완성도가 떨어진다.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줄 수도 있고,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은 문학이라는 옷을 완벽하게 입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서 <신발 찾는 아이와 소년>은 문학적인 완성도가 돋보인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이 일치하였다. 비록 몇 가지 아쉬움이 지적되기는 했지만 단종의 죽음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점, 자기 영혼이 자기 전생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특이한 형식을 완벽하게 만들어 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얻었다. 또한 우리 심사위원들은 기존에 나와 있는 역사동화와 견주어도 이 작품이 손색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당선을 축하하고, 더 좋은 작품으로 영혼의 세계에 있는 단종을 기쁘게 하라. 그리고 정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