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글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돌아온 노는 기획자의 막나가는 개발일지. 날이 갈수록 조회수는 줄어들고 리플 수는 더더욱 줄어들고 있군요. -_-
그.래.서. 이번에는 종전과는 좀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그야말로 개발팀의 내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존의 노선과는 좀 다르게, 스스로에 대한 변명? 같은 얘기입니다. 아울러 게임 자체에 대한 조금 복잡한 얘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지난회까지만 해도 제가 인기에 연연하는 인간이었습니다. 1회와 3회 폭발적인 조회수와 리플수를 보며 어깨 으쓱~ 내가 기획팀에선 논다고 구박받는지 몰라도 유저분들에겐 사랑 받는 기획자라고 웃흥~♡ 하다가. 4회에 급격하게 떨어지는 인기를 눈으로 고스란히 확인하며 곰곰히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역시 고대의 유산 얘기 같은, 같은 개발자들이나 웃어줄 만한 재미없는 얘기를 써서일거야. 이따위 얘기를 누가 재미있게 보겠어? 다 나의 불찰이로군. 이 회사에서 나의 목숨은 이 칼럼의 인기에 달린 만큼 조금이라도 더 웃겨보자 !!!
라는 취지에서 5회를 썼습니다.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인 개그와 유머에 실제로 있었던 코믹한 에피소드들을 곁들인, 실로 게임관련 칼럼의 개그만찬이라고 할만한 물건이었죠 !! ( 뿌듯 )
그러나 결과는 대참패. 달려있는 덧글 숫자에서도 보시다시피 4회와 마찬가지로 5회도 별로 효과가 없네요 -_- 오히려 5회가 4회보다 더더욱 인기가 없군요. 그렇습니다. 저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인기라는 것과는 좀 거리가 멀게 살아왔습니다. 뭐 이제 와서 새삼 달라질 것도 없고 -_- 인기위주의 정책은 이제 포기하기로 한거죠. 인생 뭐 있어요? 인기 따위에 연연해서 살다 보면 삶이 피폐해집니다. 사람이 맨날 웃기만 해서야 웃기는 인간 밖에 더 되겠어요? 뭐니뭐니해도 진지하게 자기 노선을 견지하는 신념과 의지 !!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결단력과 행동력 !! 이것이 바로 사람의 삶을 풍족하게 하는 것들인 겁니다 !! 그래서 복잡한 얘기를 해버리기로 결심했습니다. 남이야 듣건 말건 이해하건 말건 내 할 말 하련다 -_-
그래서 이번엔, " 제라에 특징이 없다 " 라는 이야기에 대한 변명입니다. 사실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오는 소립니다. 제라만의 특징이나 개성이 없이 뭐 장사 좀 하겠냐 니네 어렵지 않겠냐. 기존의 mmorpg들에 비해 별볼 일 없어보인다... 하는 소리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렇다고 거기에 대해 일일이 대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보니, 그게 사실은 개발팀의 가슴을 몹시도 아프게 만드는 한마디 한마디였던거죠. 밖에다 내놓고 뭐라고 말하자니 저희 입장은 어떻냐면요, " 입으로만 다르다고 하는건 좀 거시기하다. " 라는 겁니다. 직접 게임을 하시는 분들이 들어오셔서 게임을 해보시고, 아 제라는 이러저러한 부분들이 꽤 다르구나 ... 하는걸 느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말보다 행동. 간단한 격언이죠. 그러나 지키긴 참 어렵네요.
좀더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으로
맞습니다. 지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행동, 즉 유저분들이 게임에 들어와서 경험해보시기 전에 제 입으로 말해버리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제라의 게임 차별화 전략 또는 게임 플레이의 컨셉 정도에 해당하는 겁니다.
제라는 소위 말하는 " 컨트롤 " 에 좀더 비중을 두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 비중을 둔 게임입니다 " 라고 말씀드리지 않고 " 비중을 두려고 노력했습니다. " 라고 말하는걸 이해해주세요. 그걸 판단하는건 어디까지나 유저분들 자신이지 저희가 아닙니다. 저희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어떻게 컨트롤에 비중을 두려고 노력했느냐? 스킬을 통해서입니다. 이런거 생각해보세요. 멋진 아이템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도 강력합니다. 엄청난 방어력에, 휘두르기만 하면 몹들이 나자빠지는 강력한 " 숫자들 " 로 무장한거죠. 아이템 자체가 가지는 숫자들이 워낙 엄청나다보니, 별 일 안해도 그 자체로 그냥 강력합니다.
그러나 대전 격투 게임을 생각해보세요. 철권이나 버파, 이런거 모르시는 분이라면 저 유명한 스트리트 파이터라도. 이런 게임에서 캐릭터에게는 아이템이라는게 없습니다. 숫자로 주어지는 강력함이라는건 전혀 없죠. 대신 이런 게임에서 개개인의 유저를 강하게 만드는건? " 자기 자신의 컨트롤 " 입니다. 다른 부분에서, 대전 격투 게임의 구조를 잘 살펴보세요. 모든게 일종의 " 스킬 " 입니다. 어류겐이라는 스킬을 얼마나 적절한 타이밍에 잘 사용하는가, 아도겐이라는 스킬을 어떤 때에 어떻게 사용하면 더 강력해지는가. 이런게 개별적인 유저들을 강하게 만들죠.
제라도 그런 구도를 흉내내려고 합니다. 물론, mmorpg인 이상 mmorpg 고유의 특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저희가 mmorpg를 만든다고 해놓고서 대전격투 게임을 만들 수야 없지 않겠어요? 적어도 기존의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는 좀더 컨트롤의 비중을 높여보려고 노력했다 ... 라는 얘기죠. 그렇다고해서 겁먹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 내가 대전격투 게임의 고수가 될 수 없다면 제라에서도 고렙이 되긴 글러먹은거 아냐? "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컨트롤에 중심을 두려는 저희의 노력은 크게 두 부분에 걸쳐 나타납니다. 하나가 가드-캐스팅-인스턴트 스킬이라는 구도입니다. 아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드 스킬은 인스턴트 스킬 또는 일반 공격을 튕겨냅니다. 그러나 캐스팅 스킬에 의해 파괴됩니다. 반대로 캐스팅 스킬을 캐스팅하는 동안 일반공격을 맞거나 인스턴트 스킬을 맞으면 캐스팅이 방해를 받습니다. 즉 가드와 캐스팅과 인스턴트 스킬들이 서로 각기 가위바위보와 같은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스킬을 사용해줌으로써 좀 더 효율적으로 전투가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이걸 아예 모른다고 해서 전투가 아예 불가능한 건 물론 아닙니다. 몹 잡는 속도가 약간 더 빨라진다 뿐이죠.
컨트롤 중심주의의 또 하나의 중심소재가 스킬들의 조합입니다. 스킬들의 배리에이션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한 직업에 주어지는 스킬의 숫자 자체가 클 뿐더러, 에고패널과 그랜드 라인을 통해 이들을 적절히 배합할 경우 더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유도했습니다. ( 숫자가 많다는 건 단순히 위력이 다르되 효과는 같은 스킬들이 많다는게 아닙니다. 파동권 1단계와 2단계를 두 개의 스킬이라고 눈가리고 아웅하는게 아니죠. 스킬 효과의 종류 자체가 많습니다. ) 그저 스킬들의 사용순서에 따른 단순한 콤보가 아니라, 어떤 콤보의 경우 원래 그 스킬이 주는 데미지 이상의 데미지를 뽑아낼 수 있는 구조. 그리고 그런 구조 자체를 유저분들이 알아서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앞서와 마찬가지로 대전격투 게임에 비교해본다면, 자기만의 콤보를 자기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구조로 개발했습니다. 스킬의 수는 많지만 이들 모두를 동시에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몹들이 많은 사냥터에 어떤 스킬을 들고 나가서 어떤 상황에 써먹느냐가 아마도 조금 더 중요해지지 싶습니다.
디아블로 해보신 분들 많을겁니다. 디아블로식으로 말하자면, 기존의 게임들은 다소 " 패시브 " 합니다. 아이템만 장착하면 별다른 조작 없어도 그냥 그 자체로 강력합니다. 그러나 제라는 좀더 " 액티브 " 한 면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스스로 나서서 어떤 스킬을 사용할지를 결정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이를 구사한다면 내 피해를 줄이면서 좀더 빨리 몹을 사냥할 수 있습니다.
나가는 글
이 시점에서 저는 잠시 안구에 고인 습기를 제거합니다. 이렇게 길다란 글을 내가 썼다니 글이 이토록 긴데도 불구하고 내용이 부실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얻을 것 없는 글이라는 점에 개의치 않고 정말 믿어지지 않는 감동이 제 가슴 깊은 곳에서 고요하게 일렁입니다. 제가 이렇게 될때까지 키워주신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과 아팠을 때 치료해주신 의사선생님, 그리고 누구보다도 저를 회사에 다니도록 방치해두고 있는 팀장님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 이런 말이라도 안하면 생계가 위험해 ;; ) 당연하게도 이 글에는 " 스크롤의 압뷁 " 이라던가 " 정말 괜찮은 내용의 글이군요. 물론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 아니면 " 글설리 " 심하면 " 병설리 " 따위의 리플이 육상선수 달리기하듯 줄기차게 달리겠지만 ...
노기막지를 꾸준히 읽어오신 분이라면 아실겁니다. 제가 그런 행동들에 구애받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밥그릇 잘 챙겨먹는 타입의 인간이며, 어떤 악플이 달리더라도 7회 노기막지를 반드시 쓸 것이라는 사실을. ( 그렇다고 함부로 욕하시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_-+ )
역시 " 말보다 행동 " 이라는 격언 지키기 어렵군요. 그래서 조촐하게나마 변명을 해보았습니다. 진짜로 그런지는 역시 제라를 직접 플레이하면서 판단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 잊지 않으셨죠? 저 영업기획자입니다 ;; ) 그리고 제가 말한 것과 다른 부분이 한치라도 있다면 !! 우리 팀장님을 욕하세요. 저는 말단 기획자라 별다른 힘이 없어서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제라가 잘못되면 모든게 다 팀장님이 잘못한 탓입니다. 잘되면 물론 열과 성을 다해 안구에 쓰나미를 일으켜가며 영업 뛴 제 탓이죠.
써놓고 보니 그림도 한 장 없고 딱딱한 얘기만 잔뜩 -_- 재미난걸 기대하고 들어오신 분들 많이 화가 나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 애초에 여기까지 읽은 분들이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 ) 사실상 제가 이번 회의 노기막지에 불만인건 ... 재미없는 얘기들이 나왔다는 것보다도 원래 이 칼럼의 취지인 " 개발팀이 개발팀 비웃기 " 를 못했다는 점인 것 같네요 -_- 어찌어찌 하다 보니 변명만 늘어놓게 되어 죄송합니다. 다음 회엔 좀더 웃기고 좀더 까대는 ;; 내용을 올려드릴 수 있길 바라며 이만.
답변
그러고 보니 지난 5회에 깜빡하고 그냥 지나갔던 것. 유저분들의 덧글에 대한 답변을 안드렸더군요. 이번 회엔 그래선 안되겠죠. 지난회 및 지지난회 리플들에 대한 답변입니다. 뭐 4회나 5회나 덧글 수가 워낙 적어서 -_- 모든 분들의 답변을 다 훑어봐도 전혀 부담되지 않더군요.
- 설익은 밥상은 원치 않는다는 모든 분들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익은 밥, 밥통 뚜껑 냅다 열어 제끼고 먹으면 생쌀 씹죠. 적어도 생쌀은 아닌 뭔가를 제공하기 위해 저희 개발팀 일동은 오늘도 불철주야 날밤까며 개발일선에 매진하여 여러분께 아름답게 씹히는 흥겨운 밥상을 제공하려 노력 중입니다.
- 고대의 유산에 도전하길 원하는 분들께. 아무나 도전할 수 있는게 아닌데다가 ... 여기에 잘못 들어가실 경우 제라 개발팀에 대한 불신이 대폭 확장될 수 있습니다. " 이따위 인간들이 만든 게임을 해도 되는걸까? " 하는 ... 그런 느낌을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하여 이곳은 여전히 개발팀에 갓 들어온 신입 개발자만을 위한 던전으로 남을 예정이오니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또 모르죠 제라가 뜨고 나면 나중에 잡지나 웹진 등을 통해서 " 제라 초안, 이따위로 어이없는 게임이었다 " 등등 공개가 될지. ㅋㅋ 스타크래프트도 알파버전 스샷은 정말 어이없잖아요? 제라는 그보다 더해요. ㅋㅋ 그런 재미있는걸 보고 싶으시다면 잊지 마세요. 제라가 일단 " 떠야 " 한다는 사실을. 우후후.
- 문맥이 어색하다고 지적해주신 분, 감사합니다. 이따위 실수를 하다니 ㅜㅜ 그나마 적기에 운영팀에서 나서서 수정해주셔서 다행입니다.
- 섭다를 몇 번을 했는데 여전히 엉망이라고 욕 하신 분, 아마도 스트레스 테스트 기간에 스트레스 많이 받으신 분인 듯 ;; 인생 뭐 있어요? 인생은 썹다. 크하하하하하~ 죄송합니다. 오베 이후엔 이런 모습 안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5편을 빨리 내놓으라는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 말씀 덕분에 제가 이거 계속 쓰는 겁니다. 다른 분들도 분발해서 저를 격려하는 말씀 한마디씩 하도록 노력해보세요. 저런 좋은건 본받아야 하는 거에요. 우리 모두 다 함께 서로서로 칭찬하는 문화를 꽃피워봅시다.
- 글쓴이의 실체는 ;; 타이틀 그림에 표현된 바와 같습니다. 물론 사무실에서는 절대금연이라 ( 빌딩 전체가 금연 ) 담배를 피우지는 못합니다만 그림과 같이 정겹고 성실한 인상을 가지고 있으며 꽃남방을 즐겨 입습니다. 여자분에 한정해서 본인 사진이 첨부된 이멜을 보내주시면 아름다운 꽃남방을 격조에 맞게 걸친 제 사진을 직접 보내드리는 서비스를 해보겠습니다. ( 노는 기획자 : 나이 XX세, 미혼, 애인 구함. 간절히 구함. )
- " 서버와의 연결이 종료되었습니다 " 스킬에 관심가지는 분들이 많으시군요. 이거 실제로 구현했으면 진짜로 멋질텐데 말이에요. 기획팀 사람들은 다들 별로 관심이 없더라구요. 팬서비스 정신의 출중한 발휘를 위해 오늘도 내일도 제가 한번 졸라보겠습니다. 언젠가 보스몹 잡는데 난데없이 " 서버와의 연결이 종료되었습니다 " 라고 나오면 다들 일단 " 우녕자 나와 !! " 하기전에 그게 보스의 스킬이 아닌가 의심부터 해보세요.
- 보신탕 센스에 공감해주시니 모두 감사감사. 비록 제가 한 말은 아니지만 진짜 명언이죠. 지금도 안타까운건, 이 말을 해주신 분의 아이디를 꼭 기억해놨다가 나중에 뭐라도 하나 드려야하는건데 ( 복날 모셔서 보신탕이라도 대접해야하나. 보신탕 안드시는 분이면 어케하지 ) 아이디를 까먹어서 너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