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기도는 신앙인에게 보약입니다.
2년 전 겨울방학에 저는 신학교 신부로서 꿀같이 단 방학 중 한 달을 영신수련에 동반자로 참여해야 했습니다. 너무도 아까웠지만 나름 의미가 있는 방학이었습니다. 비록 꿀맛은 아니었지만 쓴 보약을 먹는 방학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약이라면 진짜 보약을 먹어보자고 영신수련 지도자 과정 세미나에서 추천된 책 몇 권을 시간이 날 때면 읽었습니다. 그 중의 하나는 안드레아 가스파리노 신부님의 「주님, 저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십시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기도에 대한 내용을 단계적으로 네 주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첫 주간은 기도의 중요성에 대하여, 둘째 주간은 소리 기도에 대하여, 셋째 주간은 듣는 기도 그리고 마지막 주간은 마음의 기도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책은 기도의 여정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소개합니다. 즉 말하기의 소리 기도, 듣기의 듣는 기도, 응답하기의 마음의 기도입니다. 그래서 기도하기를 배우려면 첫째, 소리 기도에서 빈말만의 기도를 버려야하고 둘째, 듣는 기도에 도달해야 하며 셋째, 모든 기도가 마음의 기도를 향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소리 기도나 듣는 기도는 대충 이해할 수 있지만 마음의 기도는 무엇인가요?
이 책은 마음의 기도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말, 생각, 상상을 제쳐 둔 채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내면을 그분께 열어 보이고, 오로지 사랑하도록 노력하면서, 깊은 내적 침묵으로 하느님 앞에 자신을 순박하게 두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우리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 하느님 안에 머물면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자신을 내어놓는 것”을 마음의 기도라고 설명하였습니다. 푸코 신부님은 이 기도를 “그분은 사랑으로 나를 바라보시고 나도 그분을 사랑하면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설명하셨다고 합니다.
그 겨울 방학을 쓴 보약이라고 말씀 드린 이유는 그동안 신학생으로서 또 사제로서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입으로는 수없이 많은 기도를 했지만 마음의 기도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마음의 기도를 조금이라도 시작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마음의 기도의 달인이 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런 깨달음 가운데에서도 마음의 기도를 드리기보다 하기 쉬운 입술로만의 해치워버리는 성무일도의 유혹에 자주 넘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또 이렇게 입술로만의 기도라도 기도를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유혹에 넘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모두 다음의 두 가지 다짐을 함께 하며 살아가자고 권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소리 기도와 듣는 기도도 좋지만 마음의 기도를 드림으로써 신앙인으로서 쓴 보약을 자주 맛보자는 다짐입니다. 비록 입에는 쓰지만 몸과 마음에는 좋은 것이며, 신앙인으로 살아갈 영적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적당히 살아가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자는 다짐입니다. 신앙인의 삶은 적당히 사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대충 입술로 즉 겉으로 사는 것이 아닌 온 마음으로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했으면 합니다.
우리의 삶에는 매일 매 순간 대충 살라는 유혹이 있습니다. 기도도 마음보다는 입술로 즉 겉으로만 드려도 된다는 유혹이 있습니다. 몸은 신학교에 있지만 마음은 세상에 있고 싶은 유혹이 있습니다. 또 몸은 성당에 와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고 싶은 유혹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몸과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 예수님과 함께 온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 하느님 안에 머물면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자신을 내어놓는 마음의 기도를 자주 드리도록 합시다. 이것이 우리에게 지금 당장은 쓴 보약일지 모르지만 곧 달콤한 꿀맛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첫댓글 오랜만에 좋은글 올려 주셨네 그려~~~마음에 담고 살겠네....
마음의 기도, 정말 새로운 가르침입니다.
마음의 기도 . 노력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