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문화 속의 청소년 이해와 지도
김성수 박사(고신대학교 기독교교육과 교수)
I. 서 론
오늘날 그리스도인 청소년들은 대중 문화와 끊임없이 접하고 영향을 받으면서 그리스도인의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하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텔레비젼, 라디오, 신문, 잡지, 영화, 비디오, 음반 등은 현대 사회의 가장 지배적인 특징들 가운데 하나가 되어가고 있고, 그리스도인들도 이를 무시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는 현실 속에 있다.
대중문화가 그 자체로서 악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인격을 갉아먹는 독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예쁜 그릇 하나가 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 아파하면서도 우리의 언약의 자녀들의 인격이 파산되거나 그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즐거움이 오염되는 일, 그리고 나아가 그들의 삶 자체가 질적으로 천박해지는 일 등에 대해서는 관심도 갖지 못하고 가슴 아파하지도 아니한다.
청소년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신실하게 양육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년에 관한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 그들의 세계를 그들의 눈을 통해서 볼 줄도 알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의 청소년들을 올바로 양육하여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로 삼기 위해서는 이들이 날마다 어떠한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문화의 영향, 특별히 대중문화의 영향은 너무도 서서히, 강력하게, 그러면서도 교묘하게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언제 우리를 삼켜 버릴지도 모른다.
II. 대중문화란 무엇인가?
대중문화가 무엇인가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중문화 역시 현대사회의 지배적인 한 문화 형태이며, 따라서 관점에 따라 다양한 개념정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대중 문화의 사전적 정의를 내릴 수도 있다. 예컨데, 대중문화를 “매스컴의 작용에 의하여 일반 대중의 기호나 요구에 맞게 한결같이 대량으로 만들어진 문화”라고 정의하고 있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적인 정의는 유익한 면도 있기는 하지만 대중문화를 이해하는데 그렇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사전적 정의는 대상을 이해할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다.
윌리엄스(Williams)는 대중문화라는 개념이 일반적으로 네 가지의 다른 정의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저속한 것’, ‘사람들의 호의를 끌기 위해서 정교히 만들어진 것’, 그리고 ‘민중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중문화는 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화라는 것이다. 이 정의는 대중문화에 대한 가장 평범한 정의로서, 예를 들면 시청률이나 베스트 셀러와 같이 수용자의 머릿수와 관련된 수치들이 이 개념과 관련되어 있다. 한 두 사람이 즐기는 문화는 대중문화의 차원에서 논의될 성질의 문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로, 대중문화는 비록 상대적이긴 하지만 다소 ‘저속한 문화’라는 관점에서 규정하는 정의 방식이다. 대중문화는 고급문화(high culture)가 아닌 문화라는 것이다. 대중문화는 고급문화가 지니고 있는 질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문화적 실천이나 내용물이다. 여기서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판단하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 문화적 형식의 복잡성이 기준이 되기도 하고, 도덕적 가치나 비판적 통찰력의 유무가 그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준거는 문화의 수용자들이 얼마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지 여부에 있다.
셋째로, 대중문화를 ‘사람들의 호의를 끌기 위해서 정교히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 정의는 대중문화를 상업화된 상품과 일치시키는 방법이다. 대중문화는 대중 소비를 위해 대량 생산된 상품으로, 수용자는 어떠한 특성으로도 구분되지 않는 동질적이고 수동적 소비자로 규정된다. 이러한 방식의 정의에는 대중의 소비를 바탕으로 대량 생산된 획일화된 문화 상품, 그리고 이를 통한 대중 조작 등이 핵심 요소가 된다.
넷째로, 대중문화를 ‘민중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정의하는 방법인데, 이러한 정의는 대중문화를 위로부터 강제된 저질의 상품이 아니라 민중의 손에 의해 발생한 문화라고 본다. 대중문화는 늘 위로부터 강제된 것이 아닌, 이른바 대중이라는 이름의 ‘우리’가 갖고 놀 자원으로 파악하자는 것이다. 대중매체를 통한 대중문화물 자체를 바로 우리의 문화로 보기는 힘들지만, 그것이 우리의 손에 닿아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며, 소비되는 방식을 살펴보고자 하는 노력은 아주 중요하다고 하겠다.1)
한편, 켄 마이어스(Kenneth A. Myers)는 다음과 같이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를 비교하면서 대중문화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2)
대중 문화(Popular Culture) 전통적, 고급 문화(Traditional and
High Culture)
* 새로운 것에 초점을 맞춤 *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것(timeless)에
초점을 맞춤
* 깊은 사고(성찰)를 억제시킴 * 깊은 사고(성찰)를 고무시킴
* 무의식적으로 “시간 보내기” * 주도 면밀성을 갖고 추구함
(kill time)를 추구함
*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며, 우리가 *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을 제공함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말해 줌
*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에 * 훈련을 요구함; 인내심을 고무시킴
의존함; 조급함(impatience)을 조장함
* 정보와 사소한 것을 강조함 * 지식과 지혜를 강조함
* 양적인 관심사(quantitative * 질적인 관심사(qualitative concerns)를
concerns)를 중시하게 함 중시하게 함
* 명성을 찬양함 * 능력을 찬양함
* 감상에 호소함 * 적절하고 균형 잡힌 감정에 호소함
* 내용과 형식이 시장의 요구에 지배됨 * 내용과 형식이 창조질서의 요구에 지배됨
* 형식 자체가 본체임 * 형식은 도구일 뿐임
* 폭력과 음란성의 경향성이 높은 * 형식의 역학과 상징의 힘(언어를 포함
하여)에 의존함
* 무언가를 상기시키는 데서 미학적 * 내재적 속성에서 미학적 힘을 발휘함
힘을 발휘함
* 개인주의적 * 공동체적
* 대중 문화의 감수성 속에 우리를 * 우리의 감수성을 변화시킴
버려둠
* 심오하거나 지속적인 주의를 * 반복적이며 세심한 주의를 가능하게 함
불가능하게 함
* 다의성(ambiguity)의 결여 * 암유적(allusive)이며, 초월적인 것을
구경거리에 의존함 암시
* 삶과 예술 사이에 불연속성이 없음 * “제2의 세계”(Secondary World)의 관례에
의존함
* 자아의 욕구를 반영 *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것을 촉구
* 상대주의적 경향성 * 기준(표준)에 순복하는 경향성
* 이용 * 수용
이상의 내용들을 통해서 대중문화를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성들을 중심으로 기술해 보면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첫째로, 대중문화는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어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중 문화의 생산자는 영화, 방송, 신문, 잡지, 음반, 광고 등과 같은 대중문화산업이다. 대중 문화의 소비자는 이와 같은 대중문화산업이 생산한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다. 현대사회에서 대중은 광범위한 공간에 산재되어 있으며, 익명의 원자화된 개인들이며 수동적인 존재들이다. 따라서 소비자인 대중은 대중문화산업의 문화상품 판촉활동에 의해 쉽게 조작되는 성격을 지닌다.
둘째로, 대중문화의 생산자는 대중문화산업에 고용되어 있거나 계약관계에 있다. 따라서 대중문화의 생산자는 자신들과 고용 또는 계약관계에 있는 문화산업의 요구와 타협하여 문화창조 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대중문화의 창조자는 자신의 독창적인 창조 행위에 전념할 수 있는 고급문화의 창조자와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세째로, 대중문화는 익명성을 본질로 하고 있다. 대중문화의 생산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고, 특별한 행위에 대한 책임이 부여되지도 않는다. 대중적 익명성에 근거하다 보니 영원한 가치, 인간의 깊은 사고를 고무시키는 것, 훈련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가치와 같은 진지함을 추구하지 아니한다.
네째로, 대중문화는 본질상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대중문화산업에 의해서 생산되는 상업주의 문화이다. 따라서 대중문화의 유통과정은 자유시장의 경쟁 원리에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대중문화의 생산자는 될 수 있는 한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고 즐겁게 소비될 수 있는 문화상품을 만들려고 노력하며, 소비자들이 대중문화상품을 통해 즉각적인 만족을 얻도록 하기 위해 가능한 한 흥미롭게 만들려고 한다. 대중문화의 이러한 속성은 대중 매체와 야합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빈번하게 질낮은 ‘꺼리’만을 제공하기도 한다.
III. 현대문화의 특성과 대중문화
문화는 결코 정적인 것이 아니다. 문화는 항상 형성되고 재형성되어 나간다. 대중문화도 사회와 문화라는 큰 틀 안에서 사회와 문화 전반에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으면서 스스로를 부단히 재형성해 나간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대중문화를 보다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문화의 특성이라는 보다 더 큰 맥락 안에서 대중문화를 살려보아야 한다.
현대 사회의 문화적 특성을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가 그 주된 특성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상대주의이다. 오늘 날 우리는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의 생각일 뿐 이예요.”(It's your opinion.)라는 말, 또는 “그것이 당신에게는 진리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진리가 아니다.”라고 하는 표현들을 많이 듣고 있다. 이러한 표현 속에서 우리는 현대 문화의 다원주의적 상대주의를 보고 있다. 상대주의는 인간은 기본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광범위하게 다양한, 이른바 상이하면서도 때로는 상호 갈등하는 신념들을 견지한다는 명백한 사실을 주장하는 다원주의와 더불어 시작된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을 믿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들은 무신론자들이다. 이와 같은 신념의 다원성이 이제 하버마스(Habermas)가 소위 “정당성의 위기”(the crisis of legitimation)라고 부르는 다른 요소와 결합되어 현대 문화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상호 갈등하는 신념체계들 가운데서 판결을 내려주는 이른바 공통적으로 인정되는 어떤 합리적인 수단들, 즉 누가 올바르며 누가 잘못되었는가를 결정할 수 있는 보편적인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현대문화의 전반에 흐르고 있다.
상대주의의 이와 같은 “외견적 타당성”(plausibility)외에도 상대주의는 현대인들에게 매력적이다. 선, 정의, 진리, 그리고 아름다움 등에 관한 보편적 주장은 잘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비윤리적이며 잠재적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소리 높이는 주장들은 현대인들의 지적 오만과 맞아 들어가고 있다. 어떤 다른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신념이 상이한 사람들을 실제적으로 억압하는 상태로 인도해 갈 수도 있는 문화적 오만과 지적 제국주의의 한 형태라고 비난받고 있다.
현대문화의 이러한 상대주의적 특성은 대중 문화에 있어서도 리챠드 로티(Richard Rorty)가 말하는 소위 “정치적으로 온당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the politically correct)의 개방적 정신(open-minded)을 찬양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 사회는 토착인의 북연주(drumming)는 심미적으로 모짜르트(Mozart)의 심포니와 동일하며, “투 라이브 크루”(2 Live Cru)의 랩 음악이 세익스피어(Shakespeare)의 소네트(단시)와 마찬가지로 훌륭하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을 지성인으로 찬양한다.
그러나 상대주의에는 “그것은 당신에게는 진리이지만 나에게는 진리가 아니다.”라고 하는 통속적인 표현 이상의 무엇이 있다. 그것은 뉴 에이지 운동의 교사(guru)인 셜리 매클레인(Shirley MacLaine)이 “여러분은 신이고 나도 신이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은 동일한 신조를 고백하는 하나의 종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의 대중 문화가 혼전 성 경험과 동성애, 마약복용, 폭력, 공포, 죽음 등을 찬양하며 사탄을 찬양하는 반 기독교적 문화로 일관되고 있음을 보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둘째는 현세적 쾌락주의이다. 모든 가치가 상대화되어 버리고 초월적, 절대적인 가치가 사라진 자리에 가장 쉽게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 쾌락주의이다. 실제로 오늘 우리 사회의 문화는 현세적 쾌락주의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글라스 웹스터(Douglas Webster)가 지적한 바와 같이 현대 문화는 로마인들만큼 쾌락을 사랑하고 고린도인들 만큼이나 도덕성을 상실했다. 1세기 당시 로마는 그야말로 쾌락주의적인 삶의 양식에 바쳐진 도시였다. 당시 로마에는 세 곳의 주요 극장들이 있었는데, 일만 명이 앉을 수 있는 폼페이(Pompeii) 극장, 팔천 명이 앉을 수 있는 발부스(Balbus) 극장, 그리고 일만 사천 명이 앉을 수 있는 마르셀루스(Marcellus) 극장이었다. 그런데 이 당시 로마의 무대는 완전히 부패하여 신자가 된 직업 배우들이 그들의 직업을 포기하도록 권유받을 정도였다. 이들 극장 외에도 대중 목욕탕, 체육관 그리고 행락용 선박들이 쾌락에 대한 로마인들의 갈망을 말해주고 있었다. 상업활동의 중심지였던 고린도의 거리에도 상인, 군인, 선원, 그리고 여행자들로 북적거렸다.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Aphrodite)를 숭배하는 제사가 이 도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었으며, 천 여명이 넘는 매춘부들과 여 사제들이 에로폴리스(Aeropolis)의 사원 주위에 있는 호화스러운 구역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3)
이러한 도시들의 쾌락추구적 문화를 볼 때 우리는 그들의 문화가 오늘 우리의 문화와 너무도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으며 두려움을 갖게 된다. 오늘날 우리의 청소년들은 이러한 문화로부터 오는 영향을 매일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세째는 즉각성이다. 현대인들은 삶의 모든 부분에서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고 있다. 의복과 음식, 통신수단, 오락 등 모든 것에서 인내하지 못하고 조급함을 보이고 있다. 현대인들의 이러한 사고와 생활 방식에 대중문화의 특성은 잘 영합하고 있다. 사실 대중 문화가 현대인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그것이 즉각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문화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들을 향유하는데 필요한 조건은 아무 것도 없다. 민속 예술과 고급 예술은 좀 더 많은 훈련을 받아야 이해가 가능하며 그것을 향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중문화는 즉석에서 만족을 주는 것이 그 특징이다. 그런데 이러한 즉각적 만족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그보다 더 좋은 것을 음미할 수 있는 식견을 미리 봉쇄해 버리며 허무와 즉흥적 즐거움 사이에 공존하는 폐쇄적 자기방어만을 남겨놓을 뿐이다. 대중 문화의 이러한 특성은 청소년들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깊이 있고 폭넓은 어떤 것을 싫어하게 만들고 그들의 삶을 천박하게 만들어 버린다.
네째는 폭력성과 선정적 퇴폐성이다. 현대문화는 폭력성과 도덕적 퇴폐성으로 얼룩져 있다. 특별히 대중문화산업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시장점유율을 높임으로써 더 큰 이윤을 창출한다는 일차적 목적을 가지고 대중 문화상품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가능한 한 흥미롭게 만든다. 그 결과 대중문화는 오락 지향적인 성격을 지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한 시장점유율의 확대를 위하여 성별, 연령, 교육정도, 직업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상품을 만들려 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흥미를 느끼는 섹스, 폭력, 모험 등이 주된 소재가 되게 된다.
에드윈 키슬러 2세(Edwin Kiesler Jr.)는 “T.V. 폭력: 부모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당신의 자녀가 평범한 아이라면 15세가 되기 전에 만 삼천 명의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TV에서 보게 될 것이다. 만일 그 아이가 금년 한 해 동안 황금시간대의 모든 프로그램을 다 시청한다면 그는 한 시간에 여덟 번의 비율로 살인, 구타, 강간, 노상강도, 그리고 약탈 행위를 보게 될 것이다. 그 시간대의 프로그램 중 사분의 삼은 폭력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청소년 교육자 맥도웰(Josh McDowell)은 지난 10여년 동안 청소년들의 성적 행동을 조사하는데 많은 시간을 바쳤다. 그런데 그의 발견이 아주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 청소년들의 결혼전 성적 행동이 사실상 교회 바깥의 청소년들과 전혀 다를바가 없더라는 사실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로 그리스도인 청소년들도 그들의 불신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성적으로 적극적이더라는 것이었다. 맥도웰이 미국의 8개 복음주의 교파의 교회를 중심으로 청소년들의 성적 행동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1987년) 교회 청소년들도 18세때까지 40% 이상이 성적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4) 그리스도인 청소년들이 이처럼 성적 경험을 하는데 영향을 주는 많은 요인들이 있는데, 예컨데 동료 친구들로부터 오는 또래집단의 압박, 부모와의 대화의 결핍 등이었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가운데서 가장 그 세력이 강하면서도 부모나 교사들이 간과하고 있는 영향력이 대중 문화의 영향이더라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대중문화 속에 담겨져 있는 부정적인 사상들이 상당한 기간을 통하여 부적절한 성적 행동에 대하여 하나님께서 금지하시는 모든 금기장치를 완전히 해제시켜버리는 도구로서 작용하더라는 것이다.
오늘날의 대중문화는 섹스, 폭력, 모험 등을 소재로 삼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은연중, 그러나 아주 강력한 방법으로 반사회적인 행동규범을 가르치며, 사치와 낭비의 풍조를 만연시키고, 황금만능주의를 전파시킨다. 폭력이나 섹스물 등은 청소년들에게 모방심리를 자극할 뿐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불감증을 유발, 보다 더 강한 자극을 찾게 하고 결국은 사회 문화 전체를 오염시키게 된다. 이처럼 우리의 청소년들은 대중 문화로부터 우리가 청소년들에게 그렇게도 열심으로 가르쳐 심어주고자 하는 성경적 원리들에 대하여 흔히 적대적인 메세지를 너무나도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섯째는 주술성이라는 특성이다. 캐런 호잇(Karen Hoyt)은 오늘날 우리의 문화가 얼마나 주술적인가를 이야기하면서, 현재 미국인의 약 23%가 윤회(reincarnation)를 믿고 있으며, 23%는 점성술(astrology)을 믿고, 또 25%는 비인격적 에너지(nonpersonal energy)나 생명력(life force)을 믿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오늘날 대중문화에서 종교와 영성이 다시금 인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피족들(yuppies)이 교회로 돌아오고 있으며 영화배우들이 뉴에이지(New Age) 명상을 하는가 하면 점성술을 계획하는 정치가들도 있다.
오늘날 과학의 시대에 주술적, 신비적인 문화가 현대인들에게 강한 매력을 주고 있는 이유는 과학의 발달과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던 현대인들이 정신적 공허감을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대중문화도 그 종교적 특성에 있어서 주술적이며 이교적인 영성이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의 이러한 주술적 특성이 오늘날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도외시 되기 보다는 오히려 미화되고 찬양받고 있다. 무당, 점성술, 역술 등이 전통문화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오히려 그 보존이 장려되고 있으며 대중 문화의 모든 쟝르에 아주 자연스레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리스도인과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격하, 비하 또는 조롱하고 있다.
IV. 대중문화의 상업성과 그 영향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대중문화산업은 어디까지나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생산되는 상업주의 문화이므로 그 문화상품의 유통과정은 일반소비재와 마찬가지로 자유시장의 경쟁원리에 따르게 된다. 따라서 대중문화산업들은 관련 산업체와 시장점유율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신문, 잡지, 영화, 방송, 음반산업 등과 같은 대중문화 산업들은 독자와 시청자라는 시장의 점유율을 높임으로써 광고수익도 증대되므로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문화는 인간의 보편적인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수 있는가 하는 상업적 전력이 교묘히 숨겨져 있는 상품과 다름이 없다. 대중문화가 재미있을 수 밖에 없고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의 것이 개발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흥미를 돋구어 상품으로 팔기 위한 전략으로 기획, 제작되기 때문이다.
방송 스폰서에게는 사람들이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문화 단위는 청장년층이다. 대중문화가 이처럼 상업주의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대중의 말초적 흥미에 영합하기 위해 실질이 배제된 표피적이며 감각적인 문화를 사회에 전파시키게 되고 따라서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사회구성원 전체의 문화적 수준을 저급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V. 대중문화와 대중매체, 그리고 청소년
대중문화는 대중매체를 통해서 확산되고 영향을 미친다. 대중문화의 확산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것이 대중매체이다. 문화의 변동은 시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주도되고 이끌려가는 측면이 아주 강하다. 이 문화변동을 주도하는 것이 대중매체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서 청소년들의 문화 형성에 엄청나게 유해하면서도 침투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대중매체를 든다고 한다면 역시 영화, 잡지, 비디오, 텔레비젼을 들 수 있다. 이들 대중매체들은 순기능과 역기능의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기독교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고찰해 볼 때는 역기능적인 면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영화는 짧은 시간에 수 많은 사람들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들은 대부분이 폭력과 부도덕한 성적 행위, 그리고 뉴 에이지의 사상으로 가득차 있다. 이들 영화에서 자주 반복되고 있는 메세지는 인간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으며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접신행위와 같은 주술적 사상들이다. 오늘날 TV의 많은 프로그램들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형태로 뉴에이지의 사상을 전파하고 있다. 이것은 특별히 만화 프로그램의 경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우주 정복자 히맨”(He-Man and the Masters of the Universe)이라는 만화영화는 자신을 하나님과 동일한 수준에 둘 수 있다는 사상을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이외에도 서적과 음악등을 통해서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대중문화가 교묘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가고 있다. 특별히 오늘날 청소년들이 즐기고 있는 많은 음악들은힌두교의 교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환상적 음악이거나 사탄을 숭배하고 찬양하는 음악이 주종을 이루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중 매체는 우리의 문화를 반영하고 창조하며 조작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의 삶의 방식과 삶의 질을 통제하는 일을 한다. 특별히 전파매체와 더불어 생활하고 있는 이른바 전기꽃이(plug-in) 세대로 불리우는 청소년들의 삶의 방식과 삶의 질은 대중매체를 통한 대중문화가 주도적으로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CATV와 방송위성으로 다채널 시대를 맞게 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VII. 대중문화 속의 청소년, 어떻게 이해하고 지도할 것인가?
우리가 청소년의 대중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그것이 청소년들의 세계관을 아주 자연스럽게 형성해 가기 때문이다. 가정이나 교회학교의 가르침보다도 대중매체가 주는 메시지가 이들 청소년들에게 더욱 강하게 영향을 나타내는 이유는 대중매체의 메세지가 권위적이거나 훈계조가 아니라 모방과 감정이입의 방법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대중매체가 암암리에 전달하는 가치관은 영웅 숭배심리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멋진 주인공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전달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이것을 수용하는데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본받을 만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심지어는 옷차림, 머리 모양, 몸짓 마져도 흉내를 내지 않으면 동료집단에서 소외감을 느낄 정도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중매체의 이러한 영향과 비례해서 오늘날 청소년들이 접하고 있는 대중문화는 우리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기독교적/반기독교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청소년들은 이러한 대중문화에 접하면서 세상에 대한 기본적 신념의 종합적인 틀을 형성해 가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 지도자들은 대중문화 속의 청소년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지도할 것인가를 심사숙고해 보아야 한다.
이제 지금까지 고찰한 내용을 염두에 두면서 청소년에 대한 교육적 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를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제안해 보고자 한다.
1) 우리는 청소년들이 접하고 있는 대중문화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 문화의 내용뿐 만 아니라 그 문화가 부추기는 감수성과 세계관적 성격에 관해서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2) 청소년들을 위한 대중문화 및 대중매체 교육의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입안하고 실시하여야 한다. 특별히 대중매체의 본질과 기능에 관한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중 매체는 현대 문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전달, 보급하고 창조하는 도구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대중매체의 본질과 기능, 그 영향 등에 대하여 기독교 세계관의 관점에서 더욱 더 심도있게 연구하고, 이러한 연구의 결과들을 청소년들을 위한 매체 교육 프로그램에 반영시켜 나가야 한다.
3) 청소년들에게 대중매체를 접하는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교육을 해 주어야 한다. 대중 매체가 그 자체로서 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가 시간이 생기면 다른 건설적인 일들을 하려는 생각없이 TV 시청만으로 소일한다고 하면 그것은 잘못이다. 그리스도인 청소년들이 TV 시청 습관에 관해 분별력을 갖지 않는 것은 죄이다. 과도한 TV 시청은 시간에 대한 청지기적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해로운 것들을 수용하게 만든다.
4) 청소년들과 함께 건전하지 않은 대중문화를 상업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광고 기업들의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는 방법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5) 인간 삶의 종교적 본질에 대한 바른 교육이 있어야 한다. 교회와 세상, 신앙과 문화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이원론적 사고 방식을 배제하고, 동시에 세속 문화에 기독교적인 것을 추가하기만 하면 기독교적인 문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절충주의적 사고 방식도 배제하여야 한다. 문화는 그 자체의 독특한 내적 방식으로 변혁되고 성화되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청소년들에게 잘 가르쳐 주어야 한다.
6) 청소년들로 하여금 우리 문화의 지배적인 세계관을 종교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비판해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 주어야 한다. 어떠한 영(spirit)이 우리의 문화를 이끌고 있는가 하는 것을 식별할 줄 아는 지혜를 길러주어야 한다.
7) 대중매체와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활동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대중매체와 대중문화도 그리스도에게 속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하기 보다는 이러한 분야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개혁과 성화를 일으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가라는 질문을 항상 제기하여야 한다. 대중매체와 대중문화가 너무나도 철저하게 왜곡되어 버렸기 때문에 이러한 영역을 송두리째 포기해 버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지혜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너무도 이른 시점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오히려 기도와 물질적 후원을 통해서 이러한 영역에서 효과적으로 봉사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 나가야 한다.
8) 청소년 지도자들과 부모들이 청소년의 대중문화를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예컨데, 청소년들이 즐겨 듣고 있는 음악 중에서 다음과 같은 것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를 하면서 살펴보아야 한다. 아래에 열거한 것이 완전한 목록은 아니라 할지라도 지금까지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고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그룹들을 거의 망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 그룹들 각각이 하나의 핵심적인 주제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아주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룹들은 그들의 앨범안에 어떤 주제와 내용들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이 그룹들을 아주 주의깊게 잘 점검해 보고 청소년들을 지도하여야 한다. 특별히 밑줄을 쳐 놓은 것은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아주 익숙한 그룹들이다.
1) Punk/ Alternative/ Grunge:
The Cranberries, Spin Doctors, Violent Femmes, Erasure, New Order,
Green Day, Seal, Sonic Youth, Primal Scream, Ramones,
Toad the Wet Sprocket, Collective Soul, 10,000 Maniacs, Meat Puppets,
Crash Test Dummies, Urge Overkill, Pearl Jam, Nirvana, Sex Pistols,
Offspring, Gin Blossoms, VS3, Blind Melon, Green Jelly
2) Hard Rock/ Heavy Metal:
Jimi Hendrix, AC/DC, Hole, KISS, Aerosmith, Butt Hole Surfers,
Primus, Danzig, Helmet, Biohazzard, Prong, Alice in Chains,
Guns-N-Roses, Slayer, Anthrax, Stone Temple Pilots,
Rage Against the Machine, Nine Inch Nails, White Zombie, Pantera,
Pearl Jam, Soundgarden, Suicidal Tendencies, Tesla, Van Halen, Weezer,
Black Crowes, Soul Assylum, Bon Jovi, Def Leppard, Slaughter,
Motley Crue, Winger, Ugly Kid Joe, Night Ranger, Damn Yankees, Metallica,
Candlebox, Megadeth, Whitesnake
3) Pop/ Rock/ Rap:
C & C Music Factory, Big Mountain, Hootie and the blowfish, Bonnie Raitt,
Tom Petty, Tori Amos, Elton John, Sheryl Crow, Eric Clapton, Prince,
Breeders, Toni Braxton, Counting Crows, 4 Non-blondes, R.E.M., U2,
Doors, Police, Cure, Peter Gabriel, Meat Loaf, Red Hot Chili Peppers,
Sinead O'Connor, Blind Melon, Boyz II Men, Ace of Bass, Janet Jackson,
Michael Jackson, Madonna, Cypress Hill, Snoop Doggy Dog, Dr. Dre,
Public Enemy, warren G., Salt-N-Peppa, Beastie Boys, Heavy D.,
Queen Latifah
VIII. 맺는 말
대중문화의 영향은 잠식적이며 침투적이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장기간에 걸쳐서 이루어진다. 어디서부터가 대중문화의 영향이고 어디서부터가 아닌지도 분간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은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사고 방식과 삶의 방식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아니한다.
제임스 도브슨(James Dobson) 박사가 지은 Dare To Discipline 이라는 책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한 마리의 개구리를 더운 물이 담긴 남비에 넣고 아주 천천히 열을 가하면 개구리는 전혀 도망을 치려는 기미가 없다고 한다. 개구리가 냉혈동물이기 때문에 체온이 주위의 온도와 거의 비슷하며, 따라서 천천히 온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온도가 자꾸만 올라가도 개구리는 자기에게 닥쳐오는 위험을 깨닫지 못한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있는데도 전혀 다른 것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 역력히 나타난다. 그는 계속 그 자리에 앉아 불길한 징조처럼 올라오는 수증기를 코로 맡으며 태평스럽게 남비 주위를 바라보고 있게 된다. 여기에 대한 보상으로 개구리는 서서히 죽어가게 되어 자신이 쉽게 피할 수 있었던 재난에 어이없이 희생되고 만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대중문화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태도를 우화적으로 지적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위험에는 즉시 흥분하게 된다. 전쟁, 질병, 전염병, 지진, 가뭄, 그리고 태풍 등에는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지만 대중문화와 같이 5년, 10년, 혹은 20년에 걸쳐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무서운 문제들에 대해서는 우리 자신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느낌조차도 태연스럽게 무시해 버리곤 한다.
우리는 문화에 결코 무관심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마시는 물이나 호흡하는 공기의 유독성에 무관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리적 환경이 생존에 필수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문화적 환경도 인간의 생존의 질에 필수적이다. 오늘날 자연 환경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문화적 환경을 포함하여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대중문화와 대중매체의 세계로 확장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삶이 진정으로 영적인(spiritual) 삶이며 하나님을 사랑하는 삶의 구체적 표현 방식임을 알아야 한다.
참고문헌
강현두, 원용진, 전규찬, 현대 대중문화의 형성,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McDowell, Josh, Foreword in Robert G. DeMoss, Jr. Learn To Discern, Grand Rapids, Michigan: Zondervan Publishing House, 1992.
Muggeridge, Malcolm, Christ and the Media, London: Hodder and Stoughton, 1977.
Myers, Kenneth, All God's Children and Blue Suede Shoes: Christians & Popular Culture (오현미 역, 대중문화는 기독교의 적인가 동지인가?, 서울: 나침반사) 1992.
Porter, David, Children at Risk, Eastbourne: kingsway Publications, 1986.
Postman, Neil, Amusing Ourselves to Death, New York: Penguin Books, 1984.
Schultze, Quentin J. et al, Dancing in the Dark: Youth, Popular Culture, and the Electronic Media, Grand Rapids, Michigan: William B. Eerdmans Pub. Co., 1991.
Webster, Douglas, Christian Living in a Pagan Culture (황성일 역, 그리스도인과
현대사회문화: 예속될 것인가? 지배할 것인가? 서울: 나침반사)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