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산행기] (4) 천지 물에 배 띄우다

[심원(심원)]

[천지로 하산]

 
 산장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천지 야영 준비를 최종 점검한다
 
 아무도 천지에서 야영하지 말고 산장에서 하루 더 지내자는 말하는 사람없고
 어서 천지 물가에 가보고 싶은 기대감에 한껏 들떠있다
 
 문제는 20Kg을 오르내리는 각자의 박 배낭이 큰 짐이다
 
 천문봉 산장에서 천지로 내려가고  다시 다음날 천지에서 용문봉으로 올라 가는 산행에
 박 배낭이 부담이 되는 건 틀림없다
 
 서브백만 매고 가겠다는 회원 셋이서 포터를 고용하고
 다른 회원 들의 텐트 등 무거운 짐을 그 배낭에 나누어 덜었다
 
 포터 비용은 개인이 반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공금에서 지불하기로 했다
 
 XX부원 들의 넘 약한 모습 ㅋ ㅋ
 
 카메라가 무겁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이유는 많아서   ..  이해해요..
 
 근데 사실은 그게 현명했다  
 
 이제야 자수하지만  나중에 용문봉을 오를 때 20Kg 짜리 배낭의 무게가 내 몸무게와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가이드 철이가 밟고 올라간 돌 들이 내가 밟으면 흔들거리는 급경사 너덜지대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왜 배낭을 포터에게 맡겨 내려 보내지 않았는지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천문봉의 서쪽 사면 능선을 돌아 달문과 천지를 사이에 둔 길을 조심 조심 내려가면서
 우린 맘껏 조망하고 사진을 찍었다
 
 
 
 
 
 
 
 
 
 
 
 금년 겨울 1월 1일  
 천문봉에서 해돋이를 하고 같은 길로 하산할 때 30분이 넘어 걸렸던 안부 까지의 능선 길을
 10분도 안돼 내려와서 급사면이 시작되는 안부에서 다시 카메라를 꺼냈다
 
 [안부에서 천지로 내려 가는 길]
 
 
 
 
 
 
 
 
 
 
 
 
 
 
 
 은정이 어머님을 하나팔 병호에게 맡기니 어제와 오늘의 산행 흐름이 쉬워진다  
 
 선두와 후미도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선두에서 사진 찍을 때 후미조는 천천히 진행 시켰기 때문이다
 
 끝까지 은정이 어머니와 함께 한 병호가 고생이 많았지만..
 
 병호야 수고했고  고맙다!
 
 보통 벼르고 간 산행에서 내 페이스의 산행이나 내가 하고 싶은 산행을 미룬채
 다른 사람을 보조하기가 쉽지 않은 일임에도..
 
 역시 산사랑 등산학교 5기 출신답다
 
 
 백두대간 종주를 마쳤다는 바다의별과 가암 부부가 스피드를 내면
 선두와 후미의 거리 조절을 위해서 불러 세운 후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바다의별 찬호가 :이렇게 우리 사진을 많이 찍어주셔서 고맙습니다"했는데  
 처음에 저의는 거리 조절이었었다
 
 근데 그게 시간이 지나다보니 정이 들었다.
 
 참 밝고 환한 두 부부의 재롱(?)이 우리 산행 팀에게 활력을 불어 일으키는 감초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꽃 사진 찍느라 엎드려서 일어 날 생각을 않는 가암 장연자(돼지띠) 보고 찬호는 늘 이랬다.
 
 "각시야~ 그만 가자.."
 
 나도 닭살이었는데 ㅎㅎ  
 
 백두산이 아니라 이번 정기산행 금수산에 둘이 같이 했으면,
 아마 도야몽 노처자 들의 미움을 단단히 받았으리라
 
 [달문을 지나 장백폭포 아래로 보이는 장백온천지대,
 이길로 계속 가면 이도백하이다
 - 오른 쪽 위 능선 안부 부근에 검게 보이는 곳이 흑풍구이다]
 
 
 
 
 
 
 
 안부에서 내려다 본 천지는 우리의 야영 예정지인 팔괘묘가 보이고
 산장을 운영하는 중국동포 최사장의 중국인 부인이 상주하는 매점 천막이 내려다 보인다
 
 [하산 길에서 본 천지 / 매점 / 팔괘묘]
 
 
 
 
 
 
 
 
 
 [천지 물가에서 야영]

 
 
 
 천지에서 달문으로 흐르는 물이 불어 걸어서 건너 가기가 어려워
 
 물길을 건야하는 팔괘묘에서의 야영을 포기하고 매점 옆에 야영지를 잡았다
 
 이번 산행에서 현지의 사정상 계획 된대로 못하고 변경 된 적이 몇 있었지만
 이 날의 야영지 변경도 아쉬웠던 부분이다
 
 위에서 내려다 본 팔괘묘의 위치는 참 절묘하다
 
 천문봉의 가파른 기슭에 있지만 약간의 거리를 두고 몇십미터 가량 돋우워진
 언덕 위에 있어 낙석이나 사태의 위험에서 벗어났고
 
 뒤로는 천문봉이 우뚝 서있고 그 산 능선이 두 날개로 포근히 감싸 안았으며
 
 왼 쪽에으로는 천지가 확 트여있고 오른 쪽에는 천지 물이 달문으로 흐르는 너른 벌이 펼쳐져있다
 
 앞에는 백운봉 용문봉의 위세가 하늘을 찔러 참 오묘한 절지이구나 싶었다
 
 먼저 백두산행에서는 이렇게 자세히 관찰할 여유도 없었지만 가스가 자욱해서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그 모습이 새롭다
 
 바다의별도 너무 좋은 곳이라며 가보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경승지이자 땅의 기운(지기:地氣)가 물씬 솟아오르는 팔괘묘 자리는
 
 지정학적이나 풍수적으로  드믈게 보는 길지임이 분명한데 거기서 야영을 하며 백두산의 기를 받고 싶었는데..
 
 바다의별은 거기서 백두산 정기를 이어받은 아들을 만들지 못한 아쉬움을 노골적으로 토로했지만  
 
 흐흐  남 잘되는 걸 그냥 도와줄 수가 없지.  
 
 "담에 기회를 또 만들자!"라는 말로 대신 할 밖에
 
 담엔 테마를 백두산에서 2세 만들기로 할까나?  그럼 난 뭐하지? 후 후
 
 
 
 천지 물가와 매점 사이는 약 5~60미터이고 사이에는 얕으막한 천연 둑이 형성되어 있었다
 
 우린 둑 넘어 천지 물가에 텐트를 치려했으나
 바람이 심할 수 있고 안전상 위험이 있으니 둑 안에 텐트를 치란다
 
 여행이나 산행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다
 
 당연히 안전을 우선 고려해서 둑 안에 야영지를 잡았다
 
 [천지에 배 띄우다]

 
 해 질 시간 까지는 2~3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고무 보트를 준비 시켰다
 
 천지 호수 위에 보트를 띄우고 우리가 산행하지 못한
 서파 쪽의 백운봉 기슭 까지 저어 갔다가 오는 1시간 가량의 유선 놀이이다
 
 백운봉 자락 날카로운 끝머리 일부에는 조그마한 모래밭이 있어서
 그 곳에 배를 대고 내려 사진을 찍을 수 있기에 3~4명 1개조로 배를 보낸다
 
 
 [천지 물가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 놓은 천지 괴물 모형과 천막 매점에 걸려 있는 신혼부부용 의상(색동저고리) 들]
 
 
 
 
 [아직 녹지 않은 얼음 덩어리가 천지 호반에 떠 있다]
 
 
 
 [보트를 타고 서파 쪽 백운봉 자락을 향해 노를 저어 가는 보트]
 
 
 
 
 [보트를 타고 가면서, 그리고 백운봉 자락의 사장에 배를 대어 놓고 찍은 서파에서 본 백두산의  북녘 영토 들]
 
 
 
 
 
 
 
 
 
 
 
 
 
 [같은 장소, 오른 쪽에 위가 파여진 넓은 봉우리 옆의 안부가 중국과 북한의 서파쪽 경계인 "5호경계비"가 있는 국경선이다]
 
 
 
 처음엔 희망자만 본인 부담으로 (1인당 만오천원) 배를 타기로 했으나  
 나와 은정이만 빼고 모두 배를 탔기에 역시 공금으로 처리했다
 
 남아있는 나와 은정이 그리고 가이드들을 데리고 텐트 4동과
 4X5m 짜리 프라이를 쳐 놓으니 배를 탔던 일행이 돌아 온다
 
 유리신
 
 "어 우린 민형형이 텐트를 쳐 놓았을까 하고 얘기를 했는데  
 나는 형 인간성에 비추어 안 쳐 놓았다는 쪽에 걸었는데 말이죠 쩝~ "
 
 그래 평소에 하던대로 했어야 하는데  후회막급이여..
 
 [야영장과 주변 경치]
 
 
 
 
 
 
 
 
 서울을 떠나기전 준비해 둔 개스 어댑터를 스토브에 끼우고
 현지 구매한 가정용 개스를 (모두 국산 수출품이었다) 장착해서 밥을 했다
 
 유리신이 한 밥은 본인 말대로 밥 맛이 "아트"였다
 
 문제는 부식인데   찌개는 내가 준비해 간 된장국거리로 그나마 해결했지만  
 
 누구누구가 구입한 쇠고기는 장조림용이라 구워 먹을 수 없었고  
 
 매점에서 판다던 돼지고기도 삼겹살이 아닌 국거리용 돼지고기라 구워 봤자 영 퍽퍽하다
 
 (누구누구야 그 고기 장조림해서 여포 멕인다더니 갖고 왔니?)
 
 
 그 날 그물을 걷어 올려 잡은 산천어의 수확도 많지 않아 회치고 남은 걸로 매운탕 끓이련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고..
 
 할 수 없이 비상식으로 준비했던 소시지, 햄 들을 프라이팬에 털어 넣고
 내가 이도백하 시장에서 산 쌀 떡에 고추장을 풀어서 떡볶이를 만들어 안주로 했다
 
 다음 날 아침 거리는  해 논 밥에 라면 끓여서 먹기로 했는데
 
 인천 공항 매점에서 라면 한 박스를 산다는 걸 그만 깜빡했다
 
 무조건 내 알콜성치매 탓이다  
 절대 리더 대리로서 보딩 받고 환전하고 짐 붙이고 하느라고 바빴단 핑게는 절대 안한다. 그럼
 
 
 이도백하에서 신라면을 10개 쯤 샀는데 이걸 가지고 또 논쟁이 붙었다
 
 유리신
 
 "중국에서 파는 신라면은 스프를 중국 현지인 입맛에 맞추었기 때문에 우리는 못 먹어"
 
 유아독존
 
 "내가 얼마전에 신라면 사장이 TV에 나와서 얘기 하는 걸 들었는데 다른 라면은 몰라도
 신라면은 우리 입맛을 중국에 보급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우리 식대로의 맛을 가진 라면을 수출한대요."
 
 결국 라면을 동훈이가 끓여서 심판(?) 받기로 하고 일단락
 
 덕분에 아침에 동훈이가 30분 일찍 일어나 아침 당번을 했다  수고했다 동훈아
 
 라면 맛은?   당근 맛있었다  입 맛에도 맞고.
 
 밥을 먹고 나니 순식 간에 장백폭포에서 부터 달문 위로 가스가 차오른다
 
 그야말로 뭉게뭉게 그름이 올라 오는 모습이 무섭기 까지하다
 
 마치 구름의 이동 모습을 찍어서 빨리 돌린 화면을 보는 것 같다
 
 
 [잠시 어둠이 깔리며  장백폭포 쪽에서 솟아 오르는 가스는 순식간에 용암처럼 위로 분출한다]
 
 
 
 
 
 
 술!  이게  늘 문제다
 
 '늦게 밴 도둑 날 새는줄 모른다'고 느지막히 술 맛을 알아버린 사람 들의 특징은
 
 기분에 따라 음주량을 오버하다가 내 주량을 넘어서면 몸이 감당 안된다는 거다
 
 
 어릴 때 부터 술에 절어 사는 나같은 사람은
 
 술을 마시면 위를 지나 흡수되면서 알코홀이 모세혈관을 따라 동맥을 타고
 가슴으로 뇌로 퍼지는 감을 느끼니까 조절이 되는데
 (간혹 술에 사로 잡힌 친구 들도 간혹 보긴 하지만)
 
 처음 배우는 사람은 그게 잘 안되는 경우가 흔하다
 
 거기다가 머리를 송곳으로 쑤시는 것 같은 통증이 오는 고산병 초기 증세 까지 더하면 거의 죽음이다
 
 본인은 괴로워서 안절부절 하지만 보는 사람은 즐겁다 ㅎㅎ
 
 근데 잠깐 쉬고 시간이 지나면 빨리 회복된다
 
 왜?  마신 절대량이 적으니까
 
 
 가이드는 내일 일정이 빡세니까 새벽 3시반 기상
 5시 출발하자고 하여 마실 술도 떨어졌고 잠자리에 들었다
 
 자기 전에 몇이서 천지 호수를 또 보려고 물가로 갔더니
 매점에 근무하는 열 댓 명 중 두 명이 거기에 잠자리를 깔고 있었다
 
 혹시 우리가 떠들어서 피신한 건가 싶었는데 조금 지나 그 사정이 밝혀진다
 
 새벽 2시가 좀 넘은 시간에 밖에서 쾅쾅하는 소리가 나고 수선스러우며 고함 소리가 꿈결에 아스라히 들린다
 
 전쟁 터 한 가운데 누워있는 꿈 같은 걸 꾼다
 
 간 밤에 북한 국경수비대 군인 셋이 배를 타고 넘어와서
 그물을 훔쳐가려다 파수를 서던 사람 들에게 들켜 폭죽을 터뜨리고
 10여명이 나와 돌팔매질로 쫓아 보냈다고 무용담이 한창이다
 
 왜 그물을 훔쳐가냐니까 북한에는 그물 같은 물자가 부족해서 가끔 넘어와서 걷어간 다음 팔아먹는다고 한다
 
 너무 짜증이 나고 같은 민족으로 얼굴이 붉어진다
                                   
 도무지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다
 
 한 나라의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이 국경을 넘어와 도둑질을 하다가 들켜
 상대 나라의 민간인에게 돌팔매를 맞고 다쳐서 쫓겨 가는 모습이라니
 
 이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다
 
 
 90년대 후반 북한에 흉작이 들어 굶어 죽는 사람이 많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나는  KAIST에 거래를 하여 그 쪽 행정 책임자와 연구원 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북한에 식량 원조를 해주냐 마느냐는 문제가 대화 주제로 된 적이 있었다
 
 
 아무리 인도적인 입장이지만 북한에 물자를 보내면 군량미로 전용되거나
 
 당원 고급 간부 들의 배만 채우지 실제 굶어 죽는 인민 들에게 그 식량이 돌아 가겠냐고
 
 식량 원조는 절대 반대라는 의견이 더 많았을 때
 
 
 나는 잘 사는 형과 가난한 동생의 예를 들어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었다
 
 "여기 잘 사는 형이 있고 옆에 가난하고 못된 동생이 산다고 합시다.
 
 그런데 조카 들이 굶고 있어서 쌀과 돈을 보내 주었더니 동생은 그걸 조카 들에게 먹이지 않고
 
 팔아서 술먹고 노름한 다음 그 돈으로 휘발유를 사 가지고 와서 형 집에 불 지른다고 했다고 합시다.
 
 그래도 주어야 합니다. 왜냐고요? 뻔히 그럴 줄 알아도 조카 들이 굶는데도 불구하고
 
 동생의 짓거리가 밉거나 무섭다고 쌀을 안주면 나중에 조카 들이 커서 뭐라고 그러겠습니까?  
 
 우리가 배 고파 굶어 죽어 갈 때 큰아버지 집의 인간 들은 우릴 버렸다고 적개심을 품을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형이 동생 네에게 보태 준 걸 동생이 저 혼자 썼고 나중에 조카 들이 그 사실을 알면
 
 그건 큰아버지 네 가족에게 불만을 갖진 않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전 찬성입니다."
 
 그랬었다  그리고 지금도 난 그게 옳다고 믿는다
 
 
 그런데 지금 2004년 여름에 백두산 천지에서 우리 눈 앞에서 일어난 일은 무엇인가?
 
 그렇게도 정권의 유지가 백성의 굶어 죽음이나 배고픔 보다 절실한 것인가?
 
 정권의 유지 차원에서 핵무기를 갖고 줄다리기 외교를 하는 것 조차도 눈 감아 주자고 하자
 
 나중에 상황이 변하면 그 핵무기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만약 있다하더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백성 들은 배고프지 않게하고 최소한의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은 해 줘야 되지 않느냔 말이다
 
 어떻게 군인이 이웃나라 물건과 식량을 훔치러 오게끔 만들었는가 말이다
 
 그것도 국경수비대는 군인 중에서도 사상성도 충실한 인원이 아니겠는가  
 
 그런 군인에게 도둑질 하도록 권하는 사회의 면모를 보는 것 같다
 
 
 아침에 천지 호반에 낀 안개 만큼이나 우리 민족의 앞날이 부옇게 흐려 있는 것 같아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5)로 이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