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에 들어선 한 안경 가게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고객들은 신기한 경험을 여러 번 한다. 우선 매장 분위기와 규모에 놀란다. 겉에서 보면 옷가게 같은데 막상 안에 들어가면 안경점이다. 규모도 인상적이다. 매장 면적이 661㎡(200평)로, 단일 매장으로는 세계 최대급이라고 얘기된다.
디스플레이도 일반 안경점과는 판이하다. 종업원에게 안경을 쇼케이스에서 꺼내달라고 해야 하는 일반 안경점과는 달리 여기서는 고객이 입장할 때부터 입구에 놓여 있는 종이 쇼핑 바구니를 들고 들어가 쇼케이스 위에 전시돼 있는 안경을 써본 뒤 마음에 들면 바구니에 담으면 된다. 종업원은 있지만 고객에게 구매를 권유하지는 않고 고객이 찾을 때만 와서 도움을 준다. 고객은 이곳 안경을 착용한 채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무료로 출력해서 볼 수 있다.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쉴 수도 있다. 마치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이다.
고객들은 안경을 살펴보다가 놀랍다는 표정이다. 우선 가격이 ‘착하다’. 안경테 한 개가 1만2500원이다. 이보다 가격대가 높은 제품도 있지만 주력 제품은 1만2500원이다. 디자인도 좋아보인다. 가격이 이 정도면 싼티 나는 디자인을 연상하게 마련인데 디자인이 세련돼서 그보다 비싼 제품처럼 보인다.
인센티브제… 전 직원 해외여행
지난 3월 문을 연 이 매장은 국내 최대 안경 유통업체인 룩옵틱스가 야심차게 펼치는 프랜차이즈 안경점 ‘룩옵티컬’ 1호점이다. 룩옵티컬은 허명효 룩옵틱스 사장이 한다고 해서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허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안경업계의 기린아다.
그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경남 진주 태생인 그는 어릴 때 병을 앓아 5년간 투병생활을 했고 결국 콩팥 하나를 잃었다. 학업에 오랜 공백이 있었던 만큼 대학도 남보다 몇 배나 힘들게 들어갔다. 그는 7수 끝에 서울보건대학 안경공학과에 들어갔다.
1992년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한 안과에서 검안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1년 뒤서울 중앙대 앞에서 안경점을 차렸다. 매장 20여㎡(6평)에 직원 1명의 구멍가게였다. 돈이 없어 안경으로 쇼케이스를 다 채울 수 없어 잡지로 빈 공간을 메웠을 정도로 시작은 미약했다.
그러나 여느 안경점과는 달리 그의 가게는 곧 두각을 드러냈다. 그가 본질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경점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화려한 매장, 다양한 구색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경점을 찾아온 고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안경을 골라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고, 한번 그의 가게를 찾은 손님은 단골이 됐다. 그가 이런 능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천부적 자질과 10대와 20대에 겪은 모진 시련이 시너지 효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성공 비결이다. 그는 1995년부터 ‘룩 페스티벌’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해마다 목표를 달성하면 전 직원이 단체로 국내 여행을 떠났고, 2007년부터는 해외여행으로 바꿨다. 해외여행 첫해인 지난 2007년에는 허 사장 등 전 직원이 태국 푸켓으로 5박6일간 단체관광을 다녀왔다. “백화점과 면세점에 파견돼 일하는 직원들까지 함께 가기 위해 이 기간 알바를 투입했습니다.” 전 직원 단체 해외관광은 당시 TV 메인 뉴스에 화제 기사로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그는 일개 점포를 운영하는 안경점주에서 벗어나 점차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해외 명품 안경을 수입해서 유통하는 일을 시작했고, 단순 수입에 만족하지 않고 명품 브랜드와 손잡고 제품 공동 기획까지 했다.
문턱을 낮춰라!
세상사가 그렇듯이 그도 사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위기는 2005~2006년에 찾아왔다. 2005년 말에 최대 거래처였던 명품 A안경 브랜드 본사가 부도났던 것. 화불단행(禍不單行) 격으로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허 사장을 거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한국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통보해왔다. 이제 남은 브랜드는 펜디와 캘빈클라인, 이렇게 단 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이제 허명효는 망했다고 볼 때였다. 허 사장은 직원들을 모아놓고 “여러분 올해(2007년) 매출 300억원을 합시다”라고 선언, 모두를 경악케 했다. 10여개 브랜드 중 달랑 2개만 남은 상황에서 목표를 전년도 매출 320억원과 비슷하게 제시했으니 말이다. 회사 안팎을 막론하고 의구심이 적지 않았지만 그는 그해 연말에 보란 듯이 매출 332억원을 달성해 또다시 주위를 놀라게 만들었다.
성공 비결은 기획력과 대량 발주에 있었다. 그는 펜디에 승부수를 던졌다. 지금은 펜디가 국내 안경시장에서 1위 명품 브랜드지만 당시에는 상위권이 아니었다. 그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수를 띄웠다. 펜디 본사에 무려 12만개의 대량 주문을 넣었던 것. 대신 디자인은 그가 원하는대로 해줄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지만 워낙 대형 주문이었기 때문에 펜디는 이를 수락했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한국 시장에서 펜디가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이다. 그가 소비자의 취향을 꿰뚫어보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허 사장은 명품 안경의 대중화에 관심이 많다. “중앙대 앞에서 안경점을 하던 사업 초기의 일입니다. 친구와 함께 와서 안경을 보던 한 여대생이 그냥 돌아가더니 석 달 후에 다시 와서 안경을 사갔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안경은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 석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사러 왔더라고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안경을 살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보자’고 결심했습니다.”
한 제품만으로 한 달에 1만개 판매
그는 오랜 소망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최근 태국 출신의 아이돌 가수 닉쿤을 모델로 한 국산 안경으로 국내 안경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지난 5월 1일 닉쿤을 모델로 기용한 TV CF 시작과 동시에 출시된 뿔테 안경 ‘엘시드-EL4005’는 출시 당일 룩옵티컬 신촌 매장에서만 2000개 완판을 기록했다. 이어 하루에 300개씩 판매돼 출시 한 달 만에 1만개를 넘게 팔아치웠다. 단일 매장에서 한 가지 상품이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닉쿤이 착용한 안경으로 ‘닉쿤 안경’이라고 불리는 이 제품은 개당 1만2500원의 저가 보급형이다. 따라서 1만개를 환산하면 1억25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셈이 된다.
그가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오랫동안 해외 명품 브랜드들에 안경 디자인을 제안해온 경험이 있는 데다 국내 최대 유통업체여서 대량 오더를 통해 획기적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가격 대비 고품질로 비쳤던 셈이다.
허 사장은 “제품이 편의성과 경량성이 뛰어난 데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며 “고객 사랑에 보답하고 닉쿤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오는 6월 17일 신촌 매장에서 닉쿤이 소속된 2PM의 팬 사인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가맹점을 200개 넘게 오픈할 계획이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국내 안경시장은 해외 명품 브랜드가 장악하게 될 겁니다. 이마트가 세계 1위 월마트의 한국 시장 석권을 막아냈듯이 우리도 안경업계의 이마트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내년쯤 국내시장 세팅이 완료되면 해외 진출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안경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명품을 내놓을 때가 됐습니다. 우리가 선봉을 맡겠습니다.”
첫댓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일터 사역자들이 일어날찌어다...!
우리도 저가 선그라스 하나씩 구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