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5. 9. 30-10. 02(2박 3일) 누구랑 : 나 홀로
날씨 첫째날 : 저녁 출발시 비 둘째날 : 종일 비(호우 주의보) 셋째날 : 오전 흐림. 오후 개인후 맑음
일정 첫째날 : 22:00 점촌 착 둘째날 : 하늘재-벌재 셋째날 : 벌재-죽령
베낭무게 : 22kg(물 없이)
* 소 제목 : 비를 몰고 다닌 문경구간
산행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연휴까지 겹쳐 전국의 산이 몸살을 앓을것 같다. 제8차 대간계획을 세워 놓고, 일기 예보를 계속 주시 하였으나 심상치 않다. 이번에도 후배가 어프러치를 해 주기로 하여, 점촌까지 가기로 하고, 연휴의 파장을 고려하여 버스표를 미리 예약을 한다. 목요일(9.29)오후 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그칠 기미가 없다. 전국적으로 금요일까지 비가 오다가 토요일 오후부터 개인다고 예보를 한다. 9월 30일 소백산에 비가 계속오고 있다는 현재기상 예보다. 오후 6시경 집사람의 만류를 뿌리치고 집을 나선다. 지하철 역까지 우산을 쓰고 갔으나, 비를 흠뻑 맞았다.
동서울 터미널에 7시25분에 도착하여 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린다. 다들 연휴를 맞이하여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고, 등산객은 나 혼자뿐인것 같다. 이 우중에 산을 가다니 내 자신이 약간 멋쩍다. 내일 오후부터는 개인다는 기상예보가 유일한 희망이다. 계속해서 내리는 빗속을 버스와 함께 점촌으로 내 달린다. 오늘도 점촌에 사는 후배의 배려를 받기로 한터라 다소 마음이 놓이기는하다. 지난번 버리미기 구간 갈때처럼 이화령 터널을 지나니 비가 그쳐있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경계로 기후의 차이가 많은것 같다. 22:00 점촌 터미널에 도착하니 후배가 역시 마중을 나와 주었다. 오늘 저녁은 찜질방에서 한숨자고 새벽에 하늘재 들머리로 이동하기로 하고, 찜질방 근처에다 차를 주차시키고 감자탕집에서 간단한 저녁과 함께 소주 각 일병을 한다. 나 때문에 집에도 못가고 같이 찜질방에서 밤을 지새기로 한 후배에게 고맙기도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찜질방에서 잠을 청해보나 깊은 잠이 올리 만무하다.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다보니 04시다. 샤워를하고 밖으로 나와보니 비는 소강상태다. 이대로 비가 멈춰준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어둠을 가르고 하늘재로 출발을 한다. 점촌에 살고 있는 후배도 어두운 시골길이라 그런지 길이 햇갈리는 모양이다.
04:50 쉽지 않게 하늘재에 도착한다. 하늘재 고개마루는 어둠에 쌓여 보이는것이 아무것도 없다. 고개마루 밑 산장지기의 민박집에 불이 켜 있는것이 혹! 대간꾼들이 산행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산행준비를 하려고 하니, 오는 동안 오락가락하던 이슬비가 갑자기 소나기로 변하여 쏟아지기 시작한다. 출발이라도 좀 순조로웠으면 좋으련만, 난감지사로고... 그렇다고 언제 비가 그칠줄 모르는데, 무작정 기다릴수도 없고, 비옷으로 무장을 하고 출발을 하기로 한다.
후배의 차를 돌려 보내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04시57분에 하늘재 들머리에 들어선다. 들머리 초입 군사시설인 교통호를 통과하고 너덜지대에 이르러 길 찾기가 쉽지 않다. 빗물에 대간길 흔적들이 싯겨내려 길을 분간하기가 힘들다. 가다 돌아서고, 다시 가기를 반복하다 넘어지기를 여러번, 내리는 빗물은 계곡수가 되어 흘러내리고, 초반전부터 고전을 면치 못한다. 샘이 있다고 하였으나, 빗물인지 샘물인지 철철 흘러내리는 물때문에 분간할수 없었고, 길찾기에 정신을 뺏겨, 결국 물을 확보하지 못하고 샘을 지나버린것 같다. 샘을 믿고 물을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큰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길을 찾아 포암산을 향하고 있는것 같다. 우측 아래 마을 불빛이 보인다. 밧줄이 걸려있는 포암산 위험구간을 지난다. 정상 못 미쳐 바위틈으로 흐르는 빗물을 손으로 받아 들이킨다. 그리고, 2리터 물통을 꺼내 가득 담고나니 그제서야 물 걱정에서 한 시름 놓인다. 06시10분 포암산 정상이다. 비가 계속 오지만 카메라를 꺼내 포암산 정상석을 담아보았으나 먹통이다.
<먹통이 된 포암산 정상>
포암산 쌍둥이 봉을 뒤로하고 질퍽거리는 내리막을 내려간다. 신발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비닐토시를 하였으나, 신발 속에도 점점 물이 스며 들어 신발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비가 많이 쏟아지니 철저한 준비도 별무상관이다. 내리막이 깊으면, 오르막이 높은법이야 상식이지만, 이런 날 일수록 내리막길이 더욱 힘들다. 가끔씩 나타나는 앞서간 산객의 흔적이 있다. 이런 우중에 나 말고 대간꾼이 있다는게 반갑다. 따라 잡을수 있을것인가. 기대가 된다.
감회가 남다른 이정목이 설치되어 있어 디카에 담아본다. 북으로 백두산, 남으로 지리산이 표시되어 있다. 포암산 2.2km. 대미산 8.7km 제천시에서 세운 이정목이다. 시계고도가 885m 나온다. 비가 약간 소강상태라 비옷과 쟈켓을 벋고 걸으려니 비가 또 시작한다.
<백두산과 지리산을 표시한 이정목>
방향을 동남쪽으로 잡고 대미산을 향해 열심히 걸어본다. 안부를 몇군데 지나고 897봉을 오르는데 정상에서 사람소리가 들린다. 앞서간 산객들임에 틀림 없다. 올라서보니 다섯분의 산님들이 혼자서 오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란다. 포암산을 오르다가 차 불빛이 하늘재로 향해 오고 있어서 대간꾼임을 알았으나, 그 시간에 혼자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여하간 나도 반가웠다. 이런 악천후에 같이 산행을 할수 있는 동행자가 생겼으니 말이다. 서로간에 탬포는 맞지 않으나 한결 여유로운 산행을 한다. 포암산 밑에서 받아온 물을 꺼내 마시려 보니 흑탕물로 누렇다. 밤에 보았을때는 깨끗한 물로 보였는데... 그 물을 먹고 왔다니 속이 메쓱해진다. 사람이 이렇도록 간사하다. 844봉 근처에 서서 아침을 해결한다. 내가 준비한 아침밥은 꺼내지도 못하고 빗속에서 무용지물이다. 같이 하던 산행팀들이 빵과 우유, 그리고 막걸리 한잔을 주어 얻어 마시고 아침을 대신키로 한다. 동행자분들은 출발전 민박집에서 아침을 먹고 온터라 간단히 간식으로 해결다지만, 나는 아침을 먹어 주어야 할것인데, 걱정이다. 부리기재 안부에서 대미산까지 10분 걸린다는 이정목이 있다. 말이 10분이지 정말 지루하다. 백두대간의 중간지점인 대미산에 11시에 도착한다. 준비한 과일과 동동주를 꺼내 간단한 의식을 치를려고 하니, 이상하게 비가 잠시 멈추는것 같다. 우선 술을 한잔 따라 대미산 산신령에게 바치고, 이어서 지리산 산신령과 백두산 산신령을 불러모셔 정중하게 잔을 올리고, 즉석에서 생각나는 대로 축원을 드렸다. " 단기 4338년 10월1일 백두대간 대미산에서 백두산 산신령님과 지리산 산신령님께 고하옵니다. (중략) 남은 구간도 무탈하게 산행을 할수 있도록 하여 주시고, 살아 생전 통일이 되어 미완의 백두대간 북녘구간도 꼭 완주할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기를 비옵니다." 이상의 요지로 말이다.
<빗속에 치러진 대미산 정상에서의 간단한 의식>
의식을 다 마치고 나니, 뒤에 오던 다섯분의 산님들이 도착하여 동동주와 과일로 음복을 하고 길을 재촉한다. 그리고 점촌 후배에게 전화를 하여 산행계획을 수정한다고 하고, 야영장비를 저수재가 아닌 벌재 근처에 가져다 놓아 줄 것을 부탁한다. 날씨가 괜찮아 시간이 가능하면 저수재까지 가 볼려고 하였으나, 계획을 변경, 오늘은 벌재까지 마감키로 마음 먹는다. 후배도 날씨가 좋지 않으니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후배도 비가 너무와서 서울 암벽클럽 소리산 암벽 야영에 참여를 못하겠다고 한다. 대미산을 내려가니 눈물샘 표지판이 있다. 우측으로 70m이다. 비가 와서 물이 많이 먹히지 않아서인지 동행자분들의 물이 많이 남아 있어 물을 보충하지 않고, 오히려 포암산 밑에서 받아온 흑탕물을 쏟아 버렸다.
선행자들의 사진에 의하면, 실측거리의 반 지점에 표시판이 설치되어 있어, 대미산과는 그리 멀지 않으리라 생각하였으나, 아무리 가도 나타나지 않는다. 혹~ 지나쳐 버린것은 아닌가? 하였으나, 여러사람이 지나면서 아무도 못 볼리가 없는 일이다. 새목재를 지나 981봉을 올라 내리막 지점에 이르니 기대하던 백두대간 반 지점을 표시하는 표지판이 서있다.
<백두대간 중간지점>
만들어간 표지기를 걸어놓고 사진을 찍고, 표지판 뒤 나무에 매달아 놓는다. 배낭을 내린김에 점심을 먹기로 한다. 난 대간길에 처음으로 준비 해온 비상식(비빔밥)을 먹기로 하고, 비상식에 물을 부어 조리를 해본다. 차거운 물은 40여분 기다리라고 되어 있다. 미쳐 40여분이 못되어 개봉을 하고 먹어보니 쌩 비빔밥이다.억지로 얼마간 먹어보나, 이건 영 아니 올씨다다. 대충 먹고 치운다. 먹는만큼 걸을수 있는데 또 걱정이다. 배가 곺으면 간식으로 해결해 보는 수 밖에.. 송전탑에서 다섯분 일행중, 두분이 안생달로 탈출을 한다. 송전탑 있는곳이 차갓재인가 하였드니, 송전탑을 지나 안부에 차갓재 이정목과 함께 지리 여장군과 백두 대장군 장승이 서있다. 작은 봉을 하나 넘으니 작은 차갓재다. 이어 지루하게 황장산으로 향한다. 묏등바위까지 된비알이다. 지도상 위험구간이다. 계속되는 날등으로 밧줄이 걸려있다. 비까지 오니 조심조심을 거듭한다. 동행자중 한분이 고소 공포증이 있어 진도가 늦어진다.
<황장산 정상석>
15시 30분 황장산 정상이다. 날씨만 좋다면 황장산 날등의 경치가 대단할것 같다. 날등 양쪽이 낭떠러지 절벽이다. 안개가 끼어 있어 깊이가 보이지 않으나 꼭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다. 하루종일 계속 비가 온다. 벌재까지의 갈길이 멀다. 오늘도 일찍 산행을 마무리하기는 틀린것 같다,
<황장산 정상 이정목>
약간의 간식을 하고 벌재를 향한다. 황장재를 지나 계속 날등으로 진행을 한다. 지금까지의 대간 구간중 이렇듯 아슬아슬한 날등이 계속 되는 곳은 이 구간이 처음인것 같다. 지루하리 만치 길게 이어진다. 또 내리막길 사정은 어떠한가. 치마바위 내리막은 흙탕길 진창이다. 미끄러질려고 하기를 여러번 신경을 곤두서게한다. 폐백이재까지 계속된 내리막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날이 점점 어두워 지려 한다. 928봉을 지나니 벌재로의 긴 내리막이 시작된다. 난 속도를 빨리한다. 차갓재에서 안생달로 하산한 분들이 하늘재에 있는 차량을 벌재에 옮겨 놓고 기다리고 있어, 그 차를 이용하여 단양쪽 2km지점에 있는 나의 야영 장비를 찾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어둠이 랜턴을 착용하여야 함에도 마음이 바빠 그냥 걷는다. 내리막 경사가 보통이 아니다. 흙탕길이니 더하다. 그래도 요행히 미끄러지지 않고 포장된 벌재 도로에 내려서니 9인승 차가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18시 30분이다. 사정을 말하고 차량을 이용하여후배가 맡겨논 야영장비를 찾아온다. 18시 50분에 뒤에 오던 세분이 도착한다. 오늘 밤은 이분들이 동로쪽에 잡아논 민박집에서 같이 보내기로 결정 한다. 야영장비는 있으나, 야영키는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무니다. 계곡물과 수로에서 대충 씻고 민박집으로 향한다. 민박집에는 저녁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넉넉하게 준비한 삽결살을 구워 술과 함께 저녁을 맛있게 먹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대간길에 모처럼의 저녁 만찬을 즐겨본다. 알고보니 그분들은 서울 지하철 종로 승무소 소속 기관사들 이였다. 같은 직장 직원 6명이 "종로 백두대간"이란 타이틀로 대간 종주를 하고 있었다. 나같은 고행길이 아니라 즐기면서 하는 대간길이다. 짧은 만남이였지만, 같은 대간길 인연은 남다르게 대해준다. 다시한번 이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이분들의 대간 일정이 부상자 속출로 내일 산행을 포기하기로 결정을 한다. 그렇다면 내일 아침 동로면에서 벌재까지 갈일이 걱정이다. 그러나 고맙게도 내일 아침 나의 산행 들머리인 벌재까지는 어프러치를 해 주기로 한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10월 2일 새벽 05시에 잠에서 깨여 조용히 준비를 한다.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잔 덕분에 몸이 개운하다. 어제 저녁에 민박집 아주머니에게 탈수를 부탁하여 말려 놓았던 옷들을 챙겨 베낭을 꾸린다. 새벽 다들 곤한 잠을 자고 있는데 깨우기가 미안하다. 그러나 내가 일어난 기미를 알아채고,종로 백두대간팀 한분이 일어나 차에 시동을 건다. 어제 저녁 벌재에서 송원정 민박집까지 올때는 몰랐는데 거리가 제법 멀다. 벌재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고 가는 분에게 고마움을 인사하고, 06시10분 벌재에서 2일째 산행을 시작한다. 발이 불편하다. 어제 하루종일 물 젖은 등산화 속에서 수난을 당한 발이 발 뒷굼치를 비롯하여 여기저기 혜져 있어, 걸을때마다 쓰리고 아프다.
<벌재를 출발하면서..>
<벌재에 세워져 있는 등산 안내도>
시멘트 포장도로를 가로 지르고, 처음 만나는 봉을 완만하게 오른다. 혜진 발 때문에 많은 걱정을 하였으나, 걸어보니 걸을 만하다. 날씨는 흐려져 있지만, 비는 오지 않고 나뭇잎에 맺혀있는 이슬들이 바람 불때마다 후두득 떨어진다. 옷과 신발 젖기는 비나 다름없다. 풀잎에 맺혀있는 이슬에 바지는 젖어 철퍼덕 거리고, 거미줄이 얼굴을 감싸고, 귀찮게 하는것이 먼저간 산꾼은 없는 모양이다. 첫 안부 4거리를 지난다. 1,000m 높이로 치고 오른다. 지도상에 문봉재로 나와 있는 문복대에 07시53분에 도착한다.
<문복대 정상석>
문복대를 내려 서자 마자 저수재가 보인다. 소 울음소리도 나는것을 보니 소백산 목장인 모양이다. 안부 시멘트 포장도가 나온다. 장구재로 표시되어있다. 좌측으로 927번 포장도로와 빨간지붕의 목장 건물이 크게 보인다. 장구재를 가로 질러 다시 오름길을 시작하여 큰 봉을 못미쳐 좌회하여 잘 나있는 저수재로의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배낭도 없이 맨몸으로 산을 올라오는 이가 있다.알고 보니 저수재 휴게소 주인이다. 08시52분 저수재에 도착한다. 대형 관광버스와 승용차 7-8대가 주차되어 있다. 아마도 여기서 죽령쪽으로 출발한 등산객들의 차량인 모양이다.
<저수령 표석과 관광 안내도>
<저수령에 세워진 조형물>
바람이 제법 분다. 땀이 식으니 한기가 느껴진다. 육모정을 바람의지로 삼고 자리를 정하여 아침을 먹기로 한다. 버너를 키고 스프를 끓인다. 젖은 옷도 말리고, 신발도 벋고 양말의 물을 짜고 바람에 말린다. 따뜻한 스프를 먹으니 한기가 가시고 속도 따뜻해 온다. 물 보충을 위하여 휴게소로 가서 따끈한 오뎅 국물과 오뎅을 1,000원어치를 사 먹고, 물을 보충하여 나온다. 약 1시간정도 걸린것 같다. 들머리를 찾아 죽령으로 길을 간다. 사람들이 제법 지나간 흔적이 있다. 풀잎의 이슬도 거의 말라있고 거미줄도 없다. 이제부터 좀 편한길이 열리려나 보다. 햇볕이라도 내려 쪼여주면 더욱 좋겠다. 10시12분 촛대봉이다. 잠시 앉아서 쉰다.
<촛대봉>
촛대봉을 지나 완만하게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시루봉을 지난다. 시루봉이란 봉이 여기도 있다. 잣나무 지대를 지난다. 청솔모가 잣을 말끔히 해치운 흔적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배재를 지난것 같았는데 진짜 배재가 나타난다. 싸리재가 970m 남았다는 이정목이 서있다. 길을 걷다보면 기대감에 자꾸 거리를 축소하여 생각을 하게된다. 저 봉이 무슨 봉이려니 생각하지만, 실제의 봉은 더멀리 있는게 현실이다. 배재에서 봉을 하나 빨딱 넘으니 싸리재다. 지도를 보고 솔봉에서 점심을 먹기로 작정을 하고 걸어보지만 좀체로 솔봉이 눈앞에 나타나 주지 않는다. 지도상 돌탑은 보지 못하고 가는데, 산나물꾼 3명이 점심을 먹고있다. 처음에는 먼저간 등산객인줄 알았는데 개까지 동반을 한 나물 채취꾼이다. 쉬어가라고 하지만 솔봉에서 점심을 먹고 쉴까한다고 하며, 지나친다. 조그만 개쌔끼가 물듯이 쫒아오면서 짖어댄다. 주인이 호되게 닥달을 한다. 송전탑 밑을 지난다. 햇볕이 나고 푸른 하늘이 높다. 송전탑 밑 잔디가 쉬기 좋게 깔려있다. 송전선이 소리를 낸다. 멀리서 들리는 사람소리 같다. 뱀재를 지나 솔봉이 멀지 않다. 13시26분 솔봉이다. 솔봉을 올라보니, 솔봉은 대간 등로에서 약간 벗어나있어 찾는이가 별로인지 쓸쓸히 돌아 앉아 있다.
<솔봉에는 아무 표석도 없고, 작은 표시기만..>
<솔봉 삼각점>
<솔봉에서 본 도솔봉>
모처럼 따뜻하게 햇볕이 내려 쪼인 솔봉에서 신발을 벋고, 젖은 옷가지들을 말리고 점심식사를 준비한다. 비상식에 적혀 있는대로 물을 끓여 붓고 봉함을 하여, 정확히 10분후, 개봉을 하여 먹어 보아도 예상외로 별무신통이다. 비상식이 체질에 맞지 않은 모양이다. 또 다시 정량을 다 먹지 못하고 만다. 지도를 펴 정치를하고 여기저기 모처럼 전망을 살펴본다. 멀리 기차 소리도 들린다. 허나 오늘도 죽령까지의 길이 만만치 않을것 같다. . 고도표를 보니 묘적령까지 완만하다. 여기 솔봉에서도 점심시간으로 1시간여를 소비한다. 마음을 다잡고 길을 나선다. 묘적봉까지 지도상 시간이 이상하다. 묘적령을 지나 전망바위에서 묘적봉까지 짧은 거리임에도 시간은 50분 소요로 나와 있다. 체크를 함 해 보기로 한다. 역시 시간이 잘못 표시되어 있다. 15시 25분에 묘적봉에 당도를 한다. 그런데 묘적봉에 당도해보니 대간구간중에서 2번 만났던 홀로 대간꾼 심연보씨가 쉬고 있는게 아닌가... 인연치고는 대단한 인연이다. 준족인 심연보씨를 내가 추월 하였을리는 만무하여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벌재에서 8시30분에 출발을 하여 내가 점심을 먹고 쉬었던 솔봉을 오르지 않고, 직진을 한 바람에 나를 만나지 못하고 추월을 하였으나, 묘적봉 못미쳐 암릉쪽으로 길을 잘못들어 알바를 하였기에 나와 만나게 된것이란다. 백년지기를 만나것처럼 반갑다. 스케줄(심연보씨는 매주)도 다르고 속도 또한 달라, 대간 구간에서 한두번 만나기도 어려울터인데 3번씩이나 만난것은 아무래도 기연이란 생각이 든다.
<묘적봉 돌탑>
<묘적봉에 세워진 안내 동판>
<만남의 기념>
우연한 만남으로 하나가 다시 둘이되여 길을 나선다. 그런데 심연보씨의 사정이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당일 산행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왔는데, 이번 부터는 1박2일 이상씩 대간 계획을 하고, 차량을 가지고 왔단다. 벌재에 있는 차량을 회수하러 벌재까지 가려면, 해가 지기전에 죽령까지 가야 할것 같다고 한다. 그럴려면 오르막 속도가 느린 나를 두고 혼자 가야 한다. 아쉽기도 하지만, 미안해 하는 심연보씨를 쾌히 먼저 가도록 하고, 원래 혼자인 그대로 나의 걸음걸이대로 가기로 한다. 심연보씨를 앞에 보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오늘의 최고봉 도솔봉이 가까워 온다. 첫 계단을 만난다. 모처럼의 시야를 디카에 담는다.
<도솔봉을 오르며 첫 계단 아래서..>
<지나온 묘적봉 뒤로의 대간길>
<풍기읍 시가지>
<지나온 대간길>
가파른 계단을 치고 오르니 도솔봉 정상쪽에서 사람들 소리가 난다. 도솔봉 오름길의 두번째 계단을 만난다. 암릉 경사도가 제법심하다.
<두번째 계단>
두번째 계단을 지나고, 도솔봉 직전 오름이 가파른 암릉이다. 오늘의 최고봉 답다. 정상에는 남녀 두분이 있다. 정상에서 조망을 하고 있던 중, 밑에서 김선배님! 하고 부른다. 누군가 하였드니 묘적봉에서 앞서 갔던 심연보씨다. 아니~ 어찌된 일이냐고 하니, 도솔봉 정상 직전에서 대간길이 우회하는 줄 알고, 우회하여 내려 갔더니, 사동리로 가는 길이였음을 뒤늦게 알고, 20여분 알바를 하고, 다시 올라 오는 길이라고 한다. 도솔봉 정상에서 또 다시 만나게 된다. 배낭을 내리고 쉬면서, 심연보씨 왈~ "아무래도 김선배님과는 보통 인연이 아니것 같습니다. 오늘의 만남도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어려울뿐, 아니라, 도솔봉에서의 알바 또한, 김선배님과 같이 산행을 하란 뜻인것 같습니다". 하면서, 오늘의 대간길을 순리로 받아들이고 모든것을 포기하고 같이 죽령까지 동행하기로 한다. 묘적봉에서 나를 두고 앞서 갈때도 마음이 몹시 편치 않았다고 하면서... 다시 둘이 되어 길을 가게 된다.
<도솔봉 정상석> 도솔봉 정상에서 만난 여자 등산객이 준 배 한조각이 왜 그렇게 달고 꿀맛이였던지.. 옥동쪽으로 내려 간다고 하였는데 무사히 잘 내려 가셨는지.. 배 한조각 고마웠습니다.
<소백산 천체 관측소 쪽을 바라보며.>
<심연보씨가 찍어준 기념사진>
도솔봉을 내려가는 길이 암릉길이다. 약간은 옹삭스러우나, 크게 문제될 곳은 없다. 그런데 1261봉과 1291봉이 혼을 빼 놓고 만다. 도솔봉을 한참 내려와 첫봉을 올라치는데 암릉으로 된 오르막이 많은 힘을 요구한다. 힘들게 오른 봉을 다시 내리막으로 한순간에 까먹는다. 또 다시 버티고 있는 암봉에 설치된 계단을 치고 올라, 이게 죽령으로 떨어지는 마지막 봉인가 하였드니 또 봉이 있다. 언제나 처럼 마지막 부분이 힘이 더 든다. 17시35분 이제 오름은 끝인가 보다. 오름쪽은 등산로 아님이 표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쉰다. 심연보씨가 찰떡 파이를 하나주어 맛있게 먹고, 있는 물도 이제 원 없이 마신다.
<도솔봉 2.7km.죽령3.3km 이정목>
이제는 내리막 길만 남은것 같다. 그러나 3.3km 거리가 만만치 않다. 속도를 빨리해본다. 가끔씩 죽령 고개를 넘는 차 소리가 들린다. 산죽 군락지를 지나 고도가 계속 떨어진다. 1,200에서 700까지 떨어져야 한다. 가끔씩 나타나는 이정목에 죽령의 거리는 짧아지고 어둠은 바쁘게 몰려온다. 여기도 근처에 군부대가 존재한 모양이다. 교통호 같은 군시설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랜턴을 착용하자고 한다. 아직은 내려 갈만 하지만 랜턴을 착용한다. 아직 밝아서인지 랜턴불이 시원치 않다. 죽령 1.3km 지점을 지난지 제법 되었음에도 길은 계속된다. 시멘트 바닥에 사단장이하 직속 부하들의 관등 성명이 새겨저 있다. 아마도 제대 기념으로 만들어 놓은것 같다. 죽령고개마루가 막바지에 이른 모양이다. 우회 길이 계속 이어지더니 싱겁게 죽령고개가 고개를 내민다. 18시35분이다. 이틀째 산행의 대미를 장식하며 죽령의 모습을 디카에 담아본다.
<쉬고 있는 차량이 라이트를 비추어 주어서..>
<죽령주막>
<죽령 표지석과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경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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