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만가
이정진
파도가 너무 크면 건너지 말라는
할애비의 잔소리도
그날은
배고파 화가 난 비바람 소리 때문에
들을 수 없었다.
그날 그들은 사람을 낚으러 왔다고 했었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는
산등성이를 할퀴고 돌아서는 신작로가 되고
죄스러이 살아 숨 쉬는 자의 만가는
이제 더 이상 계속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거기에 가면
들을 수 있다.
볼 수도 있다.
그 깊은 물결이 부르는
나지막한 초혼의 노래를
지픈금 바닷가 자갈들이
얼마나 많은 영혼의 별빛을 머금고 있는가를
고군산 작은 섬 위도의
지픈금 낮게 엎드린 포구엔
언제나
얼굴 검은 노인의 슬픈 눈빛 같은 햇살이
망연자실 부서지고 있다.
2000. 8 [해양문학] 1집
*오래전, 지인이 있어 위도에 작은 어가를 개조하여 휴가철이면 쓰고 있었다. 덕분에 방학 중엔 빈 집에 홀로 들어가 며칠씩 독서하고 낚시하며 한가로이 지낼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수차 위도를 들락거리게 되었는데 오가는 중에 자연히 격포-위도간 카훼리호의 선장이나 갑판장, 선원 등과 막걸리잔 기울이며 스스럼 없이 어울렸었다.
위도 배 침몰 사고로 이제 그들을 모두 잃었고, 나는 그들의 영혼을 위로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이 작은 글이 그 죄스러움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스스로 마음의 위안으로 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