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자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한국도 늦었지만 소득세 포괄주의를 도입할 때가 된 것 습니다.
지하경제와 소득세 그리고 알 카포네
지하경제 양성화는 박근혜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의 하나가 되었다. 작년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박근혜대통령이 지하경제 활성화를 불쑥 언급한데 이어 국세청이 금년 4월 지하경제 양성화위원회를 만들고 역외탈세와 검은돈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기에다 얼마 전부터 독립 언론매체인 뉴스타파는 조세회피처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한국인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에 들어난 이들은 해외에 비밀계좌나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람 중 극히 일부일 것이다. 해외에서의 조세회피와 재산은닉 방법은 다양하고, 가능한 곳도 버진아일랜드 이외에 스위스 룩셈부르크 바하마 나우루 바누아투 등 아주 많기 때문이다. 국세청과 검찰 경찰이 바빠야 할 것 같다.
지하경제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마약 조직폭력 인신매매 매춘 등과 같은 범죄와 불법 거래에 따른 지하경제이다. 둘째는 합법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세금탈루를 위해 소득이나 매출을 축소하면서 나타나는 지하경제이다. 셋째는 생계형으로 가사 도우미, 술집 종업원, 농업노동자 등과 같이 일을 하고 소득이 조금 있지만 잘 포착되지 않는 지하경제 부분이다. 나라마다 지하경제의 규모가 다르고 문제가 되는 대상도 조금 차이가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조세제도가 상대적으로 잘 정비되어 있어 첫째 유형인 범죄 등과 관련된 지하경제가 주 관심대상이었으나 최근에는 고소득자의 탈세가 늘어나 둘째 유형의 지하경제에 대해서도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보장이 잘된 국가는 실업급여나 최저생계비 등의 지원을 받으면서 신고하지 않고 일을 하는 셋째 유형의 지하경제도 골칫거리의 하나이다.
한국은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의 지하경제 이외에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정부패, 갑의 지위를 이용해 챙기는 뒷돈, 합법적‧불법적으로 탈루하는 임대소득, 거대한 사교육 시장, 종교인 비과세 등으로 인해 지하경제의 뿌리가 깊고 규모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지하경제를 줄이고 사회와 경제의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을까? 국세청과 검찰 경찰을 이용하여 지하경제를 찾아내는 것은 물론 중요하고 계속되어야 하지만 과거의 예를 볼 때 별 효과가 없을 것 같다.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개혁 즉 소득세 포괄주의의 도입을 고민할 때가 된 것 같다.
한국에는 불법도박업자나 조폭두목, 전직대통령 아들 등 뿐 아니라 기업인의 2-3세, 정치인과 공무원, 전문직, 종교인 등의 일부는 소득에 비해 어마어마한 재산을 갖고 있고 호화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 소득도 별로 없고 세금도 낸 적이 거의 없는데 재산이 늘어나고 돈을 펑펑 쓰는 말도 안 되는 일이 한국에서는 가능하다. 소득세법이 열거주의로 되어 있어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소득은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은 불가능하다. 미국은 법에 명시된 비과세대상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출처에서 나오든, 모든 소득은 과세대상이다. 즉 범죄 등 불법적인 돈이건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건 모두 세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갖고 있는 재산과 자기가 쓴 돈 모두에 대해서 언제든 탈세하지 않았다는 것을 납세자가 입증하여야 한다. 이러한 제도를 소득세 포괄주의라 한다.
1920년대 미국의 유명한 갱 두목 알카포네는 도박 매춘 밀주 등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고, 살인 조직폭력 등의 범죄는 뇌물 등으로 피하면서 한때 명사 노릇까지 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소득세 포괄주의는 피해갈 수 없어 결국 1931년 조세포탈죄로 1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1939년까지 복역했다. 또 대부분의 재산은 벌금으로 내야했다. 한국에서 세금안내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 같으면 거의 조세포탈범으로 감옥에 가야할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소득세 포괄주의의 도입은 반발이 매우 클 것이다. 금융실명제 도입 시에도 온갖 반대가 많았지만, 실제 해보니 부작용은 거의 없고 오히려 덜 철저해서 문제지 잘 운영되고 있다. 소득세 포괄주의도 비슷할 것 같다. 우선 논의라도 시작해 봤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이 어떤 논리로 반대하는지 알고 싶다.
송현경제연구소
소장 정 대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