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산소가 이로움을 주는 유일한 경우
활성산소들이 인체에 해를 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 상처에 균이 들어와 덧나서 곪다가 나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이 균들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백혈구에서 만드는 활성산소인 것이다. 혈액 내에는 백혈구라는 세포가 흐르고 있는데, 이들은 외부에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이물질들이 들어오면 혈액 속에 그 숫자가 증가되면서 균들을 찾아내고 잡아 먹으며 죽이는 일을 한다.
그래서 이런 작용을 식균작용이라 하며, 식균작용을 한다 해서 식세포라고 부른다. 병원에서 하는 염증이 있나 없나 보는 혈액검사의 하나도 바로 백혈구 숫자를 조사해서 정상보다 증가되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식균작용은 다음과 같은 대단히 정교한 메커니즘에 의해 일어나게 된다.
우선 이물질을 처리하기 위해 이물질이 들어온 곳으로 백혈구가 출동한다. 이어서 이물질을 찾아내면 그 안으로 침투해 들어갈 수 있는 과산화수소를 만들어낸다. 세균 안으로 침입한 과산화수소는 세균 안에서 강력한 활성산소인 히드록시라디칼을 만들어 세균 안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또 백혈구는 세균을 단번에 죽일 수 있을만큼 강력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페록시다제라는 효소도 갖고 있다. 외부에서 침입한 균을 죽였지만 백혈구는 자기가 만들어낸 독물질로 인해 역시 못 견디고 같이 죽게 된다. 결국 상처가 덧나서 생기는 고름은 죽은 외부 침입균과 이들과 함께 전사한 백혈구들의 전쟁 흔적이며, 백혈구가 갖고 있는 효소로 인해 푸르스름한 색을 띠고 있다.
침입자와의 전쟁에서 백혈구가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독성이 아주 강한 어떤 균은 백혈구가 만든 활성산소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을 때도 있다. 그러면 균들이 방어벽들을 깨고 온몸으로 퍼져 우리 생명을 위협한다. 결국 병원에 입원해서 그 균을 죽이는 강력한 항생제의 투입이 필요하게 된다.
선천적으로 백혈구 기능이 떨어진 경우나 혹은 후천적으로 프리라디칼 방어벽이 약한 사람은 면역기능이 약해진다. 이 때는 약한 균이 들어와도 이를 못 이겨내고 감기나 폐렴같은 염증이 아주 잘 걸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