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법적 정의 : 당사자의 일방(임치인)이 상대방(수치인)에 대하여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의 물건보관을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락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제693조).
2) 위임과의 구별 : 단순히 물건을 보관하는, 다시 말해 목적물을 상대방의 지배하에 두어 원상을 유지하게 하는 계약이 임치라면, 물건의 점유를 상대방에게 이전하기는 하지만 물건을 보관케 하려는 목적이라기 보다 그것을 보수, 개량할 것을 목적으로 이전하는 계약은 위임이다. 예를 들어 휴가기간 동안 이웃에게 개를 맡긴 경우 이는 임치계약이 되지만, 노트북컴퓨터의 수리를 맡긴 경우 이는 위임계약이 된다.
3) 호의관계와의 구별 : 무상임치계약인 경우 단순한 호의관계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단순한 호의관계가 아닌 법률관계로서의 임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법률관계를 성립시키고자 하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
2. 실제적 예 : 대중목욕탕, 도서관, 극장, 박물관, 이발소, 음식점 등에서 옷이나 귀중품을 따로 보관케 하거나 친구나 이웃에게 잠시 물건을 맡겨놓는 등의 예가 전형적이다. 그 밖에 유상임치의 예는 창고업자에게 물건을 맡기는 것이 대표적이며, 은행에 구좌를 개설하고 예금을 하는 것은 임치에서도 소비임치에 해당한다. 반면 주차장에 차를 맡기거나 은행의 보호함, 기차역의 보관함을 이용하는 것은 '보관'이라는 급부를 제공한다기 보다 보관장소만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임치라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임대차로 이해가 된다.
3. 법적 성질 : 낙성,불요식의 계약이며, 무상,편무임을 원칙으로 하나 당사자 간에 보수의 특약이 있는 경우 유상,쌍무계약이 된다(제701조에 의한 제686조의 준용).
4. 성립요건 : 임치의 목적물은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의 물건이다. 목적물의 소유자가 임치인인가 여부는 문제되지 않으며, 수치인에게 굳이 목적물의 점유를 이전할 필요도 없다.
5. 효과 - 수치인의 의무
1) 임치물보관의무 : 임치가 무상인 경우에는 자기 재산과 동일한 주의로써 보관하면 되나(제695조), 임치가 유상인 경우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관리하여야 한다(제374조). 무상인 경우에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위임계약상의 수임인에 비해(제681조) 수치인은 가벼운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 있다.
2) 임치물을 사용하지 않을 의무 : 임치계약은 임치물의 사용이 아니라 보관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수치인은 보관중에 임치인의 동의없이 임치물을 사용하지 못한다(제694조). 수치인은 유치권자도 아니고 동산질권자에 해당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3) 복수치인에 관한 의무 : 복수치인은 수치인을 대신하여 임치의 급부를 이행하는 자이며, 임치인 및 제3자에 대하여 수치인과 동일한 권리,의무를 가진다(제123조). 복수치인에 관해서는 복수임인에 관한 위임계약의 규정이 준용되므로(제701조), 수치인은 수임인과 마찬가지로, 원칙상 자신이 직접 임치물을 보관하여야 하나 임치인의 승락이 있거나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복수치인인 제3자에게 물건보관을 맡길 수 있다(제682조). 이렇게 복수치인을 사용하는 경우는 이미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이므로, 수치인은 그가 선임한 복수치인의 선임,감독에 귀책사유가 있는 때에만 그 수치인의 채무불이행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제121조 1항). 다만 임치인이 복수치인을 지명한 때에는 그 복수치인의 부적임 또는 불성실을 알았으면서 임치인에게 통지하거나 복수치인의 해임을 게을리한 때에만 그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진다(제121조 2항). 물론 복수치인과는 별도로 이행보조자는 수치인이 얼마든지 둘 수 있으며, 이행보조자의 과실에 대해서는 수치인이 무조건 그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제391조).
4) 위험통지의무 : 수치인은 설령 제3자가 임치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여 그 반환을 청구하더라도 이를 제3자에게 인도해서는 안된다. 제3자가 소유권 기타의 점유할 권리를 근거로 임치물의 인도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거나 임치물을 압류한 때, 수치인은 지체없이 그 사실을 임치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제696조). 임치인으로 하여금 가능한 빨리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5) 취득물 및 취득권리의 이전의무 : 수치인은 임치물의 보관을 위하여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및 수취한 과실을 인도해야 하고, 자기명의로 취득한 권리가 있으면 이를 임치인에게 이전하여야 한다(제701조, 제684조).
6) 금전소비에 따른 책임 : 금전수치인이 자기를 위하여 수치하고 있던 금전을 소비한 때에는 그 소비한 날 이후의 이자를 지급하여야 하며, 그밖에 손해가 있으면 그 역시 배상하여야 한다(제701조, 제685조).
7) 임치물반환의무 : 기간만료 또는 임치인의 해지로 임치관계가 종료하면 수치인은 임치인에게 임치물을 반환하여야 한다. 이때 반환의 목적물은 수치인이 받은 물건이나 금전 또는 유가증권 그 자체이다. 만약 그 물건 자체가 멸실이 되었다면 설령 임치물이 대체물이라 하더라도 임치물반환의무의 이행은 불능이 된다(판례). 임치의 장소는 특약이 있으면 특약이 정한 장소에서 반환하나, 특약이 없으면 보관한 장소에서 반환한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로 목적물을 전치한 때에는 현존하는 곳에서 반환할 수 있다(제700조). 유상임치의 경우에는 수치인의 반환의무와 임치인의 보수지급의무 사이에 동시이행관계에 발생한다.
6. 효과 - 임치인의 의무
1) 보수지급의무 : 임치계약은 무상계약인 것이 원칙이지만, 특약이 있으면 임치인은 수치인에게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제701조, 제686조). 보수는 대개 약정된 기간에 비례하는데, 약정기간 이전에 수치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임치관계가 종료한 경우, 수치인은 이미 보관한 기간에 비례하여 임치인에게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2) 임치물인도의무 : 임치물의 인도가 없으면 수치인의 보관의무가 구체적으로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견해는 임치인에게 임치물의 인도의무를 인정한다. 그러나 임치인의 임의해지권에 관한 규정(제698조 후단, 제699조)을 감안할 때 임치인에게 임치물인도의무를 인정하거나, 수치인에게 임치물인도청구권을 인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설령 유상임치라 하더라도 임치물인도의무는 인정될 수 없으며, 임치인이 임치물을 인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치인이 보수를 청구할 수도 없다. 다만 임치인은 임치물의 보관을 준비하기 위하여 수치인이 지출한 비용을 보상하지 않으면 안된다(제403조).
3) 비용지급 및 채무변제의 의무 : 무상임치이건 유상임치이건 위임계약에 관한 규정들이 준용되어, 수치인이 임치물을 보관하는 데 있어서 비용을 필요로 하는 경우 임치인은 이를 선급하여야 하고, 수치인이 임치물을 보관하는 데 있어서 필요비를 지출한 경우 임치인은 그 비용과 지출한 날 이후의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제701조, 제687조, 제688조 1항). 수치인이 임치물보관에 필요한 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임치인으로 하여금 채무를 변제케 할 수 있으며, 만일 그 채무가 아직 변제기에 이르지 않은 때에는 임치인에게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게 할 수 있다(제701조, 제688조 2항).
4) 손해배상의무 : 임치인은 임치물의 성질이나 하자로 인해 수치인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제697조 본문). 그러나 수치인이 그 성질이나 하자를 알고 있었다면 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제697조 단서). 또한 수치인이 그 성질이나 하자를 몰랐다 하더라도 모른 데 수치인에게 과실이 있었다면 임치인은 손해를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무상수치인에 대해서는 책임을 감경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제695조), 무상수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치물의 성질이나 하자를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본다.
7. 임치의 종료 : 임치기간이 만료하거나 임치물이 멸실되면 임치관계는 종료한다. 그밖에 임치인측에서는 임치기간이 아직 만료하지 않았더라도 임치계약을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제698조 단서). 그러나 수치인측에서는 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만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제699조), 기간의 약정이 있을 때에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야 임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제698조 본문). 예를 들어 유상임치의 경우 임치인이 파산하여 무자력이 되었거나, 무상임치의 경우 임치인과의 개인적 관계 때문에 임치물을 보관하던 수치인이 사망했을 때,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되어 수치인은 임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8. 혼장임치 : 수치인이 임치물을 다른 임치인들로부터 받은 동종,동질의 것과 섞어서 보관하고, 후에 임치인의 청구가 있는 경우 그 가운데에서 임치받은 것과 동종,동질의 것을 동일량으로 반환하는 임치를 말한다. 대개의 경우 대체물의 임치에 있어서 인정되나, 설령 대체물을 임치한다 하더라도 혼장임치의 특약이 있어야만 수치인은 혼장임치임을 주장할 수 있다. 혼장임치한 임치물의 일부가 멸실 또는 손상되어 마지막으로 반환을 청구한 임치인에게 돌아갈 수량이 부족하거나 손상된 것만 남아있을 때 수치인은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그러나 수치인이 과실 없음을 입증한다면, 피해자인 임치인은 다른 임치인에 대하여 공유자 사이 분할로 인한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제270조).
9. 소비임치 : 수치인이 대체물인 임치물(대개는 금전)을 섞어서 보관할 뿐만 아니라 그 임치물의 처분권까지 획득하고, 후에 동종,동질,동량의 것을 반환하는 임치이다. 가장 전형적인 예로서 은행에 예금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소비대차와 유사하여 소비대차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나(제702조 본문), 소비대차에서 대주가 자기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때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최고를 해야 하는 반면(제603조 2항 전단), 소비임치에서 임치인(예금주)은 기간의 약정이 없는 한 언제든지 자기 예금한 돈의 즉각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제702조 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