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의 빙폭등반사
이 합 승
“설악산!” 그 이름만으로도 모든 산악인들은 설레인다. 산악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한번쯤은 가 보았고 가고 싶어하는 곳이며 선망의 대상이다. 그 매력은 무엇일까? 깨끗한 화강암의 흰 백색 첨봉과 첨봉 사이 골짜기의 넓은 반석 사이로 흐르는 맑고 푸른 물의 폭포와 담, 이러한 빼어난 경관이 탐방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리라. 그 중에서도 여느 산과 달리 설악산만이 갖고있는 경관이라면 깊고 맑은 담을 갖고있는 폭포일 것이다. 몇 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에 이르는 폭포가 골짜기마다 숨어있다. 그러한 폭포가 겨울철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모습을 본다면 그 빙폭의 자태에 매혹되지 않을 산악인은 없을 것이다. 필자가 알기에도 설악산에는 100여 미터가 넘는 폭포가 대여섯 개 있다. 이렇게 커다란 폭포는 설악산 외에는 없다. 그러기에 겨울철에는 많은 산악인들이 설악산으로 모이는 하나의 동기가 된다. 빙폭은 폭포가 얼어서 이루어지는 빙폭(Water Fall Ice)과 적설이 조금씩 녹으며 절벽에 얼어붙어 이루어지는 빙폭(Ice Fall) 두 가지가 있다. 국내에는 대부분이 Water Fall Ice이다. 우리나라에 산악 운동이 시작된 이후 Ice Climber의 최대 목표는 동양 최대이며 길이가 320여 미터에 이르는 토왕성 빙폭 등반 이였고 국내 빙벽 등반의 역사는 토왕성 빙폭을 등반하기 위한 훈련 과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근교의 작은 빙폭과 설악산의 작은 빙폭들이 하나 둘씩 등반되면서부터 토왕성 빙폭의 등반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차츰 등반 기술이 축척 되면서 1976년 드디어 동국대 산악부에 의해 하단이 등반되었다. 이듬해 1977년에 한국 산악계의 숙원인 토왕성 빙폭이 크로니 산악회(박영배, 송병민)에 의해 13박 14일만에 초등정 되었다. 토왕성 빙폭의 등반은 국내 산악 역사의 큰 획을 그은 사건이였으며 그 후 자신감을 얻은 산악인들에 의해 국내 빙폭 등반은 눈부실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한다. 참고로 당시 국내 산악계의 또 하나의 목표였던 세계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해 이기도 하다. 이렇게 비교할 때 토왕성 빙폭 등반은 히말라야 8000 미터 봉 등반과 견줄 만한 등반이였고 실제로 국내 산악인들은 한국 산악 역사상 가장 큰 성과중의 하나였고 커다란 전환기가 되었다고 믿는다. 이듬해 1978년 윤대표(악우회), 손칠규(대구왕골 산악회)씨가 1박 2일에 등반하였고 1984년에 청주대 산악부에 의해서 당일(6시간 15분)에 등반이 이루어졌다. 이어 무학 산악회의 이태식씨에 의해 최초로 단독 등반이 이루어 졌고 이후 계속적으로 등반기술이 발전되며 1985년엔 철암 산악회(이종관, 정병모)에 의해 5시간대로 단축되었고 남성들 만의 세계에 청화 산악회의 조희덕씨에 의해 여성 등반자가 탄생하였다. 이듬해 (1986년)에 철암산악회의 두 산악인은 당일 2회 등반이라는 대기록을 세운다. 이러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자 등반 불가능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니던 빙폭들이 하나둘 등반되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 성과로 1986년 윤대표(악우회), 정호진(연대산악부)씨가 남향이기에 결빙이 잘안되고 부분적으로 오버행을 이루고있는 대승폭포를 초등하였다. 1988년 12월에는 본회(김운회, 필자)에 의해 소승폭포가 초등반 되었고 이어 1989년 2월에 마지막 일 것 같은 국사대폭(일명 소토왕폭)이 본회(김운회, 조금석)에 의해 초등반되었다. 이 시기에 토왕골에 캠프를 설치한 몇 몇 악우들이(유학재, 김운회, 강희윤, 김석준) 토왕성폭포 오른쪽 작은 골짜기에 있는 약 60미터의 오버행 암, 빙벽 혼합등반으로 등반하고 “개토왕폭포”라 명명 하였다. 이후 더 이상의 빙폭 대상지를 찾을 수 없었던 산악인들은 노 자일(Ropeless) 단독등반과 시간 단축이라는 새로운 속도 등반에 도전하게 된다. 또한 ‘여성 산악인이 어느 수준 까지 도달 할 수 있을까’가 관심의 대상이였다. 등반기술에 자신감이 생긴 몇몇 산악인에 의해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단독등반이 성행되었다. 로프를 사용하지 않은 이러한 단독등반은 그동안 매년 크고 작은 사고로 많은 희생자를 낳았기 때문에 빙벽등반에서는 과히 획기적인 등반이 아닐 수 없다. 그 첫 등반이 89년 유학재씨에 의해 이루어 졌고 등반시간은 2시간이 안되는 1시간대 였다. 이어 1990년부터 불붙기 시작한 Ropeless 단독 등반은 본회의 김운회씨에 의해 국내 최난도의 대승폭포가 37분만에 등반됨으로서 끝나는 듯 하였다. (지금 까지도 재등자가 없음) 이어 본회에선 1990년, 토왕성 빙폭 등반을 5개조 10명이 동시 등반하는 쾌거를 이룬다. 이때 김혜영 회원은 5번째로 토왕폭을 오른 여성이 되었다. 또한 MC산악회(김용기씨 외)는 당일에 토왕성 폭포를 3회 등반하는 대 기록을 세운다. 1991년에는 본회의 조금석씨와 파트너를 이룬 이현옥씨(청맥산악회)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토왕성 빙폭을 선등으로 등반하여 토왕성 빙폭의 여성시대를 열었다. 이어 1992년에 이현옥씨는 남난희씨와 여성만의 파티로 토왕성 빙폭 등반을 이룬다. 같은 빙폭에서 반복되는 등반에서는 더 이상의 만족감을 찾을 수 없던 산악인들은 새로운 등반방식을 시도한다. 그중 하나가 정승권(산당회)과 송영주(철암산악회), 박광복씨등에 의해 토왕폭 야간등반이 시도되고 연속 2회 등반이 이루어진다. 1993년 강희윤씨가 1시간 11분만에 토왕성 빙폭을 단독등반 함으로서 1시간 이내의 등반을 가늠하게 하였고 이어 1994년엔 기록 갱신을 위한 11번의 등반 끝에 37분이란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다. 이후 이 기록은 계속 유지되고 있으나, 토왕폭의 단독등반가들은 대승폭이나 소승폭에서 단독등반을 시도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새로운 대상지가 없고 속도 경쟁이 한계에 이르자 몇몇 Top Climber들은 이벤트성 기록에 도전하게 된다. 이중 하나가 설악산의 4대 폭포(토왕성, 대승, 소승, 소토왕)를 하루만에 등반하려는 계획과 시도가 이루어진다. 이 계획은 김용기(MC산악회)씨에 의해 19시간만에 달성된다. 이후 남성들의 기록이 주춤하는 사이 드디어 마지막 과제인 여성 단독 등반이 샤모니 산악회의 김점숙씨에 의해 이루어졌다. 1995년 이후 국내에서는 괄목할 만한 등반이 없고 몇 몇 Top Climber에 의해 암, 빙벽 혼합 등반(Mix Climbing)이 시도되고 몇 년에 한번 결빙되는 Ice Fall을 찾아 등반하기도 하였다. 때마침 1998년 많은 적설과 적정 기온으로 울산암 북면에 결빙된 빙폭을 신상만, 최승철, 김형진씨 등이 등반하고 “그들폭”이라 명명하였다. 그들 3명은 연이어 국사대폭 왼쪽(남쪽)에 결빙된 Ice Fall을 등반하고 “한몽폭”이라 명명하였다. 99년은 설악산에서는 주목 받을만한 등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결빙 기간이 짧아지고 새로운 대상지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97년부터 설악산에서는 속초시 눈꽃 축제의 일원으로 적십자구조대에서 빙벽등반 대회를 1월말에서 2월초사이에 열리고 있다. 그러나 이 빙벽등반대회는 경기운영 방식에 다소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톱로핑, 속도경기방식은 확보자의 확보태도에 따라 경기자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주어 기록의 객관성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추락을 해도 탈락이나 감점없이 속행되는 규정은 경기자의 기술적인 능력의 평가를 왜곡시키고, ‘떨어져도 좋다 무조건 걸고 올라가자’식의 퇴보적인 등반기술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참고로 캐나디안 록키지역과 북미지역에서 사용하는 빙벽등반의 난이도를 설명하고 이 난이도를 기준으로 설악산 빙폭들을 평가해 보았다.
등급체계
한 피치에 대한 등반의 난이도는 얼음의 경사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고, 얼음상태에 의해 가중된다. 그것이 연빙이거나 또는 강빙이거나 또는 좋은 확보조건이거나, 나쁜 확보조건이거나 간에 피치의 전체적인 각도가 시간에 따라 크게 변하지 않을 지라도, 얼음의 상태는 해마다 또는 매일 매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빙벽에 있어서 등급 체계는 그 어려움을 정확히 표현하는데 있어 효과적이지 못한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설정된 등급은 클라이머들이 자신의 능력에 적합한 루트를 선택하는데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에 불과한 것이다. 여기서는 전체등급(Seriousness Grading)과 기술등급(Technical Grading)으로 분류했다. 전체등급은 등반의 전체적인 난이도를 나타내고, 기술등급은 가장 어려운 피치의 난이도이다.
전체 등급 전체등급은 I - VI 로 나뉘어 지고, 어프로치 / 루트길이 / 체력소모 / 위험 / 하강에 대한 곤란함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 전체등급은 기술등급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기술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등반은 난이도가 낮은 등반보다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웨핑필라 (Weeping Pillar 155m V ,6)는 기술등급 6등급이고 전체등급 V등급이지만, 기술등급 6급의 피치가 없다면 웨핑필라의 전체등급은 IV등급일 것이다.
I 빌레이 지점이 확실하고 도로에서 가까운 1피치의 등반으로 전면 하강 또는 클라이밍 다운이 가능한 곳이다. II 길에서 가깝고 1 또는 2피치의 길이로써 위험요소가 거의 없고 하강을 하거나 클라이밍 다운을 할 수 있다. III 6~7시간 소요되는 낮은 등급이지만, 피치는 여러 피치를 가지고 있고 겨울등반기술을 사용하며 걷거나, 스키를 사용한 긴 어프로치로서 하강을 요한다. IV 겨울등반기술과 오리엔티어링을 요구하는 먼 지역에 있고 높이 평가되는 여러 피치를 가지고 있으며, 눈사태, 낙석등의 직접/간접적인 위험이 있다. 하강은 볼트 등을 이용해야 한다. V 높은 등반기술을 요구하며 등반시간이 길고, 나쁜 날씨에 따른 직접적인 위험과 눈사태, 긴 어프로치를 포함하며 하강도 어렵다. VI 가장 뛰어난 클라이머만이 하루에 등반할 수 있고, 높은 알파인 기술이 필요되는 길고 많은 피치가 있다. 겨울 등반의 위험요소가 많이 있고 뛰어난 등반가만이 등반가능하다. VII 이 등급은 캐나디안 록키에서 아직 등반되지 못했다. 그러나 VI 등급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 으며, 더욱 길고 기술적 난이도가 더 높다면 가능성이 있고 등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 등급 기술등급은 가장 어려운 피치의 난이도를 나타낸다. 1급 - 7급으로 분류했으며, 얼음의 두께, 얼음의 질, 얼음의 형태(상들이에형, 버섯형, 오버행)에 따른 곤란함을 포함한다.
1 아이젠을 싣고 걸을 수 있다. 2 60도 ~ 70도의 낮은 경사이고, 좋은 확보지점과 빌레이 지점이 있다. 3 70도 ~ 80도의 경사가 계속되고 좋은 확보지점과 빌레이 지점이 있다. 4 75도 ~ 85도의 경사로 가끔 수직의 각도가 있고, 짧고 가파른 피치이지만 일반적으로 얼음상태가 좋고 안전한 확보를 할 수 있다. 5 85도 ~ 90도 경사의 얼음으로 적당히 힘든 피치로서, 바위에서의 등급과 비교하면 5.9정도가 된다. 6 매우 가파르고 힘든 피치로서 쉴 장소가 거의 없고, 가끔씩 매달려서 빌레이를 보아야 하며, 얼음질이 불량하고 확보물 설치도 불확실하다. 높은 기술이 요구되며, 바위에서의 등급으로 치면 5.10정도 된다. 7 완전한 수직으로 얼음이 얇고 불량하며, 바위와의 접촉도 불확실하다. 확보는 어렵거나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바위 등급으로 치면 5.12정도가 된다. |
폭 포 명 |
빙폭길이(m) |
등반길이(m) |
최대경사도 |
등반난이도 |
위 치 |
비 고 |
토왕성폭포 |
320 |
180∼200 |
87 |
IV+, 5 |
토왕골 |
|
대승폭포 |
110 |
80∼90 |
오버행 |
IV, 6 |
장수대 |
대승골 |
소승폭포 |
90 |
70∼80 |
오버행 |
IV, 5 |
소승골 |
한계령 |
국사대폭포 |
100 |
90 |
90 |
IV, 5 |
소토왕골 |
일명 소토왕폭 |
개토왕폭포 |
60 |
60 |
오버행 |
IV, 5 |
토왕골 |
|
두줄 폭포 |
80 |
60 |
80 |
II, 2 |
소토왕골 |
원명 소토왕폭 |
100m 폭포 |
80 |
70 |
85 |
III, 3 |
잦은바위골 |
|
50m 폭포 |
50 |
50 |
75 |
II, 2 |
잦은바위골 |
|
형제 폭포 |
80 |
70 |
75 |
III, 3 |
토막골 |
|
용소 폭포 |
40 |
35 |
75 |
III, 2 |
용소골 |
|
칠선 폭포 |
30 |
30 |
75 |
III, 2 |
칠선골 |
|
건 폭 |
70 |
40-60 |
75 |
III, 2 |
건폭골 |
죽음의 계곡 |
갱기 폭포 |
110 |
80 |
85 |
III, 3/4 |
한계리 |
|
실 폭 |
60 |
55 |
85 |
II, 3 |
장수대 |
|
응당 폭포 |
40 |
40 |
80 |
II, 2 |
장수대 |
|
독주 폭포 |
80 |
60 |
80 |
III, 3 |
독주골 |
|
쉰길 폭포 |
110 |
70 |
80 |
IV, 3 |
큰 귀때기골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