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석촌호수 동호 뒷길 식당가를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미가"란 식당, 외부 메뉴에 적어놓은 장어탕에 눈길이 꼿히니 망서릴것도 없이 저녁을 먹기 위하여 식당 안으로 성큼 들어가게 되는데 서울에서 바다 장어탕을 먹어보기는 상경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경상도식이라면 장어탕엔 필히 방아잎이 들어갈텐데 혹시나 해서 물어봤더니 내심 기대했던 방아잎이 아니라 깻잎이라는군요.
장어탕 속에 숙주와 고사리가 들었길래 남해 어느 고장의 음식이냐고 물었더니 식당 아주머니 고향이 전라남도 광양이라니 지역마다 장어탕 끓이는 방법이 약간씩 차이가 나는데 올해 4월, 광양과 지척인 여수 바닷가에서 먹었던 통장어탕과는 맛이 사뭇 다른 장어탕으로 광양식 장어탕에는 고추장을 풀었는지 붉은 색을 띄는 것이 특징이 되겠는데 단지 숙주나물과 고사리를 조금 적게 사용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밴댕이 젓갈은 평소 잘 먹지 않는 젓갈류지만 이날 만큼은 젓가락이 가게 되고 열무김치와 가지와 애호박무침, 바싹 튀긴 멸치 등이 밑반찬으로 나옵니다.
그리 넓지 않은 실내를 가졌지만 대체로 깔끔한 분위기를 지닌 미가(味家)인데 밑반찬으로 나온 음식 모두가 맛깔스럽습니다.
장어가 크고 싱싱할수록 깊은 맛을 내는 게 장어탕이지만 어린 장어에 뼈를 바른 뒤 토막을 내어 끓인 탓인지 장어탕의 깊은 맛을 느끼기엔 뭔가 조금 부족한 듯 합니다. 탕 종류를 먹을 땐 다소 칼칼한 맛을 좋아하니 매운 풋고추의 주문을 빼놓지 않습니다.
살이 통통히 오른 장어가 아니라면 차라리 추어탕처럼 끓이는 것도 좋겠지만 서울에서 남도 바닷가 음식인 장어탕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합니다. 8,000원의 음식값은 둘째 문제로 접어두렵니다.
벽 한쪽에 걸린 액자 아래로 왠 싸인이 걸려있어 자세히 보니 "참 맛있습니다. 숭구리 김정열"... 숭구리당당~~ 으로 익살스런 코미디언 김정열 씨가 이집에서 음식을 먹었던가 봅니다. 서대회무침, 장어탕, 가오리찜 등의 메뉴 중에 과연 무엇을 먹고 갔을까요?
식사후 마지막으로 식당 전경을 찍으려니 으이쿠~!, 배터리가 꽝~! 입니다.
바다 장어탕을 먹을 수 있는 희소식당이니 만큼 미가(味家)를 맛집으로 추천해도 크게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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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가을남자의 평상심(平常心) 원문보기 글쓴이: 가을男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