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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류볼 - 커브볼이 중지를 실밥과 나란히 잡고 검지를 곁에 놓는것과 달리 스크류볼은 커브와 같은 그립에서 두 손가락을 실밥과 나란히 잡고 엄지로 공을 받힌다. 또 하나의 그립이 있는데 투심패스트볼과 비슷하게 실밥을 따라 가운데, 집게 손가락을 잡는것이 그것이다.

던질때는 커브, 슬라이더등 다른 구질들과는 반대로 역회전을 걸어야 한다. 즉 비트는 동작을 반대(안쪽)로 하는 것이다. 중지보다 검지에 힘을 주고 던진다(우투수의 경우).
공의 스핀이 반대로 걸리게 되는데 우선 던질때의 공의 스피드가 있고 또 변화하려면 조금의 시간이 걸리므로 홈플레이트 근처까지는 바깥쪽으로 던진 직구처럼 날아가게 된다. 하지만 역으로 걸린 스핀 때문에 공은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게 된다. 던지기 어려운 구질이라 투구시 힘있게 단단히 잡고 던지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다.
공의 변화는
거울에 비추어진 커브나 슬라이더라고 생각하면 좋을것 같다. 커브와 슬라이더가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에 비해 스크류볼은 두가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더 위력을 발하게 된다.
슬라이더, 커브와 더불어 타자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최고의 구질이라고 해도 좋을듯 싶다.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체인지업은 역회전성으로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어 스크류볼로 보일때도 있다.
커브나 슬라이더와 섞어 던진다면 타자로서는 어떤 구질과 스피드에 타이밍을 맞춰야 할지 머리속이 복잡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 뒤에는 항상 부상이라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스크류볼의 위력을 알면서도 던지려는 투수가 많지않은 실정이다. 투구시의 팔을 안쪽으로 꺾는다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동작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멕시코 출신으로 다저스에서 뛰며 신인왕과 사이영상을 동시에 수상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가 최고의 투수로 떴다가 금방 내려앉은 이유도 이러한 점에 기인하였다.
장점을 생각하면 매력있고 단점을 생각하면 섬뜩한 느낌마저 나는 구질이라 하겠다. 전성기때의 '팔색조' 조계현 선수가 잘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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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더 - 중지를 실밥위에 놓고 검지를 옆에 붙인다. 엄지는 포심을 잡을 때보다 조금 안쪽으로 잡아 투구시 잘 빠져갈 수 있도록 한다. 포심보다는 전체적으로 조금 깊숙히 잡는다.
커브를 구사할때처럼 크게 비틀지는 않는다. 포심을 던지는 상태로 나아가다 공을 놓는 순간에 다달아서 중지에 힘을 실어 약간 꺾으며 스핀을 준다. 슬라이더의 그립은 투수마다 조금씩 다르고 선동렬 선수와 같이 자신이 개발한 특이한 그립으로 쥐는 경우도 있어 그립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모든 구질이 하나의 그립으로 확정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슬라이더는
커브만큼의 큰 각은 없지만 커브와 비교가 안되는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고(투수에 따라 가지각색) 또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빠르고 예리하게 꺾인다. 그러나 슬라이더가 조금만 높게 구사가 되거나 릴리스 지점을 잘못 잡아서 너무 일찍, 또는 너무 늦게 꺽이면.. 보통 포심보다 느리고 타자의 눈앞에서 약간의 변화밖에 없기 때문에 장타를 허용할 확률이 높아진다. 때문에 슬라이더는 항상 낮게 제구되어야 한다.
보통의 사람이라도 슬라이더는 몇번만 연습하면 금방 던질수 있게 될만큼
어려운 구질은 아니다. 우리나라 투수들이 기본적으로 던지는 구질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나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만큼 대중적(?)이지는 않다.

슬라이더를 잘 구사하는 선수로는 선동렬, 데이비드 콘, 존 스몰츠, 케리우드, 김수경, 마쓰자카등이 있다. 스몰츠와 콘의 슬라이더는 정말 정석 그대로의 각으로 예리하게 꺾인다. 휘어져 나가는 정도가 TV를 통해 볼 때도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정도이다. 선동렬의 슬라이더는 약간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바깥으로 많이 휘어져 나가는 각을 그린다. 어떨때는 그 브레이킹각이 커브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케리우드와 김수경의 슬라이더는 슬라이더인지 커브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록 꺾이는 각이 크고 상하의 변화도 있다. 특히 김수경은 외곽으로 흐르는 슬라이더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2종류를 던진다.

슬라이더의 이러한 비행궤도의 차이점은 투수마다 그립이 조금씩 다르고 팔의 각도도 다르기 때문에 이유인듯 싶다. 선동렬 선수가 자신이 개발한 그립으로 슬라이더를 구사하였던 것 처럼..
메이저리그에서 슬라이더가 대중적이지 않는 이유는
왠만큼 꺾이는 각으로는 재미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타자들의 팔길이나 뱃의 길이가 조금씩 더 길기 때문에 콘이나 스몰츠, 우드 정도의 슬라이더가 되어야 통한다 - 삼진을 잡을 때 사용할 만큼 결정구로써 위력을 가지고 있다)
슬라이더를 주 레퍼토리로 삼는 투수들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슬라이더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롯데에서 신인왕을 수상하기도 하였던 염종석 선수가 그 예인데,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슬라이더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실로 그의 피칭을 보면 볼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는 볼의 궤적이 슬라이더 궤도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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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향 슬라이더 - 보통의 궤적을 가진 슬라이더와는 정반대의 궤적을 그리는 이른바 역방향 슬라이더(backdoor slider)가 있다.
즉
역방향 슬라이더는 우투수가 구사 하였을때, 우타자의 몸쪽을 파고드는 궤적을 가지는 구질이라 하겠다.
김병현은 몸쪽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역방향 슬라이더에 능숙해서 타자를 혼란에 빠트린다. 약간 뜨면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 보통의 슬라이더, 역방향 슬라이더등 하나의 구질만 가지고도 타자를 농락하는 것이다. 특히 backdoor slider는 몸쪽으로 휘는 모습이 방울뱀같다고 해서 'snake-like slider'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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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슛(up-shoot) - 김병현이 삼진을 잡을 때 결정구로 많이 사용하는 이 구질은, 커브의 그립과 똑같이 쥔다고 해서
'뜨는 커브'로 불리기도 한다.
현지 언론들은
'업 슛(up-shoot)'이라고 이야기하는데,
홈플레이트쪽으로 수평으로 오다가 타자앞에서 곡선을 그리며 솟아오른다.포수 미트의 좌우에 마음먹은 대로 꽂을 수 있다면 그 위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업 슛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타자가 방망이 가운데에 맞추기를 시도하여도 대부분이 빗맞을 정도로 제대로만 구사된다면 대단한 위력을 발한다.
세손가락을 모두 사용하는 다른 투수와 달리, 엄지와 중지만 잡고 검지는 공에 살짝 걸쳐놓는 것이 `김병현식 커브'의 포인트다.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