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연합은 한국 교회의 소망이며 과제다. 교단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요즘에는 개교회간의 벽도 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이질화되어가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교회 지도자들의 탓이다. 평신도들은 교단이 구체적으로 애 필요하며 왜 생겨났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서울 남산 후암동에는 참 많은 교회들이 있다. 거기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여덟 교단의 여덟 교회가 3년 전부터 서로 교류를 하며 협의회를 조직해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교단은 예장 통합, 합동, 대신, 고신, 성결교회, 루터교회 등 모두 다르다. 8개 교회의 규모도 다르다. 크고 작은 교회가 총망라되어 있다. 이 교회들이 서로 연합하여 교동협의회를 결성했다. 교회와 洞을 교동으로 부른다. 그리고 동네의 여러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사랑의 쌀 나누기, 헌혈, 어머니합창단운영, 한가족결연식, 틈새계층 지원, 미화원 식사 후원, 공공 근로자와 함께 하는 사랑의 식사 등)
연간 사회봉사비용이 4천4백여만원에 이른다고 하니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성탄절에는 축하연합음악회(2001년말에는 12월19일 루터교회에서 8개 교회 찬양대 출연)
공동 전도지도 제작하여 활용하고 있다. 표지에는 "태초에 하나님이 후암동을 창조하시니라."로 시작된다.
안에는 "후암동을 섬기는 교회들---------"로 해서 여덟 교회를 소개하면서 "위의 8개 교회는 건전하고 복음적인 정통교회이므로 한 교회를 선택하여 복된 생활을 누리시기 바라며 기쁨으로 추천합니다."라고 추천하고 있다.
올해 후암동교동협의회는 중앙루터교회 한영복 목사가 이끌고 있다.(752-7629)
후암동 교회들의 사례는 교회가 교파, 규모를 초월하여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봉사가 좋은 방법이다.
세상은 교회를 하나로 본다. 교회만 개교회주의, 교파주의에 빠져 있다. 지역 사회의 교회들은 서로 형제 교회다. 큰 교회는 작은 교회를 도와야 한다. 그리고 함께 전도해야 한다.
목회자들끼리 자주 만나 가까워져야 교인들도 가까워진다. 그래야 지역사회로부터 좋은 평을 듣는다.
지난 연말에는 중앙루터교회에서 성탄축하찬양예배를 드렸다. 농촌도 아닌 도시 한복판의 교회들이 함께 지역사회를 돕는 일, 함께 성탄축하예배를 드리는 일..........참 보기 드문 일이다.
개신교계에 `후암동 8형제 교회`라는 말이 있다.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협력하는 후암동 지역 8개 교회를 지칭하는 것이다. 후암교회(대한 예수교 장로회)손상률·중앙루터교회(루터교)의 한영복, 후암백합교회(성결교회)의 김세진, 후암제일교회(장로교회 합동)의 문성남, 남산중앙교회(감리교회)의 유수인, 산정현교회(장로교회)의 최상순, 숭덕교회(장로교회 순장)의 권정희, 영주교회(장로교회 통합)의 성홍모 담임목사가 그들이다.
이들은 후암 동장을 명예회원으로 받아들여 1997년부터 매달 한차례 모임(교동협의회)을 열고 지역의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협력할 일거리를 찾기도 한다. 지난 21일 연말 불우이웃돕기 사업을 논의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 자리에는 안영환 후암동 동장도 참석했다. 특히 후암교회가 26일 거행하는 `성전 봉헌식`에는 나머지 7개 교회의 담임 목사가 전원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현재 교동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손상률(58)목사를 지난 22일 후암교회로 찾았다. 손목사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라며 난처해했다.
-협의회의 목적이 궁금합니다.
"교회가 먼저 화합을 실천해 보이자는 뜻입니다. 그리고 강단교류(목사들이 이웃교회에서 설교하는 일)를 부드럽게 하고 싶었지요. 이웃 교회의 강단에 서면 누구나 그 교회의 장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 협의회를 운영합니까.
"자기 교회를 앞세우지 않으려는 겸양의 미덕이 중요합니다. 회장을 맡고 있지만 제 주장보다는 일을 성사시키는 쪽에 비중을 둡니다. 축구로 치면 골게터보다 골도우미를 강조합니다. 후암동 전체 주민의 복지라는 큰 목적을 생각하면 사사로운 감정은 죽게 마련입니다."
-교회 협력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궁금합니다.
"길게 보고 지금은 계속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솔직히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이웃간의 따뜻한 정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교회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거나 교회일을 도와줄 때면 가슴이 뭉클하기도 합니다."
후암동 형제교회들은 지역 주민 돕기를 공동으로 펼친다. 사랑의 쌀 나누기·한가족 결연식·불우 가정 지원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매달 72가구에 3만원씩 지원하고 있으며,크리스마스 때면 20㎏짜리 쌀 2백60부대를 내놓는다.
이런 손길은 모두 교동협의회 명의로 이뤄지기 때문에 어느 교회의 도움을 받는지 모른다. 이 때도 행정관청의 도움을 받아 정말로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엄선한다.
-지역 내 교인들끼리 단합하는 자리도 있습니까.
"연합 성탄절 축하 음악회가 대표적입니다. 이번이 세번째인데 영주교회, 중앙루터교회에 이어 올해는 12월 15일 오후 3시 후암교회에서 열립니다. 대성황을 이룹니다. 각 교회의 성가대들이 성가를 두 곡씩 부르는데, 헌금이 3백만∼4백만원 모입니다. 그 돈은 동장과 의논해 경로잔치 등으로 돌립니다."
`후암동의 교회를 소개합니다`라는 문구를 앞세운 전도지 역시 후암동교동협의회 이름으로 되어 있다. 각 교회의 교파는 소개하지 않고 있다. `위의 8개 교회는 건전하고 복음적인 정통교회이므로 한 교회를 선택하여 복된 생활을 누리시기 바라며 기쁨으로 추천합니다`라는 글귀가 참으로 신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