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누구나 한번쯤 아이의 변비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을 정도로 아이들에게도 변비는 흔한 병입니다. 그리고 흔하긴 한데 일단 생기면 쉽게 치료하는 방법을 찾기도 힘든 것이 바로 변비입니다. 아이에게 변비가 생기면 주위에서는 이것을 먹여라, 저것을 먹이면 금방 좋아진다더라, 이렇게 하면 한달 가던 변비가 하루 아침에 낫는다더라 하면서 갖가지 비법들을 전수해 줍니다. 그러나 그 많은 비법들이 우리 아이에게만은 별다른 효험을 보이지 못해서 또 다른 비법을 찾아나서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소아과를 방문해도 속 시원히 치료해 주는 것도 아니고요. 그럼 어떻게 하면 이 변비를 낫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럼 한번 알아봅시다.
▶ 변비에는 특별한 약이 없다
·정장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변비가 좋아지진 않습니다:
아기가 변비에 걸리면 엄마들은 우선 약을 먹여서 치료할 생각부터 먼저 합니다.
그래서 흔히 사용하는 것이 소위‘장 좋아지는 약’입니다. 우리 나라 엄마들은 이름을 줄줄 욀 정도로 많은 정장제를 알고 있습니다.
주위에서 정장제를 먹고 변비가 좋아졌다는 아기들을 실제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장제 같은 약을 특효약으로 사용하는 소아과 의사를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장제가 아기 몸에 해롭다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다른 아기들이 먹는데 우리 아기만 안 먹여서 불안하다면 먹이세요.
그러나 절대로 정량을 초과해서 먹이지는 마십시오. 변을 묽게 하는 약도 우선은 좋지만 대개의 경우 갈수록 변비를 심하게 만들 위험이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변비에 잘 듣는 특별한 약은 없습니다:
변비의 원인이 무엇이든 집에서 엄마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섬유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음식을 적게 먹어서 변비가 걸린 아이는 우선 이것부터 개선을 하고, 그래도 안되면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아 다른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엄마의 정성과 바른 지식, 그리고 세월이 변비 치료의 가장 중요한 비법입니다.
※ 변비에 피해야 할 음식들!!
우유,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치즈, 삶은 당근, 감, 바나나, 사과 소스 등 변을 딱딱하게 만들어주는 음식은 아기의 변비가 해결될 때까지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즙을 낸 사과나 바나나는 변비를 일으키지도 않고 악화시키지도 않습니다.
간혹 밥을 많이 먹이면 변비가 안 생긴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있는데, 쌀밥 자체는 변비를 유발하는 식품입니다.
여러 가지 반찬을 고루 같이 먹여야 이 반찬에 들어 있는 섬유질이 변비를 예방해 줍니다.
▶ 변비에는 섬유질 공급이 필수
·변비가 있는 아기는 특히 이유식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변비가 있는 아기에게는 평소에 여러 가지 종류의 채소를 섞은 이유식으로 섬유질을 공급 해 주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간혹 야채와 과일을 먹이라고 권하면 우리 아이는 과일과 야채를 엄청나게 먹이는데 그래도 변비가 심하다고 하는 엄마들이 계십니다.
이런 경우 다시 물어 보면 적게 먹이면서도 많이 먹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도 있고, 과일을 짜서 즙만 먹이는 엄마도 있습니다.
과즙은 섬유질이 없어서 변비 치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과일은 통째로 먹이거나 강판에 갈아서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과일을 많이 먹였는데도 변비가 생겼다면:
생후 6개월부터는 과일 주스를 먹일 수 있는데, 처음에는 즙을 내서 먹이다가 아기가 적응이 되면 서서히 섬유질이 들어가게 통째로 강판에 갈아서 먹입니다.
과일이나 채소가 변비에 좋다니까 녹즙기나 주서기로 즙을 내서 먹이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변비가 있는 아기에게 주스를 만들어 먹일 때는 가급적 녹즙기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섬유질을 걸러내니까요.
파는 주스도 과일을 갈아서 만들기보다는 압착을 해서 즙을 낸 것이 많다고 합니다.
과일을 많이 먹이고도 변비가 생기는 경우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생후 4~6개월이 되면 이유식으로 죽을 먹이는데, 이 죽에도 섬유질이 있는 채소가 들어가야 합니다.
6~7개월이 되면 이유식의 양을 늘려야 하는데, 이 시기에 이유식의 양을 늘리지 않으면 변비가 잘 생깁니다.
6개월이 지난 아기는 한 끼에 50cc 정도의 야채가 들어 있는 이유식을 하루에 두 번 먹일 수 있고, 9개월 된 아기는 한 끼에 100cc이상의 이유식을 하루에 세 번 먹일 수 있습니다. 야채 주스를 아기들에게 먹이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야채나 과일의 섬유질보다 곡류의 섬유질 섭취가 중요:
변비 예방을 위해서는 야채나 과일의 섬유질보다 곡식의 섬유질 섭취가 특히 중요합니다. 섬유질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물이 많이 필요한데, 좀 큰 아이들은 하루 6~8컵 정도로 많은 물을 마시는 것이 섬유질이 제 기능을 하게 도와주며 변비를 줄여줄 수 있습 니다. 물론 적당한 운동을 해야 장의 운동도 활성화됩니다.
참고로 1999년 미국 소아과 학회에서 권장하는 하루 섬유질 섭취 권장량은 아이들의 나이+5g입니다. 예를 들면 8세는 8+5=13g입니다.
섬유질 권장량의 최대량은 하루에 35g입니다.
·변비를 줄여주는 대표적인 음식들: 섬유질이 많은 야채와 과일로는 서양 자두, 살구, 배, 복숭아, 콩, 완두, 시금치, 건포도, 브로콜리, 양배추, 팝콘(4세가 지나면 먹이세요), 곡식을 통째로 갈아 만든 씨리얼이나 빵 종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리하는 법에 따라서 변비를 유발하기도 하고 치료하기도 하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사과는 섬유질이 많고 솔비톨(sorbitol)이 많아서 변비 치료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갈아서 즙을 내 먹으면 변비 치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 사과를 익혀서 퓨레를 만들어 먹거나 애플소스로 만들어 먹으면 오히려 변비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소스 같은 것은 설사를 하는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바나나는 변비를 유발할 수 있지만 즙을 내서 먹이면 괜찮습니다.
외국에서는 변비가 있으면 서양 자두를 권장하는 의사들이 많습니다.
이 과일을 제일 먼저 먹입니다. 서양 자두에는 이사틴(isatin)이라 불리는 변을 묽게 보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고, 섬유질도 다른 과일에 비해 3~6배 정도 많이 들어 있으며, 변비 치료에 도움이 되는 당분인 솔비톨도 들어 있습니다.
솔비톨은 장에서 흡수되지 않는 성분(sugar alcohol)으로 변을 묽게 만듭니다.
사과주스와 배 주스도 섬유질과 솔비톨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변비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그냥 주스를 먹이라고만 말하면 상당수의 엄마들은 오렌지 주스를 먹이는데 오렌지 주스는 변비 치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변비 치료 제대로 알고 바로 해야 합니다:
바나나를 많이 먹고 변비가 생긴 아이가 저희 소아과를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변비에는 과일을 많이 먹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생각하기에 바나나도 과일이니까 많이 먹이자고 생각했나 봅니다.
안 그래도 바나나가 변비를 일으키는 음식인데, 그것을 하루에 4개씩 식사 대신 먹였으니 오죽했겠습니까? 아무 과일이나 많이 먹여서는 절대 안됩니다.
또 변비에 야구르트가 좋다는 말을 듣고 하루에 우유를 1000cc 이상 먹는 아이에게 야구르트를 두세 개 먹이는 엄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처음에는 좀 좋아지는 것 같아도 조금 지나면 변비가 더 심해집니다. 요구르트 양만큼 다른 음식 먹는 양이 줄어들어 섬유질 섭취가 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우유를 많이 먹는 아이에게 변비가 생기면 다른 유제품의 양을 늘리지 말고 우유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 유쾌한 잔소리!!
엄마 아빠 둘 다 직장에 다니는 등의 사정으로 파는 이유식을 사먹이는 아기에게 변비가 생겼을 때는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엄마나 아빠가 직장에서 돌아오면 저녁만이라도 섬유질이 듬뿍 들어 있는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