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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브스의 한국 유망주들. 사진 왼쪽부터 김동엽, 정수민, 이학주, 하재훈, 이대은.ⓒ민기자닷컴 |
이날 정수민의 공을 받은 포수는 하재훈(20)이었습니다.
작년에 포수로 전업하자마자 하수민은 블로킹과 송구 등 탄탄한 기본기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투수 리드와 상황에 따른 구질 선택 등 부족한 면도 많아 코치에게 혼이 나기도 합니다. 코치들의 기대가 크기에 질책도 따르는 법. 언어의 벽과 문화 차이 등 특히 포수라는 포지션이 더욱 넘어야할 벽이 많지만 구단에서 포지션 변경을 권유했을 정도입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라 기대 반 우려 반이지만 본인이 활달한 성격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날 커브스 싱글A 팀이 상대한 적수는 바로 LA 에인절스의 싱글A였습니다.
그리고 정영일(22) 투수도 중간 구원으로 나와 1이닝을 소화했습니다. 재작년 여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정영일은 그러나 아직 확실히 회복하지 못한 모습으로 다소 우려를 낳았습니다. 구속은 90마일(145Km)에 훨씬 못 미쳤고 제구력도 썩 좋지 못했습니다. 동계훈련을 열심히 했는데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당장 마이너리그 팀으로 배속되지 않고 익스텐디드 캠프를 거치면서 몸을 추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커브스의 야수 최고 기대주로 떠오른 유격수 이학주(21)는 그 동안에도 빅리그 경기를 몇 차례 따라다녔습니다. 주로 대수비로 기용됐지만 빅리그의 맛을 제대로 보고 있습니다.
이학주는 작년에 로우 싱글A에서 68경기를 뛰며 3할3푼의 고타율이 폭넓은 수비로 눈길을 모았습니다. 도루도 25개 기록했습니다. 레벨이 차이가 있지만 3할3푼은 커브스 마이너 타자 중에 최고 타율이었습니다.
커브스에는 이학주 외에도 스탈린 카스트로(20)라는 뛰어난 유격수 유망주가 또 하나 있습니다. 메이저 시범 경기에 이학주보다 중용될 정도로 구단의 기대가 큽니다. 현재 타격은 카스트로, 수비와 주루 플레이는 이학주가 나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성민규 코치는 “학주의 수비 폭이 넓고 빠르기 때문에 구단에서는 카스트로를 2루나 3루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 두 선수 모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학주는 커브스의 ‘미래의 톱타자’입니다.
이들 외에 주목받는 선수는 나경민(19)입니다.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캠프에 합류했지만 나경민은 뛰어난 외야 수비로 코치들의 눈길을 확 잡아끌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트리플A 선수들과 함께 외야 훈련을 받기도 했는데 코치들이 나경민의 수비 범위와 판단력, 그리고 스피드에 저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그리고 매일 혼자 일찍 나와 특타를 하는 등 성실한 자세로 귀여움을 받고 있습니다. 루키 리그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해 갈 길은 멀지만 이미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거포로 기대를 모으는 김동엽(20)은 어깨 통증 때문에 수비가 어려워 지명 타자로만 뛰고 있습니다. 그래서 송구를 왼팔로 하기 위한 훈련을 계속 받았지만 무리라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당분간 지명 타자로만 뛰면서 어깨 치료를 병행하게 됩니다.
이제 다음 주면 마이너 캠프도 끝납니다. 그동안 함께 지냈던 한국인 선수들도 모두 뿔뿔이 제 갈 길을 가게 됩니다.
이대은은 플로리다 주에 있는 하이 싱글A 데이토나 커브스에 배속될 가능성이 크고 이학주가 동행할 수도 있습니다. 정수민과 하재훈은 애리조나 주 피닉스 인근의 싱글A 피오리아 치프스에서 2010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경민은 애리조나의 루키리그로 가게 되고, 김동엽은 어깨 상태에 따라 루키리그나 아니면 메사 캠프에 남아 익스텐디드 트레이닝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마이너리그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루키리그에서 시작해 싱글A만 숏 시즌, 싱글, 어드밴스 등 3단계를 거칩니다. 그리고 더블A와 트리플A를 모두 통과해야만 빅리그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수준이면 싱글A 단계를 통과하는 것은 무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더블A부터가 전쟁의 시작입니다. 더블A에 올라가면 제대로 유망주 대우를 받고, 빅리그에 도달하는 통과의례라고 볼 수 잇는 폴리그도 더블A 정도 수준이 돼야 출전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는 커브스의 한국 선수들 중에 올 시즌 후반기에 더블A까지 도달하는 선수가 있다면 성공입니다. 경력으로 볼 때 이대은이나 이학주 정도가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선수는 MLB.com의 2010시즌 커브스 10대 유망주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선수들도 2~3년 안에 더블A에 진입할 가능성은 큽니다. 그렇게 되면 절반의 성공은 이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망주들이 차근차근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도 야구팬에게는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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