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테스트’ 라는 게 있다. 눈 앞의 유혹을 참으면 더 큰 보상이 주어짐을 입증한 실험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월터 미셸 박사는 ‘마시멜로 실험’에 참가한 네살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관찰했다. 마시멜로는 특유의 쫀득·달콤한 맛으로 서양을 대표하는 과자다. 네살 아이에게 마시멜로를 보여주며 “이거 먹어도 된다. 다만 내가 자릴 비우는 15분 간 마시멜로를 먹지 않으면 돌아와 하나 더 주겠다”고 약속한다. 카메라로 아이를 관찰해 본 결과 아이들 가운데 3분의 1은 참지 못한다. 처음에는 먹지 않으려 애쓰다가, 한 번 만져보다 입가에 갖다 대고 결국 먹게 된다. 미셸 박사가 펴낸 책 ‘마시멜로 이야기’에는 당장의 유혹을 견뎌내 상으로 한 개를 더 받은 3분의 2와, 15분을 참지못한 3분의 1의 달라진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론은 자기절제력으로 두 개의 마시멜로를 받은 아이가 훗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얘기다.
올해 주택 시장에 ‘마시멜로의 유혹’ 같은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주변 시세 보다 훨씬 저렴해 억대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 분양’이다. 문제는 당장 눈앞에 놓여진 것을 삼킬 것이냐, 한동안 참았다가 더 많은 차익을 노려 볼 것이냐의 선택이다. 당장 눈앞에 놓인 마시멜로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통제 물량이고, 참으면 더 큰 보상이 주어지는 마시멜로는 오는 5월이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래 나올 물량이다. 낙엽지는 가을에 ‘알짜’가 많다. HUG의 통제 아래 분양되는 아파트는 보통 시세보다 20~40% 저렴하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는 이보다 10~20%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HUG 아파트가 ‘그냥 로또’라면, 상한제 적용 아파트는 ‘슈퍼 로또’가 되는 셈이다.
▶새 봄엔 HUG 통제 분양물량…시세보다 20~40% 싼 ‘로또 아파트’
부동산114등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는 40여 개단지(총 5만3600여 가구)에서 2만여 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일반분양 가구 수 기준으로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물량으로, 지난해(1만5000여 가구) 보다 37%가량 많다. 지난해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분양 시점을 저울질하던 단지들이 이월되면서 덩치가 커졌다. 대규모 재건축· 재개발 단지가 다수 포함돼 ‘밥상’이 풍성해졌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가 올 4월 안에 분양될 예정이다. 총 1만2032가구 규모로 일반분양 몫이 4786가구에 달한다. 일반 분양 가구는 모두 전용면적 29~84㎡ 중소형 아파트로 100% 가점제로 당첨자를 가린다. 조합과 송파구가 의결한 일반분양가는 3.3㎡당 3550만 원. 그러나 분양 보증을 맡은 HUG는 3.3㎡당 2600만 원대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막판 줄다리기를 지켜봐야 한다. HUG안대로라면 84㎡ 형이 9억원을 밑돌아 당첨되면 3억~4억원의 차익이 가능하다.
한강변 재개발 사업지구인 동작구 흑석동 흑석3구역도 주목받고 있다. GS건설이 ‘자이’ 브랜드로 총 1772가구 를 새로 짓는다. 전용면적 59~120㎡ 규모로 일반분양 물량은 364가구가 배정된다. 올 3월께 분양한다.
서울 마곡지구의 마지막 공공분양 아파트인 마곡9단지는 다음 달 5일부터 청약절차에 들어간다. 총 1529가구의 대단지로 주변 전용 84㎡형이 10억 클럽에 진입한 만큼 억대의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공공분양이어서 가점제가 아닌 청약통장 납입 인정금액이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결정한다.
▶청약 고점자들, 4월까지 참으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슈퍼 로또’ 당첨 찬스
올해 서울에서 일반분양될 2만여 가구 가운데 상한제 적용 물량은 대략 24곳 7000여 가구로 점쳐진다.
이 가운데 핫 플레이스는 역시 반포동, 개포동 등 강남3구에서 선보이는 브랜드 아파트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재건축 아파트는 물량이 많아 단연 돋보인다. 6600여가구 중 1206가구가 오는 10월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같은 시기에 대치동 963번지 일대 대치1지구 재건축(총 489가구)아파트도 116가구가 일반에 선보인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인 ‘래미안 원베일리’아파트는 2971가구 가운데 346가구가 일반분양 몫이다. 방배동 방배6구역 ‘아크로파크브릿지’ 아파트(총1131가구)는 676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공개된다.
강북에서는 상반기 분양에 나설 성북구 장위동 장위 4구역(일반분양 1344가구), 동대문구 용두 6구역(일반분양 477가구), 은평구 수색 6구역(일반분양 458가구) 등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한제 적용 슈퍼로또 시세차익은?…반포 전용84㎡ 최고 16억·흑석동 9억
상한제 적용 아파트 분양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한 땅값에 건축비를 합친 금액이다. 건축비는 지역에 상관없이 비슷해 표준지 공시지가가 분양가를 좌우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이를 바탕으로 상한제 적용 지역들의 분양가를 대략 추정한 결과 서울 강남권 분양가는 3.3㎡당 3000만~40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초구 반포동은 4100만원, 강남구 개포동은 3600만원 선으로 예상된다. 개포동의 공시지가가 반포동보다 3.3㎡당 900만원 정도 낮다. 송파구 신천동은 3400만원 선이다. 동작구 흑석뉴타운은 2200만원, 양천구 신정뉴타운은 2300만원,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은 1800만원, 성북구 장위뉴타운은 1700만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시세차익이 가장 큰 단지를 추정하면 반포동이 첫손에 꼽힌다. 전용 84㎡ 기준으로 상한제 분양가가 14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주변의 대표적 단지들은 아파트값이 30억원 정도. 당첨시 예상 시세차익이 16억원이다.
개포동은 상한제 분양가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전용 84㎡ 가격이 12억 원대로 추정된다. 개포지구 새 아파트의 시세는 25억원 선. 시세차익이 13억원에 달한다. 새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흑석동에서는 상한제 분양가와 시세 간 차이는 9억원가량 된다. 강북지역도 3억원 정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12·16 부동산대책에 따라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된 이후 서울 강남구에서 첫 분양된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 견본주택을 찾은 청약자들. 전용 84㎡ 기준 시세차익만 10억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이자 고가점자들이 몰려들어 최고가점이 79점을 기록했다. [GS건설 제공] |
▶청약가점 고점자들 진검승부…강남은 70점· 강북은 60점 이상돼야
‘로또 분양’이 늘어나면서 ‘청약가점 인플레이션’도 도드라지고 있다. 청약가점은 무주택기간(15년 이상 만점· 32점), 부양가족(6명 이상 만점·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5년이상 만점· 17점)을 합해 84점이 만점이다. 강남은 70점대, 강북은 60점대는 돼야 청약 안정권이라고 말할 정도가 됐다. 청약가점 70점이 되려면 무주택 기간은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 수 4명(2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1년(13점)을 넘어야 한다. 얼마전 분양한 '개포 프레지던스자이'는 청약가점 최고점이 79점을 찍었다.
청약 가점 50점 미만 예비청약자는 자금 마련 실패 등으로 발생한 ‘미계약 물량’을 고려해 청약 통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대단지 초소형 평수 등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틈새시장을 공략해볼 필요도 있다. 둔촌주공이 대표적. 일반분양 몫 4841가구 가운데 전용 29~39㎡ 초소형 면적도 1100여 가구가 공급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어선 1~2인 가구를 겨냥한다면 안정적 월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상한제 적용 ‘슈퍼로또’ 아파트, 10년 전매제한 등 ‘가시’ 도 주의
상한제 적용 ‘슈퍼로또’ 아파트에는 찔리면 아픈 ‘가시’도 있다. 상한제 단지에는 HUG 규제 단지보다 많은 조건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전매 제한 기간이 대표적. HUG 규제 단지(3년)의 3배가 넘는 10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일반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 미만이면 해당된다. 강남권 등 주요 지역에선 상한제 적용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할 것으로 보인다.
거주의무도 따를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분양가 상한제를 강화하면서 2~3년의 실거주 의무기간을 도입하기로 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올해 상반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이 충분해야 한다. 입주 무렵 시세가 15억원이 넘으면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 강남권과 '마용성' 등에서 전용 84㎡ 시세가 대부분 15억원을 넘겼다. 9억원 초과면 9억원 넘는 금액의 대출 한도가 40%에서 20%로 줄어든다.
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정부가 편법 증여 등 탈세를 막기 위해 자금 마련 계획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당첨되고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청약에 앞서 융통 가능한 자금과 이주 계획 등을 꼼꼼히 고려해야 한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 교수는 “시세차익이 클수록 대출 제한이 많다”며 “청약가점의 허들을 넘으면 자금력이라는 또다른 장벽이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다음달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 조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