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베니스"로 갑니다.
비 내리는 베니스에서 다른 사람들과 달리 실망감도 많이 느꼈던 곳
입니다.
여행 중 날씨가 미치는 영향을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 것입니다.
그러나, 베니스는 여전히 아름답고 낭만적인 곳 입니다.
** 이탈리아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로마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
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번성해서 유럽을 지배해 온 나라가 바로 로마
이며, 로마의 역사가 바로 유럽의 역사이기도 했다.
로마 시내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져 있는 흔한 돌조차 2000년 전의 역사
유물인 이 나라는 역사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미국인들을 기죽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족은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에 떨리는 마음으로 다가섰다.
10) 열째 날 (2000년 5월 8일 - 월)
* 오늘의 일정
베니스 / 수상버스 - 산 마르코 성당 - 리알토 다리
베니스 - 로마 이동
밤새도록 달린 기차가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 닿은 시간은 아침 8시
45분이었다.
베니스에 도착하기 전에 차장이 갖다 준 커피 2잔을 아내와 함께 맛있
게 먹고 있는데 차장이 돈을 받으러 왔다.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뮌
헨을 출발할 때 이딸리아노 같은 독일인 차장이 영어와 독일어를 섞어
쓰면서 아침에 커피를 마시겠느냐고 물었을 때 커피가 무료라는 것을 확
인하고서는 먹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이었다. 결국, 주위의 독일 사람
들이 영어로 통역을 해줘서 전날 차장이 우리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주변 사람들도 돈을 내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뜻하지 않게 9.80 DM이라는 추가 지출이 발생을 하게 되
서 고이 간직했던 마르크화 지폐를 한 장 깨야만 했다. 뜻하지 않은 잔
돈이 또 발생을 한 것이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커피 만큼은 기가 막
히게 맛이 있었다.
* 베니스
베니스는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었다. 베니스에서의 일정이 순탄치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배낭 속에 잘 보관해 왔던 우산과 작은 배
낭을 감쌀 비닐을 꺼내서 빗속에서의 일정을 준비했다.
화장실을 찾는데 이력은 붙은 아이는 화장실을 찾아서 볼일을 보고 오
더니 화장실 시설이 좋다고 이야기를 했다. 차례차례 화장실을 방문한
나와 아내는 깨끗하고 좋은 시설을 갖춘 화장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
론 유료 화장실이며 1000 리라를 내야 했다.
화장실 옆에 설치된 Locker에 큰 배낭을 넣었는데, 단순한 Coin locker
가 아니고 3000 리라를 넣고 바코드가 찍힌 티켓을 발부 받아 이용하는
최첨단식 무인 Locker 였다. 다른 사람들이 쓴 여행기에서는 이탈리아에
는 Coin Locker가 없어서 불안하게 짐 보관소에 배낭을 맡겨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기차역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었다. i 를 찾아가서 베니스 지도를
한 장 얻은 뒤에, 오후에 로마로 가는 열차를 예약해야 했다. 로마 행
열차는 이탈리아의 특급열차 "Euro Star"인데, 유로 패스를 갖고 있어
도 추가비용을 내고 예약을 해야 했다. 이 기차의 이름은 영불 해협을
건너는 유로스타와 이름이 같아서 가끔 배낭족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한다.
예약창구로 가서 오후 2시 28분에 출발하는 유로스타 예약을 신청하자
창구직원은 "Cash!"라고 말했다. 창구에 붙어 있는 Visa Card 스티커를
가리키면서 항의를 하자 마지못해 신용카드를 받아 주었다. 왠지 이탈리아
사람에 대한 불신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 수상버스 (Vaporetto)
베니스에는 차가 없다. 따라서, 수상버스나 수상 택시, 곤돌라를 이용
해야 하는데,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이 수상버스 이다. 산타루치아 역
앞의 수상버스 정류장에서는 베니스의 곳곳으로 가는 수상버스를 탈 수
있다.
<수상 버스>
산 마르코 광장까지는 1인당 편도 6000 리라를 내야 하는데, 3인 이상
이면 가족요금 제도를 적용해서 1인당 5000 리라에 수상버스 티켓을 구입
할 수 있다. 산 마르코 광장까지는 베니스의 대운하를 가로 질러서 가는
노선이 가장 일반적이다. 가는 동안에 그 유명한 리알토 다리 밑을 지나
기도 한다.
마침, 82번 수상버스가 도착해서 산 마르코 광장에 가는지를 물었더니
간다고 하여 수상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이 수상버스는 대운하를 통과
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외항으로 나가서 산 마르코 광장으로 가는 노선
이었다. 여행기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산 마르코 광장으로 가는 수상버
스를 반대 방향으로 타서 곤혹스러웠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우
리가 그 경우가 되고 말았다.
베니스의 대운하를 따라 가면서 작은 운하들과 그 사이 사이로 지나는
곤돌라를 보는 것을 기대했었는데 꿈이 깨지고 말았다. 그러나 산 마르코
광장을 바다 쪽에서 볼 수 있어서 위안이 되었다.
<수상버스에서 본 두칼레 궁, 대종루...>
수상버스는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와 똑 같은 역할을 했다. 정류장이
나오면 어김없이 배가 멈추고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배가 이렇게 완벽하게 육상교통을 대체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였다.
* 산 마르코 성당
산 마르코 광장 정류장에서 수상버스를 내리자 말로만 듣던 곤돌라를
볼 수 있었다. 여전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어서 대부분의 곤돌라는
기다란 말뚝을 박아 놓은 부두에 매여져 있었다. 몇몇 용감한 관광객들
만 비옷과 우산으로 무장을 한 채 곤돌라를 타고 있었다.
두칼레 궁전으로 가는 길에 놓여진 다리에서 "탄식의 다리"를 볼 수
있었다. 두칼레 궁과 감옥을 연결하는 다리로써 형을 선고 받고 다리를
건너는 죄수들이 다리 창문으로 바깥 모습을 바라보면서 탄신을 했다는
다리이다.
산 마르코 성당 바로 옆에는 베네치아 고딕양식의 대표적인 건물이라고
하는 두칼레 궁이 있는데 건물 외벽을 수리 중이라서 그 아름답다는 조
형미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법 빗줄기가 굵어지고, 우리가 보기에도 최악의 날씨였지만 산 마르
코 성당이 있는 광장은 사람들로 넘쳐 나고 있었다. 모두를 우산을 들고
산 마르코 성당 입장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당 입장료는 무료 였는데
성당 입구에서는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인지 입장인원을 통제하면서
조금씩 입장시키고 있었다.
<산 마르코 성당>
산 마르코 성당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유럽의 다른 성당과는 차원이 달
랐다. 벽화, 천정화, 스테인드 글라스로 다양하게 저마다의 특징을 나타
내고 있는 성당과는 달리 산 마르코 성당은 천정과 벽 등을 온통 황금색
그림으로 도배를 해 놓은 것 같았다.
특히 제단 뒤쪽에서 볼 수 있 "황금의 제단"은 황금과 각종 보석으로
꾸며진 제단으로 그 화려함과 사치가 극에 달했다. 황금의 제단은 금으
로 장식된 여러 인물상 사이사이에 루비, 사파이어 등과 이름도 알 수
없는 다양한 크기의 보석들이 수도 없이 박혀 있는 모습으로 옛날 베니
스의 영화를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산 마르코 성당은 입장료가 마치 무료인 것 같지만, 성당의 제일 안쪽
에 있는 "황금의 제단"을 보려면 제대 뒤쪽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줄을
서서 1인당 3000 리라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이 곳은 어린이 할인요금
도 없이 성인과 같은 금액을 내야 한다.
아내는 이 "황금의 제단"이 원래 신도들이 볼 수 있는 앞쪽으로 향해
있었는데, 관람요금을 받기 위해서 제대 뒤쪽으로 뒤집어 놓고 입장료를
낸 사람만 뒤쪽으로 들어가서 볼 수 있도록 한 것 같다고 말을 했다.
아내는 본래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에 성당의 구조에 대해서는 나보다도
익숙하기 때문에 그럴 듯하다고 생각하였는데, 과연 그림엽서 중에서 황
금의 제단이 앞쪽으로 설치되어 있는 사진을 발견하고서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성당에서는 다른 성당에서 느꼈던 경건함을 찾아
볼 수가 없었고, 졸부가 돈 자랑을 하는 듯한 경박함 조차 느껴지기도
했다.
성당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기념품 판매대에서 베니스 안내 책자와 그
림엽서를 몇 장 사고는 성당 문을 나섰다.
* 대종루 (Campanile)
대종루는 산 마르코 성당 앞에 높이 솟아 있는 종탑으로 베니스 전체
를 조망할 수 있을 정도로 높다. 안내판에 입장료가 10,000 리라로 적혀
있는데 여행책자에 나온 자료와 달리 너무 비쌌다.
더욱이 어린이, 청소년 요금이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서 매표소에 왜
어린이 요금이 없는지를 물었더니 무조건 10,000 리라의 금액만 강조를
했다. 마치 "볼 테면 보고, 싫으면 말라!" 였다. 입장료 안내판을 자세
히 확인해 보니 어린이 요금이 적혀 있던 곳을 까맣게 칠해 놓은 상태였다.
이탈리아에 대한 불신이 또 쌓이고 말았다. 마음 속으로 화풀이를 해
야 했다. "너희들은 좋겠다. 조상 잘 둬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종루에 오르니 베니스가 사방으로 다 내려다 보였
다. 비가 많이 와서 우중충하고 추웠지만 날씨가 좋다면 전망이 기가 막
힐 것 같았다.
* 산 마르코 광장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광장 중의 하나로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실"이라고 했다는 광장이다. 하얀 대리석 기둥이 있는 건물
이 광장을 "ㄷ"자로 둘러서 있어서 인상적이었고 산 마르코 성당의 정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대종루에서 내려다 본 "산 마르코 광장">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광장에는 사람
이 반, 비둘기가 반이었다. 이번 여행 중에 새똥에 여러 번 당했기 때문
에 비둘기 똥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이곳이 썩 내키지는 않았다.
잘츠부르크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를 같이 했던 아가씨 둘을 만났
다. 베니스에서 1박을 한다고 한다. 우리도 시간 여유가 있다면 1박을
하면서, 베니스에 쌓였던 앙금을 털어내고 아름다운 도시로써 기억에 남
기고 싶었지만 마음 뿐이었다.
<산 마르코 광장에서...>
* 역으로 가는 길
산 마르크 광장에서 기차역으로 가는 길은 골목마다 설치된 "Ferrovia
(기차역)" 라는 표시만 보고 쫓아가면 된다.
리알토 다리로 가는 도중에 슈퍼마켓을 만났다. 오랫동안 슈퍼마켓을
구경하지 못해서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콜라, 과자, 사과를 사서
배낭에 넣으니 든든하고 흐뭇했다.
맥도날드를 발견한 우리 아이는 자기는 점심으로 맥너겟을 먹겠다고
한다. 점심으로 베니스 피자를 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 겨울에
피자를 먹다가 체한 뒤로 피자 기피증에 걸려 있는 아이는 닭고기를 점
심으로 택한 것이다. 맥도날드에서 줄을 서서 화장실을 사용했다. 공짜
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유럽에서 맥도날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가 무료 화장실이지 않을까? 그러
나 돈을 내고 화장실을 사용하는 맥도날드도 있다고 한다.
리알토 다리에서 바라보는 대운하는 베니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운하 양쪽으로 여러 색깔의 건물들이 서 있고 물가에는 카페들이 자리잡
고 있으며 운하에는 여러 종류의 배들이 한가롭게 다니고 있었다.
날씨는 어느새 개어 있었고, 다리 밑으로 지나가는 수상버스와 곤돌라
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수상버스를 다시 타고 싶어졌다. 베니스를 떠날
시간이 되자 아쉬워 하는 것이었다.
<리알토 다리에서 내려다 본 대운하>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니 날씨가 그날의 느낌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좋다고 적극 추천하는 베니
스에서 별로 좋은 느낌을 갖지 못했는데 비가 내리는 우울한 날씨 때문
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라는 나라는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어
울리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날이 개이고 밝은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
자 문득 이탈리아 다운 분위기를 느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리알토 다리 옆의 야채시장에서는 진기한 구경을 했다. 파장을 앞두고
조금 썰렁하기는 했지만 한국의 시장과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
었다. 이곳에서 딸기와 자두를 조금 샀는데 조금 전의 슈퍼마켓보다 싸
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내는 나를 "과일 대장"이라고 부르는데 과일만
보면 먹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야채 시장>
"베니스의 가면 축제"로 널리 알려진 가면은 좋은 기념품이 된다. 우
리 가족도 가면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서 가면을 한 개 샀다. 주먹만한
크기의 가면이 20,000 리라 정도 였는데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배낭에
넣고 다니다가 깨질까 봐서 큰 가면을 사지 않았다.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가면을 벽에 걸어 보니 너무 작아서 아쉬웠다. 실물 크기의 가
면도 별로 비싼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베니스의 가면가게에 전시된 가면들...>
점심거리는 피자가게에 들어가서 Kg 당 2,500 리라 하는 호박이 들어
있는 피자를 2가지로 준비했다. 사각형의 피자를 잘라서 파는데 맛이 좋
을 것 같아서 군침이 절로 돌았다.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 다시 돌아 온 시간은 오후 2시 10분이었다.
2시 28분에 출발하는 기차 시간에 맞추어서 오느라고 마음이 바빴다. 아
름다운 베니스를 차분하게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해가 떴다. 떠나려고 하니까 날씨가 좋아지는 것으로 보아 베니스와는
별로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인가… 그러나 이렇게 반나절 만이라도 베니스
에 있었다는 것으로도 만족하고 행복하게 생각되었다.
* 이탈리라 특급열차 - 유로스타 (Eurostar Italia)
Venezia S. Lucia (14:28) - Roma Termini (19:00)
거금을 주고 예약한 유로스타는 역시 좋았다. ICE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못 한 것 같기도 하고… ICE는 추가요금을 내거나 예약을 하
지 않고도 그냥 탈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유로스타 1등석 객실은 이탈
리아 다운 세련된 디자인 감각을 볼 수 있었다. 좌석이 2개 있는 쪽은
마주 보도록 배치가 되어 있었고, 좌석 사이에는 간단한 휴대품을 놓을
수 있는 탁자가 있는데 받침대를 빼면 탁자를 넓게 쓸 수 있도록 한 것
이 대단히 실용적인 디자인이었다.
베네치아를 출발하자 여자 승무원이 카트를 밀고 와서 커피와 음료 과
자 등을 무료로 서비스 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어폰을 주고 갔다.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것만 빼면 비행기 수준의 서비스라서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커피는 이탈리아 특유의 에스프레소 같은 커피를 소주잔 크기
의 잔에다가 따라 주는 것이 무척 특이 했다. 아내는 이 커피가 맛있다
고 로마까지 가는 동안 세 번이나 요청해서 먹었는데 마지막에는 여자
승무원이 조금 눈짓을 주는 것 같았다.
베니스의 피자로 맛있게 점심 식사를 한 다음 베니스 자료를 정리하
고, 여행자료를 뒤지면서 로마에서의 숙소를 고르는 동안 아내와 아이는
벌써 잠이 들어 있었다. 항상 그렇지만 곤히 잠들어 있는 가족들을 보면
무사히 이 여행을 마쳐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 민박
오후 7시가 조금 넘어서 로마 테르미니 역에 도착 했다.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아이를 생각해서 로마에서는 민박을 하기로 생각
을 했다. 여행 자료에 나와 있는 민박 정보 중에서 비교적 평이 좋은
"외가집 민박(Tel : 06 445 5786)"과 또 한 곳을 후보지에 올렸는데, 유
감스럽게도 외갓집 민박은 전화번호가 나와 있지 않았다.
로마의 테르미니 역에 도착을 해서 전화카드를 사 들고 공중전화로 갔
다. 민박집 한 곳을 전화 해보니 1인당 하루 30,000 리라의 금액을 받는
데 가족을 위한 방은 따로 준비해 줄 수 없다고 하였다.
난감해 하던 중에 공중전화 옆에서 외가집 민박 안내 스티커를 발견하
고는 전화를 해서 방 하나에 어른 30,000 리라, 아이 15,000 리라로 계
산해서 하루에 75,000 리라에 묵기로 하였다. 아침, 저녁 식사 제공에
빨래까지 해주기로 한 조건이므로 비교적 좋은 조건이었다.
이 곳에서는 민박이 불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단속을 피하고자 안내
스티커는 순 한글로 제작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전화번호도 숫자로 쓰
지 않고 "전화 ? 공육 사사오 오칠팔육" 이런 식이다. 테르미니 역에서
만나기로 한 민박집 주인 아줌마를 기다리는 동안 호텔 연합회 사람들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호텔 예약은 했는가?", "예약한 호텔은 어디인
가?" 따위의 질문인데 민박집에 피해가 갈까 해서 적당히 둘러대기도
했다.
민박집은 역에서 전철로 한 정거장 거리인데, 걸어가도 10분 정도 밖
에 걸리지 않았다. 층고가 높은 로마 특유의 건물의 3층에 자리잡은 민
박집은 매트리스가 깔려 있는 큰방, 작은방이 있고 더블 침대가 있는 작
은방과, 부엌, 화장실 겸 샤워실로 구성되어 있었다.
우리는 매트리스가 깔린 작은 방을 차지하였는데, 조선족 주인 아줌마
가 끓여주신 된장찌개로 저녁을 맛있게 먹고 과일과 맥주로 디저트를 먹
는 호강을 누렸다. 돈도 들지 않고 오랜만에 맛있는 식사를 했다.
포만감과 피곤함이 밀려와서 밖에 나가 보지도 못하고 스르르 꿈나라로
빠져 들고 말았다.
* 지 출(5/8)
- 커피(쿠셋) 9.80 DM
- 유로스타 예약(Visa Card) 50,700 ITL
- 화장실 3,000 ITL (1000x3)
- 락커(베니스) 3,000 ITL
- 수상버스 15,000 ITL
- 베니스 책자, 그림엽서 7,000 ITL
- 황금의 제단 입장료 9,000 ITL (3000x3)
- 슈퍼마켓 6,010 ITL
- 대종루 입장료 30,000 ITL (10000x3)
- 화장실 1,000 ITL
- 맥도날드 4,600 ITL
- 야채시장(과일) 5,000 ITL
- 기념품(가면) 20,000 ITL
- 피자 8,500 ITL
- 공중전화 900 ITL
- 전화카드 5,000 ITL
--------------------------------------
<소 계> 9.80 DM / 168,710 I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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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베니스! 아니 베네치아~~~ 다시 가보고 싶은곳 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