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있는 수녀원 풍경 1
어제부터 우리집은 손님수녀님들로 북적거렸다.
격월로 있는 30개 분원 공동체 원장님들이
한 자리(내가 사는 큰 집-관구관, 최고책임자 관구장 최세실리아 수녀님)에 모여 1박2일 소식을 공유하고 수도회 현안을 다루고
또 살레시오 수녀회 웃어른으로서 권위봉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양성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시간이다.
우리 식구가 35명에 손님수녀님 50여명,
서원 25주년을 축하하는 은경축 행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은경축이란 결혼한 친구들의 은혼식이라고 생각하면 돼.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나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한 가족이 된 우리의 사랑스런 자매들이 먹을 음식에서부터 침실 준비까지 소소한 일들이 우리를 기쁘게 하지만 동시에 ...
바쁘게 했다.
나도 어제 오후는 내내 성당 안에 머물렀다.
성당에서의 아름다운 전례분위기를 위해 정성스레 꽃꽂이를 하고
전례 때 사용할 성물들을 점검하고 손보고 꼼꼼히 챙기느라 시간이 후딱 갔다.
일명 제의방 수녀인 나는 지금의 이 소임을 즐기고 있다.
가족들 중 맨 먼저 일어나 우리 수녀님들의 기도방을 정성껏 준비할 수 있음은 은총이다. 새벽의 그 고요를 깨어 맞이함은 ...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또 이 소임 덕분으로 우리 16기 친구들의 카페활성화에 내 작은 역할을 하는 시간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동례수녀나 경희 수녀보다 시간적으로는 좀 더 여유로운 소임을 하기 때문이다.
보통 수녀원의 모든 축제는 잘 준비된 기도, 식단에 신경을 써서 차린 식사, 다음이 축하의 무대(춤과 노래, 꽁트,축하의 글,편지와 카드, 꽃다발, 케익, 화관 등등) 순이다.
어제 저녁부터 100여명이 넘는 우리 수녀님들이 함께 대성당에 모여 찬미가를 부르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충만함으로 기도드린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한 분이신 생명의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림은 우리의 가장 커다란 행복이다.
화려한 만찬의 식탁에 둘러앉아 정갈하고 맛난 음식을 먹으며 오랜만에 만난 자매들과 식탁에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식사가 마무리되면서 축하식을 했다.
축하식 사회를 맡은 나는 오후에 꽃꽂이를 하면서 무슨 축하멘트를 날릴 수 있는지 생각을 정리했기에... 부담없이 사회를 보고 의미있는 날을 마무리했다.
은경축 미사가 있는 날인 오늘 새벽, 다른 날보다 30분 면저 성당에 가서 예수님께 조배드리고 꼼꼼히 미사도구를 챙기고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하고 재대를 둘러싼 꽃들에게 신선한 물을 제공한다. 제대 위에 타오르는 초도 리본 플라워로 정성껏 장식을 했다.
내가 입회하던 해에 첫서원을 하신 선배수녀님들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나와 류경희 수녀도 4년 후엔 하느님의 은총으로 은경축을 맞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참, 동례수녀님은 내년이 은경축의 해이다.
나보다 3년 먼저 수녀원에 왔으니깨. 수녀원에서 서원연수로는 3년 선배님이시다.
오늘 은경축을 맞이한 두 분 수녀님이 얼마나 감사하고 감격스러워하시는지 참석한 우리 모두의 영혼과 마음도 고양되었다.
오늘을 맞이하기 위해 수녀님들은 하던 소임을 일체 놓아두고
고요 속에 머물며 30일동안 침묵피정을 했다.
피정이란 피한다는 뜻의 한자와 고요의 뜻을 지닌 정으로
일과 소란함을 벗어나 고요 속에서 하느님과 깊이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을 깊이 만나기 위해 사람들과는 침묵한다.
내게 들려주시는 님의 음성을 들으며 님이 얼마나 나를 사랑하시는지
그 조건없는 사랑에 젖어 새롭게 거듭나는 것이다.
“ 빛이 없어도 환하게 다가오시는 주 예수 나의 당신이여.
음성이 없어도 똑똑히 들려주시는 주 예수 나의 당신이여.
당신이 계심으로 나는 있고 당신의 노래가 머물므로 나는 부를 수 있어요.
주여, 꽃처럼 향~기나는 나의 생활은 아니어도
나는 당신이 좋을 수 밖에 없어요. 주 예수 나의 당신이여.“
이렇게 체험한 하느님 사랑을 우선적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녀들과 어린이, 가족과 친지, 친구와 지인들, 만나는 모든 이들과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봉헌생활을 살아가는 수도자이다.
저를 수도생활에로 불러주신 하느님, 당신 뜻에 맞갖은 응답을 드리도록 매일 저를 이끌어 주시고 도와주소서, 아멘.
은경축을 맞은 최정희 마틸데 수녀님과 우영숙 마르타 수녀님을 위해 기도부탁해. 친구들아.
첫댓글 해옥수녀님의 글을 읽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기도여~ 매주일 예배가면서도 갈수 없는 핑게를 만들고 싶어하는 내게~ 수녀님처럼 다가오는 조용한 만남과 흔들림~~ 나는 참 좋소~ 고맙소~
우리친구 중 에 이런 훌륭한 수녀님이 계시다는것에 또한번 감동.. 혜옥 수녀님..이런저런 많은걸 공유하고 배우고 싶으다오..^^
해옥수녀~ 종례랑 채팅하다가 너의 이 좋은 글들 책발간을 계획하면 어쩌냐는 말을 듣고 "그래"하고 손뼉을 쳤다~ 우리가 좋음 다른 이들도 좋을 거구 ~ 수녀와 일반인의 간격도 좁혀주면서 믿음의 세계도 가까이 갈 수 잇고~~ 흐흠~ 수녀님 열심히 해줘야겄소~ 고맙소~
친구들아, 인간은 계획하고 하느님은 섭리하시는 분,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해서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기를 기도해. 어차피 기도방은 내가 체험한 하느님 사랑의 고백이니 그분이 하신 일... 친구들 생각대로 하게나
친구들아~! 해옥수녀님의 주옥같은 글을 읽노라면 내 몸 속에 뜨거운 생명이 잉태되는 느낌이 든단다. 믿음, 소망, 사랑 3박자 축복으로 엮어진 삶의 이야기를 책으로 발간하고 주님사랑 공유토록 우리성령님 감동 주심을 주체 할 수 없어 우리회장님께 건의... 입술을 벌렸단다. 우리 함께 수녀님의 건강과 아름다운 책발간을 위해 기도로 마음 모아 보자꾸나~기대되지 않니?
해옥수녀님, 감동! ~감동!!~
양순아. 너도 내게 선물이 되어 주었고 널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야. 서로의 기억 속에서... 매일 감사와 감동의 기도를 엮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