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 신천지가 바로 여기군요!”
6월 21일 저녁 일산꾼 3명과 함께 동해시에 도착했다. 김 사장이 취재 장소로 물색해놓은 곳은 관광지로 유명한 정동진 인근
갯바위였다. 최근 씨알이나 마릿수에서 최고 조황을 보이는 곳이라고 했다.
동해와 삼척 시내에는 많은 인원이 동시에 낚시할 장소가 그리 많지 않았다. 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소음으로 인하여 우럭이 경계심을 품을 수 있다.
아무튼 김 사장이 차선책으로 생각해낸 곳이 바로 삼척시 남쪽에 위치한 신남 갯바위였다. 이곳은 씨알은 그리 크지 않지만 우럭 자원이 많고 또 동시에 많은 낚시인이 낚시를 하는 데에도 크게 불편함이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 삼척 원덕읍 신남항 좌측 갯바위. 우럭과 개볼락의 신천지였다. 날씨가 흐린 날은 낮에도 잘 낚인다.

▲ “이런 녀석들이 동해안에서 잡힙니다.” 김덕용(좌)씨와 이대성씨가 굵은 개볼락을 자랑하고 있다.

▲ 낮에 우럭 킬러로 통하는 빨간색 3인치 웜.
“낮에는 깊은 돌 틈을 잘 더듬는 게 기술”
20명이 넘는 낚시인들은 6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신남항으로 달렸다. 가는 도중 김 사장은 “만약 우리가 목적한 포인트에 다른
루어꾼들이 먼저 찾아가 우럭을 낚아냈다면 그 곳은 일주일이 지난 뒤에 찾아가야 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럭 은신처가 되는 큰 돌 주변에 숨어 있던 우럭들이 빠져 나갈 경우 최소 며칠이 지나야 다른 우럭이 그 자리에 다시 들어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남항에 도착 후 나와 동행한 일산꾼들은 현지꾼들을 따라 갯바위로 이동했다. 신남항 좌측 갯바위는 구간도 넓고 우럭이 은신처로 삼을 만한 돌무더기가 전 연안에 산재해 있어 한눈에 봐도 일급 포인트임을 알 수 있었다. 현지꾼들은 도착하자마자 돌무더기 사이를 노려 쉽게 우럭을 낚아 올렸다. 일산꾼들도 부지런을 떨었지만 현지꾼들의 조과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두 시간 낚시에 현지꾼들은 20마리 정도씩 낚았고 일산꾼 세 명 모두 합쳐 7마리의 우럭을 낚는데 그쳤다. 그러나 동해안 우럭의 실체를 확인한 일산팀은 희색이 만면했다. 임정술씨(40)는 현지꾼들이 우럭을 연이어 낚아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와, 정말 잘 낚이네요.”하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이곳에서 혼자 40마리가 넘는 우럭을 낚아낸 김승권 사장은 “밤에는 하얀색 웜이 잘 먹히지만 낮에는 반대로 빨간색 웜이 킬러”
라며 “낮에는 우럭들이 잘 떠오르지 않고 깊은 돌 틈에 숨어 있어 그곳까지 지그헤드웜으로 더듬어줘야 낚이는데, 채비가 바닥에 걸리지 않도록 하면서 많은 우럭을 낚아내는 게 기술”이라고 말했다. 큰 놈일수록 큰 바위 주변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잔 씨알이 주류를 이루자 김 사장은 “큰 씨알이 낚이지 않는걸 보니 누군가 이곳을 훑고 지나간 모양입니다.
임원 쪽으로 한번 내려 가봅시다. 그쪽은 이곳보다 씨알이 좋을 거예요.” 하며 회원들에게 손짓을 해보였다. 김 사장의 손짓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회원들.
마치 잘 훈련된 군인들을 보는 듯했다. 다시 우리는 남쪽으로 달렸다.
임원항으로 들어갈 줄 알았던 선두차량은 임원을 그냥 지나쳤고, 호산을 지나 울진의 죽변까지 달렸다.
“조금 전 임원을 지나오면서 보니 그쪽도 여러 명이 낚시를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책에 기사가 실리고 난 뒤부터 눈에 띄게 루어꾼들이 늘었어요.” 김 사장이 말했다.
취재팀은 죽변 봉수방파제에서 좌우측으로 나눠 흩어졌다. 때를 맞춰 서서히 어둠이 짙어졌다. 일산꾼들도 어느 정도 요령을 터득했는지 이곳에서는 수월하게 우럭을 낚아 올리며 손맛을 보기 시작했다. 우럭보다 개볼락이 많이 낚였는데 밤이 되자 씨알도 굵어 손맛이 여간 아니다.
27cm짜리 개볼락을 연거푸 낚아 올린 유석형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손맛이 좋은데요.”하며 이미 동해 루어낚시에 심취해 있었다. 배만호씨(48세)는 “책에서 보니 개볼락 회가 그리 맛있다는데 한번 맛 좀 보죠.”하며 아이스박스에서 제일 큰 놈을 꺼내어 썰기
시작했다. 언제 챙겼는지 초고추장에 소주병까지 내놓는다. “이기자, 이리 오소. 한잔 합시다.” 반가울 따름이다.
밤낚시는 마릿수는 많지 않았으나 씨알은 지난달보다 좋은 편이었다. 돌아오는 도중 울진 해안에서 루어낚시를 즐기고 있던 30세 전후의 낚시인 셋을 만났다. 그들은 “낚시춘추 책을 보고 당장 낚싯대를 구입해서 우럭낚시를 시작했다. 너무 잘 낚여 요즘 한창 우럭루어낚시에 빠져 산다”고 말했다.

▲ 해거름의 봉수방파제. 방파제 좌우측 갯바위 모두 우럭이 낚이는데 이날은 개볼락이 주류를 이루었다.

▲우럭을 낚기 위해 후정갯바위에 올라선 일산의 유석형씨.
7월부터 70~80cm 농어까지 가세
밤 11시쯤 울진을 빠져나와 삼척으로 철수했다.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지만 일부 손맛을 보지 못했던 꾼들은 다시 신남에서 밤이 깊도록 낚시를 즐겼다. 현지꾼 김덕용씨는 “신남도 원칙적으로 밤낚시를 통제하지만 깊은 밤에는 잘 통제하지 않아 늦은 시간에 종종 찾아와 밤낚시를 즐기곤 한다”고 했다.
일산에서 온 유석형, 임정술, 배만호씨는 이날 세 곳을 옮겨 다니며 50여 수의 우럭과 개볼락을 낚아 만족스런 표정으로 철수길에 올랐다. 임정술씨는 “비록 잠이 모자라 피곤하기는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다음 달에 농어 루어낚시를 겸해 꼭 다시 찾고 싶다” 고 말했다.
7월 초 현재 동해의 하평방파제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여름 파이팅의 대명사 농어낚시가 제철을 맞아 해거름이면 농어루어꾼들이 백사장으로 몰려들고 있는데 씨알도 60cm급에서 70~80cm급으로 부쩍 굵어졌다고 한다.
■취재협조 동해 낚시가좋아 033-522-2227
“동해의 맑은 물색, 큰 씨알에 당황”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낚시를 하면서 우럭낚시의 신천지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손을 많이 탄 서해안에 비해 입질이 시원스러웠으며 지척에서 30cm급 씨알이 쉽게 낚였다.
낮과 밤에 낚이는 우럭 씨알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 채비를 하는데 애로를 겪었다.
낮에는 바닥이 보일 정도의 맑은 물색 때문에 최대한 얇은 원줄과 가벼운 지그헤드를 써 줘야 바닥층의 우럭을 공략할 수
있었는데, 두꺼운 원줄을 써서 채비를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았다. 또 반대로 밤에는 25~30cm급 개볼락 힘이 워낙 좋아 낮에 바꾼 가는 줄이 여러 번 터지기도 했다. 주간용과 야간용 채비를 따로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았다.
이제 시간이 날 때마다 동해로 달려갈 것 같다.
알고 가세요!
24시간 개방된 울진과 달리 삼척과 동해시 일대는 몇 곳의 방파제를 제외하고는 밤낚시를 일절 못하게 군인들이 통제하고 있다. 그래서 현지꾼들은 주간 루어낚시를 즐기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오후 6시부터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하는 저녁 8시 사이’가
낚시 시간이다. 그러나 날씨가 흐린 날에는 하루 종일 우럭이 낚인다.
재밌는 것은 삼척시내에서 울진 쪽으로 내려 갈수록 씨알이 잔 반면 군인들의 통제가 덜한 편이어서 융통성 있게 밤낚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강릉 쪽으로 올라갈수록 굵은 씨알이 낚이지만 저녁 8시(동절기는 6시 전후)면 어김없이 낚시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낚시시간이 짧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