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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6년 2월 6일자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경제시평>에 발표된 글입니다. 회원 여러분께서는 저희 연구소가 어떤 시각에서 경제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하고 있는지 그 시각과 방법론을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올해 연초부터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달러당 950원대까지 육박하는 급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막대한 쌍둥이 적자에 기인하는 달러화의 잠재적 약세 요인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되어 온 바이지만 최근의 원화 급등이 수출과 증권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등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을 위협하는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 달러화에 대해 원화는 일본 엔화와 오랜 동안 연동해왔다. 즉 달러화, 엔화, 원화간의 3각 재정거래(Arbitrage) 구조 속에서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에 연동해온 것이다. 예컨대, 아래 <도표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지난 2000년부터 2003년 중반까지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과 거의 완벽하게 연동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상기 도표에서, 엔화의 미 달러화에 대한 가치조정은 2004년 후반기부터 시작된 원화의 조정에 약 1년 빠른 2003년 하반기부터 발생하였다. 달러당 120엔 대였던 엔/달러 환율이 2003년 하반기 동안에 미 FRB가 FF금리를 1%까지 낮추는 초저금리 정책의 영향 및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대규모 유입과 맞물려 달러당 110엔대까지 조정이 일어난 것이다. 더욱이 당시 일본 외환당국의 대규모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상당 폭의 엔화 상승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때의 엔/달러 환율조정은 매우 강력한 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엔/달러 환율과의 연동성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도 이 때 비슷한 정도의 조정이 일어났어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표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원/달러 환율 조정은 1년 후인 2004년 후반기부터 조정이 일어났다. 즉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 균형조정과 1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 조정이 엔/달러 환율조정에 비해 1년의 시차가 발생한 것은 당시 경기침체를 감안한 한국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개입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4년 후반부터 대규모 외국 주식투자자금의 유입을 시작으로 원/달러 환율의 균형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2004년 4월부터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견제로 외환시장 개입을 전면 중단하였다. 이어 한국도 2004년 후반부터 시장개입을 삼가는 정책으로 선회하였다. 그 결과, 2005년 초에는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엔 수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0원 수준으로 조정이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원화와 엔화는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영향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2004년까지 거의 비슷하게 연동해왔다고 할 수 있다.
2005년 7월, 중국 위안화가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되면서 평가절상된 것을 기점으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은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엔/달러 환율은 2005년 7월에 112엔 대에서 연말에는 120엔 대까지 상승하였다가 최근에는 118엔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원/달러 환율은 2005년 7월 달러당 1030원 대에서 일시적으로 1050원대까지 상승하였다가 최근에는 950원대까지 육박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미국 달러화는 막대한 쌍둥이 적자에 기인하는 국제유동성 과잉으로 위안화를 비롯한 엔화, 원화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이든 일본이든 한국이든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엔화나 위안화와는 달리 왜 원화만 유독 급등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 엔화는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연구소는 2005년 7월 위안화 관리변동환율제 이행 이후 원화가 엔화와의 연동관계에서 위안화와의 연동관계로 옮겨가고 있는 과도기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중국 위안화는 관리변동환율제로 이행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국 외환당국의 강력한 통제하에 있다. 위안화 환율조정 문제는 미중 양국간에 해결해야 할 최대 경제현안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위안화 환율조정 압력이 연동관계가 깊어진 원화의 급등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종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원화 환율이 선취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 일본의 환율정책 변화를 들 수 있다. 위의 <도표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본의 외환보유고는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을 멈춘 2004년 4월을 기점으로 8300억 달러 수준에서 증가를 멈추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경제는 외환시장 개입을 포기한 2004년 4월을 전후로 해서 커다란 변화가 발생한 것은 거의 없다. 여전히 일본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지속되고 있으며 또한 외국인의 일본 증권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예컨대 2005년 대미 상품/서비스 수지 흑자는 7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외국인 일본 주식의 23.5%(2005년 3월말 현재)를 보유할 정도로 일본 증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추세대로라면 2004년 4월부터 누군가가 일본 외환당국을 대신하여 유입되는 외화를 해외로 적극 환류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그 환류 정도는 2005년 엔/달러 환율을 118엔대까지 밀어 올릴 정도로 강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일본은 누가 어떻게 이렇게 강력하게 유입되는 달러를 해외로 환류하고 있는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일본의 국제수지 변화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수지표는 일정기간 동안의 대외거래 플로우(Flow)에 관한 수지표라고 할 수 있으며, 크게 경상수지, 자본수지(투자수지), 외환준비증감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들 세 가지 수지를 합한 합계는 항상 0이 된다.
예컨대, 경상수지 흑자 100억 달러, 미국채 매입 50억 달러, 외환준비증감 -50억 달러인 경우의 의미를 해석해보자. 경상수지 흑자 100억 달러라는 것은 상품수출 대가로 100억 달러가 유입된 것을 의미하며, 미국채 50억 달러 매입은 미국채 매입을 위해 50억 달러가 해외로 유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미국채를 100억 달러 매입하게 된다면 균형을 이루게 되지만, 이 경우에는 민간부문에 50억 달러의 잉여자금이 남게 되므로 불균형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민간부문은 외환당국에 50억 달러를 매각하여 원화를 받게 되는데, 외환준비 -50억 달러는 바로 그것을 나타내며,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외화보유고 50억 달러 증가를 의미한다. 외환당국은 50억 달러로 미국채 매입이나 비거주자외화예금 등에 예금을 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50억 달러의 유출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기 <도표3>에서, 일본은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외화유입이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투자(직접투자, 증권투자, 대출/차입) 수지는 대체로 (-)기조를 나타내고 있으나 2003년∼2004년 초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의 대규모 유입과 일본 은행들의 해외대출 환수로 대규모 흑자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동 기간 동안의 경기회복 및 미 FRB의 초저금리 정책과 강하게 연계되어 있다. 그 결과, 일본 외환당국의 외환보유고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상에서, 2004년 3월까지는 일본 외환당국이 외환수급 불균형을 조정하는 조정자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2004년 4월부터는 외환당국이 그 조정자 역할을 민간 금융기관과 투자기관에게 넘기고 있다. 상기 <도표3>에서 투자수지 변화를 보면, 2000년∼2002년 기간의 월평균 투자수지는 -6,197억엔으로 외화의 순유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2003∼2004.3월 기간에는 +1조3,236억엔으로 외화의 순유입이 발생하고 있고, 2004.4월∼2005년 기간에는 -1조722억엔으로 순유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외환당국의 외화보유자산은 2004년 4월 이후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외환당국에 대신하여 일본의 은행 및 투자기관들이 유입되는 달러를 외국채권 및 전환사채, 외국주식 그리고 비거주자 외화대출을 적극 확대함으로써 환율안정에 기여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 교대에 관해서는 일본 외환당국과 금융기관간에 사전 교감 내지는 정책적 조율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외화자금 흐름 면에서 금융투자수지 변동이 엔/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다. <도표4>는 일본의 투자수지와 엔/달러 환율간의 상관추이를 나타내고 있는데, 투자수지와 엔/달러 환율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5년의 엔/달러 환율은 투자수지가 지속적인 (-)기조의 영향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일본의 대외증권투자 및 비거주자 대출 확대 등 민간 금융기관의 해외금융투자 확대를 통한 적극적인 환류로 엔/달러 환율이 약세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투자수지 (-)기조가 지속되는 한 엔/달러 환율은 당분간 달러당 115∼120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상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원/달러 환율과 투자수지간의 관계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아래의 <도표5>는 한국의 국제수지와 원/달러 환율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 표에서 2003년에는 투자수지가 (+) 기조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04년 말부터 2005년 초에 걸쳐 대규모 외국 주식투자 자금 유입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50원대에서 단숨에 1000원 대까지 급락하였다. 그 후 2005년 연말까지는 투자수지상의 변화요인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6년에 들어서면서 다시 원/달러 환율이 950원대까지 급락하고 있다. 이로부터 2006년 연초부터 대규모 외국 주식투자자금의 유입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결론을 말해보자. 상기 <도표3>과 <도표5>로부터 2005년부터 최근까지 엔/달러 환율 및 원/달러 환율과 투자수지와의 상관추이 분석 결과, 일본은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을 중지한 후 민간 금융기관과 투자기관들의 적극적인 해외투자 확대를 통한 환류로 엔/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인 반면, 한국은 여전히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외환당국의 계속적인 시장개입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부담스러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과다한 외환보유액도 관리비용과 환차손 등 환위험 면에서 커다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민간부문의 시장수급 조절기능을 통하여 원/달러 환율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간 금융기관 및 투자기관의 적극적인 해외증권투자 확대를 통한 환류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외환당국뿐만이 아니라 금융기관과 투자기관들도 사전에 치밀한 연구와 준비 그리고 긴밀한 상호협조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첫댓글 <도표 5>가 없어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꽁자로 이렇게 좋은 자료를 보아도 되는지 참으로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습니다.
좋은 자료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화이트 핸드님도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