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유현목
출연: 구봉서,문희,장동휘,황해

조그만 섬마을이 교사로 부임한 주인공은 학생들이 섬바깥 생활을 전혀 모른 채 가난한 생활에 찌들어 있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한다. 자동차나 기차는 물론이고 바퀴달린 것이라고는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학생들의 부모들 역시 하루하루를 생활해 나가는 데 허덕일 뿐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데는 관심조차 없다.
주인공은 학생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날 것을 계획한다
. 그러나 주민들은 수학여행 비용을 마련할 수도 없고 아이들이 떠나면 일손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반대한다.
그는 끈질긴 설득으로 마침내 부모들의 동의를 얻어내고 학생들과 함께 수업이 끝난후 갯지렁이를 잡아서
파는 등의 노력으로 여행비용을 마련한다. 냉담했던 부모들도 차츰 이해를 하면서 그일을 돕기도 한다.
마침내 학생들은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창경원이며 텔레비젼 방송국, 남산 등을 차례로 구경하며
신기함과 놀라움에 젖는다. 이와 함꼐 서울 어느 국민학교 학생들의 초청으로 민박을 하게 되는데, 낯선
도시생활 때문에 때로는 우습고 측은하기까지한 일들이 벌어진다. 짧지만 많은 일들을 겪고 구경한 학생들은
다시 섬으로 돌아간다.



















"수학여행...수학여행... 수학여행"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나는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한 소년이 바다로 뛰어들고 선생님에 의해 구조가 되면서...
그렇게 되뇌이며 영화는 시작된다.
섬마을에 전근을 온 열성적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 전학년이 30명을 겨우 넘는 분교 수준인 이곳에서는
자전거의 모습과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원리를 가르치는 것만도 힘든 일이다.
섬마을에는 자전거는 커녕 소 달구지도 없었던 탓이다.
아이들에게는 '수학여행' 이라는 말은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배우는 셈본의 고등 학문으로 느껴진다.
애초에 여행이라는 개념을 전혀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당시의 생활상이 드러난다.
선생님은 갯벌에서 조개를 줍는 제자를 보며 학부모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걸린다.
소년의 누나는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갔지만 소식이 끊겼고, 누나가 보고싶고, 중학교에 진학하고픈 소년은 갯벌에서 주운 것들로 돈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그렇게나 쓸쓸한 갯벌을 세사람은 함께 걷는다.
자신이 살던 도시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오지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어떻게 그들과 함께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새롭고 넓은 세상을 보여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결국, 돈을 모아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로 수학여행을 가기로 결심한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축사를 짓고 동물들을
키우며 폐품수집을
하는 등의 행동으로 수학여행비를 충당하려 한다. 그러나 섬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먹고 살기도 힘든 곳에서
생계를 잊어버린 아이들이 야속한 것이다.
그러나, 진심은 통하는 법. 선생님의 참뜻을 이해한 섬마을 주민들과 학교측의 배려로 결국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섬마을 친구들...난생 처음 타보는 기차에 신기해 하고 신발을 벗고 좌석에 올라가기도 지나가는 풍경에 손을 흔들어대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지금 보면 사소한 듯한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이던 시절이 그 때였다.
서울에 도착한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모든게 다 새롭고 신기하기만 한데다가 선생님의 사모님은 너무나 아름답다.
(트로이카 배우 '문희'가 연기한 사모님은 도시형 현모양처)
그러다 그만 급하게 올라탄 버스에서 무언가를 잊어버린 기분이 들었을때는...
이미 늦었다. 홀로 버려진 선생님은 급하게 무단횡단을 하다 '보행위반자 지도계몽소' 에서 벌을 받느라 시간이 지체된다.
(40년전 그때는 이런 장치도 있었다. 지금보다 훨씬 차도 없고 위험성이 덜했던 그때인데도...)
지금은 사라진 전차도 보이고 조금은 한산한 서울의 모습이 낯설다.
선생님을 기다리다 여관에도 못 들어가고 떨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한 선생님은 또 마음이 무겁다.
이들을 두고 다시 서울로 돌아올 수도 없다는 사명감이 그를 고민하게 한다.
서울엔 떨어져 지내는 부인과 아들이 있지만, 그들을 보살펴줄만한 시간이 없다.
교육자로서의 사명감때문에 가족의 행복이 멀어지는 것만 같아 미안할 뿐이다.
다음날, 서울구경을 하며 만나는 동료교사(황해)와 서울의 어린이들... 흰 피부와 잘 차려입은 옷이 또 그렇게 빈부의 차를 보여주는데다가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지지만 아이들의 모습은 그렇게 해맑기만 하다.
그리고 갯벌에서 조개를 줍던 소년은 식모 생활을 하고 있는 누나를 만나게 된다.
이 작품을 보면서 서울로 올라오기 전과 올라온 후의 구성이 또 그렇게 달라보이는건 밝은 듯 하면서도 서울생활과 섬마을생활이 각각
빈부의 차이를 극심하게 보여주면서 당시의 가난했던 삶의 모습이 그대로 배어있는 장면들이 이렇게 군데군데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당시엔 계몽영화로서의 명장면이었겠지만 지금 보면 지극히 이기적인 도시인들의 시각이 보이는 이 장면...
단 며칠간의 만남으로 섬마을의 낙후된 생활이 안쓰럽게 여겨진 서울 아이들이 구호품을 나눠주듯 손수레에 가득 실어 담은 물자들과
반공결의대회처럼 대표들이 나가서 서로의 생활에 대한 느낌을 발표하는 자리가 또 그렇게 무언가 건드리는 느낌이다.
은연중에 느껴지는 도시화와 공업화, 그리고 70년에 시작될 새마을 운동을 그렇게 계몽하는 듯한 장면들.
수학여행이 끝나고 돌아가는 날, 남편을 따라 섬마을로 향하는 현모양처 사모님... 과연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섬마을은 이후에 또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을 해보며... 40년전 그 시절의 동심이 묻어나 있는 수학여행은 끝난다






















도시라고는 한번도 구경한 적이 없는 사람들만 사는 어느 낙도에 교사로 부임한 주인공이 온갖 노력 끝에 섬어린이들과 함께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과정과 어린이들의 서울에 도착한 후 겪게 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묘사한 리얼리즘 경향의 작품. <수학 여행>의 중심 소재는 섬어린이들이 서울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 들어갔을 떠 보이는 여러가지 반응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영화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묘사된다. 이는 일종의 ‘문화 충격’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영화를 통해 나타나는 인식은 <오발탄>이나 <카인의 후예>, <불꽃> <사람의 아들> 등 전환기적 상황이나 그것에 대응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다룬 영화들과 맥을 같이 하는 경향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4회 백마상 감독, 여우인기상(문희), 6회 청룡상 각본, 특별상(아역 집단연기), 4회 테헤란 국제아동영화제 작품상 수상. 제5회 시카고영화제 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