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했던 아버지에게 갑작스레 찾아 온 치매. 아버지의 치매로 인한 어머니의 우울증 까지. 무엇보다 부모 모두 아프게 되니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모두 힘들게 되었다. 병마에 시달리는 아버지를 보고 직접 치매에 대해 공부 해야겠다고 생각한 오승하(42) 씨. 대학에 편입 후 사회복지학과를 전공 하고 지금은 어엿한 극동대학교 사회복지대학 학생인 그녀. 대학원에 입학 후 밀알봉사회를 창설하고 지금은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 어려운 계기를 딛고 그녀는 인생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시작 된 것이다.
“더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 … ”
밀알봉사회는 극동대 사회복지대학원을 전공하는 만학도 들로 첫발을 내디딘 봉사동호회이다. ‘밀알’이라 하는 것은 어떤 일에 있어 작은 밑거름이 되는 것을 비유적으로 뜻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바람에 몸을 맡겨 떠다니며 꽃을 피우는 민들레씨앗과도 같다. 아마도 밀알봉사회 회원들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은 희망의 밑거름이 되고자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먼저 저희 음성관내 홀로 지내시는 노인 분들과 기초생활수급자들을 위해 봉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올 9월 추석명절을 맞이하여 사랑의 쌀 전달을 한 것은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오승하 씨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보이지 않는 해피 바이러스가 물씬 풍긴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트럭 뒤에 몸을 싣고 행여나 쌀 포대가 젖을까 추스르며 일일이 121포를 직접 전달했다고 한다. 족히 3일이 꼬박 걸렸다. 그러나 회원 누구도 힘든 내색 없이 행복한 얼굴로 봉사를 마쳤다고 한다.
“밀알 봉사회원분들이 아니더라도 저희 봉사회의 취지를 듣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너무도 많이 계세요.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저희 봉사회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좋은 일들을 많이 분들에게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그녀는 작은 소신을 내비쳤다.
밀알봉사회는 매해 명절이 되기전 사랑의 쌀을 전달하고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면 후원금을 모아 연탄봉사를 하고 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0일이 되면 ‘송년의 밤’행사를 열어 모두가 따스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밀알봉사회 회원들은 소외된 많은 이들에게 더 드리지 못해 항상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아쉬움을 전한다.
이러한 그들의 마음을 보면 봉사란 그 깊이와 넓이를 헤아릴 수 없는 따스한 마음의 샘물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이 아닐까 생각된다.
밀알봉사회, 세상으로 나아가다
밀알봉사회는 관내 어려운 이웃들뿐만 아니라 매 해 해외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방콕, 몽골, 필리핀의 빈민지역 바세코까지 에이즈로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교육환경이 낙후된 곳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다.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따스하게 안아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편견에서 벗어난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힘을 주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밀알봉사회의 사영화 회장은 말한다.
올 해 찾아간 곳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지역. 히말라야 산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2,700만 명의 인구의 다민족 국가로 히말라야 산속 곳곳에 마을에 흩어져 살고 있다. 밀알봉사회원들이 찾아 간 곳은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32km 떨어진 지점의 고도2,000m이상의 산속에 위치한 한 국립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해 준비해 간 물건들을 직접 둘러메고 몇 시간을 걸어 학교에 도착한 그들.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83명의 전교생 중 75명이상의 학생들이 밀알봉사회를 맞아주었다. 환영의 꽃가루를 뿌려주며 이마에는 그들만의 전통인 악귀를 물리친다는 붉은 점을 찍어주었다. 오히려 봉사회원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색종이를 이용해 코끼리도 접어주고 우리나라의 아리랑도 불러주며 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한다. 얼마 되지 않는 학용품을 받고 뛸 듯이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며 오히려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중에 다시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뒤로하고 떠나는 그들의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졌다고 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후원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왔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따스한 마음만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가 밀알봉사회의 회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봉사도하고 친목도 쌓으며 편한 친구가 되고자 한다면 누구나 환영이란다.
내년에는 더 많은 지역민들과 해외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해외봉사를 하면서 대한민국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더없이 기쁘다고 한다. 앞으로의 그들의 따듯한 사랑의 행보가 기대 된다.
“봉사를 생각하면 모두들 어렵게만 느끼시는 것 같아요. 돈, 능력이 많아야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우리 모두가 똑같다는 마음을 실어주며 함께해주면 됩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