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의 의미와 한약의 발효 법제.]
발효(醱酵, Fermentation)는 식용 미생물로 식품을 분해하는 것이며, 발효법제(醱酵法製, Bio-fermentation)는 식용 미생물로 한약재를 순수 발효시켜 그 유효성분을 분해 추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발효와 달리 배양(培養, Culture)은 배지(培養基)로 식용 미생물을 증식시키는 것이며, 부패(腐敗, Putrefaction)는 식품이 비식용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이다.
발효법제에 사용되는 미생물은 형태학적으로 분류하여 진균(眞菌), 효소(酵素), 세균(細菌) 가운데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식용 미생물이며, 순수 액체발효 또는 순수 고체발효 방법을 이용하여 한약재를 수치법제(修治法製)한다.
순수 액체발효(液體醱酵, Liquid-state fermentation)에 의한 수치법제는 한약재를 완전히 물속에 넣어 물을 매체로 이용하여 액체상태의 발효한약을 얻는 것이고, 순수 고체발효(固體醱酵, Solid-state fermentation)에 의한 수치법제는 한약재를 공기에 완전히 노출시켜 공기를 매체로 이용하여 고체상태의 발효한약을 얻는 것이다. 발효법제(醱酵法製, BF Process) 과정에 한약재가 다른 미생물에 의해 오염되지 않도록 멸균수와 무균공기를 발효매체(醱酵媒體, Fermentation media)로 사용한다.
[발효한약의 우수성]
발효한약(醱酵韓藥)의 대표적 장점 6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약재가 저분자구조로 분해되어 체내흡수율이 높다. 둘째,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하여 생체이용률이 높다. 셋째, 약효성분이 많이 추출된다. 넷째, 부작용이 없고 비교적 체질에 관계없다. 다섯째, 색이 연하고 맛이 순하여 어린이들도 먹기 편하다. 여섯째, 농약이나 독성 등 각종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다.
[발효한약의 임상적 활용]
홍국
수년전부터 한의계에 보급되고 있는 국내산 한방 홍국(紅麴)은 순수 고체발효한 ‘붉은 누룩’으로서, 본초강목과 동의보감 등 한방 원전(原典)에서도 소화 촉진제에 불과한 육신국(六神麴)과 달리 홍국(紅麴)은 “소화를 돕고 피를 잘 돌게 하는 효과(消食活血)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최근에 밝혀진 홍국의 대표적 효능으로는 콜레스테롤 강하작용이 있고, 그 외 혈당강하, 혈압강하, 항산화, 항암, 항균, 골밀도강화 등의 효능효과가 발표되었다.
콜레스테롤 치료 양약 중 대표적인 스타틴약물의 약효성분(Mevinolin)은 비활성물질(Pro-drug)이기 때문에 생체이용률이 25%에 불과하고 체내 효소 가수분해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반면, 순수 고체발효한 국산 한방 홍국(紅麴)에 함유된 약효성분(Monacolin-K)은 80% 이상이 발효과정에서 이미 효소 가수분해된 활성물질(Mevinolin acid)이기 때문에 생체이용률이 100%이고 부작용도 없다. 임상에서 홍국은 고콜레스테롤혈증에 확실한 효능이 있는 약이긴 하지만, 양약과 마찬가지로 복용을 중단하면 대부분 콜레스테롤치는 다시 올라가는 편이다. 필자의 경우, 고지혈증 환자 치료시 1년에 6개월 정도는 투여하는 편이다.
인삼, 홍삼 등을 순수 액체발효한 발효삼(醱酵蔘)은 여러 가지 특장점이 있다. 인삼(人蔘)의 주된 약리성분인 인삼사포닌(Ginsenoside)은 단일성분의 화학물질인 비활성물질(Pro-drug)이어서 개인차에 따라 흡수율이 차이가 나는데, 발효삼(醱酵蔘)의 약효성분인 활성사포닌은 생체에서 100% 이용되므로 체질에 관계없이 약효가 탁월하며 부작용이 없다.
이외에 발효삼(醱酵蔘)은 면역결핍(Immunodeficiency)으로 인한 악성종양(癌)과 고혈당증(糖尿)에 특효가 있다. 임상에서 무기력, 피로 등의 증상에 활용하면 빠른 효과를 보며, 수험생 보약으로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뇨 및 암 등의 난치병 치료시 훌륭한 면역증강제로도 활용되고 있다.
동충하초, 상황버섯
버섯은 일반적으로 자실체(字實體)와 균사체(菌絲體)로 구분된다. 버섯의 균사체는 영양기관(營養器官)이고 자실체는 생식기관(生殖器官)에 해당하기 때문에, 버섯의 주요 영양성분과 약효성분은 모두 균사체에 축적되어 있다.
각종 약용버섯의 균사체를 순수배양하면서 기능성소재를 함께 발효시켜 균사체의 약효성분과 기능성소재의 약효성분을 동시에 얻는 한편, 발효과정에서 이들 두 가지 약효성분이 서로 결합된 새로운 기능성소재를 개발할 수도 있다.
박쥐나방애벌레에 기생하는 충초(蟲草 또는 冬蟲夏草, Cordyceps sinensis)는 면역결핍(Immunodeficiency)으로 인한 악성종양(癌), 고혈당증(糖尿), 성기능장애(勃起不全), 알레르기(아토피, 비염. 천식) 등에 특효가 있다. 뽕나무 고목에 기생하는 상황(桑黃, Phellius linteus)은 주요 약효성분이 베타글루칸(β-glucan)이며 면역결핍(Immunodeficiency)으로 인한 악성종양(癌)에 특효가 있다. 임상에서 동충하초 및 상황버섯은 면역계 질환에 응용하는 귀한 약이며, 암환자 치료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발효천마
천마는 참나무에서 자란 뽕나무 버섯 (상황버섯) 종균으로부터 영양을 받아 자라는 식물로 예로부터 산삼에 비견될 정도로 약효가 뛰어나다. 천마는 바닐리 알코올, 바닐린, 가스트로딘, 베타글루칸 배당체, 상황버섯 효소 등 다른 약재에서는 보기 드문 성분들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나, 그동안 전통적인 방법으로 가공·건조·전탕하는 과정에서 유효 성분들이 많이 손실되어 약효를 충분히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천마 발효액은 생천마를 채취하여 바로 저온 상태에서 발효한 뒤 나노기술로 성분을 분리 추출하기 때문에 생약에 들어있는 유효 성분의 99% 이상을 함유하고, 미량의 독성 성분이나 불순물도 완전히 제거되며, 복용 후 바로 세포를 통해서 흡수되므로 위나 간, 신장 등에 부담을 전혀 주지 않고 효과가 빠르다.
임상에서 발효천마는 우수한 건뇌 청뇌 효능이 있어 두통에 널리 활용되고, 고혈압, 심장병, 중풍에 응용되며, 치매, 파킨슨병 등에도 활용된다. 또한 수험생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발효옻, 발효초오
옻나무와 초오는 독성이 우수한 효능이 기대되지만, 독성으로 임상에서 활용을 못하다가 최근 발효기술과 접목이 되면서 앞으로 기대되는 발효한약이다. 옻의 Urushiol 성분이 발효과정을 거치게 되면, 독성은 사라지고 뛰어난 항암효과를 나타낸다. 발효초오의 경우 초오의 독성이 발효과정을 거쳐 중화되고, 거풍제습(祛風制濕), 온경지통(溫經止痛)의 효능으로 퇴행성 관절염, 디스크질환, 좌골신경통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필자의 경우 발효초오는 한방진통제라고 생각하고 임상에서 낙침, 급성염좌의 극심한 통증에 잘 활용하고 있다.
[발효한약의 의의와 전망]
발효는 약효성분의 체내흡수율과 생체이용률을 모두 극대화시킨 가장 과학적이고 안전한 수치법제 방법이다. 최근 미생물을 다루는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여 발효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연속 반복적으로 균일하게 확보하고 있다.
발효한약의 이러한 안전성 및 유효성 확보 외에 새로운 유효물질에 대한 기대도 크다. 예를 들어, 발효삼(醱酵蔘)의 경우 기존의 인삼사포닌에서 발견되지 않은 활성사포닌(인삼사포닌의 대사물질)이 생기는데, 이는 암 등의 난치병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발효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수천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자산인 한약(韓藥)을 양방 제약업계와 건강기능식품업계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한의계 스스로가 하루빨리 발효한약(醱酵韓藥)을 대표적인 한의약(韓醫藥)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발효한약(醱酵韓藥)은 많은 장점과 함께 다음과 같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째, 발효법제 설비 투자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둘째, 발효법제 기술 개발에 많은 시간이 사전에 소요된다. 셋째, 발효법제기 설치장소와 조작인력이 별도로 필요하다. 넷째, 발효법제 시간이 길어 즉각적인 조제처방이 곤란하다. 이러한 발효한약의 문제는 학계, 임상가, 협회가 단결하여 중지를 모음으로써 해결해 나가야 한다.
<대한발효한약학회 김재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