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동경 사진여행-신주쿠와 정통 일본 라멘

[까치대장]

| 신주쿠(新宿)에서 일식 라멘을 먹자

이제 다리도 아프고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 전에 일단 이 주린 배를 채워야 할 터. 가볍게 신주쿠역 16번 출구에 있는 우동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한가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우동집은 지하철에서 내려 개찰하기 전에 있다는 것을 잊고 그만 표를 끊고 나와버렸다. 당시만 해도 신주쿠역의 지리를 모르는 터라 출구를 찾기에도 급급했기 때문이다.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아예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일본 지하철 요금은 살인적으로 비싸기도 하지만 매번 현금으로 끊으면 잔돈도 너무 많이 생긴다. 이때 별다른 할인은 없지만 요금을 충전해 두고 쓰는 비접촉식 카드인 'Suica'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일단 기본 500엔의 보증금이 부과되고 필요할 때마다 충전해서 사용하면 되므로 무척 편리하다. 카드 발급은 하늘색 판매기에서만 되고 충전은 대부분의 판매기에서 가능하다. 보증금은 역무실로 가면 환불해 준다.

오옷~ 지하철역 우동집과 비슷한 시스템 발견. 여긴 또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일본 동전은 우리와 조금 다르다. 5엔이나 50엔은 중간에 구멍이 뚫려있고 500엔까지 동전으로 되어 있다. 5000원짜리 동전인 샘인데 그래서인지 씀씀이가 무척 헤픈 느낌이니 주머니 단속을 잘 할 필요가 있다.

가게 안팎으로 쿠폰 자판기가 있는데 맛은 영~ 별로다. 게다가 우리가 잘 몰라 그만 차가운 소바를 시키고 말았다. 안그래도 추운데 주위를 보니 차가운 소바를 먹는 사람은 우리뿐. 아.. 속 시려... ㅠㅠ

이대로 물러설 수 없어서 다시 길을 나섰다. 뭔가 뜨뜻한 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정통 라멘을 먹어 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다시 만남 빅쿠 카메라.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신주쿠에도 105엔짜리 회전 초밥이 있다. 한국어로 '싸고 맛있어요'라고 적어 놓고 유혹을 한다. 왠지 더 믿음이 안가는... 어쨌든 뜨끈한 것을 먹기로 했으니 패스...

| 정통 일본 라멘, 케이카 라멘

유명한 음식점이 의외로 초라한 외관을 가진 곳이 많다. 아마 그런 면에서 케이카 라멘이 바로 그런 집일 것이다. 지도를 봐도 도무지 찾기가 쉽지가 않다. 가게가 길가에 접해있지 않고 그렇다고 아주 구석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오히려 찾기가 어렵다. 가게가 3층이기는 하지만 워낙 면적이 좁다 보니 한 층에 몇 명이 앉지 못하는 구조다.

운 좋게 막 식사를 끝낸 손님이 있어 1층에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다. 시스템은 엄청나게 심플하다. 주방장이 서 있는 곳이 바로 면을 삶는 곳이고 면이 알맞게 익으면 그릇에 면을 담고 우측에 보이는 커다란 통에 있는 돼지 뼈를 진하게 우린 국물을 담고 주문한 토핑(?)을 얹어주는 방식이다. 일식은 대부분 이런 방식이 많은데 별다른 어려움 없이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리지널 케이카 라멘이다. 음식점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메뉴는 그 가게의 간판이자 자신의 음식관을 가장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 믿었기에 주문했다. 가격은 700엔. 허연 돼지 뼈국물이 심상치 않다. 개인적으로 뼈를 고아낸 국물을 먹지 못하는 체질이라 걱정하면서 국물 한 숟가락을 떠 먹어 보았다. '아~ 무자게 느끼하다' ㅠㅠ 내가 먹어 본 뼈 국물 중 최고로 진한 맛이다. 돼지 특유의 노린내도 좀 나고 편육도 별다른 양념이 없어서 그런지 잡내가 좀 있다. 역시 내 취향은 전혀 아니다.

이 라멘은 신제품인데 매운맛이 나는 소스를 추가해 주고 토핑도 듬뿍 얹어 준다. 가격은 800엔으로 무난한 가격대다. 개인적으로 이 라멘은 그나마 먹을 만 했지만 그래도 특유의 뒷맛은 가시질 않는다. 반면 와이프는 육수가 고소하다고 하면서 케이카 라멘도 잘 먹는다. 역시 개인적인 차이일 뿐 모든 사람에게 안 맞는 것은 아닌가 보다. 일단 양이 많고 국물이 진해서 뼈국물을 좋아하는 배낭족이라면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