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닻을 아시죠? 닻은 영어로 앵카(Anchor)라고 합니다. 이는 선박이 항구에 도착했을 때, 부두에 자리가 없을시 (이를, 선석이 없다고 하죠.) 외항(外港)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이 때 선박은 부두에서처럼 로프로 고정시킬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게 되죠. 이때 사용되는것이 앵카인셈이죠.
앵카는 그 몸체만 해도 최소한 몇 십톤의 무게가 나가며, 선박과 연결된 체인은 그 길이만 해도 엄청나죠. 선수(船首)에 배치되어있고 일등항해사가 총 책임을 지며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일항사는 미리 앵카몸체를 선체 바깥으로 내려놓고 잠금장치를 해 놓은 상태에서 선장의 "Let go anchor (렛 고 앵카)"라는 지시가 떨어집니다. 일항사의 현장지시로 잠금장치를 해제하면, 앵카는 중력으로 인해 바다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 엄청난 무게가 떨어질때의 굉음이란... 장관이죠.
일항사는 계속적으로 어느정도 체인이 풀렸는지를 브리지 선장께 보고를 하고 선장은 바람과 조류등을 감안하여 홀딩을 지시하게 됩니다. 이로써 앵카는 바다깊숙이 자리를 잡고 선박을 지탱하게 되죠.
물론 날씨가 엄청 안 좋을 때는 이 앵카도 해저바닥에서 끌리게 됩니다. 이런 때는 당직사관이 선장께 보고하고 기관도 준비를 하여 다시 배를 안전한 위치로 옮겨놓아야 하죠. 쉽지가 않은 작업이죠... ㅎㅎㅎ
3등항해사 말년때,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인수멤버로 발탁되어 한 달여간 중공업소에서 땀을 흘리고 처녀항해를 했을 때의 일이었죠. 수에즈 운하입구에서 앵카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시설들이 새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충분하게 안전이 보장된 상태라고는 할 수 없었죠.
아니나다를까, 선장의 지시로 투묘를 했는데... 잠시 후에 일항사의 처절한 응답... (?) "선장님, 앵카체인 끊어졌습니다." ........... 멍....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죠.
앵카에 연결된 체인이 단단히 연결이 안되어 있었던 거죠. 급하게 수에즈항만당국에 신고하고 앵카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게되었죠. ㅎㅎㅎ 아마 그 비용도 장난이 아니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