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아포칼립토(Apocalypto, 2006)
· 감독 - 멜 깁슨
· 배우 - 루디 영블러드, 모리스 버드옐로우헤드, 조나단 브리워 등
· 개봉일 - 2007.01.31
· 상영시간 - 137분
· 장르 - 액션, 모험, 드라마
· 관람등급 - 18세 이상 관람가
· 批評
오랜만에 영화 감상평을 쓰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주인장이 처음 개봉됐을 때부터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 하다가 최근에야 다운받아서 본 영화다. 일단 영화의 주제가 '마야 문명'에 대한 것이어서 보고 싶었고 멜 깁슨이 만들었다기에 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멜 깁슨의 '브레이브 하트'를 재밌게 봤던 터라 기대하는 바가 컸던 것이다. 어쨌든 현장에서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이 영화를 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밌다는 반응이었다.
일단 줄거리는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주욱 나오기 때문에 간략하게만 소개하도록 하겠다. 영화의 시 · 공간적 범위는 16세기 초, 마야문명이다. 주인장이 알기로 당시 중앙아메리카에는 아즈텍문명과 마야문명이 공존하고 있었으며 이 시기 마야문명은 하향세를 걸으며 여러 소국으로 난립해 있었다고 알고 있다. 이후 1524년 에스파냐에서 온 코르테스의 부장 '알바라도'의 과테말라 지역 정복을 시작으로 에스파냐의 유카탄 반도 정복이 시행되었고 16세기 중반이 채 되기 전에 마야는 멸망하였다. 아즈텍문명 역시 이 즈음 멸망하게 되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영화는 마야문명 내 소규모 부락민의 처절한 삶에 대해 그려내고 있었다.
당시 아즈텍은 물론 마야문명 역시 인신공희(人身供犧, human sacrifice) 풍습이 있었는데 이는 전세계에서 골고루 확인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신공희 하면 높고 웅장한 피라미드 위에 놓인 제단에서 제물의 배를 갈라 심장을 적출해 신에게 바치는 중앙아메리카의 풍습이 연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주인장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영화에서는 그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었다.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섬뜩하다 보고 있으면 못해 멍해질 정도로 말이다.
주인장이 보기에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의 상황을 잘 묘사하려는 노력은 많이 엿보였다. 마야의 지방 소부락민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았는지를 보여줌은 물론 그들이 어떤 무기와 도구를 사용해서 생활했는지, 어떤 생각과 사상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자세히 묘사하기 위해 노력한 면이 돋보였던 것이다. 영화평이나 각종 인터넷상에서는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나 그들의 복장, 전투 장면 등이 놀랍다고 많이 평하고 있지만 주인장은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부인이 아들의 찢어진 다리를 고치는 장면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불개미로 하여금 벌어진 상처를 물게 하고 목만 남기고 몸통을 뜯어내 찢어진 상처에 대해 응급처치를 하는 장면이 그것이었는데 세심한 부분까지 묘사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여서 참신했다고 생각한다.
'홀캐인'이라는 가상의 전사 집단이 등장하고 이들이 마야 중앙정부의 사주를 받아 변방의 소수 부락민들을 잡아 제물로 바치고 노예 장사를 해서 먹고 사는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기 전, 영화의 첫 장면에는 다음과 같은 자막이 올라간다.
"A great civilization is not conquered from without until it has destroyed itself from within."
W.durant
"거대 문명은 외세에 정복당하기 전에 내부에서부터 붕괴되었다."
『역사 속의 영웅들(Heroes of History)』을 비롯해 11권에 달하는『문명 이야기(The Story of Civilization)』를 쓴 윌 듀런트의 말이다. 즉, 마야문명은 에스파냐에 정복당하기 전에 이미 내부에서부터 붕괴되고 있었고 감독은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영화에 묘사하려고 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자막은 자세히 살펴보면 마야문명이 서구 문명에 의해 멸망한 것이 아니라는 일종의 면죄부를 넌지시 보여주면서 자기네들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라는 식의 논리를 얼핏 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도 한다. 그래서 많은 영화팬들이 이 부분을 보고 비판을 가하는 것이고 주인장 역시 이 자막은 감독이 순수한 의도로 넣은 것인지 의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실상 중앙아메리카의 독자적인 문명을 파괴하고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말살한 것은 에스파냐인들이 맞기 때문이다. 설사 마야문명이 서구문명의 시각에서 봤을때 미개하고 무지하다 하더라도 그들은 그들 나름의 역사를 수십세기 동안 이어져온 집단이라는 점을 우리는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어쨌든,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영화는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당시 마야인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대사 처리, 다이나믹한 화면 구성들까지 역시 멜 깁슨이다, 라는 말이 나오게 했다. 주인장이 아즈텍문화와 마야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구분하지는 못 하지만 양자가 오랜 시간을 걸쳐 비슷한 문화권 속에서 공존해왔던 만큼 감독은 이 영화에서 아즈텍문화와 마야문화의 여러 요소들을 두루 뽑아서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엄밀히 말해서 에스파냐가 마야를 발견했을 무렵, 마야의 중앙 정부는 철저한 인신공희를 통한 지배자의 통치력을 보여줄만한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여러 소국으로 나뉘어져 약체화된 상태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화, 아포칼립토.
하지만 주인장과 다른 사람들은 흑요석으로 만든 정교한 석제단검과 석창 등의 무기를 보면서 감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 정도의 고증은 불가능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위의 사진은 미국 오하이오주의 칠러코시에 소재하는 아메리칸 인디언 문화의 보고인 호프웰 국립역사지구에서 발견된 흑요석제 석창인데 실제 영화상에서 그 날카로움이 확실하게 표현된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흑요석은 선사시대 각 문명간의 교류와 문화 전파의 산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나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몰라도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살펴보면서 영화에 몰입했다.
최근 유동근씨의 등장으로 겨우 본전(?)을 찾고 있는 SBS측이 단군을 소재로 한 100부작 드라마를 만든다고 한다. 단군의 건국은 문헌상으로 기원전 23세기에 해당하며 이때는 신석기시대~청동기시대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마제석검이나 흑요석제 도구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데 과연 우리나라가 이 정도의 고증이 가능할까? 뭐 기대는 안 한다. 그리고 과연 그들의 복장이나 대사, 생각, 행동 등등에 있어서 얼마나 그 시대를 이해하고자 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역시 크게 기대는 안 한다. 아마 조선시대 사극을 만들던 분위기, 뒤이어 고려와 삼국시대 사극을 만들면서 중국식 문화에 젖은 제작자나 독자의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게 만들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암튼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자료실에 올려놨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씩 보길 바란다. 내용면에서는 인터넷 상에 많은 비평들이 있기에 주인장은 나름의 생각만 간략하게 정리했는데 보고 나면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p.s) 참고로 아래 사진들은 마야와 관련된 몇몇 이미지들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마야 관련 지도
치첸이트사의 사원 유적지
첫댓글 지난주 토요일에 아들과 함께 DVD 로 봤어요. 재미있게 봤는데 너무 사실적인 묘사에 아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주인장님 생각에 동감..
아. 그렇죠. 심장을 적출하는 장면이라든가, 전투씬 등이 굉장히 사실적이었는데...으음. 자녀분이랑 보기는 조금 그랬을텐데 암튼 많이 놀랐을 것 같네요. 암튼 재미있는 영화였답니다.
저도 아이들과 함게 봤습니다. 아이들이 이미 마야 문명의 인신공희나, 잔인한 장면의 벽화 양식을 접한 후라서 더 심도있게 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멜깁슨을 좋아하진 않았으나 좋은 영화, 세계사의 변방에서 야만 취급 받던 중미 문화를 소개한 그것으로 높이 평가합니다.
아...그러셨구나...자녀분들이랑 같이 보러 가는 부모님들이 많으시구나. ^^ 암튼 자녀분들이 나이가 좀 있으신가봐요. 공부도 열심히 하시고. 뭐 영화와 같은 방송매체가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본래의 목적(상업적인 수익)이 배제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렇게 봤을때 멜 깁슨의 영화는 상업적 목적과 영화 자체의 퀄리티를 잘 살려내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일단 마야문명에 대한 다이나믹한 영화가 이번이 처음이니까...그런 도전정신이 많은 이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아이들이 접하는 매체에 대해 부모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그들이 성장하면 자연스레 달라지겠지만 아직은 그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할 나이가 아닌것 같아서요. 지금 중2, 초 6년인데요 잔인한 폭력 장면이나 선정적 수위를 미리 보고 정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 서도록 애쓰는 마음으로요......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은 생각이 들 때 아이들과 함게 봅니다. 아포칼립토 정도의 잔인한 장면, 아이들 이미 오래전에 게임으로 접하고 있습니다. 다만, 부모와 함께 그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주관을 세울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큰 교육이 어디있을까요?
흐음 그렇구나...어떻게 보면 그게 더 좋은 교육 방법일 것 같습니다. 무조건 보지 말라는 것보다는 말이죠. 저때랑은 많이 다르네요.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