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원예브랜드 육성사업이 추진중인 가운데 과수·채소분야는 주요품목 중심으로 이미 사업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수출원예 농산물인 화훼는 아직까지도 사업범주에 들지 못했다. 브랜드 육성사업을 통한 화훼 수출경쟁력 제고가 왜 시급한지. 화훼유통 시스템 개선에 어떤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지 짚어봤다.
우리나라 화훼농가들은 높은 재배수준을 바탕으로 해외수출을 꾸준히 늘려 왔다. 수많은 품목과 품종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품목을 선택과 집중으로 키워냈고 이를 최적의 시장에 선보였다. 일본으로 국화·백합, 중국으로 양란, 유럽으로 선인장 등 다양한 화훼품목이 여러 해외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화훼농업인들이 흘린 땀의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훼산업의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화훼산업은 고유가·로열티·환율하락·경기침체라는 4중고의 파고가 그 어느 농업분야보다도 거세다. 장례식장에 갔던 화환을 결혼식장에 가져다 다시 쓰는 화환재사용 문제는 내수시장을 회복시키려는 의지마저 꺾고 있다.
외부환경은 더 심각하다. 중국시장에서 한국산 심비디움의 위상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오히려 중국산 카네이션·장미 수입·유통에 따른 국내시장의 피해는 급증하는 추세다. 일본시장도 다르지 않다. 케냐·인도·콜롬비아산 절화류의 품질수준이 높아지면서, 저가시장을 중국에 내준 한국화훼는 고급품 경쟁에서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수출화훼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정부지원 하에 화훼수출을 위한 국제공항 완공을 앞두고 있고, 인도도 규제완화 등을 통해 화훼선진국인 유럽에서 가장 주목하는 유망국가가 됐다. 모래뿐인 중동 한 가운데서도 화훼산업에 대한 관심은 못지 않다. 아랍에미레이트는 아시아 화훼유통을 주도하겠다며 두바이에 첨단화훼기지를 지어 국제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유통환경을 개선하고 수출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화훼 경쟁국들을 우리는 그저 바라만 보는 형국이다. 수도작·축산분야는 차치하고라도, 과수·채소 등 다른 원예분야와 비교해도 화훼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노력은 분명 부족하다.
최신시설을 갖춘 화훼유통센터도, 주요품목을 아우르는 통합유통브랜드도 없다. 전국적으로 조사·분석된 유통·수출관련 통계자료도 찾기 힘들다. 수출농산물 브랜드로 육성된 휘모리 브랜드 중 국화가 있지만 이를 통한 수출실적이나 생산자 참여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 정부가 추진해온 원예작물브랜드 육성지원사업에도 과수, 채소작물만 있을 뿐 화훼는 단 하나도 없다. 수출유망농산물로 당당히 선정된 화훼농산물의 씁쓸한 이면이다.
화훼농가들의 고품질 화훼생산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이제는 정부가 나설 차례다. 유통, 특히 수출 분야에 있어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은 그 어떤 노력보다 긴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방자치단체들은 가시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천시는 최근 ‘과천화훼종합센터’ 조성사업이 국토해양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과천화훼종합유통센터는 판매시설 14만2천㎡와 저장·전시시설 8만㎡ 규모로 2012년 완공될 예정이다.
부산시도 인근 김해지역 내 농협 부산공판장, 부산경남화훼원예농협, 영남원예농협 등을 아우르는 부산지역 광역 화훼종합유통단지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꽃의 도시로 불리는 고양시는 올초 정부주관 ‘원예작물브랜드 육성지원사업’ 화훼부문 지정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화훼브랜드는 도 전체를 광역화해 품질관리가 쉬운 난류 및 장미 등 주품목 절화에 대해 추진할 계획이다.
농산물 광역브랜드화사업은 규모가 작은 소규모 작목반 중심 브랜드를 광역브랜드화 하는 등 전문화해 해외 수출을 늘려 농가 수익을 높이고자 추진됐다. 국비 38억원을 포함해 총 200억원의 예산이 지원되며, 주요 내용은 브랜드 마케팅 경영체 조직, 공동선별을 위한 생산유통시설, 브랜드 개발, 마케팅지원 등이다.
도는 광역브랜드화사업 신청과 함께 이미 농림부에 사업비 지원을 요청한 상태로 올해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브랜드 마케팅 경영체조직을 우선 추진하고 내년도에 사업비를 재신청한다는 방침이다. 고양시의 난류 및 장미 등 화훼 재배면적은 1,729ha로 전국의 23%, 판매량은 34%로 각각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양시가 오는 11월 선정예정인 원예작물브랜드 육성지원사업에 지원하기로 한 것은 고양시에 위치한 한국화훼농협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현재 고양시내에 장미농가만 450여 농가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화훼농가 3,000여 조합원을 두고 있는 한국화훼농협은 재배품목, 화훼 전문성, 유통 및 수출노하우 면에서 독보적인 화훼생산자조직이다. 강성해 조합장부터 화훼브랜드 사업의 필요성과 유통시스템 구축에 대한 열의가 남다르다.
한국화훼농협은 ‘동북아 화훼유통 허브’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한 계단씩 오르는 중이다. 최근에는 화훼브랜드 육성사업을 위한 별도의 팀을 구성해 핵심전략 및 관련 D/B를 담은 350쪽 분량의 육성계획안을 만들었다.
강 조합장은 “화훼산업이 안팎에 산적한 난제를 해결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유통시스템부터 재정비 돼야 한다”면서 “브랜드 마케팅 경영체 조직, 공동선별 시설, 브랜드 개발에 집중지원 되는 원예작물브랜드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면 해외시장에서 보다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재배농가와 생산자단체의 생산·출하 노력’, ‘지자체의 유통시설 건립과 수출지원’, ‘중앙정부 차원의 광역브랜드 및 핵심경영체 육성’의 삼박자가 맞을때 위기에 선 화훼산업은 돌파구를 향해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김산들 기자
출처 : 2008 년 04 월 09 일 원예산업신문 기획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