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의 동전 두닢 - 사랑하는 회원님들에게!
미국에 있었던 일입니다. 총명하고 어여쁘고 장래가 촉망되는 교포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새로 공부하러 온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접근하여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을 했습니다.
둘은 혼인하여 딸을 낳았는데 딸이 자라나면서 정신지체임이 드러나자 남자가 책임을 기피하고 사라졌습니다. 남자는 미국 교포 아내 덕에 시민권자가 되어 자유롭게 미국 천지에서 살게 되었으며, 여자는 정신지체인 딸을 혼자 기르는 이혼녀가 되었습니다.
이 모녀를 미국에서 만나고 돌아오던 때, 나는 이런 모녀들을 함께 살도록 돕는 그룹 홈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녀는 아주 힘들게 정말 아주 힘들게 아프며 외로우며 경제적 곤궁에 쪼들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 어느 것 중에서도 가장 아픈 것은 외로움일 것임을 나는 충분히 압니다.
그런데 이 모녀에게서 성탄에 맞추어 카드가 오고 그 카드 속에 $100 짜리 수표가 들어서 왔습니다. 카드 말미에는 “저희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을 위하여 써 주십시오”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나는 과부의 동전 두닢을 받으며 가슴이 미어지실 하느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가히 짐작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동전 두닢을 봉헌하는 과부를 칭찬하셨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오늘 과부의 동전 두닢을 작년 내내 보내주신 우리 회원님들 한 분 한 분에게도 가슴이 미어지는 감동을 느끼실 것이고, 금년 한해에도 또 꼬박 꼬박 잊지 않고 회비를 보내주실 회원님들에게도 같은 축복을 내리시며 칭찬하실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각박한 이 사회에서,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어디엔가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미지의 이웃을 위해, 다달이 회비를 낸다는 것은, 그 일이 이미 기적입니다. 왜냐하면 그 일은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고 오직 성령의 도우심으로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 다. 성령이 회원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면 절대 아무도 회비를 보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회비 내는 일은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성령이 하시는 일입니다. 하면, 회원님은 분명 성령과 함께 사는 사람들입니다. 부처님과 함께 사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오늘 그 두 모녀에게 이런 편지를 썼습니다.
신앙이 아무리 깊어도, 고통은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에게만 하늘이 허락하시는 것이라고 이해해 보아도, 하느님은 고통을 짊어진 사람에게 반드시 그것을 이겨낼 은총도 주신다는 성서 말씀을 알고 있어도, 고통을 짊어진 당사자에게는 고통은 힘겹고 슬픈 일입니다.
그대가 짊어진 이 어려운 상황을 오늘 아침에도 나는 하늘에 봉헌하면서 하느님의 자비가 그대들 모녀에게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으로 주어지기를 기도하였습니다.
집이 서울이라면 내가 당장 데려다가 두 사람의 삶 속에 나도 동행 동거할 터인데 미국에서 운명을 개척하게 하시는 하느님에게 다른 섭리가 있으신 모양입니다.
어쩌면 하느님이 그대에게 주신 현재 상황이 바로 은총일 수도 있습니다.
명석한 두뇌, 장애의 딸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열정, 시들지 않는 소망.
현재의 고난을 가져다 준 남자에 대한 미움과 분노의 지속적 단절-그리고 지속적인 용서 이런 것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은총이요 승리요 행복의 열쇠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부디 부디 좌절하지 말고, 보호기구, 복지기구, 의약제도가 한국보다 월등 좋은 미국에서 부디 딸 애의 미래 설계를 철저히 하기 바랍니다. 그대에게 하느님은 엄청난 은총의 슬기와 덕성과 사랑의 열매를 주셨습니다. 4,5 월에 치르게 될 회계사 시험에 꼭 합격하고, 세무보고 관계 일을 돌보는 아르바이트도 그대들 생계 지탱에 큰 부족 없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두 천사들...
그대들의 생명이 빛이 되어 지금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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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우리 회원님들 한 분 한 분 모두에게, 오늘 저는 이 편지와 같은 사연의 글을 마음으로부터 띄워 보내며, 임오년 한 해에도 하시는 일들이 하늘 위로 높이 뛰어오르는 말처럼 싱싱하고 건강하고 웅대하고 힘차기를 기도해 마지않습니다.
사랑합니다.
나자렛 성가회 회원님들. 하느님 성령의 궁전이신 분들. 대단하신 분들.
기적을 사는 분들. 빠짐 없이 다달이 회비를 보내는 놀라운 기적의 사람들!
하느님이 여러분과 함께, 금년 내내 하루같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2002년 1월 14일
사회복지법인 나자렛 성가회 원장 이인복
사회복지사 김유희 서은주 김성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