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는 옥계면 낙풍리와 금진리, 강동면 산성우 2리 사이에 있다. 옥계 출신의 선비가 과거에 급제하자 방꾼이 급제한 사실을 미리 알리기 위해 이 고개에서부터 방을 외치며 왔다 해서 방(榜)재라고 하고 고개주변에 밤나무가 많이 있었다하여 밤(栗)재 라고도 한다.
밤재 고개 마루에는 휴게소와 주유소가 있다. 밤재 휴게소 뒤쪽(동쪽)으로 올라가면 강동면 정동진2리쪽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고, 휴게소 앞 7번 국도를 넘어 피래산으로 가는 등산로도 있다. 밤재 휴게소에서 썬크루즈로 가는 등산로는 ‘98년말 정동청년회원들이 새로 만들었다. 밤재 휴게소에서 뒤쪽으로 흙 냄새를 맡으며 오르면 소나무 숲이 나오고, 숲 사이로 15분 정도 오르면 산 능선이 나온다. 이곳에서부터 강동면 정동진 2리까지, 산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광활한 동해의 푸른 물결과 진달래,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산객을 맞는다. 동해의 선경에 취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으면 오르막 길이 나온다. 짙은 흙 냄새와 소나무 숲, 기암괴석이 어울려 절경을 펼친다.
최초 출발지인 밤재 휴게소에서 40분 정도 가면 기마봉(騎馬峰)에 도착하게 된다. 옥계면 금진리와 강동면 산성우 2리 사이에 있는 383m 높이의 봉우리다.
신라시대의 옥랑(玉랑)낭자와 윤복(尹福)의 사랑 전설이 깃든 기마봉이다. 당시에는 우곡현(羽谿縣)이라 불리웠던 옥계면에는 건강하고 잘생긴 윤복(尹福)이란 청년이 있었다. 30 세가 넘도록 배필을 정하지 못한 채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 무렵 고구려와 신라는 밀고 밀리는 치열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었는데 청년 윤복이는 옥랑이란 낭자와 사랑에 빠진다. 이 청년도 편안히 생업에만 전념할 수 없게 되어 전쟁터에 나가게 된다. 옥랑은 그날부터 뒷산에 제단을 만들고 떠나간 윤복의 무사 귀환을 빌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꿈속에 수염이 하얀 산신령이 나타나 말 한 필을 주면서 빨리 밤재로 가서 윤복이를 구하라는 것이었다. 꿈속에서 깨어난 그녀는 단숨에 밤재로 달려갔고,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윤복을 발견하게 된다. 윤복이는 전쟁터에서 다리를 다친 채 무리하게 먼길을 달려 왔고 고향 뒷산에 이르자 긴장이 풀리면서 기진 맥진, 넋을 잃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감격스러운 만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윤복이는 하루만에 죽고 만다. 슬픔에 잠긴 옥랑이도 3일 후 윤복이가 쓰러졌던 산에 올라가 죽고 만다. 마을 사람들은 두 남녀의 죽음을 애도하여 그녀가 기도하던 산을 기마봉(騎馬峰)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기마봉 정상의 동쪽 방면으로는 확 트인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가로이 고기 잡는 어선들이 등산객의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어부들이 만선의 기쁨을 안고 귀항하는 금진항, 도직항이 보이며 시멘트 무역항인 옥계항도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753.9m의 피래산(彼來山)이 우뚝 솟아 있고 북쪽으로는 ‘9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무장공비의 도주로인 안보체험 등산로가 보인다. 기마봉 정상에서 썬크루즈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로 시작된다. 소나무와 참나무 숲이 서로 어우러지고 제 흥에 겨워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낸다. 내리막길을 걷다보면 강동면 심곡리와 산성우2리를 넘나드는 고개에 이르게 된다. 이곳까지 1시간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계속하여 펼쳐지는 참나무 숲. 끝 없는 숲 사이로 오르막길이 보인다. 그 오르막을 넘으면 산봉우리가 나온다. 이곳까지는 1시간 25분 정도 걸린다. 봉우리 정상은 노송이 햇볕을 가려 주어 한숨 쉬어가기 좋다.
등산로를 따라 한참을 가면 외솔봉에 이른다. 마을에서 보면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것 같다하여 외솔봉이라 부른다. 이곳까지는 2시간 35분 정도 걸린다. 지금은 노송이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오른쪽 길은 썬크루즈로 가는 등산로이다.
썬크루즈로 가려면 삿갓봉을 지난다. 산봉우리가 삿갓처럼 생겼다하여 삿갓봉이다. 왼쪽 길은 강동면 정동진 2리 본동으로 가는 등산로이다. 외솔봉에서 정동진 해돋이 관광지와 봉화 뜰을 내려다보면 확 트인 전경에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바다를 끼고 썬크루즈와 헌화로를 가는 차량들이 한가롭게 지나가는 광경도 이색적이다. 외솔봉에서 마을까지 25분 정도가 소요된다.
산봉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돌을 쌓아 집안의 안녕을 비는 돌탑들도 볼 수 있다. 이 등산로는 가족단위로 많이 이용된다. 밤재에서 썬크루즈까지는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