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탓일까. 재미있는 책 제목이 눈에 띄었다. 금융문맹 탈출이란다. 그래도 나름 교직에서 잔뼈가 굵은 탓에 금융이든 뭐든 문맹이라는 말에는 극도로 껄끄러운 반응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문맹이란 까막눈 뿐만 아니라 보고 읽어도 그게 뭔지 모르는 상태일 것이다. 그러니 금융문맹이라는 말은 부자되는 길을 모른다는 말과도 통할 듯싶다. 실제로 저자는 책 곳곳에서 부자 되는 길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올바른 금융지식을 통한 건전한 주식투자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전에 남들이 다 한다기에 적은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혼쭐이 난 뒤로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으로 그 동안 주식 투자와 관련된 책을 기웃거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도상 훈련인 셈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도 주식투자는 나와 멀어도 너무 먼 당신 같았다.
어떤 책에서는 매일 매일의 주가 등락에 초점을 맞추어 그래프를 읽는 법을 설명하고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책은 주식 투자는 멀리 봐야한다면서 기업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어디 그뿐인가 한동안 잔돈으로 몇 주를 샀더니 매일 문자가 끊이질 않는다. 자기들에게 맡기면 일확천금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듯하다. 그럴 양이면 저희들끼리 잘 벌면 되지 생면부지의 나까지 왜 돈을 벌게 해주려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아예 무시하고는 있지만 그들은 지금도 나를 꾀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꾐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주식가격이 등락하는 것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절대로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그런 허황된 문자에 부화뇌동하지 않도록 확실히 해 준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우리 주식 시장이 장기적으로는 우상향으로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그래프를 곁들여 설명한다. 그러므로 좋은 주식을 잘 골라 그저 모른 척 오랫동안 묻어두라고 한다. 그러면 그것이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이 책의 이곳저곳에서 묻어난다.
<사진자료 : 인터넷>
그러면서 연금보험이니 연금저축 같은 것에 지속적이고도 장기적인 투자를 하라고 한다. 매월 일정액을 넣어두면 먼 훗날 그 돈은 상상을 넘어서는 액수로 불어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하기는 교직에 근무할 때 절세의 수단으로 연금저축 가입 권유를 받아 20년 동안을 매월 일정액을 납입을 했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매월 25만원 상당의 연금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한 달 용돈은 번 셈이다.
<사진자료 : 탑골공원, 인터넷>
저자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월급자의 노후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준다는 이점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매월 상당액의 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활성화될 것이고, 이를 결국 기업 활동에 젖줄이 될 것이므로 우리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는 데 까지 연장이 된다. 내 주머니도 두둑해지고 기업이 번성하고 그 결과로 국가경제가 활성화된다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거기다 온 가족이 좋아지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사진자료 : 포항제철, 인터넷>
그런 점에서 저자는 국민연금이든 공무원연금이든 보다 적극적으로 주식투자에 나설 것을 소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저자가 통탄하는 것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의 사교육비이다. 사교육비는 부모가 자녀의 미래에 대해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직에 오래 몸담았던 내 경험에 비추어 봐도 사교육비가 투자대비 효과를 거두는 경우는 극히 낫다. 그저 우리의 경우는 일류대학 입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는 안타깝게도 대기업 입사나 공무원 시험 합격 같은 다소 안정적인 일자리다.
<사진자료 : 인터넷>
창업은 아예 생각조차 없다. 창업은 곧 개고생이거나 결국은 쪽박이라는 등식을 각자가 묵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우리는 주식투자에 대한 불신은 전 국민적이다. 주식투자로 돈 버는 사람 못 봤다는 말이 아마도 그 대표적인 말일 것이다.
저자는 사교육비를 승산이 별로 없거나 겨우 월급쟁이 자식으로 만드느니 어렸을 때부터 금융교육을 철저히 하고 그 돈으로 매월 자녀 이름으로 주식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사진자료 : 인터넷>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의 교육을 비교하고 있다. 우리는 대학 입학에 목숨을 걸고 있지만 이스라엘 교육은 창의성에 중점을 두고 금융교육을 철저히 시킨다고 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안정적인 일자리보다 창업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창업을 희망하다는 응답이 90% 정도였다고 한다.
우리는 조선시대의 양반사회를 거쳤다. 양반을 특징짓는 말들이 많지만 그 중에 돈에 초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조선사회는 실학이 성행하기 전까지는 돈은 양반들에게는 터부시된 경향마저도 있었다.
<사진자료 : 이스라엘교육, 인터넷>
그 결과 유대인들이 미국 사회에 겨우 2% 남짓이지만 미국 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이스라엘 편을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소위 일류대학 졸업자들이 다른 대학 졸업자보다 금전적으로 더욱 풍성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 엄청난 사교육비를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나에게는 아들이 둘 있다. 그 두 아이들은 거의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학습하는 방법을 틈틈이 일러주었다.
<사진자료 : 인터넷>
그 아이들은 궁금한 것은 스스로 찾아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다고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보다 뒤처진 적은 없었다. 지금은 그 두 아이들이 장성을 하여 각자 자리를 잡았다. 그 과정에서도 부모로서 조금의 보탬도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이 먼저 부모의 도움을 정중히 거절했다.
“우리가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어요.”
부모로서는 그저 고마울 수밖에 없다. 나는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대신 주식에 그 만큼의 돈을 넣지는 못했다. 살림살이 형편 탓이기도 했지만 저자가 말하는 금융문맹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 내가 알고 있는 금융지식은 주식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주식을 하면 결국은 망한다는 것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주식을 하면 망한다는 말은 단타매매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치분석을 통한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주식을 바라본다면 하루하루의 등락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결국 주식 투자를 단순히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그 기업의 기업 활동에 공동참여하고 있다는 신념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런 만큼 신중히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분석을 한 다음 미래 전망이 밝다는 확신이 설 때 주식을 매입한다면 틀림없이 성공에 이르게 될 것이라 한다. 왜냐하면 오랜 기간에 걸쳐 보면 주식가치는 대체로 우상향을 하고 있는 것이 여러 지표에서 여실히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하루하루의 등락에 초연해지기는 힘들다. 아마도 이것이 부자와 빈자의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점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이 책은 단타매매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금융문맹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재미있다.
먼저,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나 그래야 한단다. 사교육비를 끊을 수 있는 용기, 위험을 즐기고 창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의 열정, 브랜드네임과 명품 백의 마케팅에 속지 않는 현명함, 매일매일 턱없이 비싼 커피를 거부할 수 있는 의지, 이런 것들이 금융문맹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요, 부자 되는 길을 열어줄 라이프 스타일 혁명이다.
<사진 자료 : 인터넷>
다른 하나는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는 것이다. 금융문맹 탈출은 내가 돈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고 돈이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부터 시작된다. 돈이 가장 열심히 일하게 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주식에 대한 투자다. 주식은 확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주식투자는 회사와 동업을 하는 것이다.(buy companies, not just shares.) 그러므로 동업의 조건을 따져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말이 부자가 되는 비결은 기술이 아니라 인내와 철학이라고 한다. 여유자금을 만들어서 투자하고 기다리면 된다. 자, 이제 나도 부자가 되어봐야겠다. 그는 간단하다고 했다.
<사진 자료 : 인터넷>
make your money work harder than you.
그러고 보니 나는 지금까지 내가 일해서 돈을 버는 일밖에 몰랐다. 주식에 잔돈을 넣는 것도 혹시 하는 마음에서였을 뿐이다. 돈이 제 스스로 일을 한다면 그래서 내 수중에 다시 돈이 쌓인다면 사실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따로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주식에 투자를 해야 하나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시 해 본다면 솔직히 아직도 자신을 가지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이 책을 따라 해보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결국 나는 여전히 금융문맹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