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들은 독특한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핵심은 먹을 것과 먹어서는 안될 것을 분명히 구분하는 것. 이중 먹을 수 있는 것을 코셔(Kosher)라고 한다. ‘적절한, 옳은’이라는 뜻의 히뷰류어 ‘카슈르트’가 어원이다.
코셔는 음식의 형태가 아니라 재료를 선택하고 다루는 법이다. 때문에 중국음식도 유태인법에 따라 만들면 코셔가 되고 베이글 같은 전형적인 유태인 식품도 유태인법을 따르지 않고 만들면 코셔가 아니다. 그럼 코셔는 어떻게 구분하는가. 유태인들이 얘기하는 코셔의 기준과 의미를 따지는 책만도 수백권이 나와 있을 정도이나 간단히 말하면 크게 7가지로 분류할수 있다.
1.채소나 과일등 식물성 음식은 무조건 코셔이나 동물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육류의 경우 발굽이 갈라지고 되새김질을 하는 것만 먹는다. 소 양 염소 사슴등은 되개김위도 있고 발굽도 갈라져 있다. 돼지는 굽은 갈라졌으나 되새김질을 하지 않으므로 코셔가 아니다. 어류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어야 코셔다. 연어 도미 조기등은 지느러미와 비늘을 둘다 가지고 있으므로 먹을수 있다. 상어 고래 미꾸라지는 지느러미는 있으나 비늘이 없어 먹을수 없다. 오징어 낙지 꼴두기 문어등은 지느러미는 물론 비늘도 없으므로 코셔가 아니다.게 가재 새우 굴등도 마찬가지다. 조류의 경우 닭 칠면조 집오리등 대부분의 가금류는 코셔이다. 하지만 야생조류와 육식을 하는 조류는 코셔가 아니다. 독수리 매 타조 부엉이 갈매기 박쥐등은 먹지 못한다. 코셔인 조류의 알은 코셔이고 코셔가 아닌 조류의 알은 코셔가 아니다.
2. 먹을수 있는 동물이라도 육류와 조류는 반드시 유태인 법에 따라 도살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적으로` 고통없이 도살 하는 것. 날카로운 칼로 2초안에 목을 찔러 죽여야 가장 고통이 없다. 자연사한 동물이나 다른 동물과 싸움하다 죽은 동물은 먹지 못한다. 도살방법을 얼마나 중요시 했느냐는 유태인들이 많이 살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는 가축 도살을 주로 성직자인 라바이(랍비)가 담당했다는 점에서도 잘 알수 있다.
3.어떤 동물이던 피는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생명을 귀히 여기기 때문이다. 구약에서는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고(레위기 17장 11절),따라서 피를 먹는 것은 생명을 먹는 행위로 여겨진다. 고기는 물론 새의 알에도 피가 묻어있으면 먹을수 없다.
4.허용되는 동물이라도 일정 부위는 먹을수 없다. 신경계와 혈관을 먹지 못하고 신체의 장기를 둘러싼 지방질도 먹지 않는다.
5.(부모와 자식간으로 생각될수 있는) 육류와 우유를 함께 먹을수 없다. 너무 잔인하기때문이다. 따라서 치즈와 고기를 함께 먹는 햄버거나 치즈버거는 금물이다. 고기를 먹은후 곧 바로 우유를 먹는것도 안된다.뱃속에서 섞이는 탓이다. 독일계 유태인들은 고기를 먹은뒤 3시간, 동유럽 유태인들은 여섯시간을 기다렸다가 우유를 먹는다.
6.육류를 먹을 때 사용했던 식기를 우유를 담는 그릇으로 사용할수 없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유태인 가정에서는 통상 두벌의 그릇과 두 벌의 포크와 나이프를 갖고 있다. 각각의 찬장에 보관하고 설거지도 따로 한다.
7.유태인이 만들지 않은 포도주는 먹을수 없다. 포도주는 고대부터 제사 의례때 사용한 성스런 음식이라는 생각에서다. 유태인들이 코셔 와인만 먹는 이유이다.
유태인들은 이러한 ‘코셔’전통을 3,300년동안 지켜왔다.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할수 있는게 건강이다. 실제로 코셔 식품이 건강에 좋은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가축도살도 워낙 위생적으로 해서 유태인 푸주간은 미국 보건당국의 조사도 면제 될 정도이다. 하지만 건강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코셔에는 건강과 관련없는 조항들도 많다. 일부에서는 환경적인 요인도 지적한다. 예를들어 낙타는 사막지대에서 음식보다는 짐을 나르는 유용한 수단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먹지 못하게 만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이것도 코셔법 전체를 포괄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유태학자들은 결국 “토라(유태인 성전)에 그렇게 쓰여져 있어서”라는 결론을 내린다. 성경에 나와있기때문이지 별다른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코셔를 지키는 것은 ‘신성함과 거룩함’을 지키는 것이란 얘기이다. 유태종교에서는 성서에 나와있는 선과 악, 좋은 것과 나쁜 것, 정결한 것과 부정한 것을 구분하고 이를 실천하는 능력을 매우 중시 여기는 데 그런 구분을 음식문화에도 적용하고 있다.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먹는 행위에서부터 ‘거룩함’을 연습하는 셈이다.
현대 사회로 들어와 슈퍼마켓에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식품중에서 어느것이 코셔이고 어느것이 코셔가 아닌지를 일반인들이 구분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부 유태인 단체에서 ‘인증’을 만들어 사용한다. 과거 우리나라에 있어던 품질 보증 마크인 ‘KS’인증 처럼 코셔 식품에 코셔 인증을 붙이는 제도이다. 코셔인증을 하는 단체는 넉넉잡아 400개에 이른다. 미국에서 팩으로 나온 상품의 4분의 3은 이중 하나의 인증을 받았을 정도이다. 이중 OU, Star-K, KosherQuest등이 가장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인증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보수파교단(Orthodox Union)의 인증인 OU마크. 현재 60개 국가, 2천5백개이상의 기업에서 30만개 이상의 브랜드에 OU마크를 부착하고 있다. 코카콜라,콜게이트,다농,제너럴밀, 하겐다즈, 크래프트, 나비스코,네슬레, P&G, 사라 리,립튼 티등 거의 모든 식품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부분 OU마크가 들어가 있다.
물론 유태인들이 모두 코셔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 30% 가량의 유태인만이 아주 철저하게 코셔를 지키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코셔 식품을 찾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코셔가 ‘건강식품’이란 이미지가 퍼지면서 유태인이 아닌 사람들도 ‘코셔’를 찾는 경향이 커지고 있기때문이다. 실제 불황과 관계없이 코셔 식품 판매는 연평균 12-15% 늘어나 현재 시장규모가 미국에서만 1,500억달러에 달한다는게 업계의 추산이다.
뉴욕에서 식품 무역업을 하고 있는 푸토피아(Footopia)의 윤영호 사장은 “약 20년전부터 코셔 인증이 급격히 확대되어와 최근에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제 소비자들은 코셔인증을 받은 제품을 안전하고 우수한 제품으로 여기고 있고, 제조업체들도 코셔인증이 마케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믿고 있을 정도”라고 말한다. 예를들어 미국에서 MSG(조미료)판매를 위해서는 코셔인증이 필수적이며 중국 한국등 소수민족들이 소비하는 시장을 제외하고는 95%이상의 실 수요처들이 코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 세계 다국적 식품 기업들은 예외없이 자사 제품에 대해 100% 코셔인증을 받고 있고 있을 정도이다. 윤 사장은 “일반 식품류에서 출발한 코셔가 이제는 미네랄 비타민 아미노산등 건강식품류에 까지 급속도로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코셔의 영역이 의약품등 인간이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제품으로 확대되지 않으란 법이 없을 것 같다”고 전망한다.
계산에 밝은 유태인들이 이 과정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매년 60여개국에서 30만개 이상의 품목이 코셔 심사를 받는데 업체들은 연간 인증 수수료를 품목당 3,000-5,000달러씩 지불해야 하고 인증검사를 위한 출장 비용을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코셔가 자신들 제품의 품질 우수성과는 거의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거래선들에게 납품을 하기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코셔 인증기관들은 업체들이 마음대로 코셔심벌을 사용했을 때는 FDA(식품의약청) 에 고발해 벌과금을 부여하고, 코셔 인증을 사용하던 업체가 인증을 포기할 경우 해당업체가 더 이상 코셔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여 실질적으로 영업에 막대한 판매 차질을 주기도 한다
첫댓글 고맙게 잘 보았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