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이사한 가수 호란의 집에 다녀왔다. 화려하거나 개성 강한 모습이기보다는 부드럽고 편안한, 그리 특별하지 않아 더욱 특별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담겨 있는 집.
미니멀한 거실에 세련된 이미지를 더하는 가구와 소품. 티테이블은 우아미가구, 플로어 램프는 와츠, 티테이블 위 볼은 도데카, 카펫은 한일카페트. 원형 스툴은 이서.
몇 달 전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김보경 실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가수 호란의 이사 소식을 알게 되었고, 곧 리노베이션 공사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메종>의 에디터로서, 호란의 음색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솔깃한 정보를 행여나 놓칠세라 서둘러 촬영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드디어 공사 완료 후 이사를 마쳤다는 연락을 받고 호란의 집을 찾았다.
1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청에 호란은 기타를 치며 직접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2 베란다에 둔 캣타워에 앉아 있는 무무. 베란다는 호란이 키우는 고양이 세 마리 무무, 토란이, 더덕이의 전용 공간으로 꾸몄다.
1 그녀가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오디오 세트. 고양이들이 스피커에 상처를 내긴 했지만 그녀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물건이라고.
2 거실에 둔 철제 프렘임의 화이트 패브릭 소파는 호란이 아끼는 소파로 이번에 새로 커버링했다.
작업 공간을 겸하는 서재에 놓인 피아노 위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그림들을 두었다. 컬러풀한 우든 돌은 에이치픽스, 그림은 한송이 작품으로 마키에서 전시.
집은 주인을 닮는 법. 집을 방문하기 전 호란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에디터 나름대로 그녀의 공간을 상상해보았다. 색감이 강하면서 전반적으로 화려한 이미지일지, 혹은 묵직한 무채색의 시크한 분위기일지, 머릿속에 서로 다른 두 가지 집을 지어놓고는 그녀의 집에 들어섰다. 결론? 보다시피 둘 다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벽면에는 화이트 계열의 벽지를, 바닥은 밝은 우드 컬러의 마루를 시공해서인지 전체적으로 밝고 깨끗한 인상을 주는 공간이다.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구와 과하지 않은 세팅으로 미니멀하면서도 편안함이 느껴진다.
미니멀하면서도 편안함이 느껴지도록 꾸민 거실. 은은한 스트라이프 패턴의 화이트 벽지는 디아이디벽지, 소파와 티테이블은 우아미가구, 화이트 패브릭 소파 위 쿠션은 이서, 가죽 소파 위 쿠션은 모두 키티버니포니, 블랭킷은 다브, 플로어 램프는 와츠, 티테이블 위 볼은 도데카, 카펫은 한일카페트. 원형 스툴은 이서.
침실에 둔 화장대 앞에 앉은 호란. 벽지는 디아이디 벽지, 화장대를 겸하는 서랍장과 거울은 우아미가구, 플로어 스탠드는 필립스 전자. 화기는 도데카, 스툴과 세라믹 티포트&컵 세트는 이서, 납작한 원형 세라믹 함은 에이치픽스.
“사실, 먼저 살던 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예요. 5년간 살았던 홍대 앞 원룸 스튜디오는 공간도 작긴 했지만 핫 핑크 컬러처럼 튀는 컬러를 많이 사용했고 에스닉한 소품도 엄청 많이 두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이곳 아파트의 리노베이션을 김보경 실장님에게 부탁하며 실장님이 스타일을 좀 바꿔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믿고 맡겼어요.”
자기 주장이 강할 것만 같은 호란이 스타일리스트에게 무조건 믿고 맡겼다는 사실이 좀 의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타일리스트 김보경과 가수 호란은 이미 10년 넘게 알고 지내며 언니, 동생 하는 사이로 서로를 너무 잘 파악하고 있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때로는 나 자신보다 오랫동안 내 곁에 함께해준 이가 나를 더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던가. 호란은 만일 다른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집을 맡겼다면 자신을 ‘연예인 호란’으로만 보고 매스컴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만을 강조해 집을 표현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내온 김보경 실장이기에 자신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더 잘 맞는 인테리어를 제안할 수 있었으며 김보경 실장의 의견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깨끗하고 편안하고, 따뜻한 이 집 인테리어만큼이나 호란은 그런 사람이에요. 호란의 순수하고 수수한 매력을 이 집을 통해 좀더 끌어내고 싶었어요. 화려하게 치장하고 강한 이미지만 부각시킨다면 금방 질려버리죠. 사람이든, 집이든 마찬가지예요.”
거실과 이어지는 모던한 분위기에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무드를 가미한 침실. 벽지는 디아이디벽지,침대와 베드벤치는 우아미가구,침구는 미소니홈,스피커와 전화기는 뱅앤올룹슨,쿠션은 키아샤.
미니멀하게 꾸며놓은 부엌과 그 옆의 서재 겸 작업 공간으로 꾸민 방.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서재 벽면은 방음 패널을 붙여 꾸몄다. 서재 바로 앞에 놓인 나비장은 어머니가 물려주신 가구라고. 벽지는 디아이디벽지, 펜던트 조명은 필립스 전자. 식탁은 우아미가구, 체어는 더플레이스, 나비장과 아일랜드 위 그림은 한송이 작품으로 마키에서 전시, 냄비와 조리도구는 르크루제, 세라믹 세제통은 이서, 글라스 제품은 에이치픽스, 블랙 수납함과 커피컵과 소서 세트는 더플레이스, 에스프레소 머신은 일리, 식탁 위 플래터는 도데카.
김보경 실장은 구조 변경도 하지 않았고, 가벽을 세우지도 않았다.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집 형태를 살리되 집을 좀더 밝고 넓어 보일 수 있도록 바탕이 되는 벽면과 몰딩, 문을 대부분 화이트로 처리했다. 먼저 살던 원룸 스튜디오보다 집이 넓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가구나 소품을 애써 가득 채우지도 않았다. 오히려 여백을 두어 집주인 호란의 색을 살면서 점차 표현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해주었다. 거실, 침실, 드레싱룸, 서재 겸 작업실, 욕실 등 각 공간의 용도에 맞게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재 및 가구 선택을 할 때도 신경 썼다고 한다.
1 호란이 키우는 고양이 더덕이. 세 마리의 고양이 중 가장 사교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
2 침실과 이어지는 욕실은 미니멀한 디자인의 도기를 설치하고 화이트 타일에 짙은 보라색 타일을 함께 시공해 세련된 이미지로 꾸몄다. 비데 일체형 변기와 서랍장이 달린 탑볼형 세면대는 대림비앤코, 도트 패턴의 수건은 송월타월.
호란의 생활에서 함께 살고 있는 세 마리의 고양이 무무, 토란이, 더덕이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사를 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도 고양이 때문이라고. “짐 많은 복잡한 좁은 원룸에서 세 마리의 고양이가 5년간 살다 보니 애들 성격이 더욱 폐쇄적으로 변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없는 사이 가구나 스피커 등을 긁어놓기도 하고요. 그런데 새 집으로 이사한 후 고양이들 성격이 벌써 많이 달라졌어요. 공간이 넓어지고, 베란다에 전용 공간이 생겼고, 캣타워도 생겨서인지 아주 밝아졌어요. 새 가구를 긁을까봐 발톱에 팁까지 붙여줬는데 별로 그러지도 않더라고요.”
사실, 이곳으로 이사 후 바뀐 건 호란의 고양이만이 아니다. 혼자 원룸에 살던 예전에는 ‘집’이란 것에 대해 그리 의미를 두지도 않았고 ‘집을 꾸미는 것’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호란 역시 이젠 일을 마치고 들어오면 한층 안정감이 느껴지는 게 정말 ‘이게 집이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즐기는 자신을 보며 이제는 집이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고. 집을 꾸미는 데 욕심이 생겼다는 점도 호란에겐 아주 큰 변화다.
홍대앞 에스닉하게 꾸민 원룸에서 밝고 모던한 분위기로 꾸민 아파트로 이사한 가수 호란.
얼마 전 드라마 촬영을 마친 호란은 ‘이바디’ 음반 준비에 들어갔다. 음반 출시일을 바특이 두지 않고 만족할 만한 작업이 될 때까지 조금 여유있게 작업할 생각이라는 그녀. 그녀의 새로운 공간이 그녀가 만든 음악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지 이 또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