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다.
1년동안 정기산행을 갔지만,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늘 둘째주 일요일이 되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곤욕이다.
등산을 하는 날에는 출근할 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야한다.
오늘은 늦장을 좀 부리다보니 아침이 바빠졌다.
약속시간보다 5분늦게 출발장소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도착하고 첫 마디...“늦었으니까 벌금내라.”
그래 우리가 약속했었지....
본의아니게 거금 1000원을 강탈(?)당한다.
버스에 오르니 처음보는 아저씨 한분이 앉아 계신다.
우리 포스터를 보고 오신 모양이다.
3차단지에서 근무를 한단다.
단 1명이지만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풀팅을 한 것이 헛고생은 아닌듯 하다.
또 차니언니가 늦다.
늦잠을 자서 30분에 도착할테니 전화를 하지 말라는 문자가 들어온다.
계속 늦게 도착하는게 많이 미안한 모양이다.
사람들은 차니언니가 티코를 몰고 달려올 도로만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저 멀리서 낯익은 티코가 차선을 이리저리 변경하면서 무섭게 달려온다.
차니언니다. 5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오늘도 등산베낭을 등에메고 한손에는 커다란 비닐을 들고 온다.
차에 오르며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온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다 왔다.
출발한다.
오늘은 16명이 버스를 타고 내연산으로 출발한다.
대구에서 출발한지 2시간, 10시에 등산출발코스에 도착한다.
각자 짐을 챙기고 단체사진을 한판 찍고 산에 오른다.
처음부터 고바위를 친다.
이런 산은 처음이다.
보통 봉에 오르기 전에 고바위를 치고 올라가 마침내 봉에 올라 땀을 식힌다.
그러나 이 산은 만만치가 않다.
산에 오른지 10분만에 종아리가 아파온다. 그리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MP3를 듣는다. 양희은의 한계령이 흘러나온다.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하네...” 정말 내려가고 싶다.
약 1시간쯤 걸었을까. 미친듯이 올라간 고바위가 능선을 타면서 한숨을 돌린다.
혼자다. 벌써 한 무리들은 앞서 갔고 한 무리들은 뒤에 쳐져서 온다.
바람이 차다. 고바위를 치면서 범벅이 되었던 땀이 다 식었다. 춥다.
걸음을 빨리해야겠다.
그러나 그 걸음마저 지난 나비의 영향때문인지 가는 길 곳곳이 쓰러진 나무들이 발템포를 흐트러트린다.
12시, 내연산에서 가장 높은 향로봉과 내연산이라 일컫는 삼리봉삼거리에 도달한다.
한숨을 돌리는 담배를 한 대 물고 후미를 기다린다. 아직까지 올 생각을 않는다.
결국 혼자서 향로봉으로 간다.
선두는 벌써 향로봉에 올랐다가 삼리봉으로 가기 위해 내려온다.
마라톤에서 반환점을 돌고 온 선수와 반환점을 향해 힘껏 달리는 선수처럼 중간에서 마주친다.
10분여만에 향로봉에 올라선다. 12시10분.
산에 오른 많은 사람들이 구석구석에서 점심을 먹고 “향로봉”이라고 새겨진 돌멩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봉에 올랐지만, 내연산의 능선과 눈앞에 탁 트인 절경을 감상할 수가 없다. 이놈의 놈이 사방에 나무로 뒤덮였다. 그나마 그 나무사이로 멀리 희미하게 바다가 보인다.
서둘러 향로봉에서 내려간다.
같이 사진찍을 인간도 없고, 이야기나눌 인간도 없다. 그리고 후미와 함께 선두를 따라가야한다.
다시 삼거리에 도달했다. 전화를 한다.
후미가 선두를 만나 삼리봉으로 향했는지, 아직도 오고 있는 중인지 모른다. 전화가 안된다. 난감하다. 그냥 갈까? 한참을 헤매고 있는데 멀리서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후미가 이제야 보인다.
결국 후미는 향로봉에 가지 못하고 삼거리에서 여기에 왔다는 표시로 사진을 찍고 삼리봉으로 향한다. 12시 20분.
삼리봉으로 가는 길이 이쁘다. 마치 동화속 산속 오솔길을 걷는듯하다.
자꾸만 내려간다. 길을 잘못 들었나? 하산길을 걷는 듯하다.
1시간 40분여를 걸어 삼리봉에 도착한다.
벌써 선두는 모여서 점심을 먹고 있다.
오늘의 주메뉴는 오뎅탕....그런데 벌써 다 먹고 없다. 야속하다.
곰탱이형 언니가 해온 무침회 등 반찬들과 밥을 먹는다. 맛있다.
역시 산에서 먹는 밥은 정말 맛있다.
밥과 아울러 정상주를 한잔씩 한다.
2시30분 자리를 정리하고 다음 산행길로 오른다.
하산길이라서 그런지 선두와 후미의 차이가 없다.
오솔길을 따라 행군을 하듯이 한줄로 서서 걸어간다.
지난 태풍 때문에 산이 많이 깎인듯하다.
곳곳에 길이 패이고 나무가 뿌리채 뽑혀 쓰러져있다.
좁은 길이 패이고 바로 옆이 낭떠러지다. 아슬아슬하다.
그렇게 1시간여를 걸었을까? 폭포소리가 들린다.
이제 거의 다 내려왔나보다.
계곡이 눈에 들어온다.
계곡옆에 놓인 바위들은 인공적으로 깎아놓은 듯 그 뽐내를 자랑한다.
시원한 계곡물에 피로한 발을 담근다.
상용이형이 돌덩이를 던지며 개구쟁이처럼 장난을 친다.
잠시 발을 담그고 또 길을 재촉한다.
빙방사가 나온다. 절벽이다.
빙방사에 올라보니 연산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래로 내려다 본 빙방사는 아찔하다. 잘못 발을 디디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질 것만같다.
추모비가 두개 있다. 아마 이곳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넋을 기리는 추모비일게다.
마지막 도착지인 보경사로 가는 길에 이어지는 폭포와 계곡은 오랜시간 산행에 피로함을 충분히 씻겨줄 정도로 아름답다.
5시15분 보경사에 도착해서 6시 대구로 출발한다.
대구에 도착해서 성공산악회 1년을 기념하는 술자리를 한다.
오늘 산행에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도 참석해서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술자리를 한다.
술이 얼큰하게 된채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내일 출근할 걱정으로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캬~~~~
첫댓글 내연산!!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산!! 후기 잘 읽었다.. 산행때마다 네가 고생이 많구나! 그런데 끝에 '보현사'가 아니고 '보경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