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초당>(1931, 강용흘)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각과 행위에서 보이는 서구에 대한 감정을 분석하고, 그 가운데서 드러나는 옥시덴탈리즘과 복제된 오리엔탈리즘의 한국적 기원을 밝히는 데 있다. 우선, 이 연구의 개요는 다섯 개의 질문과 대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왜 <초당> 연구인가 둘째, 개화기와 근대 초기 세계화 속의 한국은 어떤 위치에 있었는가 셋째, 한국은 서구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고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내었는가 넷째, 당대의 신지식인들은 어떤 시선으로 식민지 한국을 바라보는가 다섯째, 옥시덴탈리즘과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세계화하기의 방안은 없는가 첫째는 서론, 둘째는 예비 고찰, 셋째와 넷째는 본론, 다섯째는 결론이다.
첫째, 기존의 연구들에서 밝히고 있듯이 <초당>은 한국의 국제적 언로가 차단되었던 일제강점기, 미국에서 영어로 개화기에서 3·1운동 직후까지의 한국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줌으로써 식민지 한국의 현실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서사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일상은 개화기와 근대 초기 한국인들의 미시사 연구의 훌륭한 텍스트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런 점은 한국문학사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요소이므로 한국문학사를 보충하는 텍스트로 쓰일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이전 논의들을 바탕으로 서사의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서구의 성격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둘째, 구한말 조선의 정세는 청과 일본의 조선쟁탈전 앞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근대초에는 러시아와 일본이 조선에 대한 이권을 두고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었다. 이외에도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나라들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조선의 운명은 아랑곳 하지 않는 형편이었다. <초당>의 주인공 한청파는 을사보호조약 전후, 한일합방, 일본의 식민통치, 3·1운동 등 굵직한 역사의 마디마다 주변의 인물들이 겪는 고통들을 정확하게 기억해 내고 실감 있게 서술하고 있다.
셋째, 서사에서 볼 때 인물들이 서구를 처음 접하게 되는 사건은 신식(서구식) 학교를 통해서이다. 등장인물들은 우선 서구식 학교 입학과 교육에 대한 반응으로 서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청파의 부친을 통해서 반서구 감정의 근원이 반일 감정에 있음을 볼 수 있다. 당대의 신문 잡지에 실린 기사에도 한청파 부친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박수산 같은 인물은 일본을 초월하는 방책으로 서구를 배우기를 권장하고 있다. 서구는 이미 자신이 문명화라는 이름으로 동양에 전파되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서구의 이미지는 문명이라는 선험적인 이데올로기로 만들어져서 유포 재생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이미 서양문명을 이용해서 동양의 패권국이 되었기 때문에 서구 문명의 우월함은 일본이 보증하고 있는 상태였다. 오리엔탈리즘이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억압하기 위한 서양의 방식이라면, <초당>에서 보이는 옥시덴탈리즘은 서구를 배우거나 폐기하기 위한 한국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서사의 박수산과 같은 등장인물은 한국을 서구문명에 미달하는 약소국가로 판단하며 서구 배우기를 역설하는 인물이다. 또한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향한 한청파는 자신의 고향인 송전치를 죽음과 무덤의 공간으로 파악한다. 이는 서양의 오리엔탈리즘 담론들에서 볼 수 있는 동양에 대한 시선들이다. 일본에서 유학을 한 한청파는 서구식 교육과 지식으로 무장된 인물이다. 그의 시선도 서구 오리엔탈리스트의 시선으로 변화되어 한국의 미개함에서 죽음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박수산과한청파의 이러한 사유는 복제된 오리엔탈리즘의 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다섯째, 21세기의 세계화 앞에선 한국인들이 인재를 뽑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는 영어실력이다. 온 나라가 영어를 배우기 열정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주 여성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들은 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는 분명 일본 초월론을 목표로 했던 개화기와 근대 초기의 옥시덴탈리즘과 복제된 오리엔탈리즘에 기원을 두고 있긴 하지만, 처음의 일본초월론이 제거된 채 서구지식 배우기와 서구의 시선으로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만 남은 형국이다. 포스트모던, 탈식민주의, 다문화주의 등의 논의들은 서구의 근대화를 비판하는 담론들이다. 복제된 오리엔탈리스트들이 난무하는 사회를 사는 우리가 과연 서구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