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운도의 전망(요약)

[비오네]

사회적 경제와 협동 조합운동의 전망

사회적경제 ․ 사회적기업 발전방향과 시민사회의 역할

- 협동조합운동 진영을 중심으로 -

 문보경 /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 경제란?

19세기 프랑스에서 시작, 1885년 노동운동을 기반으로 공제조합이 결성되면서 사회적 경제가 발달 1890년 사회적 경제헌장 발표, 2차 대전이후 다양한 협동조합의 출현과 함께 사회적 경제 부분으로 확장됨

-쟈크 드푸르니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

1, 이윤추구보다는 구성원들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서비스를 우선하는 것

2, 자율적인 경영

3,민주적인 의사결정

4,수익분배에 있어 자본보다 사람과 노동을 우위에 두는 것

19세기는 자본주의 산업화와 시장경제로 인한 사회적 위험(사망 질병 저임금)에 대처하는 집합적 대응전략이고 20세기 후반에는 자본주의 축척체계의 위기 과정에서 야기된 실업과 복지의 후퇴에 대처하는 시민사회의 집합적 대응전략

한국사회에서는 자선활동에 소요되는 재정적 문제의 해소와 사회적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검증된 방법론으로 대두 대안 경제를 모색하는 주체와 사회적 경제운동을 지향하는 주체에게 있어서 지역사회의 관계망을 확장하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을 모으는 창구로 기대

서구의 소비자 협동조합은 구매력이 취약한 노동자와 서민 ,취약계층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함으로서 생산자나 유통업자에 대항하는 힘을 조직하고 이를 통해 성장 한국의 경우 농업과 생명,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생명사상을 기반으로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와 지역 공동체 운동을 중심으로 발전(노동조합의 참여 없음)

먹거리 생협의 경우 소외계층의 먹거리 개선보다 중산층의 유기농 먹거리 운동으로 인식되고 지역사회 참여가 미비  의료 생협은 사회 운동적 영역이 강함

1999년 생협법 제정이후 빠른 성장보임

사회적 기업의 전망

1,사회적 경제의 구성체(기준과 구성)

운영주체의 철학적 빈곤의 해소

다양한 동기를 갖는 주체들의 증가와 실현하려는 목적의 다양성이 질적이나 가치지향성에 있어 혼탁한 양상 운영당사자의 철학적 기반이나 가치관이 중요 (윤리 강령의 필요)

한국의 사회적 경제는 광범위하나 이직 그 실체에 대한 명확성이 없다

(소비자 조합만 있지 노협은 없다)

2,사회적 기업의 지역화 전략이 필요

지역화 전략이란 사회적 기업의 태동과 발전이 해당 지역 사회의 필요와 일자리를 동반하는 것으로 중앙단위의 기획 사업이 아니라 실체가 지역에 기여한다

영국의bbbc(최빈곤지역 이민자 밀집 지역 5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나 프랑스의 빈민운동진영이 만든 지역 관리기업의 예

과제

1,사회적 경제의 블록화

(먹거리, 의료, 노동조합, 일자리....)

2, 복합당사자 이해모델로의 발전모색

생산자 노동자, 소비자가 함께 출자하고 운영 지배하는모델

3, 비화폐적 수단을 매개로 한 경제활동 방식의 모색

지역 화폐운동,사람과 사람의 관계망에 기초하고 작동하는 지역 공동체의 강화

4,지역사회의 시민단체의 자립적인 물적기반 의 형성

자원의 지역 재출자(인력, 기술,자본, 협력기업)

사회적 협동조합의 발전 전망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윤형근 / 모심과 살림 연구소 부소장

□ 시대에 대한 성찰

1. 현상 -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양극화의 확대, 지역사회의 붕괴, 실업과 파산, 가족의                해체

2. 원인 - 신자유주의 세계화, 탐욕적 물질주의가 낳은 시장화, 상품화

3. 문제 - 돌봄과 나눔의 최후의 보루였던 가족의 해체, 희박한 사회안전망  

4. 배경 - 사회적 경제의 확대를 통해 국가의 사회서비스에 대한 취약 보완

          (국가의 재정 능력이 회복되면 사회적 경제는 없어도 되나?)

5. 목표 - 국가와 시장, 사이 혹은 너머에서

        - 사회적 관계망(호혜 관계)의 확대, 호혜적 지역의 창조

시장

교환과 경쟁의 시장

국가(공공영역)

세금의 공공부문

사회적 협동의 호혜경제

호혜경제

어머니이신 자연(The Nature)

자연

   정상적인 산업사회의 경제구조            세계화로 인한 상품 전유 경제

 * 사회적 협동의 호혜경제(Social Cooperative Love Economy): 헤이즐 핸더슨의 용어로 공유, 호혜적 교환, 나눔, 자급을 원리로 하는 영역 - DIY, 물물교환, 사회․가족․지역을 유지하는 기초인 가사(家事), 돌봄, 봉사활동, 상호부조, 노인이나 병자의 간호, 가정 내 생산과 가공, 자급농업 등을 의미한다. 

* 우정과 환대, 공유와 나눔, 자급과 호혜적 교환을 원리로

* 자율과 연대를 바탕으로 한 지역적 삶, 행복한 삶, 그리고 민주주의의 재구성

* 개개 조직, 사회적 자원, 활동을 넘어서 지역이라는 장에 얽힌 호혜의 네트워크,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의 네트워크로서의 사회적 경제 - 호혜 경제

□ 사회적 협동조합을 향한 과제들: 성찰  

1. 성찰을 통한 ‘사회적’이라는 의미의 재인식

- 구성원 ‘내부’만이 아니다: ‘공동유대’라는 자기동일성을 넘어서 이질성 속의 공통성의 발견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의사와 환자, 자원 활동가와 대상자, 의료생협 간). 즉, 조합원 내부만의 배타성이나 조합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라는 협동조합 원칙에 대한 재확인과 대사회적 공공성의 강화에 대한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유기농산물 직거래 위주의 먹을거리 생협의 보신주의, 자족적 성격을 넘어서야 한다. 복합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구조, 지역 지향의 활동과 사업 내용, 잉여금 처리를 통한 지역사회 기금의 조성 등 영역에서 이런 노력이 관철되어야 할 것이다. (소외계층 및 빈곤층의 먹을거리 개선을 통한 사회 참여적 사업 전략)

- 국가나 시장이 아니다: 상품화나 국가 관리가 아닌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재구성을 의미하는 지역(커뮤니티)의 재발견을 의미한다. 운동이 향하는 곳이 지역이어야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여기서 말하는 지역이란 호혜적 지역공동체, 즉 관계의 재구성을 의미한다. (먹을거리 생협이 지향하는 농업의 회생도 국가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운동영역의 재발견: 먹을거리로부터 출발하여 삶의 총체성을 획득하는 방향으로 운동영역을 확장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일본 생협의 여성들의 일공동체(worker's collective)와 같이 지금까지 생협운동의 주체였던 여성, 특히 주부들의 노동에 대한 재발견이 요청된다.  

2. ‘협동조합’ 진영의 연대에 대한 성찰 

- 생산공동체운동 지향의 빈민운동 및 대안경제운동 세력들 중심의 사회적 경제 논의에서 폭이 확장될 필요가 있다. 먹을거리 생협, 의료생협, 대학생협, 농협, 신협, 마이크로크레딧, 자활조직, 노동자협동조합 등의 자기 재규정이 있어야 한다.

- 이를 통해 공통의 지향을 확인, 공동의 사회적 실천을 논의해야 한다. 지역적 네트워크 구성에서 출발하여 전국 네트워크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 삶의 총체성 획득을 위해서도 협동조합의 연대는 중요하다.

3. 집단적 주체화(블록화)를 통한 공동의 실천: 인적 연대로부터 지역사회 자원 개발 연대, 그리고 사회기금 운동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 연구와 공동의 논의: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의 정체성에 대한 지속적 연구, 협동조합 지역사회론 등 대안사회에 대한 연구 등 공동의 지향과 목적에 대한 확인, 법적 제도적 정착을 위한 연구

- 사람의 양성: 사회적 경제의 주체들에 대한 교육과 인적 네트워크 형성 

- 지역 네트워크 구성을 통한 지역사회 자원의 개발, 연대를 통한 자원의 결집

- 법, 제도 개선의 요구: 비조합원 이용금지, 복지 대상의 제한을 넘어서

한국의료생협의 현황과 특징

박봉희/ 한국의료생협연대 사무총장

1. 의료생협이란?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의료라는 이름으로 묶인 건강생활공동체, 아픈 사람만이 이용하는 곳이 아닌 건강한 사람들 다수가 모여 있는 협동조합.정리하면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협동하여 우리 가족과 이웃의 의료와 건강, 생활의 변화를 꾀하고 건강한 마을을 만들어 나가고자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1998년 12월 제정)에 근거한 협동조합이다.

2.  한국의료생협의 현황

세계 의료생협은 전 세계적으로 수 천 개 추정, 아시아 지역만 300개 이상의 의료생협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일본에서는 70여년의 역사에 119개 조합, 220만 조합원 활동으로 활성화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1994년 안성을 시작으로 인천평화(1996년), 안산(2000) 초기 활동에 이어 2002년에 원주, 서울, 대전, 전주, 함께걸음(서울 노원구), 청주, 용인, 2007년 들어 성남(준) 수원(준) 등 (한국의료생협연대 소속 회원단체 11개)으로 이어져 13년의 의료생협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직 의료생협연대에 소속되지 않은 2006년 12월 현재 33개 의료생협이 한국내에 존재하나 조합원 중심, 협동적으로 의료생협이 운영되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1.  지역의료생협 현황

1) 안성의료생협: 1994년 설립된 최초 의료생활협동조합. 의료인과 농민이 함께 협력하여 병원을 설립하고 지역보건의료 활동을 전개하는 대표적인 의료생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실무자의 노력으로 의원, 한의원 및 치과와 가정간호 사업소 그리고 제2진료소등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 검진기관 확대와 꾸준한 조합원 확대로 의료생협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며 최초의 의료생협이다. 20여개 조합원 건강 소모임 활동과 각종 지역모임을 통해 조합원을 건강의 주체로 만들어 가고 있다.

2) 인천평화의료생협 : 89년 기독청년의료인회에서 평화의원(민중의원)을 만들어 기반을 다진 후, 1996년 11월 의료생협으로 전환한 도시형 의료생활협동조합이다. 의원, 한의원과 가정간호사업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간보호센타 주 2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예방활동과 각종 건강 소모임활동, 자원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도시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여러 보건복지활동으로 지역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3) 안산의료생활협동조합: "생명과 환경을 지키는 안산시민의 모임"과 "동의학민방연구회"의 활동을 기초로  2000년 새롭게 구성된 지역주민 중심으로 재창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안산의료생협은 도시지역에서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의료생협 설립에 참여한 의료생협

4) 대전의료생협 : 대전민들레의료생협은 협동과 나눔의 경제를 지향하는 지역통화운동 단체<지역품앗이 한밭레츠>와 인의협 대전, 충남지회 회원들이 중심으로 설립되었다. 대전의료생협은 도시지역에서 시민사회운동과 지역주민운동의 적절한 결합을 통해 지역공동체 운동의 한축을 완성해 가는 모델이 되고있다.

5) 서울의료생협 : 노동자운동, 신협운동을 중심으로 하던 산업선교회 중심으로 새로운 지역운동의 하나로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위한 의료생협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한의원,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6) 원주의료생협 :지역협동조합간의 네트워크를 통한 협동과 자치 생명의 도시원주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로 밝음신협, 원주한살림생협, 원주생협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설립되었다. 지역생협운동의 결합체로 만들어진 원주의료생협은 생협운동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경제블럭을 만들어 가는 의료생협이다.

7) 전주의료생협 : 청년한의사가 중심이 되어 3년여의 연구회 활동을 거친 후 중소도시에서 만들어 가는 지역건강공동체 운동이다.

8) 함께걸음 의료생협은 장애우권인문제연구소 회원들이 주축, 서울 노원지역에서 장애우들을 위한 의료복지 자원 활용과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의원없는 의료생협이다. 정부지원으로 의료생협연대에서 진행하는 간병사업단이 지역 보건소와 연계, 조합원 중심의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최근 의원건립준비위가 구성되어 의원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 청주의료생협은 2002년 지역주민 중심의 조합원참여를 만들어 가기 위해 한 사람의 각성된 신앙인인 시작하였다. 2002년 발기인대회를 마치고, 조합원 자발적 참여와 꾸준한 활동을 통해 2007년에 이르러 창립총회를 가진 의료생협이다.

10) 해바라기 의료생협은 장애아동부모모임인 장애아동미래연구회가 의료생협으로 전환, 1년 이상을 준비하며 2007년에 창립한 의료생협이다.

11) 성남 의료생협(준)은 1972년 도시빈민의 질병예방, 의료에 관심이 있는 의사, 독지가, 목사 등의 도움을 얻어 일종의 의료협동조합인 주민보건원을 설립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다 유신으로 중단된 경험이 있던 곳이다. 이런 역사성의 근거인지 성남 곳곳에서 장애인과 저소득층, 독거노인을 돕기 위한 진료소 활동이 지역 활동가와 의료인들의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었으며, 주민생협 전 이사장이 발의하여 2007년 발기인대회를 2번 치루고 2008년 2월 23일 창립한 단위이다.

3.    의료생협의 주요활동

 1) 자발적이고 개방된 조합원제도(Voluntary and Open Membership)

"협동조합은 자발적 조직으로서, 협동조합을 이용할 수 있고 조합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며, 성별, 사회적 신분, 인종, 정파, 종교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다,"

 2)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Democratic Member Control)

"협동조합은 조합원에 의해 관리되는 민주적 조직으로서 조합원은 정책수립과 의사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선출된 임원들은 조합원에게 책임을 지고 봉사한다. 단위조합의 조합원들은 동등한 투표권(1인1표)을 가지며, 다른 연합단계의 협동조합은 민주적인 방식에 따라 관리되어야 한다."

 3)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Member Economic Participation)

"조합원은 협동조합의 자본조달에 공평하게 기여하며 자본을 민주적으로 관리한다. 최소한 자본금의 일부는 조합의 공동재산으로 한다. 출자 배당이 있을 경우 조합원은 출자액에 따라 제한된 배당을 받는다. 조합원은 다음과 같은 목적을 위해 잉여금을 배분한다. ① 준비금 적립을 통한 협동조합의 발전 ②조합원의 사업이용 실적에 비례한 편익 제공 ③기타, 조합원 동의를 얻은 활동 지원"

 4) 자율과 독립(Autonomy and Independence)

"협동조합은 조합원에 의해 관리되는 자율적이고 자립적인 조직이다. 협동조합이 정부 등 다른 조직과 약정을 맺거나 외부로부터 자본을 조달하고자 할 때에는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가 보장 되고 협동조합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5)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Education, Training and Information)

"협동조합은 조합원, 선출된 임원, 경영자, 직원들이 협동조합의 발전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도록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여야 한다. 협동조합은 일반대중 특히 젊은 세대와 여론지도층에게 협동의 본 질과 장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6) 협동조합간 협동(Cooperation among Cooperatives)

"협동조합은    지역 및 전국단위,   그리고 인접국가 및 국제적으로 함께 일함으로써 조합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봉사하고 협동조합운동을 강화한다."

7)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Concern for Community)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의사에 따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 (Sustainable Development)을 위해 노력한다."

4 .결어- 지역에서 ‘사람’을 만나 ‘건강한 마을, 사회’를 꿈꾸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 바람은 누구나 갖고 있는 삶의 기본욕구이다. 그렇다면 건강의 주체는 누구인가? 의료전문가가 모든 것을 해결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건강의 주체는 의료소비자인 나, 환자가 주체이다. 하지만, 현행 의료 제도하에서 의료소비자인 내가 주체가 되어 본 경험이 있었나? 의사가 약 처방을 하거나 운동요법을 처방한다고 하여도, 소비자인 내가 선택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우리는 건강의 모든 결정권을 의료전문가에게 일임하고 스스로 대상화되었다.

의료생협에서 말하는 건강이란 개인, 상품이 아닌 공동체, 지역사회에서 건강의 의미를 회복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의료생협은 ‘누구나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운동의 기본으로 하여 지역을 중심으로 사람을 만나고 삶을 변화시켜내는 건강한 관계-협동조합체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만나는 조합원(주민)이란 ‘건강의 주체로서 성장하는 사람’이며, ‘개인의 건강요구를 의료생협을 통해 공동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좋은 의료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예방과 치료를 통합해나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의료인은 전문가로서 길을 안내하는 안내자이며 돕고 격려하는 지지자이다.

오랜 지역 활동 가운데 사람이 변하지 않고는 어느 하나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역에서 협동적인 삶이 체화되어 있는 건강한 주체들의 집합, 건강한 마을을 꿈꾼다.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한 전망모색

- 의료생협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혁진 /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 상근이사, 한국의료생협연대 집행위원

□ 한국의 의료문제

1. 의료상품화에 따른 의료체계의 모순

○  의료가 국가의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면에서 공공적 영역이나 실제로는 민간의료기관이 운영주체. (전체 의료체계의 90% 이상이 민간의료기관)

○ 지방공사 의료원 등의 공공기관도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민간 시장의 논리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음.

1) 세계 최고 수준의 항생제 및 주사제, 스테로이드 처방률

○ 종합병원(40~60%), 동네의원(50~80%), 유럽의 선진국(5~10%)

○ 어린이들의 항생제 내성률은 70~90%

2) 고가 의료장비 보급률 세계 1위

○ 한국은 CT, MRI 등 고가의료장비 보급률이 세계최고 수준

○ 동네의원까지 고가 진단장비 보유, 시민들은 불필요한 검사를 강요

3) 세계 1위의 제왕절개율

○ 한국의 제왕절개율은 35%로 세계 1위 수준

4) 과다청구, 허위 중복청구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악화

○ 전국 의료기관의 70% 이상이 과다청구, 허위 중복청구

○ 시민에게 일반비용으로 의료비를청구, 건강보험공단에 보험료를  중복청구

○ 종합병원들도 특진제도 등을 악용

2. 시민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한국의 의료체계

○ 의료는 시민의 생명을 다루는 기본적 생활재

○ 국가의 공적 의료체계에서도 시민의 참여는 보장안됨,

○ 진료에 대한 선택권과 진료에 대한 기본정보의 제공, 환자의 인권문제는 의료영역에서 시민의 기본적 권리이나 이러한 것들이 보장되는 의료체계는 전무함.

3.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의료기관의 부재

○ 공단지역의 산재병원들은 사업주와 결탁 공정한 산재판정과 추가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음.

○ 산재를 당하거나 공해병을 앓고 있거나 업무상 스트레스로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은 건강권을 지닌 소중한 시민이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대상자요, 고객일 뿐임.

4. 사회변화에 무관심한 의료체계

○ 건강의 문제는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

○ 진정한 의료는 사회적 변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변화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함.

○ 국가보건의료는 사회적 배제자에 대한 기본적 관리에 연연하고 있음.

○ 노동환경의 변화, 환경문제, 소득불평등, 사회보장제도 등의 변화가 없이 건강권의 유지는 불가능함.

□ 한국사회에서 의료생협운동의 의미

1. 의료의 주인은 시민이며, 시민참가형 민주의료기관이 필요하다.

○ 시민은 더 이상 상품화된 의료의 이윤축적 수단이 아니며, 건강권을 지닌 주체임을 선언

○ 과잉진료, 과다청구, 중복청구, 약물남용, 진료차별이 없고 환자의 권리장전이 보장

○ 시민과 환자는 의료기관의 서비스 대상이 아니며 의료기관의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자신에 합당한 의료를 선택해나가는 시민주체임.

2.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으로써 의료생협

○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보다 기업의 이윤에 집착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에서 고통받는 노동형제들의 쉼터이자 미래에 대한 희망

○ 일하는사람들의 노동환경, 생활환경, 직업병, 공해병, 정신적 스트레스의 문제를 좌시하지 않고 정직한 진료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문제를 해결 위해 함께 싸우는 민주의료기관

3. 이웃을 되찾고 마을을 살리는 의료생협

○ 스스로 건강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웃들을 찾아나서고, 시민적 연대의식으로 이분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면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

○ 자신과 이웃이 살고 있는 마을을 모두가 건강하고 안심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전환시켜 나가는 것이 의료생협과 조합원들의 핵심적 활동

○ 한 마을 안에서 조합원이 늘어난다는 것은 마을의 건강을 지켜내는 이웃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며, 장차 지역 전체를 변화시키는 힘이 축적

4. 토탈 서비스 체계로써의 의료생협

○ 시민들에게 정직하고 공정하게 의료, 복지, 생활에 대한 상담 및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민주적 건강센터가 필요함.

○ 의료생협은 직접적인 서비스를 통해서, 조합원 네트워크를 통해서, 관련단체와의 협력체계를 통해서, 확보하고 있는 다양한 정보체계를 통하여 시민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계할 수 있음.

5. 급속한 고령화와 복지국가의 후퇴에 따른 시민에 의한 사회안전망

○ 신자유주의 정책, 한미 FTA 체결로 국가의 재정수입은 줄어들게 되지만 고령화 등 사회적 비용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음.

○ 소득양극화는 확산될 예정이며, 소시민의 복지안전망은 점점더 악화될 것임.

○ 의료생협은 이러한 정세변화에 대한 시민적 안전망을 구축해나가는 것임.

6. 사회를 변화시키는 의료생협

○ 사회적 차별은 불건강의 가장 주된 원인이 되고 있음.

○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고령자, 여성, 아동, 이주노동자 등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각종 제도적 차별과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고 변화시키기 위한 시민적 운동으로 발전

5. 생명가치를 존중하고, 평화를 만들어 가는 의료생협운동

○ 의료생협이 추구하는 것이 모든 이에게 차별없는 의료, 모두가 건강한 사회라고 한다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문제, 전쟁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나가야 함.

○ 한국의 의료생협은 개발지상주의에 빠진 한국사회에서 시민과 생명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생명운동, 군비증강과 전쟁위험의 증대에 대응하여 시민적 평화운동

□ 사회적협동조합의 모색

정리 1 - 나는 사회적이다.

나는 무수한 관계의 그물망 속에 온전히 살아있다. 각각의 ‘나’는 역사적으로 공통된 것을 확장시켜왔다. 각각의 ‘나’를 관통하는 공통된 것들이 우리를 살아있게 한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개성과 특이성은 존재하나 개인은 없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코뮤니티이다.

최근 ‘사회적’이란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수많은 공통된 것들을 해체하고 자본에 의한 경직된 위계질서를 강화해나가는 신자유주의의 시대에 왜 촌스럽게 ‘사회적’이란 말을 거론하는가. 모순되지만 그것이 신자유주의의 강점이다. ‘사회적’인 것도 상품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당장 우리 주변을 보라. 오늘의 한국사회는 ‘의료생협’이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제 ‘사회적’이란 용어를 명확하게 사용하자. 아니 선명하게 실천하자. ‘사회적’이란 공통된 것이다. 일상의 삶속에서 온전한 삶을 보장받기 위해 언제나 새롭게 창조되는 보편적 실천이다. 거기엔 특별한 전제나 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피부, 인종, 국가, 장애, 젠더, 나이를 뛰어 넘으며, 인간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생명으로 확장된다. 따라서 ‘사회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회운동’은 낯선 것들 속에서 ‘공통된 것’을 찾아내는 퍼즐 맞추기 게임이다.

‘사회적’인 것은 강제될 수 없다. 국가 사회주의는 ‘사회적’인 세상을 만들지 못했다. 자기 자신의 손발과 머리로 찾아낸 것이 아니고, 저 위로부터 국가권력이나 자본이 강제한 ‘공통된 것들’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지 못한다. 일상의 삶속에서 공통된 것을 발견하는 기쁨이 우리를 사회적이게 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자선은 ‘사회적’이지 않다. 자선은 사회적 실천이 아니다. 자선하는 자와 시혜받는 자 사이에는 공통된 것이 창조되지 않는다. 그 둘 사이엔 커다란 장벽이 놓여 있다. 자선하는 자는 낯선 시혜자들이 자신의 일상에 개입하길 원하지 않는다. 낯선 것들이 몰고 올 공포감과 혼란을 예방하고 싶은 심리적 기제의 작동이다.

자선하는 자가 낯선 것들과 사회적 관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들은 함께 공통적인 것을 창조하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일까. 낯선 것들이 위험하기 때문인가. 흑인이 태생적으로 폭력적이어서 백인들은 흑인을 피하려고 하는가. 그렇지 않다. 낯선 것이 공포이며 적선의 대상인 이유는 자선하는 자 스스로가 낯선 것을 잉태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흑인을 흑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빈곤한 자를 불행한 자, 동남아 사람들을 열등한 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공통된 것의 생성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의료생협운동의 실천적 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 의료생협운동은 자선하는 자와 시혜받는 자의 장벽을 넘어서서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된 것을 창조하는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의사와 환자, 자원활동가와 대상자, 의료생협간의 국제적연대를 지향하는 새로운 코뮤니티 형성이 우리의 사회적 목적이 되어야 한다.

정리 2 - 건강은 사회적이다.

건강은 사회적 총체성의 표현이다. 정신과 육체는 사회적 상호작용이다. 건강은 공통의 욕구이며 보편적 지향이다. 건강의 사회적 속성이 그 자체로 실현되지 않으면 건강은 없다.

건강을 개인으로써의 ‘나’의 영역으로 몰아가는 경향성이 존재한다. 불건강의 일차적 원인을 개개인의 불건강한 생활습관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정확하고 냉정하게 표현하면 개인의 구매력과 정치력의 문제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건강은 쉬어야 할 때 쉴 수 있는 자, 좋은 음식을 마음껏 취할 수 있는 자, 정기적인 검진과 안정된 의료서비스를 받는 자, 편안한 집에서 휴식할 수 있는 자, 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육체적 피로를 적게 느끼는 자들만을 위해서 준비된 상품으로 존재한다. 때문에 사회적 관계로써의 ‘나’, 수많은 공통된 것들 속의 ‘나’가 아니라 시장 자본주의에서 또 하나의 상품인 ‘개인’으로써의 ‘나’를 건강의 주체로 보는 것은 허구이다.

세계보건기구가 말하는 신체적, 정신심리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란 무엇을 말하는가. 사회적 총체성으로써의 건강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신체는 개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신체는 노동하는 몸이다. 노동은 사회적 관계이다. 즉 신체는 사회적 관계로써 존재한다. 노동조건, 식생활, 주거환경, 대기환경이 나의 신체적 역량을 규정한다. 나는 건강하기 위해서 노동조건과 식생활, 주거환경, 대기환경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없다. 나는 적응해야 한다. 적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정신심리적 건강도 마찬가지 문제이다. 정신과 심리적 상태는 나와 세계와의 상호작용의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매일 아침 강간, 폭행, 차별, 전쟁이 언론지면을 채우는 현실적 상황에서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라고 말하는 것은 폭력이다.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납득할 수 있는 삶’을 강요할 수 없으며, 또한 강요받을 수 없다. 행복하고 싶다는 공통적 욕구와 행복의 조건을 만들어 가는 공통의 실천이 없이 정신심리적 건강은 보장될 수 없다. 따라서 오히려 정신심리적 건강을 보장받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력이다. 불합리한 현실을 강제로 수용해야 하는 정신분열적 상황에 대하여 명확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 우리에게 절실하다. 진실과 마주하는 것이 불편하거나 두려운 사회가 정신분열증을 야기한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마음껏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그런 사회적 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정신심리적 건강의 전제조건이다.

마지막으로 표현된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는 공통된 것으로써의 ‘사회적’인 것들이 구체적인 사회시스템으로 표현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성, 노인, 아동, 장애인, 이주자들이 모두 안심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의 미래상은 우리 자신의 능동적인 실천을 통해 구체적인 사회시스템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즉 ‘사회적’인 것은 사회적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한편 건강을 제도적 관리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경향성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 건강이 금연에 대한 법적 강제와 정기적인 건강검진의 문제인가. 금연과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건강의 기본요건의 하나일 뿐이다. 건강을 관리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현재의 권력적 위계질서를 강화하는데 기여한다. 건강을 의료전문가의 관리시스템에 의존하는 것으로 우리를 착각하게 하며, 그로써 우리의 실천은 국가권력의 문제로 한정되고 만다. 또한 각각의 ‘나’가 참여하고 있는 코뮤니티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은폐한다. 각각의 코뮤니티가 공유하고 있는 다양한 건강의 욕구들이 정치화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과연 도시 슬럼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건강문제가 흡연과 건강검진의 문제인가. 현재의 사회적 조건에서 이들에게 질환의 조기발견은 생활의 피폐함으로 이어질 뿐이다.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죽음은 정기적인 건강검진 프로그램으로 예방될 수 있는 것인가.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노동을 해도 자녀들의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상인들에게 국민체육센터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찬가지로 노점을 하는 할머니들의 관절염은 금연으로 치유될 수 없다.

오히려 전국적인 금연운동과 금연구역 확대는 ‘흡연자가 건강의 적’이라는 허구적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각의 공통된 건강의 요구를 정치화할 수 있는 코뮤니티 즉 결집의 권리이다. 안정된 주거를 요구하고 실현할 권리, 노동안전과 보건을 실현시킬 권리, 적절한 노동으로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가 절실하다. 우리에겐 자신과 이웃의 삶에 근거한 공통된 건강의 요구를 조직하고 사회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권리와 실천적 능력이 필요하다.

정리 3 -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사회적이다.

건강이 ‘사회적’이라면 의료는 각각의 코뮤니티가 생산하는 건강의 욕구에 부응하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기능하여야 한다. 의료생협운동은 위계적 지도에 기초한 단일한 코뮤니티가 아니라 우리 안에 어슬렁거리는 무궁무진한 코뮤니티들의 자율적 네트워크로써의 결집이다.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사회적’이다.

의료생협운동은 관계의 운동이요, 요구를 생산하고 결집시켜 나가는 운동이다. ‘개인’이라는 허구를 넘어서서 수많은 관계 속의 ‘나’를 발견하는 운동이다. 수많은 관계 속의 ‘나’는 공통된 것이며 동시에 특이성으로써의 ‘나’이다. 이러한 관계성 속에서 구체적 요구는 무궁무진하게 생성되는 것이다. 의료생협운동은 이토록 다양한 요구들을 각각의 ‘나’의 자기각성을 통해 결집된 요구로 만들어 나가는 실천적 운동이다.

우리는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에 기초한다’는 관성화된 원칙을 재해석해야 한다. 단지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협동조합이라면 가장 올바른 협동조합은 ‘주택재개발조합’이 아니겠는가. 그들만큼 단일한 목적으로 강고한 결합을 이룬 조합이 어디에 있겠는가. 따라서 의료생협운동은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를 창조한다는 지점에서부터 고민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수많은 관계 속의 ‘나’에 대한 발견 그리고 그에 따른 공통된 것들의 발견이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로 표현되어야 한다.

모든 의료생협이 ‘사회적’인 것은 아니다. 사회적이고자 실천하는 의료생협이 ‘사회적’이다. 만일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의료생협이 ‘사회적’이길 희망한다면 우리의 목적은 보다 선명해져야 한다. 개인에 대한 허구의식에 기반한 건강 이데올로기, 관리시스템으로써의 의료체계, 다양한 코뮤니티를 위계적 관리체계로 계열화하려는 관료적 속성을 분명하게 거부해야 한다.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는 68혁명의 가슴 뛰는 구호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기 위해 의료생협은 불가능한 것을 잠재력으로 변화시키는 일상적인 실천을 만들어 가야 한다.

현재 여러 의료생협들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인증은 각각의 의료생협이 제도적 기반을 좀 더 건실하게 하고,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데 있어서 외적인 강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적 강제에 의존해서는 ‘사회적’ 목표를 실현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 내부에서 생성되는 ‘사회적’인 것, 공통의 것들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데 사회적 기업 인증은 적절한 수단으로 기능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의 고민을 넘어 ‘사회적 협동조합’으로써의 우리의 미래를 모색하자. 사회적 기업이라는 외피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내부의 질적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인 협동조합으로의 질적 도약을 시작해보자.

실천 1 - 민주경영의 모델을 창조하자.

‘사회적’인 것은 공통의 것이라고 말하였다. 외부의 권력에 의해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관계 속의 ‘나’로부터 시작하는 공통의 것의 생산이 ‘사회적’인 사회로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사회적 협동조합을 지향하는 의료생협운동은 수많은 공통된 것 즉 다양한 코뮤니티의 자율적 결사로써 표현되어야 한다. 각각의 코뮤니티가 완전하고 자유롭게 참여하는 경영시스템을 창조하는 것이 민주경영의 핵심목표이다.

지역조합원의 코뮤니티, 삶의 특수성에 기반한 코뮤니티(장애인 모임, 산재환자모임, 자활참여자들의 모임 등), 일하는 사람들의 코뮤니티(의료인, 직원, 자원활동가 등) 모두가 경영에 직접적 참가를 보장받아야 한다. 우리 안에 직위와 직책은 있을 지라도 위계질서는 거부되어야 한다. 모두가 모두를 지배하는, 그로써 모두가 모두를 보살피는 활력있는 창조적 조직을 만들어 가는 게 우리의 목표이다.

실천 2 - 파편화된 삶을 공통의 요구로 조직하자.

의료생협의 미래는 지역의 ‘사회적’인 것으로의 전환에 달려있다. 조합원 조직을 확대하는 것은 ‘사회적’인 것 즉 우리 안에 공통의 것을 생산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타인에 대한 경쟁과 적대의식에 기초한 파편화된 삶을 공통의 것으로 조직해야 한다. 철저히 삶에 밀착된 공통의 것, 활력이 넘치는 코뮤니티 간의 네트워크가 ‘지역’이란 의미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이것이 행정적 의미의 ‘지역’을 뛰어넘어 살아 숨쉬는 코뮤니티로써의 ‘지역’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불가능한 것은 의료생협 안에서 잠재력으로 재해석 되어야 한다. 장애, 빈곤, 정신적 문제가 삶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제약하는 모든 것은 잠재적 가능성으로 새롭게 실천되어야 한다. 그들에게 ‘지역’은 이동권이 제약된 불편과 차별의 공간이 아니라 함께 공통의 것을 요구하고 실천하는 살아 숨쉬는 코뮤니티로 재창조 되어야 한다. 의료생협 진료소가 반경 500m 내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긴밀하게 결합된 건강 커뮤니케이션 센터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각의 진료소는 수많은 코뮤니티의 소통채널이 되어야 한다.

실천 3 - 관리형 의료가 아니라 참가형 시스템을 만들자.

의료생협의 의료기관은 다양한 의료전달체계의 하나로써 기능하기를 거부해야 한다. 우리는 오히려 기존의 의료전달체계를 전복시키는 혁명적 상상력을 갖추어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회적’ 의료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코뮤니티가 생산하는 무지개 빛 건강의 욕구를 구체적 시스템으로 전환시키는 ‘사회적’ 의료의 창조가 의료생협 의료의 목표인 것이다.

‘사회적’ 의료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 그 첫발자국은 시민 참가형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참가형 시스템은 지역사회 코뮤니티 강화에서부터 시작된다. 행정적 단위가 아닌 코뮤니티로써의 지역의 재구성이 관건이며, 거기에서 우리의 의료적 실천과제는 도출된다. 의료생협은 기존의 시스템화된 의료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위치에서 탈피하여 지역 코뮤니티의 욕구를 의료화하는 활동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지역일수도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일 수도 있으며, 장애인일 수도 있고 도시의 슬럼가일 수도 있다. 우리는 각각의 파편화된 단위를 코뮤니티로 전환하고, 다양한 코뮤니티 안에서 의료적 실천을 생산해야 한다. 우리는 객관적 위치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직접적으로 거주해야 한다.

자 이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써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 우리가 꿈꾸는 사회적 협동조합은 단지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보장하는 곳, 국가의 사회서비스를 대행하는 곳이 아니다. 우리 안의 무궁무진한 코뮤니티를 구성해내자. 모두가 모두를 보살피는 새로운 지역을 창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