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10시반 잠시 요기를 하면서 다리를 쉬어준다. 해발 320미터에서 1,100고지까지 거의 쉼없이 올라야한단다. 한시간 반이면 거의 650고지정도 되지 않을까? 낙민님의 새우튀김을 안주로 정진님의 막걸리추렴을 하고 기수성님의 조양동 '할머니김밥'으로 주린 속을 채워 본다.
계속 오르고 또 오른다. 요즈음 대간길을 다녀서인지 주말 산행이 대간길 예행연습같은 느낌이다. 함께하지 못하는 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대간길로 인해 나 자신이 다시 산길을 찾아들었으니 예기치 않은 대간행이 나에게는 이렇게 삶의 활력소가 된다. 오늘의 비탈진 오름길도 그렇고 심심찮게 만나는 암릉구간도 그렇고 이렇게 고즈넉히 오르는 봄맞이 길도 모두가 새롭게 느껴진다.
이른 11시 40분 매봉으로 가는 중에 만나는 '매봉'같은 암봉이다. 이 즈음 허기도 느껴지고 쉼없이 오르는 기울기가 조금씩 부담스러워지면서 매봉의 실체가 궁금해진다. 시간상으로는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보시다시피 능선의 한쪽은 뽀송하게 마른 낙엽이 수북하고 반대쪽은 눈과 얼음이 덮혀 두계절의 만남을 잘 보여준다.
또 눈 덮힌 사면쪽의 기어 오르는 구간이다. 아이젠을 갖고는 있지만 끝까지 안차고 오른다. 귀찮아서리...
늦은 12시 20분 드디어 기다리던 매봉이다. 정상이 반듯하게 밀려있어 헬기의 이착륙도 가능해 보인다. 완전한 흙봉우리다. 여기서 모나님의 정성이 넘치는 사골 만두국(1인당 두개; 엄청나게 컸슴. 물론 무쟈게 ?있었고)과 압력솥밥을 누룽지까지 훑어서 설거지 했슴. 도시락을 가져온 두분은 그대로 다시 지고 내려감. 지난 번 개인약수에서 약수라면만 먹게 했던 업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암튼 명섭님이 지고 오느라 만만치 않았을 점심내용이었네요.
그렇게 곱창을 채운 님들의 만족스런 표정이다. 멋지게 한 컷하고 40여분 거리의 한석산을 향해 출발한다.
해가 적게드는 비탈의 눈쌓임이 적지 않은 구간이다. 그래서 이런 모습의 여정이 된다.
중간의 임도에서 일행을 기다리면서 망중한을 즐기는데...
나는 한석산쪽의 비탈을 올라서서 하늘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여유를 부리는데 후미가 도착하고도 중간의 모나님과 묻지마 님의 행방이 묘연하다. 해우소를 찾아간 모양으로 여기고 이짓 저짓을 하며 시간이 흘렀으나 나타나지를 않네... 기태가 전화를 넣어 보지만 응급전화 외에는 사절이란다. 이게 응급전화인디.. 명섭이가 뛰어 올라 가고 뒤이어 기태가 올라간다. 아무리 되집어 보아도 옆으로 샐 길이 없던데 어케 된거여?...
사색이 되어 혈색이 더 좋아보이던 묻지마님이 우릴 보더니 얼굴이 풀어진다. 그리 떨어진 거리도 아니었는데 잠깐 사이에 우리가 사라져 버린거다. 소리를 지르고 해도 응답이 없어 길을 찾다가 오른족으로 표식기가 보여 그것을 따라 야무지게 따라내렸단다. 명섭이를 기수성님과 함께 원래 코스대로 보내고 나머지 우리는 함바집 주모를 찾아 예정에 없던 코스로 부지런히 내려가던 중 겨우 통화가 되어 그쪽으로 하산길을 잡고 이렇게 내려가는 중이다.
잠시 쉬면서 한컷. 이런 인연으로 저 아래 마을을 지나가 본다. 저 아래의 삶의 모습들은 어떤 향을 지니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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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산의 오늘 원문보기 글쓴이: 오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