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낚는 법 배우기
이번 캠프는 크게 세 과정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째는 연구 수업으로 5~6명이 한 모둠을 만들어 직접 생활기술 자료를 찾아 교안을 만드는 교육 과정이다. 기술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필요한 생활기술을 찾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일깨워주자는 취지에서 시도한 것이다. 자료는 인터넷에 무궁무진하다. 다만 어떻게 찾아 써먹을지 잘 모를 뿐이다.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를 열고 다양한 적정기술을 국내에 소개해온 김성원 선생님은 수 년 동안 자신이 직접 익혀온 방식을 빠짐없이 참가자들과 공유했다. 생활기술에 관련한 다양한 온라인 누리방 목록을 정리하고 어떤 열쇠말로 관련 자료를 검색하는 지, 무슨 형식의 문서 자료를 찾아야 하는지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일러줬다.
이를 바탕으로 모둠별 활동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모여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교안을 만들었다. 모임은 밤 12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모둠별 연구 수업 발표는 마지막 날 오전에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저마다 맡은 분야에 대한 자료 정리와 설명은 물론이거니와, 교육의 방향과 목표는 무엇인지, 준비물은 어떤 것이 있는지, 수업은 몇 시간에 걸쳐 어떤 주제로 진행할지 등을 쉽게 풀어내어 그대로 교육현장에 적용해도 될 만큼 훌륭한 교안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면 이동식 간단건축에 대해 연구한 팀 경우, 인디언이 집으로 사용하는 티피에 대한 교육 교재로 설계도면부터 설치요령에 이르기까지 아주 자세한 자료들을 준비했고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와 쓰다만 천 등을 이용해 티피의 모형을 만들기도 했다.
둘째는 공동 수업으로 바이오디젤과 증발에어컨을 만드는 교육이었다.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이사인 안병일 선생님이 맡았다. 캠프 넷째 날, 하루 종일 모든 사람들이 이론과 실습수업에 참여했다. 특히 참가자들은 바이오디젤 만들기에 흥미를 보였다. 폐식용유가 몇 단계 과정을 거쳐 경유 대신 차를 움직이는 바이오디젤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관심이 높았다. 바이오디젤은 석유류 연료보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양이 매우 적다. 또 땅과 물에 쉽게 분해가 돼 자연 환경에 부담을 덜 주고, 폐식용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면에서 아주 좋은 친환경 대체연료이다.
증발에어컨은 물이 수증기로 증발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는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이미 여러 나라에는 물이 증발되는 곳에 바람을 통과시켜 건물을 시원하게 하는 냉방기술이 보편화돼있다. 수 천 년 전부터 얼음을 보관을 위해 지어진 이라크의 야크찰이나 공공장소에서 주로 사용되는 아랍의 바람 탑과 같은 건축물들이 대표적이다. 이번 교육은 집에서 간단하게 증발에어컨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우리나라 여름은 너무 습해서 증발이 잘 일어나지 않아 증발에어컨의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증발의 원리를 이해하는 교육 도구로는 활용될 만했다.
흙 미장과 직조, 손으로 배우는 삶의 기술
셋째는 이번 캠프의 핵심인 심화 분리 수업이다. 교육은 사흘에 걸쳐 이뤄졌다. 이 교육은 흙 미장과 직조, 두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최소한 한 가지 분야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처음 참가신청 때 참가자들에게 한 분야를 선택하도록 했다.
흙 미장은 김성원 선생님이 가르쳤다. 흙 미장을 위한 재료 준비부터 재료들의 혼합 비율, 흙을 벽에 바르고 문지르는 방법, 천연 페인트를 만들어 벽에 칠하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이었다. 산마을고등학교 건물의 한 쪽 벽이 실험 대상으로 선택됐다. 교육이 진행될수록 밋밋하던 벽들이 아름다운 예술 작품처럼 변해갔다. 긴장감도 감돌았다. 미장이 완성될수록 서로 은근한 경쟁심리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미장은 건물 건축의 화룡점정이다. 건물을 아름답게 해줄 뿐 아니라 벽을 보호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화학 물질이 아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친환경 재료로 미장 하는 일은 건물에 생기를 더할 뿐 아니라 벽의 수명을 길게 하는데에도 중요하다.
직조는 이세일, 윤용신, 송은희 선생님 세 분이 가르쳤다. 이세일 선생님은 베틀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참가자들은 자기 손으로 직접 베틀을 조립했다. 처음 공구를 잡아본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내 익숙하게 베틀을 만들어갔다. 윤용신 선생님은 베틀을 이용해 래그러그, 못 쓰는 천을 재활용해 깔개나 무릎 담요 등을 만드는 직조 방법을 가르쳤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가져온 천을 잘라 날실을 만들어 씨줄에 끼워가며 래그러그를 직조했다. 송은희 선생님은 쉬운 도구를 이용해 직조하는 방법을 교육했다. 아이들이 간단하게 배워 목도리나 팔찌 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사실 천을 짜고 옷이나 목도리 등을 만들어내는 직조는 여러 생활기술 가운데 가장 기초 분야라 할 수 있다. 의복과 인간이 생활은 결코 따로 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일궈가기 원한다면, 농사를 짓는 것만큼이나 직조를 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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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기술의 열기는 이어진다
끝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참가자들은 아쉬워했다. 더 많이, 더 깊이 배우고 싶은 마음과 달리, 교육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갔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이 점점 모이더니 결국 스스로 캠프 뒤 모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정한 날에 가끔씩 모여 저마다 익힌 것들을 나누기로 약속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생겨난 것이다. 또 교육을 준비한 주최 측에서는 겨울에도 생활기술교육을 위한 캠프를 이어서 열기로 했다. 꼭 같은 형태와 분야는 아닐지라도, 교육 현장에 삶을 위한 기술이 더욱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었다.
이제, 공장의 톱니바퀴 속에 갇혀버린 기술이 다시 사람들의 손과 발로 돌아와야 할 때이다. 자연을 파괴하고 사람들 사이에 불평등을 조장하는 높은 기술(하이테크)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일궈냄으로써 참된 자유와 평등이 이뤄지도록 도와주는 낮은 기술(로우테크)이 절실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생활 기술이야말로 삶의 가치를 머리가 아닌 온 몸으로 깨닫게 하는 착한 기술이다. 이번 캠프는 착한 기술로서의 생활 기술이 교육 현장 속에 새로운 희망으로 꽃 필수 있도록 물꼬를 틔어주었다. 우리에겐 그 희망의 물길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더 힘차게 노력해야겠다는 기분 좋은 숙제가 생겨났다.
삶에서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가요
: 생활기술 캠프 참가자들 목소리
서수미(대안학교 중고등교사) : 삶을 바탕으로 한 배움이었기에 잠자던 열정을 일깨우는 연수였다. 생각하기만 하던 것을 삶에서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간다.
오영덕(제주, 환경활동가) : 평소에 관심이 많았지만, 생활기술의 분야가 이렇게 다양한지 잘 몰랐다. 새로운 기술들을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나무꾼(대안학교 초등교사) ; 생활기술을 배우면서 학교생활에서 지친 것들이 치유됐다. 엄두 내지 못했던 것들을 시도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돌아가서 생활기술을 교육하는 일을 열심을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 막막하기도 하다.
파도(대안학교 중고등교사) : 그동안 학교에서 혼자 적정기술에 대해 고민해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힘이 들었다. 이번 교육을 통해 생활기술에 더 많은 분야가 있다는 사실과 교육을 더 효과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돼 좋았다.
글, 사진 : 황민혁(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
* 이 글은 생태환경문화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4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