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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모 시인(전북도 정무기획과장) |
전북도청에서 그를 본 게 벌써 20년 가까울 것이다. 그때는 우리 모두 청춘이었다. 지금도 우리 마음은 그 때에 닿아 있다. 머리가 하얗게 센 그를 보면서 우리의 세월이 적지 않게 흘렀음을 새삼 깨친다.
그는 주로 기획실에서 근무했다. 도청 기획실이라는 데는 일 많기로는 한이 없는 부서다. 그야말로 밤낮이 따로 없다. 그는 묵묵히 일만 하는 공무원으로 각인돼 있다. 따로 말도 없었고, 나서지도 않았다. 근면 성실한 공무원이었다.
그런 그가 벌써 56세가 됐고, 벼슬도 4급 서기관이 됐다. 전북도 김철모 정무기획과장. 아직도 ‘기획’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그의 근면 성실성 또한 변함없을 성 싶다. 여전히 일속에 파묻혀 살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사람이 시를 쓰고, 시집을 냈다고 한다. 벌써 네 번째 시집이란다.
김철모 시인은 2007년 설중매 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시인이 됐다. 말수 적은 품새로 볼 때 사고가 깊은 사람이고, 이 생각들을 글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네 번째 시집 제목은 ‘꽃샘 추위에도 꽃은 피고’다. 내겐 자신의 이야기로 들린다. 여행지에서의 느낌, 가족에 대한 애정, 신자로서의 반추 등 다양한 주제로 100여편을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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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모 시인의 네번째 시집 '꽃샘 추위에도 꽃은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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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어가면서 그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났다. 추억은 사람 관계를 풍성하게 한다. 백담사를 가면서 자신의 공직생활을 돌아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쉬운 길이 어디 있으랴... 공직 생활도 백담사 가는 길 만큼이나 고행이었을까...?
<세속의 허물 벗고 / 구도의 길 따라 / 걷고 또 걸어 / 내설악으로 // 가면 갈수록 / 붙잡고 또 붙잡고 / 좌우로 펼쳐진 / 계곡과 산천들 // 한발 띠면 / 잊혀질까 / 열 발 띠면 / 사라질까 // 속세와 서방 정토 / 넘나드는 / 백담사 가는 길은 / 이리도 먼 고행인가.> - ‘백담사 가는 길1’
터키 이스탄불 그랜드 세뇰 호텔의 엘리베이터는 자신의 분신인 듯싶다. 그의 보다 젊던 시절이 떠올랐다.
<저녁내 울어대는 울음소리 / 신음소리라는 걸 / 아침에야 알았다 // 노쇠한 몸을 이끌고 / 오늘도 숨 가쁜 짐꾼 다하랴 / 밤새 울어 댔으니 // 하루도 빠짐없이 / 찾아오는 손님들 / 그들의 피로를 잠시라도 / 덜어주기 위해 // 비록 몸은 늙었지만 / 오늘도 밥 값하는 / 호텔 엘리베이터 // 나는 오늘 / 밥 값이나 제대로 했을까? > - ‘호텔 엘리베이터’
그의 인간적 따뜻함은 시집 뒤편에서 두드러진다. 하나하나 가족을 챙기고, 그리고 천주교 신자로서의 봉사 자세와 종교적 마음가짐을 경건하게 그려낸다. 시집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시는 2014년 교황의 한국 방문에 즈음해서 쓴 글이다.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그린 듯하다.
<일곱 번이 아니라 /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하라는 말씀 // 가슴 속에 새기고 / 정수리에 새기고 // 당신이 주고 가신 / 낮음으로부터 시작 / 그 고귀한 선물 / 영원히 간직하리다 // 가난한 사람에게 / 장애인들에게 /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에게 / 위안부 피해자에게 / 그리고 / 대접받지 못하고 / 자기 목소리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 용기와 희망 큰 선물 주셨나이다 // 주님을 지키기 위해 / 목숨까지 기꺼이 내 놓은 / 순교자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아 // 먹구름 가득한 / 2014년 대한민국에 / 희망주고 따뜻한 위로 주었으니 // 이제 모두가 화해하고 / 서로 용서하면 살아 갈 지어다.> - ‘교황 프린치스코’ |
첫댓글 김철모 시인의 시집 <꽃샘 추위에도 꽃은 피고> 출간을 멀리 대구에서 축하드립니다.
감사 합니다.
주소 주시면 보내드릴까 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