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마중 / 김태연
이번 여름은 정말 혹독했다.
남편의 친구 어머니는 온열질환으로 돌아가셨고, 나의 친정 어머니는 코로나에 걸리셨다.
남편의 친구 어머니는 낮에 밭으로 일을 나가셨다 변을 당하셨다. 할아버지와 함께 나가셨는데, 할머니만 늦게 발견 되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셨다. 찰나의 순간에 부인을 떠나보낸 할아버지의 흐린 눈빛이, 아직도 아련하여 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나의 친정어머니는 코로나에 걸리셨다. 유행시에는 한 번도 걸리신 적이 없으셨는데, 이번에는 방심하셨는지 처음으로 코로나에 걸리셨다.
어머니는 초기에 발견되어 쉽게 코로나를 다스릴 수 있었지만,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셨다. 그 많은 후유증 중에 하필이면 미각상실이 왔다. 모든 음식이 써서 못 드시겠다고 하셨다.
어머니 당신도 ‘이러다 죽겠구나!’ 싶으셨단다.
병원에서 영양제를 두 대나 맞아도 쉽게 입맛이 돌아오지 않아, 억지로 죽을 입으로 들이부어셨단다.
거기다 못난 딸은 발목까지 접질러서 깁스를 하여, 찾아뵙지도 못하고 멀리서 가슴만 졸였다. 다행히 영양제 덕분인지 나의 기원 덕분인지, 어머니는 서서히 입맛이 돌아오셨다.
입추도, 처서도 지났는데 며칠째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가을 문턱이 너무 높아서인지, 계절은 좀처럼 문턱을 넘을 생각이 없는 듯 하다.
그래도 세월은 눈에 보이지 않게 물 흐르듯이 흐르나 보다. 저녁이 되면 풀벌레 울음 소리가 달라졌다.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도 빰에 스치는 바람결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새벽에 눈을 떴는데 몸이 춥다는 것을 감지했는지 이불을 어깨까지 덮었다.
빨래를 널러 옥상에 갔다. 올려다 본 하늘이 깊고 파랗다. 가을이 왔음을 하늘이 먼저 말해 주고 있었다.
아직 햇살은 여름만큼 강렬하다. 저 햇볕이 곡식과 열매를 더욱 영글게 하겠지? 빨래를 다 널고 그냥 내려가기가 아쉬워 가을볕 바라기를 하였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마음이 서서히 자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밭일하러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 보내고, 가을 볕에는 딸을 내보낸다'고 했나보다.
가을이 오면 제일 먼저, 내가 마중을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