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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 본설(本說)
1. 반야심경(般若心經) 제목에 대하여
(1) 제목과 역경승 현장법사(玄奬法師)
이제 우리는 본격적으로 반야심경에 대하여 공부해 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본문에 앞서 우리는 제목을 만나게 됩니다. 반야심경(般若心經)의 원제목
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이라는 10자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독송하는 반야심경은 당나라의 역경승(譯經僧) 현장법사(玄奬法師)의
한역본입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산스크리트어 원제목은 Prajñāpāramitā-hrdaya-sūtra인데 현장법사는 그대로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이라고 번역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살피고 넘어가야 할 것은 현장법사가 번역한 심경(心經)에는 마하(摩訶)가 없는데
우리는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라고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다른 타본
(他本)에서 마하(摩訶)를 인용하여 와서 이것이 관행(慣行)이 되어 마하반야바라
밀다심경이라고 경제(經題)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 제목에 대하여 마하반야바라밀다경 600권이라는 거대한 경의
핵심을 요약해 설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보는 관점이 많으나 현장 스님보다 200년
전에 유명한 역경승 구마라집(鳩摩羅什)은 이 경을 마하반야바라밀명주경(摩訶
般若波羅蜜明呪經)이라 번역했다며 이 경의 의도는 명주(明呪. 만뜨라)를 제시
하는데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불모(佛母)인 반야바라밀 보살의 심장이
란 이 경의 최후에 있는 명주를 나타내는 것이라 보고 있는 학자도 있습니다.
이 경제(經題)를 살피기 전에 우리는 이 경을 번역한 현장 스님에 대하여 알아
보는 것이 먼저일 것 같아서 간략히 기술해 봅니다.
현장(玄奬) 스님이라면 좀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삼장법사(三藏法師)라 하면
귀에 익어서 감이 팍팍 올 것입니다. 그것은 저 유명한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
법사께서 손오공과 저팔계ㆍ사오정을 데리고 천축으로 불경을 가지러 가는데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삼장법사(三藏法師)란 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경장(經藏)과
부처님께서 승려의 바른 생활을 설한 율장(律藏)과 경과 율에 대하여 해석을 더한
논문인 논장(論藏)에 능통한 분을 말합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현장 삼장외에도
삼장법사는 많습니다.
현장법사(玄奬法師 600~664)는 당나라의 승려로 인도에 다녀온 대여행가이며
불전(佛典) 번역상 새시기를 기록한 신역(新譯)의 대가입니다. 불전 번역사에
있어 구마라집(鳩摩羅什) 삼장(三藏)이 번역한 경전을 구역(舊譯)이라 하고 현장
삼장이 번역한 경전을 신역(新譯)이라 합니다. 또한 중국 법상종(法相宗)을 전한
스님이기도 합니다.
낙주(洛州) 출신으로 13세에 낙양 정토사에 출가한 후 약 15년간 여러 지방의
선지식을 접하여 섭대승론(攝大乘論)을 중심으로 열반경(涅槃經)ㆍ발지론(發智
論)ㆍ성실론(成實論)ㆍ구사론(俱舍論) 등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스승의 이설
(異說)이 따를 만한 것이 없음을 한탄하고 원전에 대한 연구를 위하여 인도 여행
을 결심하고 당 태종 3년(629) 법사의 나이 30세에 육로로 서역을 거쳐 635년
중인도 나란타사에 이르러 계현(戒賢)에게 사사하여 유가(瑜伽)ㆍ현양(顯揚)ㆍ
파사(婆娑)ㆍ구사(俱舍) 및 호법(護法)의 유식설(唯識說)을 배우고, 승군(勝軍)으
로부터) 유식결택(唯識決擇))ㆍ장엄론(莊嚴論)을 수학했으며, 여러 선지식을 친견
하고 불적(佛蹟)을 참배했습니다.
약 17년간 두루 다니다가 645년에 범어(梵語) 경전 657부를 가지고 장안(長安)
으로 돌아와 당태종의 후한 영접을 받았습니다. 646년 여행견문기(旅行見聞記)
인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 12권을 썼습니다. 귀국후 홍복사(弘福寺)ㆍ자은사
(慈恩寺)ㆍ옥화궁(玉華宮)에서 번역에 전념하여 대반야(大般若) 600권, 해심밀경
(解深密經) 등 번역한 경전이 75부 1,335권에 달합니다.
그 자신은 호법계(護法系) 유식(唯識)을 따랐으나, 그의 제자 규기(窺基)는
성유식론(成唯識論)의 주석을 내어 법상종(法相宗)의 개조(開祖)가 되었고,
신태(神泰)ㆍ보광(普光) 등에 의하여 구사학파(俱舍學派)가 생겼습니다.
당인덕(唐麟德) 원년 2월에 대자은사(大慈恩寺)에서 65세에 입적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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