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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들풀이 된 여성 임봉재 | ||||||
선생님께선 스스로를 들풀이라고 부르십니다. 들판의 풀 같은 약자의 삶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시어 60년이 넘는 세월을 들판에서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살아오신 분입니다. 또한 당신 스스로 들풀처럼 살다 스러지기를 원하시는 분입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농민운동으로 뛰어드셨습니다. 농업, 농촌을 짓밟고, 개발 만을 부르짖던 그 시절(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에 피폐해져 가는 농촌을 살리고자 하신 것은 그 분의 따스한 품성으로 볼 때 지극히 당연한 일이셨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고달픈 농촌에서도 더욱 고달픈 여성 농민의 삶이 안쓰러워 가톨릭농민회 최초의 여성부장을 맡아 40년 가까이 농민운동, 여성운동을 하신 것은 어쩌면 당연한 당신의 자리였을 것입니다.
가농의 실무 일을 그만 두시고는 경남 산청의 지리산 자락으로 귀농하여, ‘삶이 곧 운동’인 모습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비닐과, 농약, 비료, 농기계 등 땅속 생명을 괴롭히는 것들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토종종자를 보존하고, 당신의 똥, 오줌은 발효시켜 원래 있었던 밭으로 되돌아갑니다. 머리도 거울을 보며 직접 깎으시고, 옷도 손수 만들어 입으시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누리고 계십니다.
선생님의 집에 들러 밥을 먹을 때면, 수십가지 채소들이 자연스레 자라는 풀밭 같은 밭에서 갓 뽑아온 남새를 무쳐주시곤 하는데 얼마나 향기로운지 모릅니다.
선생님은 요즘 많이 바쁘십니다. 2년 전 자연 속에서 자연처럼 살고 계시는 선생님께 가톨릭농민회 경남연합회장직을 맡겼기 때문입니다. 정 많은 그 분의 성격 때문에 차마 뿌리치진 못하신 것입니다. 계속 되는 회의며, 집회, 각종 행사, 강연 등에 다니시느라 2년 동안 많이 수척해 지셨지만, 그 많은 일들 고스란히 지고서 우직하게 바른 길로만 걸어가고 계십니다.
저는 선생님을 가톨릭농민회의 업무적인 일로서 주로 뵙고, 생명평화 모임을 통해 매달 또 다른 모습으로 뵙고 있습니다. 농민회 일을 통해선 그 넘치는 열정과 책임감을 배우고, 생명평화 모임을 통해선 인간적 따스함을 배웁니다. 나 자신의 변화를 통해 남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선생님은 저에게 보여주고 계십니다. 선생님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제 안의 평화 만을 생각하는 젊은 제가 참 부끄럽습니다.
부끄럽고 고맙습니다. 들풀님.
경남 함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
첫댓글 너무 아름답고 당당한 들풀님의 기개와 맑은 개울물 속의 반짝이는 여울같은 소밥님의 눈빛이 너무 잘 어울립니다.
12/2일자 신문을 소밥님 덕분에 저희는 12/1에 받아보았답니다. 칭찬하고 칭찬받을 수 있는 분들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기쁩니다.
근데 소밥님 글은 왜 안 올리시나용?
올려 놓았는데........... 머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