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9. 10. 28
■솔잎 먹는 방법을 기록함
약천 남구만(藥泉 南九萬) 씀
새로 딴 푸른 솔잎 한 말과 콩[太]세 되를 볶아서 솔잎과 함께 찧어 마르기 전에 즉시 고운 가루를 만든 다음 고운체로 젖은 가루를 친다.
냉수 반 보시기[甫兒]에 솔잎가루 한 홉을 섞어서 마시면 맑은 향기가 입 속에 가득하여 전혀 쓴맛을 느끼지 못한다.
백비탕(白沸湯)에 미음으로 따뜻하게 먹으면 더욱 굶주림을 견딜 수 있는바, 한 말의 솔잎과 세 되의 콩으로 한 말 남짓의 가루를 만들 수 있는데, 한 말의 가루면 백 명이 마실 수 있다. 그리고 만일 콩이 없으면 벼와 조, 기장과 피 등의 잡곡을 볶아 가루를 만들어도 모두 좋다.
시속의 방법에는 솔잎을 찧어 가루가 되기 전에 응달에서 말렸다가 다시 찧어 고운 가루를 만든다.
그러므로 맛이 매우 쓰고 또 말린 가루가 비록 곱지만 물에 타면 잘 풀리지 않아서 입에 들어가면 들러붙고 엉겨서 마시기에 불쾌하다.
그러나 젖은 가루는 처음에 체질하여 마르지 않았을 때도 맛이 이미 매우 담백하고 산뜻하며, 말린 뒤에도 맛이 변하거나 입에 들러붙을 염려가 없다. 또 가루를 만들 때는 반드시 지극히 고와야 좋으니, 두 겹의 체로 걸러 내면 더욱 좋다.
◇태(太)는 방언에 대두(大豆)라 하고, 보아(甫兒)는 방언에 작은 종지라고 한다.-
[각주]
백비탕(白沸湯) :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맹탕으로 끓인 물을 이른다.
출전 : 약천집 제29권 >잡저(雜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