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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역사소설]
다대포(多大浦)를 구슬피 떠도는
임란진혼곡(壬亂鎭魂曲)
[제9회]
동래성 수성(守成)계획
1
당장, 그것도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내일이라도 쳐들어올지 모를 왜구들을 맞아 목숨을 걸고 승산 없는 전쟁을 한바탕 치러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참으로 끔찍했다. 특히 싸움다운 싸움도 해보지 못하고 포로로 잡혀 갖은 수모를 겪다 참살당할 처지라면 남자대장부로서 그보다 더 치욕스런 죽음도 없을 것이다. 피아(彼我)가 전력이 동등한 가운데 막상막하의 싸움에서 패하여 숨통이 끊어진다면 차라리 덜 억울하겠다.
욕심 같아서는 1년 하다못해 반년이라도 시간을 벌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그렇다고 지금보다 더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선조임금이나 조정대신들이 개과천선(改過遷善)을 한다거나 정신을 차리지 않는 한 달라질 것이 없겠기에 어차피 치러야할 전쟁이라면 미뤘다 치른다 하여 더 나아질게 없다.
한편 왜구의 동향이 미심쩍기도 했다. 이미 5년 전부터 어쩌면 10년 전부터 왜구들이 집단으로 조선에 쳐들어올 것이라는 소문이 분분(紛紛)했고 또한 그러한 기미를 보여 왔다. 그보다 왜구들의 소소(小小)한 침입은 훨씬 그 이전부터 지속되어왔고 그런 일들이 하도 잦다보니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것이다. 따라서 왜구의 출병 급보가 사실이 아니기를 또는 사실이더라도 제풀에 꺾여 잦아들기를 내심 바랐다. 모두들 크게 내색은 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마음속에 천근 추를 늘어뜨린 만큼 가슴이 답답하고 무거웠으리라.
왜국은 지난 수년간 20만이 넘는 군사를 양성해왔고 수천 척에 달하는 전함을 건조해냈다. 그리고 최근엔 부산포에서 백리 남짓의 지척거리인 쓰시마섬에 5만이 넘는 군사를 대기시키고 총공격명령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그에 반해 조선은 안일하게 대처해왔고 따라서 전쟁준비마저 소홀하였다.
송상현은 그래도 1년여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그렇지만 나나 정발의 경우엔 불과 두 달여밖에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 외에 다른 군영에선 어느 정도 준비를 해왔는지 불을 보듯 뻔했다. 답답하기론 이각이나 조영규, 이언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연히 송상현에게 뛰어난 묘책이라도 있을까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본관에게 지나친 기대를 갖지 마소서. 괜히 부담스럽소이다.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자하는 내용은 어디까지나 본관 혼자서 대비책을 세우고 계획해본 것이외다. 먼저… 본관이 세운 계획부터 면밀히 검토해보시고 부실하다 여겨지거나 좀 더 나은 방안이 있으시면 지탄 없이 말씀해주시기 바라오.”
이각이 송상현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 알랑거렸다.
“송 부사영감은 그쪽 방면으로는 누구나 알아주는 대 전술가(戰術家)이시오니 틀림없이 완벽한 계획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사옵니다. 기대가 클 뿐이옵니다. 저는 그저 영감의 계획에 맞춰 따르겠사옵니다.”
좌중에 모인 장수들 또한 이각의 말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고맙소. 이각 병사. 그럼 이제 본관이 계획한 바를 소상히 말씀해 올리리다. 그리고 여러분들께서 내놓는 의견도 나중에 거름 없이 차분히 수렴할 것이외다.”
송상현은 조방장(助防將) 홍윤관(洪允寬)을 불러들였다. 그의 손에는 큼직한 지도가 들려있었다.
“이 지도에는 부산일대의 해성을 비롯하여 모든 전략지가 상세히 그려져 있소이다. 그리고… 각 전략지마다 각기 지닌 군력도 표기되어 있소이다. 물론 취약하다 여겨지는 지역도 별도로 표시해놨소이다.”
송상현은 홍윤관으로부터 지도를 건네받아 서탁 위에 그 지도를 활짝 펼쳤다. 부산지역은 물론 동쪽으로는 울산 그리고 서쪽으로는 거제도까지 포괄하여 상세히 그려진 지도였다. 나는 지도를 들여다보며 송상현에게 질문을 했다.
“각 군영마저 상세히 표시된 제대로 그려진 지도로군요. 근데 자세히 보아하니 경상좌수영 관할과 경상우수영 일부만 표기되어 있소이다. 그 외 전라도지역 군영들과도 군사협력관계를 의논한 바가 있었는지요?”
좌중에 모인 장수들 또한 그 점을 궁금하게 여겼다.
“본관이 동래부사로 부임해온 뒤로 왜군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 여겨질 때마다 각 수사군영에 몇 차례에 걸쳐 통발(通拔)을 보낸바 있소이다. 왜군이 부산포로만 쳐들어온다는 보장이 없는지라 왜환을 맞았을 경우를 대비하여 군사협력에 관해 의논하기를 권하였으나 무슨 까닭인지 한결같이 냉담했소이다.”
“아니… 어찌 그럴 수가?”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발이 송상현에게 물었다.
“저런~! 참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외다. 우리 군사력이 적에 비해 약할수록 똘똘 뭉쳐야 살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전략마저 모르지는 않을 터, 모두들 어떤 이유를 들어 송 부사영감의 제안을 거절하더이까?”
“아마… 같은 수군으로서의 경상좌수영 박홍 수사를 젖히고 동래부사인 본관이 나섬을 탐탁지 않게 봄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 바는 아니오나…, 가장 최근에 보낸 통발에 대한 답서들을 보아하니 대개가 왜군의 도발에 대해 그다지 우려할 바 못 된다는 내용이더이다. 경상우수영의 원균 수사는 ‘왜놈들이 아무리 무지하기로서니 그 얄팍한 세를 믿고 섣불리 쳐들어오지 못할 것’이라 하였고 전라우수영의 이억기 수사는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그쪽이나 알아서 잘하라’는 전갈을 보내왔소이다. 전라좌수영의 이순신 수사는 ‘우리도 왜구의 동태를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며 ‘나름의 준비는 하고 있지만 반드시 쳐들어올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하였소이다.”
2
나는 혀를 끌끌 찼다. 송상현은 학문이 뛰어나기로 나라 안팎으로 널리 알려진데다 인품과 덕망을 갖추고 있으며 당파에도 휘둘리지 않는 올곧은 성품을 지녔기에 적이 없을뿐더러 누구한테든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각 군영 지휘관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이각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실로 송 부사영감의 그간의 노고에 감사드리오며 경상좌수영에서 의당 해야 할 일을 대신하여 송 부사영감께서 한 것에 대해 송구할 따름이옵니다. 저 역시 각 군영 지휘관들이 송 부사영감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의아할 뿐이옵니다.”
정발도 나서서 한마디 했다.
“조정이나 각 군영을 맡은 지휘관들이나 왜국이 지금 쓰시마섬에 5만 병력을 집결해 놓은 것을 모르지는 않을 터, 그럼에도 그토록 태평스럽기론 한 치도 다를 바 없소이다. 언제까지 왜적을 과소평가하려할 것인지 언제까지 명나라의 군사력에만 의존하려할 것인지 생각할수록 어이없고 참으로 기가 막힐 따름이외다.”
한동안 좌중엔 음울한 침묵이 흘렀다. 송상현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조정에는 유성룡(柳成龍) 대감이라도 있어 왜환을 우려하여 그에 대비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소이다. 다만… 대감의 세가 워낙 약하다보니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하였으며 결국 우리 부산 쪽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였소이다.”
나는 조정에 그래도 좌의정 서애(西厓) 유성룡 대감이라도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여겨 밝은 표정을 지으며 송상현의 말을 가로막고 나섰다.
“그래도 조금은 다행이라 여길 수 있는 것이 유성룡 대감이 딴엔 송 부사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들었소이다. 송 부사를 부산으로 올려 보낸 것도 모두 유 대감의 뜻이라 여겨지오.”
송상현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맞사옵니다. 서애 대감은 1년여 전부터 머잖아 왜환이 있을 것을 확신하여 본관을 동래부사로 적극 천거하였고 또한 형조정랑인 권율(權慄)을 의주목사로 정읍현감이었던 이순신을 전라도좌수사로 천거하였다하더이다. 서애 대감께서 염려해왔던 바가 이렇듯 현실로 다가올 줄은 누가 알았겠소이까.”
내가 다시 맞장구를 쳤다. 침울한 분위기를 일신시키고 활기를 불어넣고자 함이었다.
“그렇소이다. 본관도 왜구의 침략이 머잖아 닥쳐오리라 확신해왔고 그래서 본관 나름대로 군사를 모으고 성을 보수하는 등 대비하고 있소이다만, 이렇듯 빨리 도래할 줄은 미처 몰랐소이다. 워낙 부족한 것이 많다보니 걱정이 태산이외다. 좀 전에 본관이 동래성으로 들어설 때 보니 동래성의 군기가 마치 하늘을 찌를 듯 대단한 위압감을 느꼈소이다. 역시 송 부사께선 나름대로 왜구의 침략을 대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터라 이제 그 결실을 맺은 듯 보이더이다.”
“과찬이시옵니다.”
송상현이 손을 저으며 얼굴을 붉혔다. 이각도 부럽다는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우리 박홍 수사께서도 빨리 제정신을 차리셔야할 텐데…. 이를 어쩐다?”
3
송상현은 엄연히 문인출신이지만 무예에 능하고 군사전술분야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조선의 군사와 관련된 전반적인 정보를 지니고 있었다. 그가 유성룡의 천거로 마지못해 동래부사로 부임해왔으나 이후 왜국의 침략의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나서 그에 대한 대비를 충실히 해왔다. 자신이 관할하고 있는 동래성만큼은 결코 왜적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다져왔던 것이다.
이후 1년여 동안 동래성의 방비를 튼튼히 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기강이 해이해진 군기부터 바로잡는 게 시급했다. 처음 한동안은 느닷없이 강화된 군율에 군관이나 군졸들로부터 불만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엄벌보다는 설득으로 그들을 다스렸다. 실력만 갖췄으면 누구나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활짝 열었다. 매달 두 차례씩 무술시합을 벌여 실력이 좋은 병졸을 군관으로 승격시켰다. 그러나 아무리 지위가 높은 군관이라도 실력이 없으면 가차 없이 강등시켰다. 그 때문인지 훈련효과도 컸다. 그리고 어디서 소문을 어찌 들었던지 먼데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등 자발적으로 모여든 군사도 꽤 많았다.
동래부사청엔 왜국에서 온 사신들이나 장사치들이 줄곧 드나들었다. 왜국의 정세를 파악하기위해 그들 왜인과도 교분을 쌓는데 소홀하지 않았고 왜국에 잡혀갔다가 도망 나온 병사나 다른 경로를 통해 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병사들을 불러들여 왜국에 대해 아는 바를 모두 털어놓게 했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수하(手下)들을 무역 상인으로 위장케 하고 왜국을 오가게 하여 왜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게 했다.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자신의 가산마저 모두 처분하여 충당하자 그때까지 관망해오던 지역 내의 몇몇 지주들도 적극 호응했다. 먼저 부실하게 관리되던 병기고를 새 무기들로 채워 넣게 하고 군사수도 1천4백여 명에 불과하던 것을 3천여 명으로 크게 늘려나갔다. 군대를 정비하고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동시에 성벽(城壁)을 전면 개보수(改補修)했다. 성벽 둘레로는 해자(垓子)를 설치하고 그 외에 봉화대 등을 보수하는 등 수성방어체계를 갖추어나갔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러한 일들은 엄청난 재원을 필요로 했고 그 때문에 겪은 어려움도 여간 아니었다.
그리고 조정 요로를 통해 윤흥신과 정발을 부산지역의 주요전략지(主要戰略地)인 부산포진과 다대포진의 첨사로 각각 임명해줄 것을 적극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남해안 일대의 경계를 강화하여 왜구가 상륙하지 못하도록 각 수군 군영들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하려했던 것이다.
“보아하니 동래부엔 군사수도 3천이 넘는듯하고 게다가 모든 군사가 기강도 제대로 잡힌 듯 보입디다.”
나는 다대포진에 비해 월등한 군세를 지닌 동래부를 은근히 부러워했다.
“맞습니다. 동래부에는 군사수가 어제 집계로 총 3천8십2명이옵니다. 지난 1년 동안 곱절로 늘었소이다.”
“군사수효도 많이 늘어났지만 동래성의 석벽이 단단하기론 마치 철옹성같이 견고해보입디다. 그동안 송 부사께서 들인 정성과 노고가 참으로 대단하다 여겨지오.”
“단단하기론 동래부성만 그렇겠습니까. 제가 둘러본 바로는 다대포진성이나 부산포진성도 견고해보입디다.”
정발이 그 말을 듣고 어이없다는 듯 투덜거렸다.
“형님, 거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하지 않소. 다대포진성이나 부산포진성을 어찌 동래성에 비교하오? 동래성이 커다란 바위라면 우리 부산포진성은 보잘것없는 작은 조약돌에 불과하오.”
“거 좋은 비유요, 바위란 크기만 했지 부스러지기 쉬운 반면에 조약돌은 단단하기로 여간해서는 깨뜨려지지 않는단 말씀이요.”
“허 참…, 말씀이라도 어눌하다면 덜 밉기나 하겠소.”
정발은 짐짓 송상현이 밉다는 듯 눈을 흘겼다. 좌중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정발의 표정이 짓궂은 장난꾸러기한테서 보이는 순진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나는 웃음소리가 멎는 것을 기다렸다가 말을 꺼냈다.
“각 군영마다 송 부사의 제안을 거절했다함은 송 부사께서 수군 지휘관이 아니라하여 깔봤다기보다 왜국이 쳐들어올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듯하오이다.”
“윤 첨사영감께서 지적하셨듯이 아마 대개의 군영 지휘관들조차 왜군의 도발가능성을 전혀 고려치 않는 듯 보이더이다. 그리고 각 군영을 맡은 지휘관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충실하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보내왔소이다.”
“왜국이 쳐들어온다면 그게 어찌 남의 일이라 할 수 있겠소이까. 꼭 일이 터지고 나서야 그때 가서 허겁지겁 수습하려들고…, 참 답답하오이다.”
“자, 그러면 이제부터 본론에 들어가서 본관의 계획을 말씀드리겠소이다.”
송상현이 좌중을 훑어보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좌중에 모인 사람들도 아연 긴장했다.
“먼저, 남해안일대를 방어하는 우리 수군군력부터 다시 거론하겠소이다. 본관이 추정하기론…, 쓸 만한 전함은 20여척에 못 미치고 제대로 훈련된 군사 또한 1만을 헤아리기가 어렵다했소이다. 그리고 우리 경상좌수영 관할도 예외가 아니온지라 쓸 만한 군함은 불과 다섯 척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아무짝에도 못쓸 나무궤에 불과하오. 따라서 왜군과의 해상전(海上戰)은 무리라 여겨지오이다.”
그 점은 나도 공감을 했다. 전함을 건조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일을 요했다.
“그럼, 해상전은 아예 처음부터 포기하겠다는 말씀 같구료.”
“예, 그렇소이다. 승산이 없는 싸움에 전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보여지오.”
이각이 불현듯 끼어들었다.
“예, 저 역시 송 부사영감 말씀이 옳다 보여지옵니다. 사실 경상좌수영엔 쓸 만한 전함이 없사옵니다. 다섯 척이 있다는 말씀도 많이 봐준 것 같소이다. 제 눈엔 모두 고깃배로나 쓰면 모를까….”
정발이 또 툴툴거리며 이각의 말을 제지했다.
“아니, 상황이 그렇다는 걸 진작 아셨다면서 이 병사는 그동안 뭘 했다는 게요?”
“아이고 정 첨사영감. 제발 진정하시구료. 이거 원 도무지 뭔 말을 못하겠소이다.”
“내 보기엔 박홍 수사영감이나 이 병사나 막상막하(莫上莫下)이외다. 그처럼 무능해가지고서 뭘 해먹겠다는 건지….”
정발의 말이 지나치자 좌중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아연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각이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드러냈다.
“거 정발 첨사영감, 듣자 듣자하니 말씀이 너무 지나치시옵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송상현이 정발을 타일렀다.
“정 첨사, 좀 자중해 주시오.”
정발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지 이각을 향해 웃어보였다. 이각도 허리 굽혀 용서를 청했다. 이각은 내심 정발을 가장 두려워했다. 검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기론 그 자리에 모인 장수들은 물론 조선팔도에서 그 어느 장수도 정발을 따를 자가 없었다. 또한 그 성정이 급하고 담대하기론 호랑이와 같아서 타협이란 모르고 한번 검을 뽑으면 상대 목을 가차 없이 벤다는 소문도 자자했다. 그러니 그의 심기를 괜히 긁어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4
불안감과 긴장감이 넘치다보니 신경이 자연 날카로워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송상현은 좌중의 분위기가 진정되자 자신의 계획을 차분하게 설명해 나갔다.
(200자 원고지 67매 분량)
- 제10회에 계속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