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단미술 : 눈 위에 핀 꽃 』
▲ 서용선, DMZ, 97x92cm, Acrylic on Canvas, 2004
전시일정 ▶ 2010. 12. 23 ~ 2011. 02. 06
전시작가 ▶ 강용석 고정남 김동유 김상돈 김영철 김용태 김철겸 노순택 박건웅 박영균 박진화
박찬경 박희선 서용선 선무 손국연 손장섭 송영옥 신학철 양아치 오윤 유동조
이세현 이반 이시우 이응노 이종빈 이태호 임옥상 전승일 전준호
전화황 조양규 정동석 정원연 최원준 홍균 홍성단
초대일시 ▶ 2010. 12. 23 PM 5:00
관람시간 ▶ Open 10:00 ~ Close 18:00(월요일 휴관)
∽ ∥ ∽
대전시립미술관 1-4전시실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99
T. 042-602-3200
dmma.metro.daejeon.kr
● 분단 시대의 예술, 눈 위에 핀 꽃이여
★김준기(미술평론)
이 전시는 한국전쟁 발발 60년 이후 지금까지 전쟁과 분단, 기억, 실존, 냉전, 현실, 통일 등의 개념으로 읽을 수 있는 분단미술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2차대전 이후 한반도의 분단체제는 우리의 삶을 옭아매는 사슬이었지만, 분단현실을 담은 예술이 본격화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했다. 전후의 극단적인 대립과 이산의 고통 속에서도 이응노와 조양규, 전화황, 송영옥과 등과 같은 작가들이 분단의 현실을 작품 속에 담았다. 1980년대 이후에야 비로소 분단체제의 현실인식에 기반한 분단미술 또는 분단극복의 미술이 본격화 했다. 분단미술에서 통일미술로의 전환 또한 급박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통일의 당위를 선전하는 시각언어들이 이른바 정형성의 미학에 갇히면서 분단미술 또는 통일미술은 프로파간다로 취급당하기 시작했다. 분단현실과 통일의 당위를 거대담론의 차원에서 선언하기에도 급했던 현장미술의 특성 또는 한계 상황 때문이었다. 이후의 예술가들은 전쟁과 평화, 분단과 통일을 말하기 꺼려했다.
1990년대 후반기를 지나면서 거대담론이 아닌 미시적 차원의 예술적 성찰이 전쟁과 분단의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동시대의 한국예술가들은 1990년대의 예술가들이 다뤘던 일상의 문제 틀을 다시 정교한 언어로 가다듬고 있다. 전쟁과 분단, 냉전, 통일 등의 언어들이 1980년대식의 거대담론으로 일거에 뭉뚱그려졌듯이, 1990년대 중후반 이후의 일상담론 또한 실체 없이 유령처럼 떠돌았을 뿐이다. 예술가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정서의 독창성마저도 고갈된 메마른 일상의 언어들이 상업주의 미술담론과 만나 자폐적인 언어유희들을 반복재생산 해왔다. 심지어는 미술시장의 요청에 의거해 예술생산의 방향 자체를 틀 지우는 관행을 자책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문제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이론과 실행 프로젝트들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삶 속에 파고든 전쟁의 폭력과 그것에 대한 기억, 분단체제를 일상 속에서 발견하고 성찰하려는 시도들이 그것이다. 미시적인 일상의 수준에서 분단문제를 들여다보려는 거대하면서도 섬세한 시각이 동시대 미술 속에 나타나고 있다.
▲ 손장섭, 한반도, 400×200cm, 캔버스에 유채, 2008
▲ 고정남, Jindalrae#013, 120×155cm, digital c-print, 2007
▲ 김동유, Kim Il Sung(Marylin Monroe), 227.3x181.8cm, Oil on Canvas, 2008
분단시대의 인간실존
현실의 억압을 넘어 인간실존을 투척하는 예술
이응노 조양규 송영옥 전화황 오윤 이종빈 이반 홍성담 손국연
'분단시대의 인간실존' 섹션에서는 전쟁의 기억과 분단시대의 실존을 담은 작품들을 만난다. 먼저 이응노, 조양규, 송영옥, 전화황 같은 작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전쟁과 냉전, 이산의 고통을 겪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살펴본다. 이응노는 전쟁을 직접 겪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냉전의 희생양으로 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렀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전쟁 직후와 이후 냉전 시기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조양규와 송영옥, 전화황 같이 일본에서 활동한 작가들의 회화 속에서도 이산과 분단의 현실이 담겨있다. 오윤은 한국전쟁을 다룬 <원귀도>에서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말살의 상황을 표현했다. 이종빈과 이반, 홍성담, 손국연 등과 같이 월북이나 월남의 가족사나 냉전시대의 고통, 탈북을 경험한 예술가들의 인간실존을 담은 작품들도 있다. 특히 이반의 경우 작가와의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철거당한 도라산역벽화의 영상을 소개함으로써 분단시대 속의 예술의 현실을 보여준다.
▲ 김영철, Forever Nostalgia 1, 1000x14000mm, 디지털 프린트, 2006
▲ 김상돈, 디스코플랜(Discoplan), 단채널 비디오, 13‘ 44’‘ 007, 오브제비디오스틸
▲ 김철겸, 화합, 130x130cm, 혼합재료, 1998
기억으로서의 분단
60년의 세월 뒤에도 망각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아 우리의 기억이여!
이시우 고정남 강용석 전승일 김상돈 최원준 박영균 김영철 선무 박건웅 서용선 김동유 김용태
두 번째 섹션 ‘기억으로서의 분단'은 한국사회에 깊이 박혀있는 전쟁과 냉전의 기억들을 다룬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시우와 고정남, 강용석과 같은 사진작가들은 분단의 현실을 감성적인 풍경사진으로 보여준다. 전승일과 김상돈, 최원준 등은 민간인 희생이나 미군기지 등의 문제를 다룬다. 김용태의 기념비적이 작품 <DMZ>는 미군기지 주변의 남녀 사진을 모은 꼴라주이다.박영균은 전통회화 기법을 차용한 회화로서 전쟁과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고, 다큐멘터리 영상 <들사람들>에서 일제시대 이래 세 차례나 삶을 터전을 빼앗긴 대추리마을에서의 예술행동을 정리했다. <현장미술 아카이브>는 분단과 통일의 문제를 다룬 1980년대 이후의 현장미술 자료를 선보인다. 탈북화가 선무는 삶의 터전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실존적 체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비민주적 현실과 남북대립의 상황을 담은 회화작품들을 보여준다. 김영철과 박건웅, 서용선, 김동유는 각각 디자인과 만화, 회화의 방법으로 냉전의 기억과 분단의 현실을 다룬다.
▲ 박영균, 광화문1, 112×192cm, 캔버스에 유채, 1996
▲ 노순택, Red House 1-069, 디지털 프린트, 2005
▲ 박진화, 철책에 걸린 도깨비 04-2, 130×162cm, 캔버스에 유채, 2004
▲ 손국연, 영원한 달콤함, 160×87cm, 2005, 사진
현실 속의 분단
휴전선은 휴전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순택 박진화 손장섭 정동석 홍균 박희선 이태호 박찬경 전준호 이세현
세 번째 섹션 ‘현실로서의 분단’은 주로 풍경과 상황을 포착한 사진과 회화, 영상, 설치 작품들로서 우리 삶 속의 분단을 보여준다. 노순택은 <분단의 향기> 연작으로 한국사회에 고착화한 분단과 냉전의 현실을 담았다. 1980년대 이래 꾸준히 분단문제를 다뤄온 박진화와 손장섭, 정동석의 연작은 분단의 현실을 상징하는 철책선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홍균은 현충원에서 만난 천안함사건 유가족 사진을 통해서 현실로서의 분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박희선의 조각은 분단 상황의 한반도를 특유의 명쾌한 언어로 집약했다. 이태호는 냉전의 현실을 풍자하는 개념적인 설치작품으로, 박찬경과 전준호는 북한의 회화나 전쟁기념관 앞의 기념조형물 이미지를 차용한 영상으로 분단과 냉전의 현실을 표현했다. 이세현은 풍경화 연작 속에 대립과 갈등의 상황을 담았다. 이 작품들은 분단상황을 일상의 삶으로부터 동떨어진 것이 아닌 삶 속에 들어있는 하나의 현실로서 재인식하게 해준다.
▲ 선무, 달려라, 60x72cm, 캔버스에 유채, 2010
▲ 송영옥, 투견, 116.7×90cm, 캔버스에 유채, 1987, 광주시립미술관 소장 하정웅 콜렉션
분단을 넘어서
투 코리아와 미들 코리아 저 너머, 생명과 통일의 큰 꿈을 향하여
신학철 오윤 유동조 정원연 김철겸 양아치 임옥상 이반
마지막으로 ‘분단을 넘어서’ 섹션은 분단의 현실을 넘어서려는 일련의 실천과 상상을 담은 작품들이다. 신학철의 <한국근현대사> 연작은 역사적 관점을 바탕으로 현실을 성찰하게 한다. 오윤의 <통일대원도>는 농악 연주 상황을 통해서 전통적인 미감과 통일의 메시지를 살린 작품이다. 유동조는 북한군 포로 출신으로 인도에 정착한 장기화씨의 삶을 통해 전쟁의 기억과 이산의 상처를 겪은 한반도의 분단현실을 치유의 언어로 승화했다. 정원연은 독일예술가들과 함께 휴전선 일대를 방문하는 프로젝트를 벌이고 탁구대를 이용해 관객참여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김철겸은 풍경과 인물 작업으로 분단현실을 넘어 분단극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양아치는 미들코리아라는 개념으로 한반도의 대립을 넘어선 가상의 나라 미들코리아의 캐릭터를 표현했다. 임옥상의 대작은 철책선을 넘어서는 거인의 모습으로 표현된 문익환목사를 담고 있다. 이반의 <생태의 메아리>는 분단을 넘어 생태의 메지를 담은 작품이다. ⓒ